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 개개인 비난 X 조롱X
싸우자는 의도 아님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나 아주 많은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산다. 이 글을 읽는 여시의 생각은 과연 여시 본인만의 창조물일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정말 모조리 다 본인이 여러 선택지를 살펴보고 비교한 뒤 장착한 결과물일지?
와하비즘이 판을 치는 국가에서 태어나서 자라면 그 신앙과 문화에 잠식된 채 살아간다.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밖의 여성들을 보고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 히잡 혹은 부르카를 벗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마주하면 무엇이 옳은가 생각해보게 되듯이.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하고 소중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살아오다가 어느순간 반려동물을 들이거나 과잉육식을 그만하자는 책, 방송을 보고 그 주장에 반박을 하려는데 반박을 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하듯이.
여성으로 태어나 페트병은 원래 한손으로 쥐기 힘들고, 병뚜껑 따기 힘들다 생각하다가 불현듯 '힘센 기준에 맞추는게 합리적이라면 왜 최홍만이나 효도르, 강호동 같은 사람이 들만한 3L 물병이 아닌 그보다 약한 일반 남성 기준으로 물건이 만들어지는지, 그러면 더 작고 힘이 덜한 여성에 맞출 수 없었던 건지'를 깨닫고 주변을 달리 보듯이.
날 낳고 키워줬으니 무조건 효도해야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좋고 내것을 나눠줘야한다 듣고 자랐으나 문득 이게 내가 원한 건가? 자문하듯이.
어릴 때부터 보던 동화책과 만화영화의 결말이 화려한 결혼식과 해필리 에버 애프터로 끝나고, 즐겨보던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막연히 나도 이십대 후반엔 저러겠지 했건만 그 나이가 되니, 나는 혼자 사는게 좋은데? 하듯이.
나의 생각은 내 것이 아니다. 알게모르게 타인의 말을 거름망 없이 받아들였고 사회가 정한 규범을 당연하게 따라왔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자기 스스로 생각을 검토해보고 되짚어보고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순간이 필요한 거다.
여기, 비혼주의자 여성이라는 집단이 new!를 달고 등장했다.
이들은 땅에서 솟아나지 않았다. 여성에게서 나왔으며 그동안 사회가 정한 여성상에 충실하게 따랐던 'old and still'의 연장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변한 것 뿐이다.
무얼 말하고 싶은 거냐고?
머리 위에 새로운 집단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속은 새롭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자신의 집단을 이뤘지만 예전집단의 슬로건을 여전히 잃지 못하는 삶. 내 앞에 산재한 문제들을 놔두고 그 전의 팀원들에게 돌아가 거기 일해주고 있는 삶.
말하자면 일주일 날밤을 까도 모자랄 어떤 이유들로 삶에서 '남성과의 결혼'을 내버린(+덧붙여 높은 확률로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부분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생각의 근원에서 남자와 연애, 결혼을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생활하고 말하느라 에너지를 쏟고 있다.
사람은 한곳에만 속해있지 않다.
우리는 지구의 인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아시안 중에서도 동아시안, 그러니까 몽골로이드 인종이고 한국어 사용자이다. 혹은 다른 국적일 수도, 인종이 다르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은 또 세세하게 나누어져 회사원도 있을 거고 자영업자도, 프리랜서도 있을 거고 형제가 있는 사람과 자매가 있는 사람, 둘 다 있거나 외동인 사람도 있겠다.
종교만해도 아주 여러갈래로 나누어지며 유치하지만 혈액형으로도 무리를 구분할 수 있다. 요즘 유행을 따르자면 I와 E로 나눌거고.
여기서.. 우리는 모두 '내 집단'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한국인으로 태어났을 뿐이지만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며, 그냥 태어났거나 살아온 지역이 우연히 이곳일 뿐인데 고향 혹은 살고 있는 도시를 폄하하면 화낸다.
별로 안좋아했음에도 서구권 브랜드가 중국인을, 베트남인을 인종차별하면 같이 분노하며, MBTI만 붙여도 공통분모를 느끼고 그래그래 맞아맞아하면서 다른 유형이 뭐라 했을 때 진심으로 변호한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팬덤의 타인'이 다른 팬덤에 욕먹으면 발끈하고,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나와 좋아하는 게 겹치는 오타쿠 집단으로 묶이면 호감을 보인다.
직접적으로 식민통치를 당한 적이 없지만 국가와 민족에 이입하여 일본이 저지른 짓을 비난하고 싫어한다. 이건 도덕적 잣대로는 설명이 불가한 일이다. 왜냐면 나치 독일이 저지른, 벨기에가 콩고에 저지른, 잉글랜드가 아일랜드와 전세계 식민지에 저지른 일들에는 이정도로 분노하지 않기에.
우리는 우리가 규정한 내 집단에 나를 투영하여 살아간다.
그 모든 집단 중 하나는 역시 성별이다. 여성 혹은 남성. 그래서 우리는 노예의 역사를 자각하고 점점 나은 방향으로 달려가려 애썼다. ...그럼 그게 끝일까? 우리는 여성이기만 한가?
말했다시피 한국인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지역, 직업, 학력.... 대기업 월급쟁이도 기업별로 나뉠것이고 그 안에서도 직급별로 나뉜다. 혹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대리끼리, 과장끼리 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여성 내부의 카테고리 또한 무궁무진하다. 나이대별로 나뉠 수도 있을 거고 국적별로, 인종별로, 사는 지역별로.... 그 큰 기준 중 하나가 결혼 여부겠다.
다들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발언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달리 여성, 특히 비혼 여성은 자신이 어디 속해있는지 입으로만 알 뿐 진심으로 현주소지가 어디이며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잊고 사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인이 미국인처럼 사고하지 않는데, 홍인에 이입하면 바나나로 조롱받거나 니 주제를 알라고 비웃음 사는데, 하다못해 오타쿠와 머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상도 제법 달라 그 차이점이 밈으로 돌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진짜? 하는 판에... 비혼여성만 남다르게 본인들 위치 파악을 못하고 계신다.
계급 피라미드를 그린다면 가장 최하층인 주제에.
한남을 부양하고 그들을 도태의 구덩이에서 건져주며 1인 1한남을 책임져 남성의 불만을 사그라뜨리며 세대 재생산까지 기대해봄직한, 국가가 여성에게 절실히 바라는 틀을 걷어차버려 미운털마저 찍힌 주제에.
우리는 지금까지 학습당하고 세뇌당하고 배워오고 바래오고 머릿속에 담아왔던 '언젠가 당연히 연애하고 결혼할, 육아도 할 여성'이 할 법한 사고를 깨야한다.
그럼 뭘해야하냐고?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고?
비혼 여성으로 마주하는 문제와 2030청년여성이 받는 고통, 결혼 여부에 상관없는 여초직업군의 부당한 처우와 여성 인권 자체를 후퇴시키려는 행동은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에 저항하기에도 우리의 에너지와 댓글 추천은 빠듯한데 괜히 타집단'만의' 문제에 같이 껴서 멍청하게 도! 도파민! 우와 그럼 안되지! 하고 있으니 문제라는 말이다.
물론 시끄러운 일 났으면 지나가다 구경하거나 말 얹을 수야 있다만.. 본인 집에도 불나있는데 남의 집 구경하면서 죽치고 앉아 훈수두고 니가 잘했네 얘가 문제네 하고 있을 일인가?
거기야 싸움 끝나면 돌아갈 집이 있는데, 구경꾼은 돌아가면 집이 다 타서 잿더미 위에서 자야한다. 이해가 안가는지?
시계를 조금 돌려서 코로나가 한창 극심했고 공포감이 심각했던 때로 가보자.
여초 직업군 중에 극극극 여초인 보육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非)보육계 비혼여성들은 아는지?
비 의료계 종사자 직군임에도 어느 순간부터 보육교사들은 한달에 한번 이상 의무적으로 PCR 검사를 '당했다'
http://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6&idx_800=3429289&seq_800=20421866
생각해보자. 검사를 하면 그걸로 끝! 자유로워! 하던 때인가?
검사를 하기 위해 자기 개인시간을 빼서 줄서고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심초사 기다려야했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왜 당연하지? 일반 회사원중에, 자영업자 중에 증상도 없고 동선도 안겹쳤는데 의무적으로 코 쑤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유아의 안전을 위해?
https://ncov.kdca.go.kr/bdBoardList_Real.do?brdId=1&brdGubun=11&ncvContSeq=&contSeq=&board_id=&gubun=
확진자 연령별 현황을 좀 보자. 사망자가 없다고는 못하나 퍼센테이지가 극악으로 낮다. 확진자 비율마저도 그 당시에는 두 구간 합친게 다른 구간 하나보다 낮았다. 애들이 학교를 못가고 못돌아다녔으므로. 그러니 사망자는 정말 한자리 수였을 때다.
취약한 환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고 아픈 사람을 자주 대하는 의료계통도 아니고,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이라는 통계적 증거도 없던 상황임에도 당연한듯 검사를 강제받았다.
그리고 아무도, 정말 아무도 이들을 위해 목소리 내주지 않았다.
나는, 보육계통하고는 상관도 없음에도 이게 너무 충격적이라 당시 확진자 현황을 찾아봤었고 한번 더 충격을 받아 그날 이후로 두고두고 기억하고 있다.
집에 아이가 있을 지 모르는, 고령자가 있을 지 모르는 직장인들은 안했다. 나이든 분들이 자주 찾는 메뉴파는 가게 근무자들도 강제로 내몰리지 않았다. 아이들을 대하는 교육계 종사자들도 강제로 저러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줬는가?
쟤네만 저걸 받아야하는 이유가 있느냐, 왜 해야함? 남초직업군이면 이렇게 했겠어? 건설현장에 5060 마스크도 안쓰고 돌아다니는데 걔들이나 강제해라!
..라고 우리는 말했는지?
얼마 있지도 않은 노키즈존이 근 이년 정도 개뜨거운 화두에 올랐을 때 그에 열을 내며, 문제의 원인이 뭔지도 들여다보지 않고 어느 부분에서만 난리인지도 알아보지 않은 채 난 비혼이지만~ 차별이 정당화 되는 건 볼 수 없어서~ 이런 말 하는 동안 정말로 차별받고 있던 여성들은 까맣게 잊힌 채 자기 시간 내서 검사 받았다.
보육계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정말로 반성해야한다. 저 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거의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며 당하는 꼴을 보면 현대판 무수리나 다름이 없다.
아동학대는 80%가 가정에서 일어난다고 하는데 (https://www.yna.co.kr/view/AKR20210122055000061)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는 그냥 어떻게 지 자식을? 사람도 아니다 하며 개인의 인성 문제로 넘어가다가 이제사 조금씩 가정도 돌아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는 있지만 아직 멀었다.
그런데 보육교사에 대한 의심은 어떤지? 어쩌다 일어나는 찐또라이 개개인의 문제는 방송을 타고 확대되어 직업군 전체에 대한 이미지로 덧씌워진다. 아동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CCTV는 사각지대가 없이 달리며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곳도 많다.
개개인이 회사에서 카톡 좀 하거나 컴퓨터로 딴짓하는 건 어떻게 사람이 8시간 내내 집중하냐고 넘어가면서, 음식점 알바가 손님들 음식 다 내어주고 일하다가 잠깐 폰 보는 건 그럴 수도 있지 용납하면서... 애보다가 폰보면 죽는 줄 알고 혼나는게 저기다.
아이 보기 제일 편한 티에 츄리닝바지는 깔끔하지 못하다 뒷소리 듣고, 꾸미면 꾸민다고 욕을 먹고, sns 염탐에 프사 궁예로 직장에 까지 전화와서, 원장에게 그 남자분과 팔짱 낀 사진 내리세요 혹은 루프탑 바에서 술마신 사진 옷이 좀 그래 바꿔 소리 듣는게 저 직업이다.
여섯시까지 아이를 데려가야 뒷정리하고 여섯시 반, 일곱시에 퇴근할 텐데 야근이다, 데리러 갈 사람이 없다, (전화안받음) 등의 이유로 무작정 일곱시, 여덟시까지 강제로 남아있어야 하며 그거에 대해 불평하면 야박하다, 일하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좀 봐줘라 소리나 듣지 추가 근무 수당에 대해 페이를 지불하는 양육자는 없는게 현실.
지하철 코인라커에 짐을 맡겨도 시간보다 늦게 가지러가면 돈을 내는 세상에 근로자 취급도 못받고 그저 애보는 npc 취급받는게 저곳이다.
미비기혼 다섞인, 그야말로 여초 직업인 저 사람들을 위해 비혼은 목소리를 얼만큼 냈을까?
비혼인 내 친구의 직업이거나 직업이었고 내 또래가 많이 일하고 있을텐데... 관심을 가졌던가?
비혼여성이라고 다 대기업 다니거나 전문직 근무자가 아니다. 우리 중에는 서비스업종도, 자영업자도,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작고 조그만 공장에서 부품 조립하며 한달에 특근비까지 합쳐 200언저리를 받는 사람도 있다.
수많은 여자들이 밥벌이를 하는 곳에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월급이 많으나 적으나, 폼이 나나 안나나 상관없이 자기 경제력으로 살아가는 비혼 동지들이 많아져야하는데... 왜 비혼 여성은 자신과 상관도 없는 주제들에 열 올린 뒤 진이 빠져서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외면하는건지...?
평생직장 따위 없으며 직업 흥망도 빨라진 시대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시의 직업은 얼마나 오래 갈 것 같은지 물어보고싶다.
imf에 내노라하는 대기업 숱하게 쓰러졌고, 이름 들으면 아는 기업들의 현재 가치가 과거보다 하락한 경우는 수도 없다.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한들 거기서 떨려나거나 나오는 경우가 한명도 없는지, 인원 축소하면 무사할 수 있는 위치인지.
우리는 모두가 될 수 있다. 당장 몸이 아파서 좋은 직장 관두고 몇년 쉬다보면 동급의 회사 못들어가는게 현실이다. 입사가 가능하다 해도 풀타임 근무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자신의 몸이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 생길지 인생은 알 수 없다.
당장 엄마가 청소나 조리 노동자로 일하다 아프다면, 그런데 그 직업은 모두 무시하고 천시해서 어떤 보상도 책임도 없다면, 그동안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가 너무 작아서 엄마 몸은 골병 들었는데 모은 돈도 별로 없다면... 그 부담이 누구에게로 돌아올지 생각해봤는지?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이 갈 수 있고 많은, 내가 아니더라도 내 친구나 또 다른 여성이 갈 수 있는 직업군의 처우 개선에 힘써야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피씨방에서 쫓겨나고 스카도 연령이 정해져있는게 당연한 아동들이 2030 젊은 여성들이 자주오는 마카롱 파는 카페에 못들어오는 거에 분노해놓고 정작 나와 같은 공통점을 더 많이 공유하는 여성들이 겪는 일엔 관심도 안뒀는지.
깻잎을 떼어주네 안떼어주네, 조수석에 타면 기분이 어떻네, 답례 선물로 뭘 주면 되네 안되네... 이런 논쟁은 비혼과 정말 하등 연관이 없다.
본인이 심지가 굳건해서 응 그냥 한남하고도 연애 안하는데, 여자 있는 한남? 관심도 없다. 하면 된 거지.. 그 남자와 관계가 있는 여성까지 배려해가며 몸을 사려서 행동해야 할까. 일하면서 남자 조심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데 스스로 검열할 에너지가 있다면 일에나 더 집중하는게 낫지 않을까?
엄마아빠의 일이라 아 개비 진짜 엄마한테나 잘해라 ㅡㅡ 수준을 넘어서 밥 먹는 자리에서도 꼴값과 유난을 미리 상상하고 주의해줘야하는 의무가 비혼에게 어디 있다고 페미니스트들이 그걸로 맨날 심심하면 끌올해서 떠드는지도 의문이다.
비혼과 상관도 없는 네이트 판 불륜 글은 관심이 터져서 모 은행 누구가 불륜을 했는지, 모 지역 누가 누구랑 불륜을 했는지 다 알고 있지만, 여초 직업의 대명사 중 하나인 간호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관심도 없다.
아들타령을 존나게 한 한남민국 특성상 꽤 많은 여성들이 남자 형제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인 즉, 비혼여성은 자기에게는 존재하지도 않을 시짜 패기에 열 올릴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이프 유아 호로 브라더 이즈 메리드, 유아 시짜 ㅇㅋ? 어머니가 당한 일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시짜에 혐오감을 가질 수는 있겠으나 그건 할머니와 고모들같은 개개인에게 화를 낼 일이지 본인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잘 생각해봐야한다.
당한 일이 많은 어머니 조차 그의 아들이 결혼하면 똑같이 시어머니가 되고 본인은 시누이가 되는데 왜 셀프로 본인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좋아서 결혼하고 둘이 애 만들어서 낳았는데 왜 엄마아빠가 지갑을 열고 수고비로 몇백만원을 줘야 멋진지, 왜 손주 구경도 맘대로 못하면서 뭐 필요하다하면 턱턱 사줘야하는지, 내 엄마 허리가 뿌러져라 고생해서 김장해서는 오지도 않는 아들며느리네 주고 좋은 시어머니 소릴 들어야하는지... 집 사는데 돈줬지만 거기에 어떤 권리 주장도 못하는게 과연 옳은지?
물론, 아들한테 더 많이 잔소리를 하고 뭐라하는게 옳겠지만.. 그래서 비혼주의자 딸 입장에서는 내 엄마 속터지는게 먼저인지 버러지같은 남자형제랑 결혼한 타인이 행복한게 먼저인지 계산기를 어디로 두드려야할까? 엄마가 속상하면 그 푸념은 누가 듣는데.
여성이면 모두가 집 사오는 남자를 당연하게 여겨야하는 분위기는 과연 비혼에게 유리한가?
여기 모부의 가용자산 5억이 있다.
1) 남자가 집을 해오는 사회라면, 4억짜리 집을 해야할 경우.. 남자놈이 대단치 않다면 아마 서른 언저리에 1억 모으기도 빡셌을 거다. 데이트 비용도 쓰고 차도 끌어야하는데 당연하지 않은지?
하여간 1억을 모았다 치고 상대 여성은 절반인 5천을 모았단다.
그런데 남자가 집 해오는게 당연하다면.. 모부님이 차액 3억을 완납해주겠지. 대출을 끼네 뭐하네 해도 2억 이상은 해줄거다.
그럼 그만큼 비혼 딸에게 줄까? 3억 해줬으면 이미 남는돈이 2억이라 -1억이다.
2억을 해줬다면 2억을 딸한테 주고 나머지 1억을 또 반반 나눠서 5천씩 줘야하는데... 결혼해서 식솔 딸리고 애도 태어나는 아들네한테, 정확히 남는 금액의 절반만 줄까?
2) 반반결혼의 경우, 4억짜리 집에 1억 모은 남자는 추가로 필요한 돈이 1억으로 줄어든다. 비혼인 여성형제와 나눌 수 있는 나머지 금액이 4억이나 된다는 말이다.
이래저래 조금 더 떼어준다해도 이쪽이 훨씬 갈라먹기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지 않을까?
이 문제는 단순히 남자가 지 장기를 팔아다 집을 해오거나 데이트 비용을 쓰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남자가 집해오는 게 당연시되면 가정부터가 그 놈에게 몰아줄 것이며 사회도 마찬가지다. 여남 임금차별을 뭐라하고 깰 건데? 남자는 돈이 더 드니까 더 준다. 뭐라고 얼마나 반박해서 그들을 설득시킬 생각이길래.
반반결혼을 하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애는 내가 낳았으니 성은 내꺼를 따르고, 아니면 내가 고생해서 품고 낳았는데 네 성 주는 대신 임신기간 비용과 출산비용 얼마를 니가 내고... 같은 합리적 주장 또한 비혼의 몫이 아니다.
사람과 집단의 자원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며 그걸 최대한 자신이 속한 곳에 써야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는데 비혼 여성은 그만 타집단의 문제에 열 올릴 필요가 있다.
저기 어디 남태평양 국가의 사회문제나 정치현안에 관심이 있나? 없다. 들어봐야 가쉽 그 이상도 이하도 못된다. 어이구 왜저런댜... 에바지. 힘들겠다 쟤네도. 끝.
우리가 그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땐 우리의 이득과 관계될 때다. 동남아 어디가 군사 무슨 협정을 어떻게 해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우리가 힘들어지거나, 그들의 우두머리가 바뀌는 바람에 외교 정책이 변화해 우리가 불리해질 때 처럼...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이미 충분한 우리의 문제나 열 내는게 합리적이지 않나?
비혼여성들이 자기 몫 찾는 걸 두려워하거나 죄책감 느낄 필요가 없다.
에이미 추아의 <정치적 부족주의> 프롤로그에 보면 "부족 본능은 소속 본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 본능은 배제 본능이기도 하다."라고 나와있다.
내 집단을 규정하자면 남과 나 사이에 선 부터 긋는게 우선이다. 집단 규정을 뒤집으면 남의 집단과의 구분이기도 하다. 지극히 당연한 그걸 페미갈리라고 욕하거나, 비웃거나 그 소리에 휩쓸려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말했듯, 집단은 한없이 쪼갤 수 있음과 동시에 모을 수 있음이라, 여성 공동의 이익이라는 기치를 내걸 땐 모여서 목소리를 내지만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내 집단의 이익을 '정당한 범위' 내에서 주장하면 된다.
한남들 마냥 누구를 짓밟고 패고 존재를 말살해서 여성 집단 내에서 비혼 여성만 살아남자가 아니라 굳이 나와 관련없는 건 필요 이상으로 열내지 않고, 내 가치관에 반하는 일은 응원하지 않되 다양한 여성이 섞인 일에는 한마음으로 도와줄 수 있잖은가.
같은 책 바로 다음 단락에서 (읽은 책이지만 지금 당장 책을 열었을 때 인용하기 제일 쉬운 부분이 앞부분임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건 일단 속하고 나면 우리의 정체성은 희한하게도 그 집단에 단단하게 고착된다. 가령 개인적으로는 얻는 것이 없다고 해도 내가 속한 집단 사람들의 이득을 위해 맹렬하게 나서고. ..."
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 말대로라면 비혼 여성은 지금, 비혼이지만 연애주의자, 결혼주의자 집단에 머물러있던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내가 어디 속해있는지 다시 생각해보자. 채식주의자가 채식을 하듯 비혼이 비혼에 관련된 일에 더 열심인건 당연하며 환경주의자가 일회용품을 싫어하듯 비혼들이 결혼에 관련된 이슈들을 불편하게 여기고 소비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여성이라는 집단이 나뉘어졌다가 뭉치고 또 나뉘어지기를 비난하면 안되며 그에 말려들어가서 또 되도않는 도덕적 검열을 스스로에게 할 필요도 없다. 축구로 치자면, 평소엔 각자 팀 응원하고 지역더비 때는 서로 으르렁거리기도 하지만 국제경기 때는 가보자고! 외치는 원팀되는 것과 같은데 왜 평소에 따로 응원하는지 팰 건지?
자꾸 자꾸 자꾸 생각하고 보고 생각해서 사고를 깨야한다.
우리는 생활동반자법도 아직 통과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
어차피 nn년 타인으로 살다가 같이 사는 건 여남 커플이건 레즈건 성애를 뺀 친구 관계건 똑같은데 이성애 가족만 인정하는 나라에서 남자없이 살기를 택했다는 죄로 누군가를 내 보호자로 지정하고 같이 살 권리마저 없는 나라.
결혼의 굴레에 들어가 가부장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것 뿐이지 혼자는 외로우니 마음 맞는 친구와 살고 싶을 수도, 불안한 경제 상황을 둘이 이겨나가고 싶을 수 있건만 관심도 화력도 노키즈존이나 7세 아동 학교 입학보다 흐릿해서 지지부진하다.
모부님이 돌아가시거나 멀리 사시면, 병원에 입원해 수술받는 의식불명인 '나'의 보호자는 누가 되어줄 것이며 내가 죽었을 경우 내 재산을, 나와 사상이 맞고 오랜 시간 친했던 친구가 있더라도 교류도 없던 남자형제나 특별하지 않은 혈족이 가져간다. 비혼이 타파해야할 문제는 이게 시급하지 않을까?
7세 아동 입학 문제 또한.. 비혼이라면 차라리 교사들 부담이 극심하다 혹은 보육계는 처망하라는 말인가? 라고 발언하는 게 나았을 거다. 그런데 왜 대다수는 양육자의 마음에 공감해서 비판을 하고 화를 냈는지.
우리는 정말로 우리가 nn년간 가져온 사고방식을 깨고 나와야 한다.
내 친구, 동기, 언니의 얼굴이 찍힌 [국산] ㅇㅇ대 ㅁㅁㅁㅁ학과 ㅂㅂㅂ.avi 파일을 본 2030한남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걸 놓아버리고 나 자신으로 살기로 결심했듯이, 그동안 같이 밈으로 소비했던 된장녀 스벅녀 김치녀가 이상한 걸 알아채고 각성했듯이 한번 더 알을 깨고 나오면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일 거라 생각한다.
360도 돌고 돌아 페미갈리 제자리라 말하기엔 우리는 이미 아주 멀리 왔다. 비혼이 비혼주의 사고를 한다는 것만으로 여성을 패는 사람 취급 받을 이유는 없으며 사람이 자기 몫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 집단에는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조용히 삶을 포기하는 비혼 동지들이 있으니 그사세의 이야기나, 아동들의 이야기에 과도하게 흥분하여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왜 늘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으로 존재치 못하고 모든 사방떼거리 약자들을 다 포용해야하는지?
아동 인권 좋다 이거다. 근데 그거 우대해주다가 여성이 여성 화장실과 목욕탕, 탈의실에서 남성 보기 싫다고 발언해도 애한테 야박하다, 애가 뭘 알아, 다른 여성은 어떻게 해 그럼? 소리 듣는 지경까지 왔지않나?
애는 소중하고 귀하지만 그 애가 자라서 아이를 보는 보육/교육 직업을 가진 여성이 되면 같은 여성에게도 외면 받는 판국에.. 페미니즘에 아동을 자꾸 덧붙여 여성에게 육아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일도 고만 해야하지 않을까.
페미니스트 성인 여성이 할 일은 노키즈존 비난이 아닌 스쿨미투 응원해주기였으며, 성상품화나 코르셋을 많이 떨쳐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런 부분에서 우리보다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였다.
나와 내 집단이 속한 삶을 꾸려가다가 다른 여성집단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ㅁㅊ이니 김여사니 뭐니 조롱받을 때 그건 혐오발언이라 들고 일어나 주는 것, 우리 모두가 뒤엉켜 일하는 직업을 노동강도만큼 돈 받을 수 있도록 싸워주는 게 페미니즘이지...
남의 결혼식에 30, 50 처박으면서 찐친이니까 괜찮다고 말하며 전체적인 분위기 이상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거나 (찐친도 생일 선물 금액대 차이 많이 나게하면 손절 소리 나오는데 축의금은 왜케 후한지? 여성단체 후원이나 좀 해줬으면..) 나와는 안 지 1년도 안된 아이의 돌잔치에 돈을 아낌 없이 내는 대모님 이미지를 고수하는게 페미니즘은 아니라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거나 하면 행동은 바뀌고 그건 곧 나의 습관이 되니까, 우리는 지금이라도 쩌들대로 쩌들은 사고방식을 인식하고 주의해야 한다. 그러면 몇년 후의 비혼집단이 더 나아져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