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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쩌리 글 하나로 삼국지연의 속성 마스터하기 (1)

작성자흥미돋이야기해주는여시|작성시간23.07.19|조회수3,009 목록 댓글 19

출처 : 여성시대 흥미돋이야기해주는여시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3828133?svc=cafeapp


초한지















ㅎㅇ

오늘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삼국지연의를 속성 마스터할 거임.




일단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아는 삼국지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임. 관우가 청룡언월도 들고 무쌍 찍는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후한 말기에 관우라는 인물이 활약한 건 맞음. 근데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들고 전장을 누빈 건 허구의 창작임.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후한 말기에는 등자가 발달하지 않았고, 따라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저런 무거운 무기를 쓸 수 없었음. 애초에 언월도라는 무기 자체가 송나라 이후에 나온 거임.

제갈량이 남만 정벌 때 사용한 지뢰 역시 송나라 이후에 나온 거고, 삼국지에서 툭하면 과거에 낙방하고 초야에 은거하던 인재가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과거 제도는 수나라 때 도입된 거임. 고증에 안 맞는 부분이 많음.

물론 정사를 기반으로 살을 붙여 쓴 책이기 때문에 완벽한 허구는 아니지만, 삼국지연의가 100프로 사실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는 뜻임.










자 그럼 이 삼국지연의를 쓴 사람은 누굴까?















나관중이라는 사람임.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부정확하고, 1400년에 죽은 것만 알려져 있음.


이 분은 쉽게 말해 한량이었음. 과거에 떨어지고 사업 했다가 말아먹고 집안 재산 탕진하며 하루하루 놀고 먹음ㅎ








원나라는 알다시피 몽골족이 세운 나라인데, 얘네는 후대의 명&청과 달리 기록 문화에 별로 관심이 없었음. 역사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이런 게 없었단 뜻임.

따라서 원나라 때는 구술 문학, 즉 연극 같은 공연이 많이 발달함. 한량 짓하던 나관중의 동네 찻집에서도 매일 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공연을 했음. 이 삼국희곡 공연을 하도 많이 봐서 대사를 줄줄 외우게 된 나관중은 자기가 살을 붙여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음.













나관중은 이야기를 창작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음. 요새 말로 따지면 타고난 소설가임. 당연함. 그 정도 미친 재능이 있으니 몇 백년 후인 지금까지 읽는 거임. 수호지도 나관중 작품인데, 중국사대기서 중 두 가지를 이 사람이 지은 거임. 참 재능ㅋㅋ


예를 들어, 정사 속 황충은 그냥 평범한 장수임. 근데 나관중이 황충한테 명궁+노익장 속성을 부여하면서 인생의 황혼기에 자신을 알아봐주는 주군을 만나 충성하는 낭만캐릭이 됨. 조조를 희대의 까+빠 캐릭으로 만든 것도 나관중. 즉 역사 속 실존 인물을 흥미로운 캐릭터로 재창작하고 독자에게 몰입감을 주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소설가였음ㅇㅇ











삼국지연의는


晉平陽侯陳壽史傳, 後學羅貫中編次.

진나라 평양후 진수가 남긴 역사 전기를 후학 나관중이 순서에 따라 편집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함. 1화부터 ㄱㄱ















초한지가 진나라 말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시작하듯, 삼국지는 후한 말에서 시작함.

후한에는 어린 황제를 조종하는 환관 무리가 있었는데, 얘네를 십상시라고 부름. 정사에서는 12명이고 연의에서는 10명인데 장양&조충&하운&곽승&등규 5명만 겹치고 나머지는 안 겹침.









환관이 어떻게 나라를 조종했는가?




-> 후한은 상당이 막장 국가였음.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됐다가 장성할 무렵 갑자기 병사라고 쓰고 독살로 의심되는 의문사하는 건 예사요, 다른 후궁 독살하고 그 자식 빼돌리기, 후궁과 환관이 지들끼리 편 나눠서 싸우기 등등...궁중 암투 사극을 매일 실사로 찍는 동네였음.



고대 국가의 경우 지방관의 부패 방지와 감찰이 아주 중요한데, 중국은 땅덩어리가 엄청 넓음. 한나라는 (그 시대에 비해) 강력한 중앙집권체제가 있긴 했지만 현대에 비할 바는 못 됨. 통신과 교통 수단이 발달하기 이전이라 당시의 관료는 그냥 호족이나 다름 없었음.

따라서 황제는 자신을 보호하고 따르며 황권을 공고하게 해줄 친위 세력이 필요함. 비단 후한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대 국가에서 그럼. 중앙정계에서는 황제의 친위 세력이 득세하고, 반대로 지방정계에서는 각 지방의 유지와 명사로 이루어진 호족 사대부가 득세하며 서로를 견제하고 또 협력하며 나라를 유지하는 거임.



사실 황실이 번영한다고 무조건 황제한테 좋은 게 아님. 황권이 쎄면 좋겠지만, 계승권을 가지고 있는 황족은 언제든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잖음. 따라서 황제의 친위세력이란 황제와 가까우면서도 절대 황제를 배신할 수 없는, 소위 ‘얘 망하면 같이 망하는’ 집단으로 구성돼야 했고 후한의 경우 이게 환관이었음.

황제가 어릴 때는 외척이 득세하고 -> 황제가 장성하면 환관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운 황제가 외척 숙청하고 -> 황제 뒤지면 또 어린 황제가 즉위해 외척이 득세하는...막장 도르마무가 반복됨.

본래 권력은 외척&환관&지방 호족 사대부 세 집단 사이에서 돌고 돌아야 하는데, 어린 황제가 즉위했다가 죽기를 반복하니 외척과 환관 사이에서만 오감. 결국 호족 사대부는 정치적으로 소외됨. 이후 외척까지 몰락하면서 환관의 권세가 어마어마하게 커짐. 세 집단이 서로를 견제해야하는데 정치적 균형이 깨지고 환관만 남으니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부패 집단이 탄생해버림. 이게 십상시임ㅇㅇ









중앙 정부가 부패하면? 당연히 백성이 살기 힘들어짐.










장각이란 인물이 태평도라는 종교 집단을 만들고 교주를 자처하며 대규모 농민 반란을 일으키는데, 이걸 황건적의 난이라고 부름. 안 그래도 간당간당하던 후한 황실의 권위는 이 난을 기점으로 완전히 추락하고, 온갖 영웅호걸이 활개를 침. 사실상 삼국지의 시발점 같은 사건임.


위에서 말했다시피 중세의 제국은 교통과 통신 수단의 발달이 미흡함. 그런 제약 속에서도 지방관을 감찰하고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영향력을 유지하는게 1순위임.

황건적의 난이 일어남 -> 각 지방의 반란을 진랍하려면 각 지방 통치기구가 군사를 모집하고 지휘하도록 중앙정부에서 허락해야함 -> 지방의 세력이 커짐 -> 중앙정부의 통제력 상실




즉, 한나라 중앙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지방관’이 각자의 세력을 가진 군벌이 된 거임. 나라 ㅈ됨.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안녕 나 유비



고대 국가에서 365일 군대를 유지하는 건 힘듬. 군인은 대개 젊은 남성일 텐데, 그들은 농업 사회에서 가장 주요한 인력임. 농사 지어야 하는 놈들 데려다가 군사 훈련 시키면 나라 망함. 게다가 그 군인들 봉급과 물품도 국가에서 지급하려면 두 배로 망함.

따라서 평소에는 최소한의 병력만 유지하다가 황건적의 난 같은 민란이나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군대를 모집하고 훈련 시킴. 황건적의 난처럼 각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는 민란의 경우 지방군이 특정 장교 아래서 사병화되거나 & 지방의 세력가가 지방민을 모아 무장시킴.



유비는 한나라 황실의 먼 후손으로, 현재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사는 돗자리 장수였음. 황건적의 난에 맞서 싸울 관군을 모집한다는 방을 보고 ‘에휴 나라 꼴 ㅈ됐네...’하며 한숨을 쉬는데













“거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할 생각을 해야지, 왜 한숨만 쉼?”


장비가 등장함. 유비와 장비는 대화하다가 자연스럽게 술집에 가는데












“어 님들 의용군 지원할 거임? 엌ㅋㅋㅋ저도ㅋㅋㅋ”


관우를 만남.
















장비가 말했다.

“집 뒤에 복숭아밭이 있는데, 꽃이 한창 성할 때요. 내일 동산에서 천지에 제사를 지내고, 우리 셋이 의형제를 맺어 힘을 합치고 마음을 함께 해야,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을 테요.”

현덕과 운장이 일제히 대답하였다. (현덕=유비, 운장=관우)

“좋은 생각이네.”

다음날, 복숭아밭에서 검은 소와 흰말을 갖추어 제물로 삼고, 세 명이 분향한 뒤, 두 번 절하여 맹세하였다.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성씨는 다를지언정 의형제를 맺은 즉, 마음을 함께하고 힘을 합추어, 어렵고 위험할 때 서로 도울 것이다. 위로는 나라에 갚고, 아래로는 뭇사람을 평안케 할 것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나지 않았으나 한날한시에 죽기를 바라며, 하늘과 땅의 왕이 우리 마음을 굽어 살피어, 의와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과 사람들이 벌하여 죽을 것이다.”

맹세를 마치고 절하여 현덕을 맏형으로, 관우를 둘째로, 장비를 막내로 삼았다. 천지에 제사를 다 지내고 다시 소를 죽이고 술을 가져왔으며, 고을 중의 용사들을 모아 300여 명을 이루니, 복숭아밭에서 취할 때까지 마셨다.





도원결의 이전에 뭐 찻잎이 어쩌고 하는 에피소드는 다 연의 이후에 창작된 다른 판본이고, 연의에는 바로 도원결의함. 정사에는 셋이 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다는 묘사만 나오고 도원결의 자체가 안 나옴.








아니 오늘 만났는데 내일 의형제요? 갑자기? 할 수 있음.


여기서 고전 소설의 특징을 설명하자면, 당시의 문학은 대개 구술 문학이었음. 쉽게 말해 판소리 생각하면 됨. 조선 시대 평범한 백성이 글 배워서 비싼 종이책 사서 독서하는 게 쉬울까, 길거리 소리꾼이나 만담가 앞에 모여서 이야기 듣고 깔깔 웃는 게 쉬울까? 당연히 후자가 쉬움.

사람들을 모아놓고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푸는데 유비의 과거사가 어쨌고 장비가 어린 시절에 어쨌고 한나라 조정이 어쨌고 저쨌고 구구절절 푼다? 다들 재미 없다고 가버림. 따라서 고전 문학은 대개 강렬한 묘사로 일관함.



또한 유비 관우 장비의 만남을 존나 간결하게 써서 더 멋있음. 서로 아무 관련 없던 세 사람이 세상과 백성을 위한다는 대의 아래 우정으로 뭉쳤다? 간지남.

중국 문학에서 복숭아는 대대로 이상향임. 도원명의 도화원기를 봐도 그렇고, 서왕모가 관리하는 정원의 과일도 복숭아임. 난세를 한탄하던 세 사람이 대의를 위해 의기투합하고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는다? 존나 간지. 이런 간결함과 우연성 때문에 삼형제의 운명, 즉 셋은 언제든 서로를 만나 함께하며 세상을 누비고 영웅담을 쌓았으리란 강렬함이 부각 되는 거임.













쨌든 이제 의형제를 맺었고 의병도 모집했으니 대의를 이루러 가야겠지?
















(자꾸 다른 이야기로 새다 보니 내가 지침...)














- 1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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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수사해당화 | 작성시간 23.08.13 핾 저랑 도원결의,,🥰하시져
  • 작성자아기오구 | 작성시간 23.09.04 꿀잼 맨날 삼국지읽어야지 하고 실패했는데..
  • 작성자쟈니안쟈니 | 작성시간 23.11.22 앜ㅋㅋㅋㅋㅋ너무 잘 봤어... 2탄 조용히 존버하며 기다릴게 흥미진진하다
  • 작성자꿈대로이뤄져 | 작성시간 24.09.13 헴 2편 어디잇서요 어디잇서요.. 너무 재미나요..
  • 작성자별이바라기 | 작성시간 24.11.24 (2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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