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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헌군주제 송중기 X 문채원 궁 30대 버전 재회물
* 착한남자를 본 어떤 팬이 재회를 바라면 쓴 상플글
"가끔 나와 손 몇 번 흔들어주는 왕 그게 뭐라고 이렇게 유난이야. 걔네가 누구덕분에 먹고사는데. 그 세금 내가 얼마를 내고있는데. "
대한민국 재계 1위 태산기업 장녀 차지원. 현재 태산 부회장이다. 왕실 사람들은 그저 살아있는 관광물에 불과하다 생각하지만
과거에 자신이 찬 가난뱅이 구남친이 왕자였을 줄이야! 구남친의 후폭풍은 스케일이 달라 국혼으로 엮였다.
"태산이 낸 세금이 태산 비리에 걸린 돈만할까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서민들 피빨아먹는게 왕족일지, 태산일지 물어봅시다.
이 나라를 위해 없어져야할건 태산입니다."
왕이었던 형이 개차반이었던 탓에 자리에서 내려오고, 비교적 늦은 나이인 서른에 왕이 된 이림. 부패로 얼룩진 재벌을 썩은 돈냄새 난다고 제일 싫어한다. 결혼을 미루고 미루다, 서른 여덟. 더이상 늦출 순 없단 왕실의 압박으로 결혼을 한다. 그 상대 중에 차지원이 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 똑같은 처지라 생각했지만 가장 힘들때 자신을 버렸던 옛 연인이 태산그룹 장녀였을 줄이야.
=
차지원이 궁에 들이닥쳤다. 일정에 없던 궁 방문을 하는 차지원이 그래도 가로막히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오늘 아침 간택된 왕비였기때문이다.
"제가 간택되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문제 있나요?"
숨을 몰아쉬는 지원과 달리 이림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지도 않고 태연히 차를 마실 뿐이었다. 그 꼴은 지원의 화에 더 기름을 부었다.
왕이다, 왕, 되내이며 지원은 인내심있게 예의를 차렸다.
"몰라 묻는게 아닐텐데요"
"간택단자를 보낸 것은 태산쪽인데"
"당사자 허락 없는 혼인도 있답니까 "
"혼인이 싫은건가요, 제가 싫은건가요"
"폐하라서 싫습니다"
"저는 차지원씨라서 하고싶은데요"
"예의차릴 때 그만하시죠"
"예의차리지마 그럼. "
"야"
"왜떠났어 그때"
"그것때문에,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었니?"
"네 입으로 들어야겠어"
"너랑 그꼴로 사는게 지겨워서 떠났어. 됐어?"
"그래서 기회주잖아. 내 옆에서 호화롭게 한 번 살아보라고. "
"억지 그만부리고 다른 사람 찾아"
"내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는거 넌 볼 수 있어?"
"너 진짜 구질구질하다"
"나는 네가 나말고 다른 사람 만나는거 못보겠어."
=
이림이 국왕에 즉위한 것이 서른, 이전의 왕들에 비하면 비교적 늦은 나이였다. 이림의 형이 기어코 왕위를 집어던졌기때문인데, 집어던진다고 던져질 왕위는 아니었으나 개차반이었던 그의 행실에 대한 여론으로 인해 결국 이림이 차기왕이되었다.
왕이 아니었다면 자잘한 이슈나 됐을 일이지만, 즉위한 이상 본인의 연애사가 국사나 다름없어졌기에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해야했다. 서른 중후반. 더이상 연애가 아닌 결혼을 고심해야할 나이였다.그러니까 세자빈이 아니라, 중전을 고르는 것이었다.
쟁쟁한 후보들이 선출된 것이 반, 제안받은 것이 반. 나이가 너무 어려서도, 많아서도 안됐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노리자는 의견은 반려되었다. 이시대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오히려 스캔들이 씹기 딱 좋은 소재일 뿐이었다. 여러모로 국민의 눈치를 보는 왕실이었다.예와 다르게 왕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갔다. 국민의 세금으로 호위호식하는 왕실의 존폐여부를 논하기도했다. 그러니까 왕실은 명분있는 돈이 필요했다.
"태산그룹에서 제안이 왔다구요?"
"네"
"당사자 의견은요?"
"차지원 부회장이요?"
"...가만안있을텐데"
"누구맘대로 간택단자를 올려"
그러니까 차지원은 딱 맞는 대상이었다. 국왕과의 나이차이도 적절했고 그 나이대 재벌치고 흔치않은 미혼이기도했다.
세간에는 이미 한 번 갔다왔다, 애인은 따로있다더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법적으론 깨끗했다.
"...그게, 회장님께서, 부회장님!!"
차지원은 곧장 회장실로 쳐들어갔다. 아니나다를까 동생 성원도 아버지와 함께있었다.
"네 동생 성원이도 진작에 한 걸 왜 너라고 못하니"
"태산이 어디 밑진거있습니까. 뭐가 부족해서 왕실을 상대로까지 결혼사업을합니까?"
"거 누나덕에 우리도 로오열 패밀리가 되어보는거지"
능글거리며 웃는 성원. 저 속내가 뻔히 보였다. 아버진 날 팔아 태산 이미지 한 번 닦아보겠단 것이었고, 성원은 지원이 왕실사람이되면 회장자리를 욕심낼 수 없을것이라 생각했겠지.
"결혼으로 사업 안해도, 나 혼자 태산 이끌 수 있어요"
"그쪽에서 거절하면 될 일 아니니"
"자신있나봐 누나?"
"그입안닥쳐?"
=
성원의 말대로 그래. 미쳤다고 나를 승낙하겠어. 라고 내심 안심했던 지원은, 뒤통수를 맞았다. 다음날 아침, 중전으로 간택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공식적으로 보도된 사항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합격자에게 공고 전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전화를 받은 즉시 지원은 차를 몰고 궁으로 갔고 결국 들은 것은, 그때 왜 자신을 찼냐는 말이었다.
=
지원은 이림을 처음 만났을 때, 아니 이림을 왕자로 재회했을 때를 회상했다. 공식행사라면 진절머리를 치는 지원이 어쩐 일로 왕실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이림 왕자가 나온다잖아."
"왜 이림 왕자가 궁금하세요?"
"너 이림 왕자 실제로 본 적 있어?"
"아뇨. 한 번도... 그냥 왕실 사람 중 하나겠죠"
"지금 왕을 내리고 다음 왕으로, 이림을 고려중이라는 말을 들었어. 왜 여태 숨겨뒀겠어"
"부회장님처럼 욕먹기 싫어서 사진안찍히는건 아니구요?"
"두고봐. 이림이 왕이될테니까. 뭐, 왕실이 아니꼽긴하지만 알아둬서 나쁠건 없잖아?"
모처럼 장난기가 보이는 지원에게 비서는 혀를 찼다. 왕자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지만, 지원이 다가가자 모두 길을 비켜주었다. 태산 부회장 차지원입니다. 태산, 그 이름만 들었을 때 이림은 달갑지않았다. 한국에서 제일 돈 많은 기업임과 동시에, 가장 부패된 곳 아니던가.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이림은 피할 수 없었다.
서은기
강마루
그렇게 다시 듣고싶었던 이름을,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입에서 들렸다. 카메라 플레시는 속도 모르고 옛연인의 재회를 감쌌다.
=
그러니까 15년 정도 전. 차지원은 서은기라는 이름으로, 이림은 강마루라는 이름으로 영국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다. 태산 장녀라는 것과 왕자라는 것이 알려져서 좋을 것은 없었기에 둘 다 동양인 자체가 적고, 있더라도 이민자인 곳으로 가야했고 공교롭게도 찾는 곳이 비슷했던 왕자와 재벌은 같은 동네에 살게 된 것이었다. 한국인은 한국인을 알아본다. 두 사람은 첫 눈에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았다.
하필 옆집이 한국사람이야 할 때 쯤,
문 앞에서 마주치고 눈인사만 슬쩍 할 때 쯤,
쟤도 참 구질구질하게 산다라고 혀를 찰 때 쯤,
둘은 이미 서로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둘은 비슷한 처지였다. 그들에게 영국행은 유학이 아니라 유배나 다름없었다. 차지원은 태산 장녀라는 허울좋은 타이틀만 가졌을 뿐, 모든 것은 아버지의 둘째부인이 낳은 동생, 차성원에게 돌아갔다. 둘째 엄마는 성원이 클수록 지원을 경계했다. 해외에서 경험쌓는 것도 좋잖아요, 미래에 태산 경영도 할려면 하고 구실좋은 말로 지원을 유학보낸 것도 둘째엄마였다. 이왕 경험쌓는거, 집안 지원없이 혼자 살아보란 아버지의 태도도 한 몫 했지만. 지원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하지않았다. 악착같이 공부해 장학금을 타냈고 불같던 성격까지 죽여가며 저녁타임 바리스타로 일했다.
이림의 경우엔 지원과 반대되는 상황이었다. 이림의 어머니가 둘째 부인이었고 이림은 약하게 태어났다. 어릴 적 부터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던 이림에게 왕실에 대한 부담때문이라고, 해외로 나가 자유롭게 살라 명한 것이었지만 실상은 차라리 해외에서 죽으란 뜻이었다. 이림은 그들의 뜻에 맞추어 미련없이 살았다. 아픔을 잊기 위해 약도 하고 술도 마셨다. 이림은 더이상 삶에 의지가 없었다. 마실 술을 사오던 길, 열쇠를 돌릴 힘 조차 남지않았던 이림은 문 앞에서 쓰러졌다. 이림을 들쳐업고 병원까지 간 것은 곧이어 도착한 지원이었다.
"같이 살래요?"
지원은 이림이 눈을 뜨길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금방 정신차린 사람 앞에서 지원은 자신이 하고싶은 말 부터 대뜸 꺼냈다.
"내가 누군진 알아요?"
"옆집 살잖아요. 한국인이고"
"이름은?"
"강마루"
"어떻게 알았어요?"
"우편함 슬쩍했죠."
"왜 같이 살고싶은데요?"
"돈없잖아요 그쪽도. 그러니까 합치자구요"
"돈때문에 동거를 합니까?"
"싫어요?"
"...그쪽 이름은 뭔데요?"
둘에게 미래는 없었다. 서로의 정체도 모른체, 인생에 없을 사랑을 했다. 돈 아껴가며 장보고 음식을 차려보고 아침이면 웃으며 눈인사하고, 서로의 아버지 이야기는 조금 지어내서 하고 코를 맞대며자고 공부를 하며 밤을 새고 덩그러니 누워있는 상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이별을 전제로한 사랑은 전에 없던 진심을 심어주었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 다시 전쟁같은 삶을 시작하더라도 이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균열은 다시 이림의 건강으로부터 시작됐다. 지원과 함께 살면서도 끊지 못한 약은 지원이 언제든 이림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게했다.
"약먹지말랬지"
"미안"
"제발 내앞에서 무너지지마"
먼저 떠난 것은 은기, 그러니까 지원이었다. 지원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다시 눈을 뜨니 병원이었고 강제로 재활센터로 이송됐다. 그곳에서 죽기살기로 버틴 것은 지원이 집에 있을 것이란 희망때문이었다. 자신을 기다리고있을 지원을 위해. 재활센터에서 나왔을 때 누구 하나 마중나와있지않았다. 집에갔을 때 지원은 없었다. 이림은 늘 함께 눕던 침대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은기의 물건이 없는 것을 알아챘다. 은기는 모든 흔적을 가져갔다. 함께 찍은 사진까지 없애버렸다. 다시 혼자가 된 밤 이림은 침대맡에 앉아 새벽이 오길, 아침이 오길, 다시 저녁이 오길, 은기가 오길 기다렸다.
같이 살자고할 땐 언제고 갈 때도 자기맘대로다. 이럴거면 같이 살자고하지말지. 책임지지도 못할거면 왜 나를 끌어들였나. 혼자 살다 죽게 두지. 그때 그렇게 쓰러진채로 죽게 뒀어야했다. 돌아온 것은 죽음보다 못한 삶이었다. 내 삶도, 죽음도 사랑도 결국은 이렇다. 나약한 정신은 지원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가장 약할 때 나를 버린 연인, 서은기. 나약한 정신은 은기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배신감은 생에 대한 의지에 다시 불을 붙여주었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봐야겠다. 봐서 물어보고야 말 것이다. 왜 하필 이때 나를 버렸느냐고.
10년 후 두 사람은 진짜 이름으로 돌아가 태산 장녀 차지원, 왕자 이림으로 만나게된다.
"처음뵙겠습니다. 이림입니다"
"차지원입니다"
지원은 이림의 손에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잡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손을 잡고 놓지않는 쪽은 이림이었다. 눈을 마주쳤을 때, 서로가 직감했다. 서은기와 강마루. 그렇게 버리고 잘도 살아왔구나. 잘도 날 속였구나.
다시 만나면 어떨까, 상상해봤지만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왕자인 줄 알았지. 네가 신데렐라인 줄 알았고. 하지만 둘 다 아니었네. 누구도 구해줄 필요 없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한쪽이 아니라고하면, 없던일이 되는 사이였다.
이림은 버려진 대군이었고 지원도 버려진 장녀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 다 굳이 매스컴을 탈 일이 없었다. 모든 조명은 이림의 형과 지원의 동생에게 돌아갔다. 지원의 공은 의도적으로 지워졌다. 건강하지 않은 이림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처지기에 굳이 공개하지않았다.
그러니까 못찾았지. 너는 서은기가 아니었으니까. 아는건 이름 하나뿐이라생각했는데, 이름조차 거짓말이었을 줄이야. 이림은 왕실의 기대와달리 정신을 차리고 건강해져 한국으로 돌아왔다. 권력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은기를 찾기위해서였다. 백방으로 서은기라는 여자에 대해 찾았지만 건진 것은 없었다. 혹 외국에 있나싶어 수소문했지만 모두 없었다.
지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당당하고 독한 그 눈빛. 다시 만났어도 흐트러짐 조차 없던 행동. 태산 장녀가, 돈이 없어 함께 살자고 했었다니, 온 나라가 웃을 일이다.
10년만에 만난 마루, 아니 이림은 적어도 건강해보였다. 왕실 밥이 맛있긴한가봐. 지원은 애써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인정하자. 내가 서은기가 아니듯, 그때의 강마루는 더이상 없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지원은 마루에 대한 소식 조차 찾지 않았다. 흔들릴 것 같아서, 다시 다 버리고 돌아가고싶어질 것 같아서였다. 그건 그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안 될 일이었다. 그를 다시 만나는 것을 들키면 그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런데, 그가 대단한 왕족이었다고. 지원은 마루보다 10년은 늦게 배신감을 느꼈다. 처음으로 진심을 보여준 사람이었는데, 다 포기하고 옆에 있오싶은 사람이었는데. 그 순간들이 모두 거짓이었다.
"태산이 비리로 해먹은 돈이 태산이 낸 세금만할까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서민들 피빨아먹는게 왕족일지, 태산일지 물어봅시다.
이 나라를 위해 없어져야할건 태산입니다."
"가끔 나와 손 몇 번 흔들어주는 왕 그게 뭐라고 이렇게 유난이야. 왕이 누구덕분에 먹고사는데. 그 세금 내가 얼마를 내고있는데. "
재회 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이를 드러내기 바빴다. 왕실에서 입지를 다지던 이림의 태산을 없애야한다는 발언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든 지원 또한 왕실을 스스럼없이 까내렸다. 두 사람의 비서는 이 말들이 새어나가지않게 막기 바빴다. 어쩌다 공식 석상에서 만날 때 그들은 서은기와 강마루였던 적 조차 없었다는 듯, 기업가와 왕실사람으로대했다. 시간이 갈수록, 볼수록 얄미워지는 상대방을 어떻게 까내릴 수 있을까 이를 갈아댔다. 과거에 만난 것은 서은기와 강마루지 차지원과 이림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지원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림이 자신의 간택에 찬성했을 줄. 묻어두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한 줄 알았던 그때 일을이제서야 꺼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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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집안의 우호적인 지원 아래 국혼은 차질없이 진행됐다. 사업이라 생각하면 의연하게 임할 수 있었다. 동생 차성원도 정략결혼한걸, 그래 자신이라고 못할까.
상대가 구남친이라는게 문제긴하지만, 감정보단 태산을 위한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서른다섯에 전통혼례복에 연지곤지까지 찍고 있는 꼴이 영 우서웠지만 상대가 국왕이다보니 형식적인 절차를 무시할 순 없었다.
눈앞에서 이죽대는 이림의 옆구리를 차고싶은것을 겨우 참아가며 어색한 폐백까지 드리고 각 집안 어른들을 뵙는 자리차례였다. 동생 성원까지 그곳에 껴서 히죽댔다. 망할 가채를 벗어 후려치고싶었지만 참자, 공식행사다. 사진찍힌다. 되내이는 지원이었다.
성원은 아무래도 한 마디 할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속을 긁는 말을 했다.
"누나는 성질 좀 죽이고. 이제 출가외인이니까"
"차성원. 말 좀 가려서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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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중전인데, 말 높여야지"
"야 차지원"
"지원이 말이 맞다. 누나라고해도 이제 이 나라의 왕비니까, 말 조심해"
차회장이 지원의 말에 동의하며 성원의 입단속을 시켰다. 멋대로 따라온 성원이 불안한 것은 차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왕족, 왕족하는가봐요. 이렇게 재밌는걸 자기들끼리 했네"
이젠 지원이 성원을 비웃을 차례였다.
신혼여행이라지만 지원의 고집으로 결국 못가 궁에서 합방하게된 둘을 남겨두고 비서진들은 알아서 빠져주었다. 어린 애들도 아니고 알 것 다 아는 마당에 첫날밤은 무엇이고 절차는 어떠한 것인지 일러줄 필요는 없었다. 신혼방에 들어선 지원의 표정이 구겨졌다. 가뜩이나 불편했던 가채를 벗어던지고 좀 쉬고싶은데 방이 하나다. 뒤따라오는 이림에게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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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건"
"한침대 쓰는걸 바래?"
"왜 각방이 아닌건데"
"잊었나본데, 이거 허니문이야"
"너야말로 잊었나본데, 우리가 진짜 부부는 아니잖아?"
"첫날밤인데, 방 두개 잡았단거 들키면 퍽이나 조용하겠다 여기나 저기나"
"첫날밤도 아닌게"
지원은 툴툴대며 가채와 겹겹이 쌓여 갑옷같던 옷을 풀어해쳤다. 진작에 볼장 다 봤던 사이면서 첫날밤은 무슨.
정작 그날 잠 못 이룬 것은 이림이었다.
"너도 맥주?"
"와인"
"그땐 잘만 마시더니"
"네가 좋아해서 마신거야 그땐"
"..."
=
"중전은?"
"중전마마께서는 오늘도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첫날밤 이후, 궁에서 지원을 보기는 여간 힘든 엇이 아니었다. 내리 소박맞고있는 왕 이림은 지원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궁 생활이 답답한건 그러려니하는데, 이렇게 외박만 해서야."
이림의 생각과는 달리 지원은 정말로 일때문에 바빴다. 궁 안에서의 생활도, 태산 부회장으로서의 생활도 성공적으로 해내야했다. 국혼을 하였다고 직업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누구 좋으라고. 간사한 남동생은 나를 왕실 사람으로 만들면 자리에서 내가 물러날 줄 알았겠지. 어림없다. 지원은 결혼 전 보다 더 미친듯이 일을 했다.
"여전하네. 쓰러질듯이 사는거."
이림은 지원의 잠든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찼다. 그때나 지금이나 독한건 똑같네. 독한건 진짜였어. 암.
그시절 은기, 그러니까 지원을 보고도 이림은 놀랐다. 잠을 이렇게까지 안자도 사람이 살 수 있나싶을 정도로 지원은 독하게 공부했더랬다.
'잠안와?'
'잠 오면 안돼'
불면증에 시달리던 이림은 잠을 억지로 자지않으려고하는 지원이 신기했다. 눈을 뜬 지원의 어깨엔 작은 담요가 걸쳐져있었다. 그때도 내가 버티다 잘 때면 이불덮어주곤했지. 가끔 이렇게 그 시절을 떠올리게하는 순간이 있다. 눈을 떴을 때 이림이 보일 땐 자신이 15년 전으로 돌아온 것인지 몽롱한 꿈속을 헤매다 깨곤했다. 그때보다 훨씬 큰 방에, 훨씬 좋은 밥을 먹고있지만 이미 서로의 마음엔 불신이 자리잡은 후였다. 이림이 죽은듯이 잘때 지원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 듯 벌떡 일어나 그가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림은 간지 오래였다. 오랜만에 궁에서 자야겠다.
=
금방전까지만해도 태산사무실에 있던 지원이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에 이림은 황급히 약통을 숨겼다.
그걸 지원이 모를 리 없었다. 불신의 씨앗이 그놈의 약이었으니까.
"너 아직 약먹니?"
"넌 하나도 안변했어. 여전히 나약하고 여전히 텅 비었어. 적어도 지금은 바꼈어야지. "
"그약 내놔"
"그렇게 죽고싶으면 혼자 죽어. 내 앞에서 죽지말고."
"그런 약 아니라고!"
"그럼 뭔데. 왜 숨기는데!"
"잠 못자서 먹는약까지 너한테 보고해야해? 아직도 의심되면 의사불러다 물어봐. 이게 마약인지, 수면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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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이림의 약에 과민반응하게 한 것은 과거의 이림 자신이었기때문에 그 의심에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지원도 지쳐갔다. 것봐. 다시 만나도 달라질거없잖아. 그때랑 똑같잖아. 여전히 이림을 믿지 못하는 지원은 결국 제자리임을 깨닫고 다시 나가버렸다. 과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과거처럼 지원은 떠났고 이림은 지원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지원이 왕실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을 리는 없었다. 아직도 고리타분한 왕실 어른들은 장사치라고 태산을 까댔지만 지원은 눈도 깜짝하지않았다. 태산이 아쉬워한 결혼이 아니었고 지원은 늘 자신이 말하던 '살아있는 관광물'이 되긴 싫었다. 부회장직을 내려놓지않고 일만 한 것은 그 이유였다.
왕실 행사는 대부분 불참했다. 이를 어른들이 나무라면 언제나 저는 왕실보다 태산이 먼저입니다. 라 말하곤 '저런 저런 되바라진' 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자처했다.
=
대중들은 둘의 만남에 관심이 컸다. 서른 여덟 왕이 서른 다섯 태산 부회장과 결혼하는 것이 흔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결혼 후 첫 공식석상이었다. 인터뷰 전 사전 대본이 둘에게 갔다. 전날 대판했지만 티를 낼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연애로 만난걸로 하자?"
"네, 뭐. 정략결혼이면 이미지 좋아질 의미가 없잖아요. 태산 또 결혼으로 사업한다. 말밖에 더 나오겠어요?"
"언제 어디서 만난건데?"
"5년 전 쯤, 그때부터 만났다고합시다. 두 분 그때 처음 만났잖아요. 그 이후로 관심이 생겨서 만났다 정도?"
"두분 첫만남은 어땠나요?"
https://img.theqoo.net/YluYy
"10년 전 쯤인가, 잠시 궁을 나가 산 적이 있는데, 옆집이더라구요 알고보니. 그때 처음만났죠 우리"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림은 대본에서 어긋난 말들을 해댔다. 이림의 대답에 지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이야기를 왜 꺼내 여기서.
"그럼 왕비님. 폐하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별로였어요. 뼈밖에 없었어요. 되게 못생기고, 피골이 상접하고... "
지원도 지지않고 비밀이나 다름없던, 언제 죽어도 상관없던 시절 이림을 말했다. 지금이야 사람됐지, 그땐 말라서 지원이 업을 수 있을정도였다. 엉망인 인터뷰를 끝내고 이제 한 소리 듣겠구나, 했지만 비서진 얼굴에 어쩐지 화색이 돌았다.
"두분 세세한 이야기까지 언제다 준비하셨어요? 대본보다 더 그럴듯한데요?"
"상상력 좀 발휘해봤죠"
지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지원이 여전히 부회장직을 내려놓지않자 성원은 속이 꼬였다. 독한 차지원. 아버지의 바람대로 국혼 후 태산의 이미지는 더 좋아졌다. 동시에 왕비이자 부회장인 지원의 이미지와 입지는 더욱 커졌다. 제 손으로 지원의 간택단자를 밀어넣었던 성원이었지만 더 좋아질 꼴은 못보겠다싶어 찾아온 것이다. 말 없이 온 동생은 이미 응접실에서 지원과 이림을 기다리고있었다. 제 집이라도 되는 양 다리를 꼬고 소파에 손을 벌려 앉아있었다.
"왜왔어"
"결혼한게 언젠데 아직 집들이를 안해서. 내가 직접왔지. 마침 폐하도 계셨네. 매형이라 불러도되죠?"
"말조심해 차성원"
"와, 이제 남편이라고 편드는거야? 현모양처 다 되셨네."
성원이 지원을 향해 비웃으며 말했다. 지원과 동생의 신경전에 이림은 가만히 관전할 뿐이었다.
"그런데 누나 사랑은 따로있는데 그치"
"그 소리하려고 왔냐?"
"재밌는데요, 더 해보세요"
이림은 놓치지않고 끼어들었다. 차지원의 옛사랑, 구미가 당겼다. 자신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걸까.
"재밌다잖아. 그리고 결혼은 매형이랑 했는데 뭐어때.
근데 매형도 너 약쟁인거 알ㄲ"
분노한 지원이 뜨거운 찻잔을 성원의 얼굴에 부은 것은 그 순간이었다. 성원의 비명소리에 바깥의 경호원들까지 들어왔고 지원은 다신 차성원을 궁에 들이지말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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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동이 일고 이림은 생각에 잠겼다. 차지원이 황급히 입을 막긴했지만, 그의 입에서 약쟁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거야 대체. 약까지손댔단 뜻인가싶어 그는 지원 몰래 성원을 한 번 더 만났다.
"누나한테 무슨 소리 들으려고 저를 또 불러요?"
"지원씨에 대해 물을게있어서요"
성원은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저 둔한 왕이 누나를 의심하기시작했다. 차지원이 궁에서 성질을 죽일 리가 없었다. 용케버틴다 했는데, 역시 이림도 차지원이 못마땅한 것이 분명했다. 성원은 신나서 말했다.
"어디까지 말해드릴까"
"아는거 다 말해줘요"
"제가 왜요"
"우리 두 사람 이간질시키려는게 성원씨 목적 아니었습니까.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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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영국에 있을 때, 남자가 있었거든요. 아, 매형 알면 좀 놀랄 수도 있는데 동거까지했어요'
'...'
'안놀라시네. 하긴 뭐 요즘세상에 그죠.'
'이정도론 별로 이간질이 안되는데요'
'이젠 될걸요. 차지원 거기서 마약했어요'
'마약?'
'아버지 전화하는거 엿들었거든요. 역정내시니 문 밖으로 당연히 들리죠. 마약, 재활원, 경찰 이런 말들이 들리는거예요. 듣고 알았죠. 차지원 저거 마약했네. 그러니까 매형의 와이프, 대한민국의 중전이 영국에서 남자랑 동거하면서 마약했단 말이에요. 어때요?'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성원은 속으로 웃었다. 목적이 이루어졌단 생각에 참을 수가 없었다. 이혼당하고 돌아온 차지원이 태산 부회장으로 남을리 없을테니까. 이제 성원은 누나의 이혼을 누구보다 이혼을 바라는 사람이되었다.
이림은 곧장 태산 차회장에게 갔다. 본인이 아는 한, 차지원은 영국에서 약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약이 걸려서 돌아왔다니. 지원의 동생의 말과 맞지 않지만, 확인해야할 부분은 있다. 차지원이 귀국한 진짜 이유. 자신을 버린 이유가 어쩌면 자신의 약과 관련있을 지도 모른다는 확신이들었다.
차지원의 아버지 차정규 회장은 갑자기 찾아온 이림에 당황하지도않고 여유있게 차를 권유했다. 지원이 약을 해서 귀국했다는게 사실이냐는 물음에도 당황하지않고 이림의 의중을 떠보기까지했다. 여러모로 차지원의 아버지다웠다.
'성원이가 말했나봅니다. 이걸 빌미로 이혼이라도 하시려는겝니까.'
'사실을 묻는 것입니다. 그때 중전이 왜 귀국해야했는지.
차성원씨의 말이 신뢰는 가지 않지만, 100프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확인하러온겁니다.'
차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걸릴 것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성원이 그 모지란게 여태 잘못알고있었군요. 마약은 지원이가한게 아니라, 지원이랑 같이 살던 놈이 했던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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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영국에서 같이살던 시절. 지원이 꼬박 하루를 새고 마지막 시험을 치고 돌아온 날, 방에 쓰러져있는 이림을 발견했다. 그의 입가에 가루가 묻어있었고 죽은듯이 누워있었다. 지원의 머리가 댕, 하고 울렸다. 자신의 앞에서 사랑하는 이가 죽는 것은 한번으로 족했다. 병원에 전화하던 지원은 멈칫했다. 지금 그가 병원에 가게되면, 약을 한 것을 알게될 것이다. 이정도 양에, 이정도 상태면... 지원은 위급상황에서도 침착히, 이림을 위한 결정을 내린다.
서랍장을 뒤져 오랫동안 쓰지 않던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도와주세요 아버지"
그만하자 이제. 전화와 함께 지원은 꿈같던 생활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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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묻지말고 남자를 치료해주는 것. 그것이 지원이 내건 조건이었고 아버지의 조건은 곧장 귀국하는 것이었다. 태산에서 지원이 남자를 만나 같이 사는것을 모를 리 없었다. 허락될 리 없는 사랑이었다. 불장난 정도로 치부했지만 지원의 귀국이 늦춰지고 남자와 귀국까지 함께하겠단 말까지 들은 마당에, 태산 회장이 못해줄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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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살려서 재활원에 보내고 또 경찰에 넘기지 않는 조건으로 지원이가 돌아왔던겁니다.
제가 아무리 왕실과 연이 닿고 싶었던들, 마약한 아이를 내세우겠습니까.
그때 만났던 자는 지원이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걱정마시고, 궁으로 돌아가시죠. '
이림이 표정이 굳는 것을 보고 차회장은 의아했다. 문제없다는 것을 알았는데, 오히려 문제가 생긴 표정. 어쨌든 차회장으로서는 찔릴 것도 없었다. 지원이 마약을 한 것도 아니고 불쌍한 사람 하나 구해준 것 정도로 치부했던 과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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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집으로 돌아온 이림은 구역질이 났다. 15년은 전에 먹은 약이 다시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이럴 순 없었다.
왜 묻지 않았을까. 어떻게 자신이 병원에 갔는지, 갔는데도 잡혀가지않고 누구도 묻지않고 순순히 퇴원을 시켜줬는지.
왜 지원이 이기적이라 떠난 것이라 생각했을까. 왜 당연히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을까.
네가 날 버렸잖아. 그래야하는데.
그렇게밖에 생각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차지원 말이 맞았다. 자신은 여전히 나약하고 텅 빈 인간이었다. 그 세월간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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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림이 아버지를 만났다는 사실을 듣고 지원도 차회장을 찾아갔다. 무슨 말을 했느냐 물어도 차회장은 장인과 사위사이에 할 법한 이야기라고만 둘러댔다. 시시콜콜한 사업 이야기나 했겠거니, 하고 궁으로 돌아간 지원은 질린 표정의 이림을 마주했다.
"그때 나 떠난거, 나때문이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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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줘 제발"
"...이미 알고있네"
숨기려고한 것은 아니다. 그런걸로 생색내고싶지도않았다. 차회장의 생각처럼, 지원은 그저 사람 하나 구해준셈치자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끝은 정해져있던 관계였다. 다만 처음 마주친 뒤, 이림이 자신을 볼 때 마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분노에 그저 말을 말았던 것이다. 멋대로 오해하고있는 이림에게 돌려주고싶었다. 우리 사이가 그정도 믿음밖에 되지 않았다고.
"그런다고 이제와서 뭐가 달라지는데?
너 약 문제 아니었더라도 우리 진작에 헤어졌어. 지금 우릴 봐도 모르겠어?"
"어떻게 그걸 속여"
"난 너 속인 적 없어. 아무 말도 안하고 떠난 날, 마음대로 오해하고 미워한건 너야."
"나 이제 괜찮아"
"뭐가?"
"너, 가끔 나 살아있는지 확인하러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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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었네"
"이제 약 안먹어. 그러니까 안그래도돼."
"...잘됐네"
"이혼하자. 이혼해줄게."
"..."
"나 너랑 이혼안해. 나 아직 너 필요해"
"너 애초에 이 결혼 하는 것 조차 싫어했잖아"
"상황이 바꼈어. 왕실과의 결혼이 태산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고있는데"
"...이 결혼 지키려는 이유가 그것뿐이야?"
"말했잖아. 결혼도, 다 사업이라고. 너도 알고 시작한거아니었어?"
"이용해 그럼. 왕실이든 나든. 네가 바라는대로 꼭두각시노릇해줄게. 대신 그때처럼 갑자기 떠나진말아줘."
이혼해준다고? 결혼 밀어부칠 땐 언제고 이제서야, 미안해서 놓아주는건 뭐야. 사람 더 비참해지게. 안타깝게도 집안은 계약으로 묶여있었고 무엇보다 이림의 상황이 심상치않다. 태산이 왕실의 지지가 필요하듯, 왕실도 태산의 뒷배가 필요하다.
'중전은, 제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왕이 될 수 있다는건 모르나봅니다'
며칠 전, 이림의 형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스스로 왕위 내던질 땐 언제고, 이제와서 저런 협박 아닌 협박을 지원에게 했다. 물론 그 전에 지원이 이림의 형 속을 긁긴했지만. 하지만 이림이, 왕실이 좀 더 굳건해질 때까지 지원은 이림과 함께여야한다.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게 여겼던 왕실을 이림때문에 도와주고있는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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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림이 피습당하고
정신차려 마루야. 죽지마 강마루.
급할 때 나오는 이름은 그시절 강마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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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된 이림.
"가지마 은기야"
끝났다, 하면서도 서로의 이름을 붙잡고있는 둘.
뭐 대충 스무살쯔음에 신분 숨기고 유학가서 만나서 사랑하고하다가 차지원이 이림 차고 10년 후 한국 돌아와서 재회를 결혼으로 한단 내용.
+ 번외로
https://img.theqoo.net/kaZBy
스스로 왕위 내던진 전대왕이자 이림의 이복 형, 이신. 사실 개차반이어서 왕위를 내려놓은게 아니라 성질대로 못하는 답답한 궁생활에 지쳐 내려놓은 것.
이림에 악감정은 없음. 어릴 때 몇 번 못봐서 데면데면한데 만나도 특유의 성질로 까칠하게대함. 이림이 아픈 것도, 해외에서 그렇게 살았던 것도 그땐 몰랐었음.
이림에게 왕위를 떠넘기듯이 주고 도망친걸 미안해하고있음.
이후 세상 편해지고 여유가 생겼지만
차지원이 극혐함.
"중전은 이림에게 왕위를 준 사람이 누군지 모르나봅니다. "
"잘 알죠. 동생 아플땐 해외에 유배보내고, 본인 성질대로 안되니까 다시 불러 왕시키고."
이신은 다시 왕이 될 생각 하나도 없는데 지원이 승질 돋궈서 걍 저렇게 말한거임. 이림은 결혼을 해도 저런 망나니같은 여자랑 했나 혀를 찼지만 궁에서 이신 가고 여자 이신이 며느리로 들어왔다는 말이 도는건 모름. 동족혐오임.
솔직히 이대로 드라마 써도 됨 ㅋㅋㅋㅋㅋㅋ
사실 마피아 X 형사 조합도 재밌을꺼같고
사극은 말해 뭐해 ㅜㅜ
일단 두 사람 드라마로 재회부터 해주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