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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헬게이트에 선 내 친구..어떻게 뜯어말리죠? + 5년이 지난 후기

작성자할수있드아앙|작성시간23.09.13|조회수12,843 목록 댓글 50

출처 :  http://m.pann.nate.com/talk/315849454

원문 삭제 스크랩 불가

 

 

<발단 및 전개> : 2012년 5월


안녕하세요.

저는 33살 결혼한지 이제 두달된 새댁입니다.



제 친구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 친구는 저와 15년지기 단짝친구에요.

여자들 우정은 깨지기 쉽상이라지만

저와 친구는 15년 내내 단한번도 싸운적없이 모든 비밀도 다 털어놓고

명절땐 집에 찾아뵙고 가족들 인사도 드리고 집안 대소사도 가장 먼저 챙겨주고

이 세상 누구보다 내 편이 되어줄꺼란 믿음이 확고한 엄청 친한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요.

정말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남의 연애사 결혼사는 옆에서 미주알 고주알 하는거 아니라지만

불구덩이로 들어가는거 뻔히 보이는데

뜯어말리고 싶습니다.



친구는 4년정도 만난 2살 연상 남친이 있습니다.

친구 남친은 원래 저와 잘 알던 사이인데,

어느날 친구와 오빠와 같이 술자리 마련했다가 둘이 좋다고 사귀게 되었네요.

오빠가 멀끔하게 잘 생겼어요.

외모 중시하는 친구가 한눈에 반해서 시작한 연애였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저도 잘 아는 오빠와 사귄다니까

전 좋아서 적극 도와주었지요.



그런데 그냥 제가 오빠로 알던 사람과,, 친구가 남자로 아는 사람은 다르더군요.

오빠는 친구 속을 무던히도 썩였습니다.

여자문제로요.

연애 초기 한 2년간 오빠가 바람도 피고 여자관계도 복잡해서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는거 보고 제가 친구 뜯어 말렸습니다.

'바람끼는 어쩔수 없다. 제발 너 마음 접고 헤어져라.'

둘이 헤어지고 친구는 울고불고 밤새 괴로워하고 저는 그런 친구를 위로해주면 그 다음날 또 둘이 화해했다며 손잡고 오고..

참으로 친구도 저도 질알같은 하루하루 였지요.



그러다가 진짜 마지막에 크게 여자문제로 뻥~하고 터지고

친구가 지긋지긋하다 다시는 못만나겠다 헤어지자고 단단히 마음을 잡았습니다.

오빠 와서 싹싹 빌고

전 절대 오빠를 용서해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네..

친구는 또다시 용서해주었습니다.



근데 그런 친구의 진심을 알아준건지

오빠가 그 후로 다시는 바람을 피지 않았습니다.

여자들 연락처를 싹 다 삭제하고

1시간 간격으로 친구에게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꼬박꼬박 보고했고

자기전에 꼬박꼬박 화상통화해서 안심시켜주고

회식이 있는 날은 회식 끝나고 꼭 친구집앞에 와서 안아주고 갔습니다.

그렇게 3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하니까 친구도 다시 믿더군요.

이제 고생 끝이구나. 둘이 제발 행복해라 했습니다.



올해 저 결혼한다고 분주했습니다.

역시 제 친구가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더군요.

그리고 제 결혼준비 도와주면서

친구도 오빠와 결혼이야기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오빠의 집안사정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속속히 알게 되었습니다.



전 그냥 오빠가 바람끼만 잡음 될 줄 알았어요.

친구가 오빠 얘기 하길 꺼려해서 잘 지내려니 했는데

친구도 결혼하려고 준비하면서 해주는 얘기를 듣고 전 그만 할말을 잃었습니다.



오빠 빚이 좀 있대요..

바람필때 겁없이 긁은 카드빚..카드 메꿀려고 대출한 빚..

한 5천정도 있답니다.



글구 오빠 아버지가 * 별 달고 있답니다.

네...그 별요..

그래서 오빠 어머님이 버시는 돈으로 생활비를 대고 있는데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아마도 결혼하면 오빠가 버는 돈으로 생활비를 도와드려야 할꺼 같다고 하네요.

아버지는...언제 나오실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답니다.



오빠에게 동생이 있습니다.

2살터울 남동생. 그니까 우리와 동갑이지요.

1급뇌성마비랍니다.

그 동생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집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답니다.

걸어본적도 앉아본적도 없답니다.

33년 평생을 방에 누워서 티비가 세상을 통한 유일한 창구로 그렇게 살고 있대요.

어머님이 편찮으시고 노쇠하셨으니 오빠가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게 되었대요.



오빠 집에 모아둔 돈.. 없습니다.

동생이 장애인이니까 정부에서 보조금이 조금 나와요.

그거와 어머님이 버시는 생활비와 오빠 월급으로 빚 갚고 먹고 살기 급급했답니다.



아하하...

전 해줄말이 없습디다.

아무리 최악이다 막장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최악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빠는 평생 결혼 안하려고 했대요.

세상의 어느 여자 인생을 망칠일이 있냐면서..

오빠는 제 친구와 사귀면서도 종종 "난 결혼안할꺼야."라고 했대요.

친구를 사랑하지만 자기는 이런 상황이니 언제든지 친구가 떠나가도 잡지 않겠다고..(바람필땐 잡아놓구선ㅡㅡ)



근데...제 친구는 바보인건지 미련한건지

오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 감수할 수 있답니다.

빚은 함께 갚아나가면 되고

어차피 집 구하기 어려울테니 오빠네 집으로 들어가서 살면서

어머님하고 동생 함께 보살피면 된답니다.



친구... 부족한 사람 아닙니다.

4년제 국립대 나와서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꼬박꼬박 적금 붓는 어여쁜 아가씨에요.

키도 168에 날씬한 체형이고 하도 밝은 성격이라 인기도 많았어요.

친구 부모님도 아직 일선 현장에 계십니다.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오빠네 집 사정..부모님께 얘기해봤냐고요.

그랬더니..딴건 다 얘기했는데 차마 오빠 동생과 아버지 얘기는 할 수 없었답니다.

결혼하고나면 어차피 차차 알게 되는거 아니냐면서..



오빠랑 친구랑 결혼할꺼라고 요즘 식장보러 다닙니다.

올 겨울에 결혼한다네요.

4년간 만나오면서 양가부모님은 종종 뵈었기때문에 따로 상견례없이

날짜만 뽑았답니다.

친구 부모님은 이런 사정 모르시겠지요.

친구 결혼 정말 정말 뜯어말리고 싶습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은건가요?



긴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 행복하게 살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떻게 말릴 방법 없을까요??


+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고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렸는데

마치 내 일처럼 마음아파 해주시고 조언해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댓글하나하나 다 꼼꼼히 읽어 봤습니다.



몇몇분은 인연끊고 살라고 하시는데

내 자신만큼이나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특히 결혼을 하고 여자가 나이가 들면 더더욱 좁아지는게 친구관계인데

내 평생 끝까지 함께 가리라 의심조차 않던 친구입니다.

인연끊으라는 말씀은 말아주세요.



베플과 여러 댓글의 조언대로

부모님께 한번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오늘 저녁에 친구와 같이 저녁먹기로 했는데

저녁먹고 술한잔하면서 간절히 얘기해볼랍니다.

여기 댓글도 프린트해갈까 싶습니다.

이렇게 얘기해도.. 아마.. 안먹히겠죠.

그럼 내일이 토요일이니 친구집 놀러간다는 핑계로

친구부모님 만나뵙고 부모님과 친구앞에서 모든 얘기를 풀어놔봐야겠습니다.



이래도 결혼하겠다하면..

그땐 베플님 말씀처럼 '그래 니맘대로 살아봐라. 근데 혼인신고 좀만 미루자.'로 달래봐야겠지요.



전 제 우정 지키기 급급했는데...

댓글보고 이게 아니구나 싶네요.



머리채 잡히고 욕먹을 각오가 되어 있긴합니다만.

제 친구와 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것도 아닌데...

후......씁쓸하네요.



(* 별 달았다의 뜻 : https://m.kin.naver.com/mobile/qna/detail.nhn?d1id=6&dirId=60214&docId=47518558&qb=67OEIOuLrOyVmOuLpCDrnLs=&enc=utf8§ion=kin&rank=1&search_sort=0&spq=0)




#




<위기> : 2012년 5월

안녕하세요.

지난번 글 올리고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주시고 따뜻한 조언과 질책 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글 올리고서 틈틈히 핸드폰으로 댓글 확인도 했는데 하나하나 답글 못올려 죄송합니다.

좋은일도 아닌데 후기 써야할지 망설이다가 댓글 달아주신분들께 예의가 아닌것 같아 써봅니다.







우선 지난 금요일 저녁 친구만나서 저녁먹고 소주한잔 하자고 했습니다.

친구가 정색하더군요. "너 또 잔소리할꺼면 나 술 안마실래."

그래서 그런거 아니라고 살살 달래서 소주한잔하러 들어갔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한 병쯤 마시고서 슬 얘기 꺼냈는데, 친구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나 그냥 내가 알아서 할께. 뭐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딱히 문제있는거 없잖아." 그랍디다.

자꾸 얘길 꺼내도 귀찮아하고 잔소리로만 듣고, 그 분위기에서 벌컥 화를낼수도 없고 때릴수도 없고 울고불고 할수도 없고..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싶어서 술만 먹다가 집에 왔습니다.



집에와서 남편 붙잡고 하소연을 했는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지 인생 지가 사는건데 니가 아무리 옆에서 울고불고해도 바꿀수 있는거 없다.

친구 의 상하지말고 그정도만 해둬라.'고요.

솔직히 그때만해도 그럴까 싶었습니다. 그래. 이런다고 나한테 득될꺼 뭐있냐 싶기도 하구요.



토요일 주말인데 친구에게 카톡해보니

오빠랑 놀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잼있게 놀아라 해놓고 주말동안 데이트하겠다 싶어서 냅뒀습니다.



그리고 저혼자 여기 판의 댓글들 보면서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부모님께 얘길 해야겠습디다.



그리고 월요일이 공휴일이었죠.

마침 울신랑도, 친구 남친도 일한다하고 친구는 집에서 쉬고 있다길래

"그럼 놀러갈께~"하고 냉큼 건너갔습니다.



늦은 점심을 둘이서 차려먹고 설거지해놓고 티비보며 수다떨고 있으니

친구 어머님 오시더라구요.

저 왔다고 어머님이 과일꺼내 주시길래 여자 3명이 둘러앉아 깍아먹으면서 얘기하다가

제가 이때다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금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오네요..ㅎㅎ



"어머니, OO(친구이름) 시집간다는데 서운하시죠? 저도 시집갈때 우리엄마가 괜히 서운해 하고 그러시드라구요."하면서 말을 꺼냈는데 이때 친구 이미 눈치챘는지 인상을 팍 씁디다.

친구 얼굴은 못본척 어머님 얼굴만 바라보고 얘기 이어나갔습니다.

"어머니, 근데 전 정말 OO(친구이름) 좋아하는데 참 마음이 너무 아파요."

갑자기 친구가 "야!!!!!!"하면서 벌떡 일어나더군요.

쌩까고 하던얘기 마저 했습니다.

네...낱낱히 다 얘기했습니다.

[OO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안다. 내가 알던 오빠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OO의 애인으로 본 오빠는 좋은사람이 아니었다.

여자문제가 복잡했다. 이것은 이미 어머님도 그동안 OO가 많이 힘들어하는거 옆에서 보셨으니

어느정도 아시리라 짐작이 된다. 이거만으로도 솔직히 불안하다. 근데 오빠집 사정이 어머님이 아시는것보다 훨씬 안좋다. 오빠 아버지는 이런상황이고, 동생은 이런 상황이다. 어머님도 편찮으시다. 오빠앞으로 빚도 있다.]

얘기를 시작하니 저도 뭐부터 얘기할지 몰라서 횡설수설했지만 하고싶은 얘기 다 쏟아냈습니다.

친구는 일어선채로 절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고

어머님은 여자문제 얘기나올때부터 표정이 굳어지시더니

한쪽손에 과일 집은채로 얼어버리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마지막엔 어머님이 아예 넋을 놓으신것 같았습니다.

얘기 다 할동안 친구는... 그냥 선채로 노려만 보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오히려 이렇게 다 밝혀지는것이 자기한테도 속시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얘기 다 하고 전 그냥 바닥만 보고 있고..어머님은 그냥 멍하게 앉아 계셨고

친구는 선채로 한참동안 후후 한숨 쉬다가 자기방으로 건너가더군요.



더이상 내가 할게 없는것 같아서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집에오면서 친구한테 카톡했어요.

'널 정말 아껴. 너가 불행해지는것이 빤히 보이는데 차마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었어.

날 원망하고 미워해도 좋아. 나한테 욕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욕해도 되.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너가 결혼하겠다면,

그래. 그때는 진심으로 축복하고 너가 행복하길 바랄꺼야.'

헤..지금 이거 쓰는데 조금 눈물나네요.



어쨌든 친구가 읽고서 답장 없더군요.

그리고 오늘 수요일.

오늘까지 친구한테서는 연락이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낮에 친구 어머님한테서 전화왔어요.

전화와서..언제 부터 알고 있었니? 하고 물으시더니, 너 이 망할년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냐며

욕 하시며 화내시다가, 내가 이래가 살수없다며 우시다가...그렇게 한참을 통화했어요.

전 그저 "어머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하며 묵묵히 들어드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님 한참을 우시더니 "우리 OO 버리지마라. 니가 있어주라. 버리지마라." 하시고 끊으셨어요.



네..제가 이 사단을 냈습니다.



아직도 제가 잘한건진 모르겠습니다.

신랑은 제 얘길 듣고 "그래, 너가 할수있는건 다 한거야. 수고했어."라면서 안아주는데

울컥하더라구요.



이로써 전 제 평생 친구를 잃을지도 모르고

저때문에 친구와 가족들은 지금 전쟁이겠지요.



가슴이 먹먹합니다.



===========================================================================================



아... 글쓰고 확인누르고 잠시 주방다녀와서 보니 그사이에도 댓글이 올라와있네요.

토닥토닥, 잘했다, 글쓴이같은 친구가 부럽다는 응원과 칭찬 댓글에

또 푼수떼기처럼 왈칵 눈물이 납니다.

저 평소에 이미지가 차갑다는 소리 많이 듣는데,

어제오늘은 그저 정수기마냥 툭 건들여도 눈물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먹먹했던 가슴이 따뜻한 댓글에 해실해실 풀립니다.

익명뿐인 인터넷 게시판 이거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지..

정말 감사합니다.




#




<절정> : 2012년 9월


안녕하세요.

이제 제법 날씨가 선선합니다. 가을이 오나 봅니다.



후기....라고 할꺼까진 없고.

그래도 제가 예전에 쓴 글에 정말 생각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주시고 마음아파해 주셨는데,

그래서 저도 어마어마하게 위로를 받았었는데

그 뒷얘기를 해 드리는것이 예의지 싶어서 글 씁니다.



.

.

친구는 한달넘게 연락이 없었고.

저는 그저 애가타고 마음이 아팠고.

어쩌다가 만난 다른 친구들과의 자리에서도 그 친구가 온다고하면 괜히 마음이 그래서 제가 먼저 빠지거나 안나갔고.

남편은 절 안아주기도 했고

"애인 잃은거보다 더 상심이 커 보이십니다. 마눌님~"하면서 놀리기도 했고.



그러다가 광복절 전날. 한창 여름휴가시즌 이었지요.



남편과 둘이서 바람쐬러 가까운 계곡 다녀온 날, 늙은 몸 이끌고 올만에 한 물놀이에 완전 지쳐서 집에 뻗어 있는데

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린 전화였는데 오히려 가슴이 덜컹 내려앉더군요.

친구 전화를 받으니 차분하고 좀 쌀쌀맞은 목소리로 술한잔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물놀이좀 했다고 피곤한게 대수냐. 내 친구가 날 찾는데.

부리나케 화장하고 나갔습니다.



오랫만에 본 친구는... 맘고생이 심했는지 얼굴이 씨커멓게 보였습니다.

꼬치구이 하나 시켜놓고 마주 앉은 우리는.

말한마디 못하고 있었고.

소주 한잔 들이키고.

친구는 갑자기 끅끅 울더군요.



옆자리로 옮겨앉아서 한참 안아줬습니다.

제 어깨가 축축하게 젖을만큼. 한참을 한참을 울다가

좀 진정되었는지 한숨을 푹 쉬더니 친구가 하는말이.

제가 너무 보고싶었답니다.

너무너무 보고싶었어. 하는데....

저도 그때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그렇게 또 둘이 손잡고 끅끅 울었습니다.



그리고 좀 진정되고 얘기 들었습니다.



친구 집은 예상대로 전쟁이었다더군요.

엄마와 아빠는 친구를 때리기도 하고, 소리지르고 욕하기도 하고, 손잡고 달래기도 하고, 아프시다고 끙끙 앓기도 하고.

부모님 그러시는거 보니 아..내가 지금 뭔짓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 미칠꺼 같더래요.

그래서 오빠한테 안되겠다. 헤어지자고 했답니다.

오빠도 처음에는 그래. 내가 못나서 미안하다.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러고 일주일쯤 지나서 오빠가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오드랍니다.

친구한테는 "나 도저히 너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다. 예전에는 내가 못나서 결혼은 꿈도 못꿨는데, 너가 있어서 내가 이제 살아갈 목표가 생겼는데. 너가 사라지면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니."라며 애걸복걸했고.

오빠는 친구집에 나름대로 지극정성을 다 했대요.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간추려 얘기하자면

오빠가 한달내내 매일같이 집으로 꾸역꾸역 찾아오면서

오면 인사만 꾸벅하고 과일박스 놓고가고, 책 놓고가고, 꽃도 놓고가고, 미역이나 북어말린거 이런것도 놓고가고...ㅎㅎ

문 안열어주면 집앞에다가 놓고서 가고.



친구 어머니가 치를떨며 싫어하셨다는데

아버지는 불러와라 얘기라도 해보자 해서 얘기했답니다.

어머니가 집에서 밥차려주기도 싫다. 꼴도 보기 싫다해서

밖에서 아버지랑 친구랑 오빠랑 세명이서 저녁을 먹었대요.

그러고 있다보니 어머니도 궁금은 하셨는지 뒤늦게 오시더랍니다.

어쨌든 오빠 얘기는 이거였습니다.

얼마나 제가 보기싫고 맘에 안차실지 안다.

제가 이러이러한 상황에 있고,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

해결중이고 노력하고 있다.

빚도 올해 천만원 가까이 갚아나가고 있고, 이자를 줄이기 위해 뭐뭐했다.

가진것이 없어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해야 겠지만

울집이 주택인데 따로 작은별채가 있다.

별채에서 시작하면서 최대한 친구가 신경쓰이지 않게 하겠다.

동생은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준것만으로도 장하고 고맙다.

동생은 자기 어머니가 가져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기타 등등....

자기 입장에서 최대한 할수 있는 것을 어필하더래요.



그리고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히려 어머니 아버지는 더 펄펄 뛰었답니다.

저런놈한테 시집가고 싶으면 그냥 집에서 나가라고.





그리고 친구는 정말로 집에서 나왔습니다.

오빠가 자기집에 그렇게 해주는것, 그 심약한 사람이 그리 해준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빠로서는 할수있는것을 다 해준 셈이니 이제는 자기가 오빠편이 되어주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나왔는데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외롭더래요.

그래서 제가 너무 보고싶었답니다.



여기까지가 그동안의 얘기구요.



내일. 친구는 웨딩촬영을 합니다.

돈을 아끼려고 셀프촬영을 하는데, 제가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배시시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너가 어떤마음으로 날 말렸는지 알아. 나라도 아마 그랬을꺼야.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뜯어 말렸겠지?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거니까 내가 어떻게 살아가든 절대로 널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을께.

진짜 약속할께."



저 눈물을 머금고 친구의 앞날을 축복해주기로 했습니다.



부디 친구 인생이 뻔한 삼류스토리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박한것에도 행복할 수 있는 이쁜 인생이 되기를...

친구 결혼식날 친구 부모님이 못이기는척 와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속시원한 후기를 기대하신 분들이 많으실텐데.

이런 후기여서 죄송스럽네요.

그렇지만 힘든 출발인줄 알면서도 웃으면서 시작하는 친구에게

모진 질타보다는 축복해줘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




<결말> : 2017년 12월



5년전에 갑갑한 마음에 글을 썼었습니다.


http://pann.nate.com/talk/315849454

사건에 따라 3화까지 글썼었고...

지난 5년간 현실은 그 어떤 드라마, 영화보다 가혹했어요.

그리고 둘이 헤어졌어요.

후기 딱 한마디만 쓸께요.

절대 부모님 가슴에 대못치는 결혼 하지마세요.

다 잃어요...

당신이 누군가를 고쳐쓸수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엄청난 오산이고 자만입니다.

남보다 당신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세요.

친구는 남편하고 헤어진지 좀 되었는데...저한테도 연락안해요.

연말에 문득 친구생각이 나서 씁쓸해하다가

옛날 판에 글 쓴 생각이 나서 와보았습니다.

꼭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시고 행복하세요.




.




...후기가 너무 강렬해서 딱히 사족으로 할 말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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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춘식이는집순이 | 작성시간 23.09.14 저런 좋은 친구를 두고.. ㅉㅉ
  • 작성자롤럭 | 작성시간 23.09.14 저런애들은 말도 안들음ㅋㅋ
  • 작성자리바다리 | 작성시간 23.09.14 지 팔자 꼬면서까지 남자가 그렇게 좋을까 신기하네
  • 작성자바텀알바 김부장 | 작성시간 23.09.14 지팔지꼰이지 머 불쌍하지도 않음
  • 작성자약수역 | 작성시간 23.09.19 내가 친구여도 더 해줄수있는게없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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