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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수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규범(53) 씨는 요즘 재료비 내역서와 매출 거래가 적힌 전표를 확인하기가 두렵다. 최근 물가가 급등해 가게 재료비가 확 올랐기 때문이다. 청양고추의 경우 평소 식자재 마트에서 구매하는데, 올해 초까지 kg당 6000원대였던 가격이 현재는 2만 3000원으로 4배가량 뛰었다. 튀김용 식용유는 코로나 직전엔 2만 5000원이었지만, 현재는 6만 6000원에 산다. 게다가 고물가로 외식이 부담스러운 손님들의 발길도 끊겨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부산시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김지환(44) 씨는 최근 가게 운영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겼다. 김 씨는 “채소 등 각종 재료 가격이 급상승했는데 판매 가격은 1000~2000원 정도밖에 올리지 못해 손님도 줄어 버티기 힘들었다”며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더 많은 자영업자가 조만간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코로나로 영업시간 제한이 있던 때보다도 더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하소연한다. 시민들은 외식 대신 집밥을 찾지만, 시장 물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보다 5.2% 올랐다. 지난해 12월 5%보다 다소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째 5%대의 고물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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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유시연(47·동구) 씨는 최근 외식을 줄였다. 4인 가족이 예전에는 6만~7만 원이면 삼겹살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10만 원을 넘는다. 집밥을 위한 장 보기도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2만~3만 원이면 4인 가족 한 끼 식사 장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체감상 배가량 올랐다. 가스비도 지난달 28만 원이나 나와 지난해 1월 15만 원에 비해 배가량 뛰었다.
유 씨는 “마트에서 청양고추 10개에 2000원 정도 했는데 요즘엔 5000~6000원으로 감당이 안 될 지경이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최근 점심 식대가 1만 원을 넘어 직장인들의 부담도 가중됐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운영하는 ‘식신’이 자사 서비스인 ‘식신e식권’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부산의 평균 식대 결제 금액은 1만 1808원으로 서울(1만 2285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이 같은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때문에 직장인들의 편의점 도시락 이용이 급증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비용의 절반 수준인 4000~6000원이면 밥과 반찬 대여섯 가지로 구성된 한 끼를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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