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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한방울]날 학대한 엄마가 암이래요.. 용서해야 하나요? [오은영의 화해] "너무 애쓰지 말고 자기 인생을 사세요"

작성자dancingcuppp|작성시간23.04.10|조회수1,719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v.daum.net/v/20170206044245725?f=m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엄마한테 맞은 기억뿐이네요. 학교 시험 성적이 별로라고 때리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때리고, 낮잠 자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때리고… 엄마한테 맞는 게 너무 겁나서 성적표를 조작하기도 했어요.

엄마는 감정 조절을 잘 못했어요. 평소엔 무서울 정도로 차갑다가도 화가 나면 그야말로 폭발했어요. 큰딸인 저한테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 한 것 같아요.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착한 엄마인 척 했어요. 가증스러웠어요. 아빠는 저를 보호해 주지 않았어요. 건설 일을 하느라 집을 자주 비웠고, 집에 돌아와도 엄마가 저를 때리는 걸 모르는 체 했어요.

제일 아픈 상처는 제가 동생의 따귀를 때린 일이에요. 싸우는 저와 동생에게 엄마는 화가 풀릴 때까지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서로 따귀를 때리라고 했어요. 어릴 때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동생을 힘껏 때렸어요. 동생도 저를 때렸고요. 두렵고 비참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대학에 들어가 자취를 하면서 집을 나왔어요. 대학원도 다녔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시 엄마랑 살기 싫어서요. 스물 세 살에 만난 남자친구와 서둘러 결혼했어요. 하루라도 빨리 엄마를 멀리 떠나고 싶었어요. 엄마가 결혼에 반대하면서 온갖 독설을 퍼부은 것도 아픔으로 남았어요. 엄마는 남편이 가난하다고 아직도 싫어해요.

그런 엄마가 많이 아파요. 지난해 췌장암 수술을 받았어요. 엄마는 항암 치료의 고통이 두렵다면서 집에 연탄불을 피워 자살하려 하기도 했어요.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어릴 때 나를 그렇게 많이 때린 걸 사과하라고 요구했어요. 엄마가 죽기 전에 꼭 사과를 받고 싶었어요. 엄마는 자살 시도 직전에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진심이 아닌 것 같아요. 엄마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암에 걸린 게 저 때문이라고 욕하기도 하고, 엄마를 돌보는 아빠와 동생을 힘들게 해요. 제가 찾아가는 걸 반기지도 않아요.

엄마를 용서하자는 마음과 그럴 수 없다는 마음이 오락가락해서 혼란스러워요. 엄마를 용서하고 제 안의 상처 받은 어린 아이를 낫게 해주고 싶다가도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르면 엄마가 또 다시 미워져요. 엄마를 용서해야 할까요? 용서할 수 있을까요?

더 큰 걱정은 제가 엄마를 닮아가고 있다는 거예요. 18개월 밖에 안 된 아이에게 수시로 버럭 소리를 지르곤 해요. 저도 모르게 아이를 때리다가 남편이 말려서 정신을 차린 적도 있어요. 저의 트라우마가 아이에게 이어지고 아이가 저처럼 엄마를 싫어하면 어쩌죠? 이렇게 상처투성이인 제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 대인관계도 고민이에요. 친하게 지내다가도 조금만 저한테 섭섭하게 하면 사람들을 칼 같이 끊어내는 버릇이 있어요. 이런 제 성격이 실망스러워요.

(김미영씨, 30세, 전업주부)


“나를 낳아준 사람, 세상에서 나를 제일 많이 사랑해 주는 사람, 어떤 경우에도 나를 보호해줄 사람. 바로 엄마지요. 미영씨에겐 엄마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사람이 내 엄마라는 사실은 엄청난 고통과 절망이었을 겁니다. 어린 미영씨가 정말 잘못해서 엄마가 심하게 혼내고 때린 것도 아닐 거예요. 엄마를 여전히 미워하고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엄마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요. 미영씨 마음이 누그러지려면 그것부터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안에 크고 작은 주머니들을 갖고 있어요. 학습 능력 주머니, 운동신경 주머니, 감정 조절 주머니… 주머니 크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미영씨 엄마는 감정 주머니가 유난히 작은 사람입니다. 엄마에게 닥치는 온갖 감정들은 주머니에 담겨 소화되지 못하고 이내 흘러 넘칩니다. 엄마는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마구 난장질을 하는 것으로 해소하려 했습니다. 항상 가까이 있으면서 함부로 대해도 안전한 약자, 바로 미영씨가 타깃이 된 거예요. 동생보다는 큰딸인 미영씨가 만만했겠지요.

미영씨 엄마는 자신이 남에게 주는 10 만큼의 상처보다 자신이 받는 1 만큼의 상처가 훨씬 크고 아프게 느껴지는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또 부정적 감정들을 가래 뱉듯 강하게 표출하고 토해낸 걸 직접 자극적으로 확인해야 시원하다고 느낍니다. 아이를 때리는 촉감을 느끼고, 아파하며 우는 아이들을 눈으로 보고, 있는 대로 악을 쓰고 물건을 집어 던져야 화가 풀리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불편한 감정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극단적 수위와 방법으로 터뜨리거나 기분 나쁘게 한 사람을 응징해야만 후련해진다고 여기는 거지요.

미영씨 엄마는 자기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자살 시도 전에 미안하다고 한 건 미영씨 말처럼 진심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커요. 죽음이 닥쳐 오니 뭔가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자기 밖에 모르는 원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겁니다. 그런 엄마가 이제 와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엄마의 감정 주머니는 가뜩이나 작은데 요즘은 건강 걱정으로 가득 차 있지 않겠어요? 미영씨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을 거예요.

엄마가 얼마나 나쁜 엄마였는지를 깨우쳐 주고 사과를 하게 해야만 미영씨 상처가 치유되고 마음이 편해질까요? 그렇지 않아요. 거기에 매달리면 엄마가 끝내 기대를 저버리고 떠날 경우에 더 큰 상처를 받을 거예요. 엄마를 이제 와서 용서하고 화해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엄마를 이해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엄마가 준 상처들은 영영 아물지 못할 지도 몰라요. 세상에는 엄마처럼 미성숙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하필 그런 사람이 내 엄마였다는 걸 담담하게 받아들이세요.

마음 아프더라도 엄마와 미영씨를 분리하세요. 엄마에게 억지로 과하게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미영씨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정도로만, 기본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만 해도 충분해요. 다만 엄마에게 미영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건 의심하지 말았으면 해요.

감정 조절 능력은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우는 겁니다. 미영씨처럼 자랄 때의 환경 탓에 감정 주머니가 커지지 못하고 정서가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요. 엄마도 그렇게 자랐을 거예요.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해서 항상 감정을 돌보고 살피면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엄마는 부족한 사람이었고 그걸 모르기에 끝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미영씨는 엄마와 이미 다른 사람입니다. 자기 문제를 잘 알고 있어요.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엄마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 그래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미영씨 인생은 엄마와 분명 다를 겁니다. 아이의 삶도 미영씨와 다를 거고요. 불안해하지 마세요.

아이는 수도 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라는 걸 기억하세요. 아이가 단번에 뭔가를 배우고 달라질 수는 없어요. 인내심을 갖고 아주 여러 번에 걸쳐서 끈질기게 가르쳐 줘야 해요.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쳐 주고 싶으면 단호하게 하되 미영씨 엄마처럼 공포와 두려움을 개입시켜선 안돼요. 미영씨는 아이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이가 미영씨 같은 아픔을 겪게 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돼주는 것으로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씻고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에요. 미영씨 자신이에요.

부모, 특히 엄마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믿어 주고 즐겁게 해주면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럴 거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미영씨의 창은 달랐지요. 엄마처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언제라도 감정적으로 공격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했어요. 사람들이 조금만 불편한 행동을 해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엄마에게 인정 받은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거절 당하는 것에도 취약합니다. 사람들이 미영씨를 공격하거나 거부하기 전에 먼저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지요.

미영씨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까지와 반대로 해보는 겁니다. 서운하게 한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미운 사람에게 차를 한 잔 사주고, 화를 내는 사람에게 웃어주세요. 자신과 상대의 부정적인 감정을 수긍하는 연습을 차근차근 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상처가 조금씩 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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