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백합강도
첫 키스는 사과향기 같은 거라구?
난 피냄새를 맡았어
혀 끝에 닿는 네 입술의 피
난청을 겪고있는 육상부 시은과 또래보다 조숙한 정신세계를 지닌 교내 왕따 효신의 사랑 이야기
<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 memento mori 1999>
시은아, 너 눈부처가 뭔지 알아?
-눈부처? 모르겠는데.
내 눈을 봐봐.
-왜?
봐봐. 내 눈 안에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아?
-아니, 없는데.
자세히 봐.
-나밖에 없어.
너 처음 봤을 때, 굉장히 큰 종소리를 들었어.
양호선생님이 나 어지러운 거, 임신 증상이랑 똑같대
드디어 우리 사이에 애 생겼나봐
네가 없으면 불안해.
-그럼 어떻게 할까? 아예 등을 붙이고 다닐까?
네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어딘가 사라져버린 거 같아.
-정말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건 너잖아.
그래도 넌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진 않잖아.
-왜냐면...난 널 믿거든.
거짓말.
-어떻게 알았어? 네가 못 믿겠다면 내가 증명해줄게. 우리 공개적으로 확인하자.
언제? 어떻게 할 건데?
몸무게 몇 킬로, 키 몇 센티...
그런 것들이 내 성장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
들리니? 세상엔 음이 있어
사람마다 다른 음을 내는 거야
그래서 화음이 되기도 하고 불협화음이 되기도 하고
너와 난 아주 조화로운 화음이 되는 거지
넌 이제 다른 소리를 듣게 될 거야
너는 이 음을 꼭 기억해야 돼
그냥 우유주러 갔었어. 우유만 주고 오려고 했어.
-나 이제 우유 안 먹어.
"난 네가 창피해."
만일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넌 오늘 죽게 될 거야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학교에서 이러지 말라니까? 애들이 보잖아.
...내가 창피해?
너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나.
무슨...레즈비언 냄새같은데?
효신아 넌 참 나쁜 애야 정말 나빠
단 한번도 널 미워한 적 없는데
이제 영원히 널 미워할 거야
생일 축하해
늘 살기 싫다는 건 너였는데
내가 죽으면 사람들한테 어떤 애로 기억될까?
그냥 한 아이였다, 그렇게 남으면 좋을 것 같아.
한 아이가 죽었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