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코니윌리스
책 이미지 및 소개문구 알라딘에서 가져옴
벨 자
존재만으로 "문학에서의 한 사건"이자 "대중적인 현상"이라 일컬어지는 실비아 플라스.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으로 사후에 출간된 시집 가운데 유일하게 퓰리처 상을 수상한 그가 유일하게 남긴 소설 <벨 자>가 개정판으로 거듭났다.
「보스턴 글로브」가 "<호밀밭의 파수꾼>에 맞먹는 걸작"이라고 평한 바 있는 <벨 자>는 실비아 플라스가 죽기 몇 주 전 '빅토리아 루커스'라는 가명으로 1963년 영국에서 출간된 자전적 소설이다.
고국인 미국에서는 그의 어머니의 반대로 1971년에야 출간될 수 있었지만 영국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젊은이들은 이 소설을 구해 함께 읽고, 공감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실비아 플라스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20세기 후반의 여성주의 그리고 여성운동에서 <벨 자>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고유명사로도 자리매김했다.
195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 줄곧 모범생으로 살아온 열아홉 살 에스더 그린우드를 내레이터이자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실비아 플라스는, 러시아의 비평가 슈클로프스키가 '낯설게 하기'라 부른 사실주의의 주요한 문학 기법을 써서 에스더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 생각해보니, 나는 실비아 플라스에 대해서 그 삶의 자극적인 부분만 알고 정작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더라고.
그래서 일단 접근성이 좀 더 쉬운 소설을 택해보았어. 물론 소설도 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실비아 플라스에 대해서 그래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할 수만 있었다면, 실비아 플라스는 결혼하지 않았을 것 같아. 아이도 낳지 않았을 것 같아.
그러면 죽지도 않았겠지.
그레이스
"순진한 소녀일까, 잔혹한 살인마일까"
1843년 7월, 토론토 근처 시골 마을에서 하인과 하녀가 공모해 집주인과 그의 정부였던 가정부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다.
잔혹성으로 유명해진 이 사건은 범인 중 한 명이 16세 소녀라는 점이 밝혀지며 더욱 더 논란이 커졌다.
이 소녀가 바로 캐나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여성 범죄자이자 이 책의 주인공, 그레이스 마크스다.
실제 역사 속의 그레이스는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30년간 정신병원과 교도소를 오갔다고 한다.
<시녀 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사료를 기반으로 그레이스의 삶의 궤적을 좇으며 진실 게임을 시작한다.
가난과 술에 찌들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밑에서 보낸 유년기. 도움을 준다 하여 믿었던 높은 분들은 무지한 그레이스를 속이고, 그녀는 재판에서 그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술한다.
그러다 또 다른 높은 분들의 결정에 따라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레이스가 자신의 입으로 사건을 서술하기를 바란 애트우드는 그녀가 자기 삶을 직접 회고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전개하며 기록되지 않은 그레이스의 진짜 자아를 복원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2017년 11월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 중이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야. 꽤 많은 부분의 이야기가 작가의 창작일 텐데
읽으면서는 어느 부분이 진짜이고 어느 부분이 창작인지 분별하기는 어려웠어. 이야기 흐름이 워낙 자연스러워가지고..
읽으면서 그레이스가 무죄일지 유죄일지 어느 한 방향으로 마음이 가긴 하는데, 딱 확신하기는 어려웠어.
아마도 그게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기도 해.
SF는 정말 끝내주는데
SF를 위시한 다양한 장르소설 및 작가에 관해 「미래경」 「환상문학웹진 거울」 「판타스틱」 「프레시안 북스」 「아이즈」 「에피」 「한국일보」 등에 글을 게재해 온 SF 칼럼니스트 심완선의 첫 단독 저작이다.
"그의 세상이 얼마나 SF의 경이와 사랑으로 가득한지 배우게 될 것"이라는 홍지운 작가의 추천사 그대로 SF 장르만의 즐거움을 발굴하는 동시에 SF라는 특별한 만화경을 통해 현실의 '균열'까지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이면서 SF 애호가인 저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메스를 들이대며, 흑인이자 SF작가인 옥타비아 버틀러의 <야생종>을 통해 SF신에서 약진하는 여성, 그 작금의 흐름에 주목한다.
그런가하면 체코SF소설과 율리 체, J. G. 발라드, 로버트 셰클리, 찰스 유 등의 작품에서 몰락하는 미래를 가정하고 이에 반발하는 SF 장르만의 특성을 발견하며, 어슐러 K. 르 귄, 할란 엘리슨 같은 해외 거장은 물론 김보영, 홍지운, 배명훈 등 국내 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우리가 당면한, 우리네 SF를 이야기한다.
: 알라딘 북펀드로 책을 몇 번 구입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완독한 책.
SF드라마부터 소설까지 작가가 엄선한 작품들에 대한 평론집인데, 어렵게 쓴 게 아니라 아주 재밌게 읽었어.
결정적인 스포를 피하면서 어찌나 흥미롭게 소개하는지 이 책에서 언급한 책들에 다 관심이 가더라고.
(그 중 몇 권은 실제로 구매하기도 했어)
읽으면서 계속 작가의 SF 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에 감탄하게 돼. 매우 부럽.
키르케
고전과 글쓰기를 결합해 현재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설가 매들린 밀러의 최신작.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서양문학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인 호메로스의 두 편의 서사시 중에서 『일리아스』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었다면, 『키르케』는 호메로스의 또다른 걸작 『오디세이아』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다.
매들린 밀러는 서양 문학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마녀, 키르케에 주목한다.
태양신 헬리오스와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키르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마법에 능한 마녀의 대명사로 간주되어 왔다.
지중해 외딴 섬인 ‘아이아이에’에 살며 커다란 베틀로 천을 짜거나, 마법을 부려 사람들을 사자나 늑대로 변신시키는 존재.
영웅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고, 1년 동안 그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 키르케.
『오디세이아』에서 키르케는 마법을 써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마녀이며 극복해야 할 존재이지만,
소설 『키르케』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 헤르메스, 다이달로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와 동반자적 관계를 맺는다.
이는 키르케이기에 가능한 뒤집기이다. 매들린 밀러는 ‘내’가 세상과 관계맺는 방식을 남성세계의 방식과 달리한다.
: 내가 구독하는 북튜버 '겨울서점'의 강추에 이끌려 사보았어.
거기다 내가 요즘 한창 빠져있는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더라고.
아우 너무 재밌어!!
그리스로마신화의 원작에서 큰 줄기를 가져오고 그 사이 빈 틈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는데 얼마나 매끈하게 이어지는지 원래 이런 이야기인 줄.
다만 여신-마녀의 삶이 지나치게 인간적인 건 좀 서글펐어.
엄청난 능력이 있는 여신인데도 다른 사람을 위해 식사를 차리고 치우고 아들 때문에 속 썩고...
보트 위의 세 남자
1889년 영국에서 출간된 코믹소설로, 킹스턴에서 옥스퍼드까지 보트를 타고 여행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책 속의 영국식 유머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 게 좋다.
인간 본성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저자의 시니컬한 통찰력은 당신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1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로, 템스 강이 유명해진 것도 이 책 덕분이며, BBC에서는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 내가 좋아하는 책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모티프가 된 책이야.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처음 보고 완전 빠져서 이 책도 바로 사서 읽었어.
그리고 종종 다시 읽곤 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았어.
정말 유머러스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야. 영국 상류층 남자들의 일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허세가 심하고 현실감각이나 생활 능력 없고 사고뭉치에, 와중에 뻔뻔하고 남 탓 하고 의지박약..
근데 이상하게 밉지는 않아. 어휴 이 바보들아~ 하면서 혀 끌끌 차고 넘어가줄 수 있을 것 같아. ㅎㅎ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 구절 보여줄게.
[그들은 우리를 저주했다. 마구 내뱉는 일반적인 저주가 아니라, 길고 오랫동안 생각한 포괄적인 저주로서,
우리의 이력 전체를 아우르고 먼 미래까지 내다본데다 가족 친지들은 물론이고 우리와 관계되어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내용이 풍부하고 품질이 고급스런 저주였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첫 번째 논픽션.
육식은 과연 자연스러운 관습인가, 이 시대의 악덕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포어는 공장식 축산업 종사자,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 채식주의자 도축업자 등
다양한 입장을 지닌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했고, 소설가의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자료를 내세워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다.
포어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모순된 태도를 지적하며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인용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포어는 인간이 문화적 배경 아래 선택적으로 육식을 하고, 어떤 고기에 대해서는 금기시하지만, 사실상 그 기준은 논리적이지 않으며,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 생각보다 공장식 축산업은 너무 잔인하고 끔찍했어.
읽으면서 계속 '아냐 이건 미국의 일이잖아. 우리나라 축산업은 이거보단 나을 거야'라고 애써 생각했지만 사실은 부질없지.
우리나라에 이미 얼마나 많은 미국산 고기가 들어와있는데.
동물들의 비참한 사육 환경에 대한 고발과, 축산업과 양식업이 지구의 환경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야.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나부터라도 고기를 줄이자!라고 다짐했는데 다음날 회사 식당에서 풀반찬만 나오니까 바로 짜증이 나는 걸 깨닫고는 너무 부끄러웠어...
바로 비건이 되지는 못 하더라도 고기를 조금씩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어.
아킬레우스의 노래
작가 매들린 밀러의 첫 소설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파트로클로스를 화자로 하여
영웅 아킬레우스와의 사랑과 그들이 참전한 트로이아 전쟁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브라운대학교에서 고전학 학사.석사학위를 받고 예일연극영화대학원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수업을 받았다.
그녀가 10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그리스 로마 신화와 로맨스를 결합한 이 작품은 과연 “근래 호메로스의 작품을 각색한 소설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무엇보다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담긴 것이 뜨거운 호평과 인기의 이유로 꼽히는데, 열광적인 팬덤에 의해 오늘날까지 SNS에서 활발하게 회자될 정도로 그 인기가 이어져오고 있다.
동시에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아 2012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수한 문학상 중 하나인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여성 문학상은 한 해 동안 영국에서 영어로 출판된 여성 작가의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1996년에 제정되었는데,
앤 패칫, 라이오넬 슈라이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바버라 킹솔버, 알리 스미스 등의 걸출한 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 '키르케'가 너무 재미있었어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바로 샀어.
그리고 대만족. 너무 재밌어ㅠ 그리스로마 신화 중에서도 유명한 영웅을 소재로 따온데다, 작가의 필력이 장난 아냐. 이야기를 만들고 진행하는 솜씨가 정말 최고야.
원작에서 짧게 등장하는 파트로클로스를 화자로 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원래 이렇게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났어.
다만 파트로클로스 캐릭터를 살리다 보니 아킬레우스는 한 사람만 사랑하는 순애보가 되고 다른 여자 캐릭터들 역할이 줄어든 건 좀 아쉬웠어.
일본 심판 - 일본총리 납치사건
1967년 한국 최초의 장편 SF <완전사회>를 쓴 문윤성 작가가 20년 만인 1987년에 쓴 정치 스파이 스릴러 소설이다.
"나의 이름은 김기식. 42명의 일본격파 결사대는 전우들과 함께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42명으로 일본을 점령한다니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 내 몇 군데의 가장 기능이 예민하고 긴요한 요처들을 장악하여 1억 인구의 모든 일본인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할 것이다.
일본 내각 전원을 전범자로 체포, 구금하고 전범자들을 공개적으로 국제법에 어긋남이 없는 공정한 재판절차를 밟게 할 것이다.
피고는 물론 구금상태에 있는 일본 각료 전원이다."
: 제목부터 시원하지 않아? ㅋㅋ '완전사회'도 재밌게 읽어서 사보았어. 그리고 읽었는데..
음. 기대만큼 후련하진 않아. 일본을 대하는 태도도 굉장히 온건하고 이성적이고 평화적이고.
아니 그 실력으로 왜 아무도 안 죽이지??? 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내가 문젠가..
책 소개에 정치 스파이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 정치 쪽 비중이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하면 돼.
약간 계몽소설에 가깝기도 하고. 게다가 완전 열린 결말의 소설.
'완전사회'에 이어 이 책까지 읽고, 이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사회가 어떤 식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
비폭력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사랑을 위해 인륜을 저버린 악녀, '메데이아 신화'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희곡, 시, 산문, 오페라, 영화에 이르기까지 약 2500년에 걸쳐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변형되어온 신화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작품.
남성적인 위계에서 전해 내려온 신화 속의 메데이아를 거부하고, 여성과 남성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희생된 총명한 여인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신화에 따르면, 메데이아는 본래 코르키스의 공주로, 뛰어난 마법사이자 치유사였다.
황금의 양피를 찾으러 온 이아손에게 반한 메데이아는 그와 함께 도망치고, 분노한 아버지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동생을 갈가리 찢어 바다에 뿌린다.
그리고 이아손이 코린토스의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을 약속하자 배신감에 글라우케와 자신의 친아들마저 살해한다.
작가 크리스타 볼프는 메데이아가 저질렀다고 신화 속에 나타나는 모든 범죄를 부정하며, 인류학 이론을 끌어들여 메데이아가 살았던 때를 재구성한다.
메데이아 외에도 이아손, 아가메다, 로이콘, 아카마스, 글라우케 등 여러 명의 화자를 오가면서 메데이아가 희생양이 되어 가는 과정을 숨가쁘게 보여 준다.
: 신화의 재해석도 어느 정도가 있지, 희대의 악녀를 선하고 진취적이며 인간적이기까지 한 인물로 바꾸는 게 말이 되나?
네, 됩니다.
아니 내가 아는 메데이아랑 이 책의 메데이아가 너무 달라서 처음엔 좀 적응이 안 될 정도였어. 물론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긴 했지.
처음엔 메데이아를 너무 억울하게만 그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읽을수록 완전히 몰입해서 막판엔 차라리 메데이아가 뭔가 악행이라도 시원하게 해줬음 싶더라고.
노마드랜드
"이게 새로운 은퇴자들의 시대예요." 책 속 인물의 말 한마디가 이 책에 대한 가장 간략한 소개 같다.
집 대신 차에서 살며 평생 일하는 삶, 미국 노년층의 뉴노멀이다. 책은 이 노마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좇는다.
평생 일했고, 성실했고, 전문 분야가 있었고, 한때 다른 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기도 했고, 존경받기도 했던 이들은 지금 길 위에 있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열심히 살았지만 삶에서 튕겨져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스스로는 상상하지 않았던 미래라도 세상은 이들을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마존의 물류창고는 차에서 살며 일하는 노년층을 환영한다. 값싸고 성실하고 금방 교체되는 인력,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길 조건이다.
노마드 노동자들은 물류창고에서, 캠핑장에서, 놀이공원에서 쉼 없이 노동하며 하루하루 스스로를 먹여 살린다.
열악한 풍경이지만 이들의 삶이 온통 잿빛인 것은 아니다. 차 안에도 기쁨과 낙관, 새로운 희망의 자리는 있다.
이들은 서로를 붙잡고 꿈을 꾼다. 인생의 바닥에서 여전히 농담할 여유를 찾고 삶을 긍정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왜 늘 애쓰는 건 개인뿐일까. 파괴되고 배신당한 삶들에 대한 책임마저 개개인에 맡긴다면, 국가의 의미는 무엇인가. 크고 굵은 질문을 남기는 책이다.
: 너무 무서운 책이야ㅠ 이 책은 미국 노년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라고 해서 마냥 무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이 책에 등장하는 노마드들은 절대 게으르게 살았거나 과소비를 했거나 허황된 꿈을 좇는 사람들이 아냐.
번듯한 직장도 있었고 저축도 있었고 연금도 있었는데 갑자기 폭락한 집값을 감당하지 못 하고 한순간에 모든 걸 다 잃은 사람들이야.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직접 노마드로 살면서 그들과 어울리고 그들처럼 일하기도 했대.
확실히 이야기가 생생하고 힘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그리고 나의 노후를 걱정하게 되지...
완전한 행복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의 대체불가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유정의 신작.
500여 쪽을 꽉 채운 압도적인 서사와 적재적소를 타격하는 속도감 있는 문장, 치밀하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플롯과
독자의 눈에 작열하는 생생한 묘사로 정유정만의 스타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한편,
더 완숙해진 서스펜스와 인간의 심연에 대한 밀도 높은 질문으로 가득 찬 수작이다.
소설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전작들에서 악을 체화한 인물을 그리기까지 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끌고 나간 정유정은 이번 소설에서는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완전한 행복》은 무해하고 무결한 행복에 경도되어 있는 사회에 묵직한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 내가 사랑하는 작가님의 신작. 책이 나오면 아묻따 일단 사서 읽고 그제서야 책에 대해 찾아보곤 하지ㅎㅎ
읽으면서 계속 어디서 본 듯한 사건인데... 싶었는데 중반 이후에 딱 떠오르더라고.
그 사건이 모티프구나.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에 적진 않을게)
정유정 소설은 항상 긴장 속에 읽게 되는 거 같아. 어떤 장르일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상이 안 되고.
그만큼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한 번 잡으면 후루룩 읽게 되기도 하고.
아 벌써 다 읽어서 다음 신작까지 2~3년 또 기다려야 돼...ㅠ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1인당 커피 소비랑 세계 1위를 점하는 핀란드의 두 청년이 브라질 커피농장으로 떠난다.
현재 커피산업에 존재하는 문제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기후변화로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현재 세계 커피업계에서 가장 ‘힙’하고 ‘핫’한 커피 농장인 파젠다 암비엔탈 포르탈레자에서 독자들은 커피 원두가 우리 손에 다다를 때까지의 여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지구와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에 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커피 소비는 증가하는 반면 기후변화로 재배 면적과 수확량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 우리가 어떤 커피를 마시느냐에 따라 멸종 위기에 처한 커피의 미래가 달라진다.
미래에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우리는 커피와의 관계를 바꾸어야만 한다. 이 책은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서 커피의 미래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 이상 기후, 기후 변화라고 하면 녹아내리는 빙하, 진흙탕 속의 북극곰 등을 내세우는데..
사람들이 좀더 피부로 느끼게 하려면 커피 문제를 꺼내야 한다고 봐.
지금껏 지구상에서 멸종된 동식물이 몇 종인데, 커피라고 영원히 안정적으로 재배될 수 있을 리가 없지.
지금이야 식당에서 공짜로 제공하고 1000원에도 한 잔 사고 먹다 식으면 그냥 버리고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살다간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줄고 줄어서 커피를 정말 비싸게 사먹어야만 하거나
영영 못 마시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무섭잖아ㅠ 이상기후로 양상추가 수확이 안 돼서 난리였던 것도 불과 얼마 전이고.
뭔가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기후 위기를 커피를 통해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어.
라비니아
세계 3대 판타지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어슐러 르 귄의 신작이자 전12권으로 이루어진 미완성 서사시인 '아이네이스'를 재구성한 소설.
로마의 건국 서사시로도 불리는 걸작 서사시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을 통해, 어슐러 르 귄은 독자들에게 그 시절 라틴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어슐러 르 귄 스스로 말한 바, <라비니아>는 '아이네이스'를 끝내거나 이야기를 바꾸려는 시도가 아닌, 이야기 속 인물이 제시하는 새로운 암시의 해석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원작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언어의 아름다움을 살리려 노력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계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서사시 중에 하나로 평가받으며 베르길리우스의 이름을 길이 남긴 미완성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영웅 아이네이스의 두 번째 부인인 '라비니아'의 이야기는 후반의 무척 짧은 부분에만 등장할 뿐이다.
어슐러 르 귄은 바로 그 '주목받지 못한' 인물 라비니아의 시각에서 영웅 서사시를 새롭게 해석하여 들려준다.
: 원작에서는 겨우 한 두 줄 언급되고 지나간 인물을 이렇게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의 주인공으로 재탄생시키는 거, 이런 거 진짜 재밌지 않습니까?
이 또한 'SF는 정말 끝내주는데'에서 알게 되었어. 요즘 내가 빠져있는 '신화 재해석'에 어슐러 르 귄은 참을 수 없지.
원작인 '아이네이스'를 몰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야. (나도 모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라비니아니까.
어슐러 르 귄이 만들어낸 라비니아는 정말 생생하고 잘 구성되어서 난 이걸 원작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ㅇㅅㅇ
딱 하나 걸리는 건 라비니아와 아이네이스의 나이 차이뿐..
이제 스무살인 라비니아한테 10대 후반의 아들까지 딸린 사십대는 너무하지 않소ㅠㅠ
클라라와 태양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 AI 제조기술과 유전공학이 발전하고, 사회는 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계급 시스템을 재구성한다.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은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녀형 AF인 클라라. 오늘도 클라라는 AF 매장 쇼윈도에서 자신을 데려갈 아이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클라라는 갓 출시된 최신형 모델은 아니지만 매우 특별한 점이 있다.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방식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은 것이다.
클라라는 매장 쇼윈도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 감정에 자신을 대입하고 상상한다. 하지만 다른 AF들은 그런 일에 거의 관심이 없다.
어느 날,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던 클라라 앞에 한 소녀가 다가온다.
조시라는 이름의 소녀는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몹시 야윈 것이, 한눈에 봐도 건강에 이상이 있다.
클라라와 조시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조시는 클라라를 꼭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 역시 다른 아이의 간택마저 거부하며 조시가 자신을 데려갈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 로봇과 인간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많지.
이 책도 시작은 그렇게 되는데 조금씩 변형을 줘서 이야기를 색다르게 이끌어 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예상이 안 돼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
다만 클라라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설정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건 좀 아쉬워. 물론 대략 상상은 할 수 있지만 확실하게 알고 싶은데.
'나를 떠나지 마'에서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감정이 휘몰아치는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조금은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표현하는 거 난 좋아.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 회의에서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소행성으로 강등되었다.
전 세계인들, 특히 우주를 꿈꾸는 많은 어린이들이 이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명왕성을 돌려놓으라고 항의와 협박을 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반대집회도 열렸다.
그 비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으니, 그가 바로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이다.
마이크 브라운은 ‘열 번째 행성의 발견자’, ‘행성을 발견한 살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영예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명왕성과 에리스를 행성으로 분류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리고 에리스를 발견하여
이 결정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인해 ‘명왕성킬러Killer’라 불리게 됐다.
이 책은 그가 명왕성 행성 지위 박탈의 원인 제공자로서, 새로운 천체를 찾고 행성의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이 사건의 전말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새로운 별’ 사냥꾼, ‘중세 천문학자들의 후계자’ 마이크 브라운의 외로운 일대기를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흥미로운 우주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내가 좋아하는 별 얘기+명왕성 행성 퇴출이라는 초유의 사태+겨울서점 강추 = 읽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읽었어. 존잼. ㅋㅋㅋ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이제 수금지화목토천해가 끝이야'의 전체 스토리를 당사자의 입으로 듣는 건데 재미가 없을 수가.
읽으면서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천문학은 장비빨이라는 거.
오래 전 명왕성을 발견했던 천문학자는 이미 그 시절에, 지금의 브라운 박사가 발견한 천체를 촬영했었대.
하지만 그때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고 지금은 기술과 장비가 있었고.
잘은 몰랐던 천문학자들이 일하는 방법, 천문학자들간의 암투(?)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아주 재밌게 읽었어.
지구 끝의 온실
이미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김초엽 작가는 더스트로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첫 장편소설의 무대로 삼았다.
그는 지난해 말 플랫폼 연재를 통해 발표한 이야기를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수정하면서 한층 더 무르익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장 구성부터 세부적인 장면은 물론 문장들까지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지구 끝의 온실』이 2021년 8월 드디어 독자들을 만난다.
: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 단편 잘 쓰는 거야 익히 알고 있었고,
과연 장편도? 싶었던 사람들한테 보란듯이 내민 작품이야. 장편도 잘 써!!!
1장은 더스트로 멸망했다 재건된 시대인 현재의 일을 그리고 있고 2장부터 더스트가 한창이던 때의 일을 그리고 있어.
개인적으로 나는 모스바나가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었어서.. 주 이야기가 과거의 사건이어서 이 부분은 좀 아쉬웠어.
하지만 이런 걸 떠나서 이야기 자체는 잘 읽히고 재밌었어. 디스토피아 소설은 언제나 옳아.
울분
1950년대 말 첫 소설집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하고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오십 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해온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
195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한 유대계 청년의 삶을 보여주며, 젊음의 치기, 미숙함, 성(性)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용기, 선택과 실수에 관해 이야기한다.
태평양 너머에선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 미국. 뉴어크 유대인 가정 출신의 마커스 메스너는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간 학구적이고 모범적인 청년이다.
그러나 마커스가 뉴어크의 로버트 트리트 대학에 입학한 뒤, 마커스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아들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마커스는 결국 뉴어크를 떠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오하이오의 작은 대학 와인스버그로 학교를 옮긴다.
법률가가 되어 윤택한 삶을 살고 싶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가진 마커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에 열중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2차 대전에 끌려가 목숨을 잃은 사촌들처럼, 자기 역시 언제 한국전쟁에 징집돼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는데…
: 필립 로스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렴풋하고 얕게 알고 있어서 작품을 읽어본 건 처음이야.
책을 펴자마자 6.25 이야기가 바로 나와서 좀 놀랐어.ㅎㅎ
한국전쟁은 이 책의 시대상을 나타내는 소재일뿐 아니라 이야기 전반에 엄청난 의미와 긴장감을 주고 있어.
주인공들의 정신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두려움을 주는 존재야.
작가의 문체가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잘 읽혀서 다소 어두운 내용임에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
"대부분의 방사능은 소멸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예전처럼 소비해도 됩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후 몇 달 사이에 참사의 규모가 명백해지자 소비에트 관료들은 재난 이후를 살아가는 시민들을 위해 많은 생존 지침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생존 지침서들은 저자들이 말할 수 없던 것으로 인해 중대한 결함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핵역사, 변경사, 재난사 등을 연구해온 케이트 브라운(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과학기술사회 프로그램 교수)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방대한 문서고 자료와 구술 면담 자료를 토대로 핵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더 나은 지침서를 간행한다.
바로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 - 지구적 핵재난, 국가의 대응 실패, 피폭된 사람들>이다.
책 속에는 오늘날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체르노빌"에서는 결코 언급되지 않는 체르노빌의 의학적/환경적 영향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참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피해자들이 있다.
참사의 실상을 밝히기 위해 갖가지 위험을 무릅쓴 일상의 영웅들이 있다.
참사를 은폐하기 위해 공모한 정치인과 관료와 학자들이 있다.
저자는 조작원, 의사, 농부, 관료, 방사선 감시요원 등 모든 행위자뿐만 아니라 방사성 동위원소, 토양, 바람, 비, 먼지, 우유, 고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몸소 받아들인 신체에서 도출한 교훈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체르노빌"의 환경적이고 의학적인 영향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적합한 길잡이이자,
핵재난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이 같은 재난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효과적인 지침서다.
: 방사능의 위험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다 보니 관심이 가더라고.
엄청난 두께에 비해 읽기는 어렵지 않아. (등장인물들 이름이 좀 헷갈리긴 함)
체르노빌 폭발 그 자체보다 이후의 상황, 대응방법, 은폐하려는 정치권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
읽다보면 어째.. 후쿠시마 때 일본의 대처가 생각나더라고. 이놈들이 체르노빌을 통해 은폐하고 축소하는 법만 배웠나.
본문 맨 앞에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의 원전 상황에 대해 염려를 표하고 체르노빌을 통한 교훈을 얻길 당부하고 있는데.. 제발 그러길..
와일드 시드
1690년 나이지리아의 어느 마을. 변신과 치유 능력으로 300년을 살아오며
마을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 된 여사제 ‘아냥우’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기이한 제안을 한다.
“네 손으로 묻지 않아도 될, 죽지 않는 아이를 갖게 해주지.”
타인의 육체를 옮겨 다니며 4000년을 살아온 남자 ‘도로’의 목적은 단순했다. 초능력자끼리 아이를 갖게 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불사의 존재를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도로의 제안을 받아들인 아냥우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하기만 했는데…….
: 'SF는 정말 끝내주는데'에서 알게 된 책이야. 흑인+여성+페미니스트라는 SF소설계에서 흔치 않은 작가이고.
혼자서도 잘 살아오던 아냥우가 도로라는 개%@&%@&같은 놈을 만나게 되면서의 일을 그린 책인데...
하아.. 나 진짜 너무 화나고 복장터져서 읽는 게 좀 힘들었어.
도로 이 놈은 영혼? 악령?같은 존재야. 너무 오래 살아서 인간성 같은 것도 없어졌고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실험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아냥우는 혼자만이라면 얼마든지 이 놈한테서 벗어날 수 있어. 그런데 도로가 아냥우의 자식들, 친척들을 볼모로 하니까
아냥우는 반항도 못 하고 도로가 원하는 대로 이 사람 저 사람과 아이를 낳으며 살아. 도로 맘에 드는 자식이 나올 때까지.
아오 진짜ㅠ 책은 재밌지만 주인공 중 하나가 너무 극심한 빌런이라 힘들었어..
방금 떠나온 세계
‘나’와 ‘세계’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쓴 경이롭고 아름다운 7편의 소설을 담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섬세한 문장과 꿋꿋한 서사, 그리고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에 더해
세심한 관찰자로서 낯선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김초엽만의 세계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첫 소설집에서는 간접적으로만 그려졌던 사회문제 또한 한 발짝 더 가까이 끌어온다.
김초엽이 그리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사랑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참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어떤 사회적인 전복을 꿈꾼다.
<방금 떠나온 세계>의 소외되고 배제된 인물들은 사회의 모순에 맞서며, 사회에 대한 의문을 그치지 않은 채로 지금의 세계를 떠나 더 위대한 세계로 나아간다.
사랑과 이해와 위로가 아닌, 사랑의 힘과 이해의 힘과, 위로의 힘을 보여준다.
방금 떠나온 세계를 잊지 않은 채로, 무한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 독자들이 책을 읽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책을 쓴다는 게 뜬소문이 아닌가봉가...
좋아요. 더 열심히 써주세요. (이후로 지금까지 두 권 더 나옴. bb)
지난 장편소설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작가의 일관적인 세계관이 느껴져서 좋았어.
책에도 나온 문장인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한..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SF라는 게 나한테는 큰 매력이야.
예전에 테드 창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
몇 권만에 김초엽만의 세계관을 확실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
얼마나 닮았는가
제5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대상 수상작 '얼마나 닮았는가', 제2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을 비롯,
과작(寡作)으로 소문난 김보영 작가가 10년간 쓴 주옥같은 중단편 모음집.
여러 선집의 형식으로 출간된 김보영 작가의 다양한 단편들을 챙겨 읽은 독자들은 이 소설집이 최신작으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서점 산책을 통해 책을 만나는 독자라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빨간 두건 아가씨',
'니엔이 오는 날', '걷다, 서다, 돌아가다', '같은 무게'가 새롭게 읽힐 것이다.
무엇보다 여러 권의 단편 선집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값진 단편들이 한 권의 책으로 깔끔하게 묶였다.
: 김보영 작가가 우리나라 현대 SF계에서 꽤 유명하다는 건 대략 알고 있었지만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했어.
10개의 중단편을 모은 책인데 와 미쳤다 진짜ㅠ 너무 재밌잖아!!!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습니다만..)
한국식 히어로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로그스 갤러리, 종로'는
마블영화를 활자로 보는 듯한 재미가 있어. (소재를 따온 플래시는 마블 히어로가 아니긴 하지만.. )
제일 좋았던 건 역시 표제작인 '얼마나 닮았는가'야. 이거 읽고 나 진짜 너무 좋아서 소리질렀어.
이건 활자로 읽었을 때에만 이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 같아.
화자의 선택부터 결말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해. 처음 읽자마자 바로 또 한번 읽었을 정도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말
세상의 구석에서 '유색인종,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피부양자가 딸린 비혼자'라는 지표들을 달고 생존한 것이
성공이라 자축하며 산다고 말하는 그녀, 조이스 박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당찬 페미니즘적 메시지.
꽃 같은 말만 강요하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로, 외칠 수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로
굳건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그녀들에게 조금은 까칠하지만 누구보다 진실된 위로를 건네는 책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빨간 모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21편의 동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동화를 주제가 아닌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이 특별한 이 책은 동화를 거울로 삼아 여성이 처한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그림자를 파헤치고, 왜곡된 점을 똑바로 꼬집어본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 우리가 익히 아는 동화들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어렵지 않게 해석해주는 책.
작가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다고 느껴졌어.
심리적인 위로와 함께 약간의 조언을 덧붙이는데 그게 너무 구태의연하거나 하나마나한 소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좋더라고.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짧은 편인데도 소개하는 동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주는 것도 좋아.
처음 들어보는 동화도 몇 개 있는데 동화 내용을 아예 모르면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니까.
;; 스압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