출처 :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47/0002288338
우주복을 입은 누군가가 어떤 행성의 이곳 저곳을 살피며 다니며 '탐험'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탐험하는 행성의 모양새가 익숙하다. 여기저기 쌓인 부식된 쓰레기 더미, 흡사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쓰레기 처리장과도 같다.
그러한 '행성'의 잔해에서 찾아낸 것은 '닭뼈'였다. 우주복을 입은 그 누군가는 미래의 인간이다. 그가 과거의 잔해 더미에서 가장 많이 찾아낸 것은 닭의 뼈다. 그렇다면 그는 과거의 지구를 어떻게 정의내릴까? 혹 우리가 백악기를 공룡의 시대라 명명하듯, 닭들의 행성이라 이름붙이지 않을까?
2020년 방송대상을 수상한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1부 닭들의 행성' 편은 이렇게 시작된다. 왜 닭들의 행성이 되었을까? 지구상에서 사육되는 닭은 약 230억 마리다. 전 세계 인구 한 사람당 3마리에 해당하는 개체 수다. 개체수로만 보면, 지구는 닭들의 행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가 닭들의 행성이 된 까닭은 닭의 적극적 생존 의지가 아니다.
닭들의 행성 (feat. 인간)
들에서 살던 붉은 들닭은 5000년 전부터 인간의 가축이 된 이후, 인류를 따라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강한 다리, 넓은 가슴, 질량으로만 보면 전체 조류를 압도하게 된 닭. 미래의 후손들이 지구를 탐험하고 그 압도적인 개체수로 인해 '닭들의 행성'이라는 결론을 내릴 지도 모르는 닭의 번성을 주도한 건 사실 인간이다.
인간에 의해 닭은 1950년대에 비해 무려 5배나 빨리, 더 크게 성장한다.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5, 6주 무렵 도살된다. 한 해 도살되는 개체수만 해도 650억 마리에 달한다. 닭들의 행성이라 명명될 수 있을 정도로 번성하지만, 그 번성은 닭의 고난이다. 심지어 2008년 한 해에만 1천만 마리가 도살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AI, 조류 독감 등 닭이 인간과 함께하면서 겪게 된 고난의 또 다른 면이다. 그렇게 이르게 도살되어 사라진 청소년 닭들은 전 세계 쓰레기장에서 화석이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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