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며 읽으면 기분이 새롭습니다**
1.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로마의 초대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을 때 총애했던 심하 브루트스마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고 죽기 직전에 남겼다는 말,
"브루투스 너마저?" 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구) 리더인 덕원이 밝히기로는 그냥 아무말이나 조합해서 지은 제목이라고. 이름 후보가 127개나 되었다고 한다.
한 때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은 절판된 상태에서 재발매가 되지 않았고, 음원사이트에서도 서비스 하지 않아 들을 수 없었는데,
1집 당시 보컬이었던 계피(현 가을방학 보컬)가 재발매와 음원서비스를 허용하지않았기 때문. 개인적으로 브로콜리 너마저 시절에 많은 고민과 상처들이 있었기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절이어서 그랬다고.
그래서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은 몇 배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중고로 거래되고는 했었는데,
어느 날 라디오를 듣다 <눈오는 날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주제에 브로콜리 너마저 1집의 수록곡 "유자차"를 신청하게 되고,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처음으로 다시 노래를 들어보며 심경의 변화가 생겨 브로콜리 너마저에게 다시 연락을 했고
작년 여름 첫 EP(미니앨범)가 재발매 되었다.
이제는 음원사이트에서도 브로콜리 너마저 시절의 계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1집의 중고가는 엄청나게 떨어졌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2.
역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어쿠스틱 밴드, 가을방학.
언니네 이발관 출신의 정바비와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의 계피가 만나 만든 밴드로, 결성 당시 1인밴드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과 작업 중이었기에
이름을 "계피톤 프로젝트" 로 지으려고 했다가 후폭풍이 두려워서…… 그만 뒀다고.
작사 작곡 등 음악 작업은 대부분 정바비가, 보컬은 계피가 맡고 있어 노래를 듣다보면 묘하게 퀴어코드가 들어간 느낌이 난다. (정말 좋음)
대표곡 중 하나인 "이브나" 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가을방학 첫 싱글 발매 당시 누군가 댓글로
"이럴려고 브로콜리 나오셨나요……ㅠㅠ" 하고 달았던 게 너무 재밌어서 다음 곡 데모 파일의 이름을 이브나로 지었고
노래가 완성된 후에도 묘하게 제목의 어감이 어울리는 듯 해 그냥 이브나 그대로를 쓰기로 했다.
정바비의 본명은 정대욱으로, 언니네 이발관 출신이라는 것을 숨길 겸, 원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던 겸, 교포인척 하기 위해 자신을 바비라고 소개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계피의 예명은 당초 예명을 지을 당시 어머니가 집에서 계피차를 끓이고 있어 아무생각 없이 따온 것이라기 밝혀왔으나
차후 인터뷰 중 "더 이상은 듣고 싶지 않은 질문"에 대해
예명의 유래는 다 뻥이니까 그만 물어봤으면 한다 답했다.
3.
비행운으로 라이징하고 있는 한편 저작권 의식이 없기로도 악명이 높아지고 있는 인디가수 문문.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식당에 손님으로 아이유가 왔고, 냅킨에 황급히 자기도 가수라고, 비행운이라는 노래를 한 번만 들어달라는 말을 써서 전달한 적 있다고 한다. 차후 아이유는 비행운을 방송 중에 언급해줬고, 비행운은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곡은 명백한 표절. 제목 비행운은 소설가 김애란의 단편집 "비행운"과 이름이 같고, 핵심문구인 "나는 자라 겨우 내가 되갰지" 는 소설집 비행운의 수록작 서른의 핵심문구,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에서 따온 것이라 직접 밝혔다.
김애란 작가에게 사전 허용을 받지 않았고, 허용받아야한다는 사실 조차 의식하지 않았다. 이미 발매된 상태였기에 음원 폐기도 어려워 김애란 작가는 결국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종종 제목이 "비행운", 핵심문구가 비행운의 수록작 서른의 핵심문구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표절이 아니라 김애란에 대한 오마주라고 실드치는 경우도 있으나,
서른에서의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가 쓰였던 의미를 생각해보면, 노래 비행운에서 이 문장이 사용된 방법은 얄팍하기 그지 없어 오히려 원작 훼손에 가깝다.
애초에 문문이 허락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한 시점에서 표절 확정.
비행운이 수록된 앨범의 커버도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고 있는 이미지를 무단 사용한 것이다.
4.
반면 기성문학과 인디음악이 협의하에 맞아떨어진 경우가 있다.
90년대 쯤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하는 가사로 유명했던 동요 "내이름 예솔아" 를 불렀던 국악인 이자람.
지금도 국악인으로서 춘향가 8시간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하고, 뮤지컬 <서편제>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주요 무형문화제(판소리)의 이수자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지만,
인디계의 SM 붕가붕가 레코드에 소속된
"아마도 이자람 밴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은 사진과 멤버 구성이 좀 달라졌다.)
아마도 이자람 밴드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라는 구절로 유명한 시, "귀천"의 작자인 천상병 시인의 시를 그대로 가삿말로 써서 노래를 만든 적이 있다.
수록곡은 총 7곡으로 시 구절을 일부만 발췌하거나 영어로 번안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자람밴드는 뭇 인디밴드들이 그렇듯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직 밴드명이 없던 시절 모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는데, 밴드 이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리더 이자람이
"글쎄요, 아마도 <이자람 밴드> 아닐까요?" 하고 답한 것을 주최측에서 <아마도 이자람 밴드>로 알아듣고, 행사 포스터에 밴드명을 <아마도 이자람 밴드>라고 인쇄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본인들도 행사장에 도착해서야 이름이 <아마도 이자람 밴드>가 된 걸 알았다고.
이자람은 "혹시 팀명을 다시 짓게 된다면?" 이라는 질문에
"확실히 이자람 밴드" 로 짓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5.
올초 2017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에서 "신의 놀이"로 수상한 영화감독 겸 가수 이랑.
존나 개 잘생겼으니까 한 컷 더
이랑은 올 초 최우수 포크 노래부문 상을 받으며 상당히 독특한 수상소감을 했다.
"친구가 돈과 명예와 재미 세가지 중 두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 이 시상식은 두가지 이상 충족이 안된다. 상금이 없더라.
난 상을 받아서 명예는 충족됐는데 재미는 없고, 상금을 안줘서 돈이 충족되지 않는다. 명예는 감사한다.
이거 팔아야 돈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트위터에도 썼는데 1월 수입이 42만원이더라. 2월에는 감사하게 96만 원이었다.
어렵게 아티스트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상금을 주시면 감사하겠는데 상금이 없어서 이걸 팔아야 할 것 같다."
라고 말하며 정말 트로피를 즉석에서 경매에 붙인 것.
트로피를 팔아 월셋값은 벌었다고 기뻐하는 이랑.
이랑은 관객에게 트로피를 판 후
"저는 여기서 돈과 명예를 얻었고, 저는 재미는 없지만 여러분들이 재미를 얻으셨다. 다들 잘 먹고 잘 사세요. 저는 잘 먹고 잘 살겠습니다." 하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여기서 "돈과 명예와 재미 세가지 중 두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했"던 친구는 바로
신인 작가의 시집 치고는 꽤나 대단한 판매량을 보여주었던 <에듀케이션>의 저자 김승일 시인.
인터넷 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에듀케이션의 수록작 "나의 자랑 이랑" 으로,
-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때
나는 다른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
이라는 구절로 유명한 시이다.
짐작했듯 이 시의 제목 "나의 자랑 이랑" 에 나오는 이 이랑이 바로 위의 이랑.
이 시는 김승일 시인이 이랑을 짝사랑했던 시절 썼던 시로,
당시 이랑밴드 소속이었던 이랑의 남자친구 기타리스트 삼랑이 너무 무서워서,
공연 중 흥분할 때마다 전남친 이름들을 소리치며 욕하는 이랑의 전남친 리스트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짝사랑으로만 남긴 채 마음을 곱게 접었다는 뒷 이야기가 있다.
한 편 이랑의 곡을 음원사이트에서 들으면 가사 정보를 지원하지 않는데,
음원수익구조의 부당함 때문에 돈이 없어서…… 가사를 보려고라도 앨범을 사도록 하기 위해 가사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또 한가지 특이한 점으로 그 앨범에는 CD가 없다. 가사와 앨범 제작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담은 글들이 쓰여있는 책이 앨범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고, 책 내용 중에 음원 다운로드 코드가 적혀있다. 어차피 CD를 안듣는 사람이 많아 다운로드 코드로 대체했다고.
이랑은 영화감독도 겸하고 있는데, 아이린이 출연한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 일부의 연출과 각본을 맡기도 했다.
2집 "신의 놀이"는 지옥도에 가까운 한국의 여성인권실태가 담겨있다는 평이 있다. 이랑은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성혐오에 대해 많이 생각하면서 살다보니 투영된 것 같다고 답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반대집회에 참여하며, 연단에 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갖고 계시나요",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신의 놀이를 불렀던 일이 있다.
6.
2017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부문은 이랑이 받았지만, 앨범 부문을 받은 건
포크 앨범 <빌린 입>을 발매한 이민휘.
상당히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가사를 잘 쓴다는 평을 받는다.
그런 이민휘가 한 때 활동했던 밴드는
장구를 개조해 만든 악기 구장구장과 통기타로 모든 곡을 연주했던,
벌레벌레벌레벌레!! 벌레!! 벌레 벌레벌레벌레벌레 하는 가사로 유명한 무키무키만만수.
좌 만수(이민휘)-우 무키
무키무키만만수의 트레이드 마크는 장구를 세우고 하이햇과 킥을 단 악기 "구장구장" 이었는데
나중에 쪼개져서 화형당했다. 당시 무키가 구장구장에게 쓴 편지 낭독 내용을 잘 들어보면, 무키무키만만수의 리더는 무키도 만수도 아닌 구장구장이었다고 한다.
밴드 활동 시기 두리반이나 제주강정마을 등 사회적 투쟁의 현장에서 자주 보여 운동권 소속이냐는 질문이 종종 있었는데, 딱히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닌데 친구들을 보러간 김에 공연을 하면 그곳이 꼭 시위판이더라, 하고 답했다.
지금은 둘 다 기혼자이다. 한예종 출신인 고로 황지우 시인이 주례를 서주었다고.
이민휘(만수)는 포크앨범을 낸 와중에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고,
무키는영화 <비밀은 없다>에 무키무키만만수 풍의 곡으로 참여했으며, 내년 쯤 첫 개인 앨범을 내기 위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문제 시 피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