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676735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10일 오전, 대구 대표 관광지인 수성못 한쪽에 솟아있는 둥지섬.
이 섬에 있는 나무들은 200여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가 쏟아낸 배설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산성이 강한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이 나무 고사, 수질·토양오염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인근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둥지섬으로 들어간 작업자들이 나무에 물을 뿌리며 새들을 쫒아냈다. 옆에서는 스프링클러 3대가 쉴새 없이 돌아갔다.
낯선 인기척을 느낀 민물가마우지들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수성못 물 위에 내려앉아 작업자들이 청소를 끝내길 기다리는 듯 보였다.
한 작업자는 "둥지섬에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어 점심을 빵과 우유로 간단히 때우고 오후 4시까지 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했다.
수성못 둥지섬은 1920년 직경 40~50m 크기의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1998년부터 왜가리 등 철새 수십마리가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둥지섬에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최근 3년 새 급증했고 이곳에서 살아온 백로 등 철새들은 둥지섬 맞은편으로 쫓겨났다.
산성이 강한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수질·토양오염 등 환경문제가 지적되자 환경부는 지난해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묵은 둥지 제거, 천적 모형 설치, 공포탄 등을 활용한 소음 유발 등으로 번식을 방해할 관리지침을 배포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민원이 계속되자 수성구는 나뭇가지가 앙상할 때 물을 채운 헬기를 띄우거나 살수차에서 물을 끌어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하얗게 변한 나무를 청소했지만 그때 뿐이다.
수성구는 나무의 생육환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틀어 민물가마우지 등이 둥지섬에서 생활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또 조류기피제를 나무 높은 곳에 매달아 새들이 둥지를 틀지 않도록 유도하고 초음파 퇴치기를 가동해 둥지섬에 새로 안착하는 철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