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cosmopolitan.co.kr/article/82661
https://www.cosmopolitan.co.kr/article/82694
https://www.cosmopolitan.co.kr/article/82740
(일부만 가져왔어! 나머진 전문에서 보기)
올해의 왜저래: 일론 머스크
‘관종에게 먹이 금지’. 그를 보고 진작 떠올렸어야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새 시대를 열어갈 획기적이고 화끈한 CEO인 줄 알았건만 웬걸, 범지구적 골칫덩이 CEO가 될 줄이야. 테슬라를 담보로 받은 대출로 트위터 주식을 풀 매수한 것부터 문제였다. 테슬라 주식은 50% 가까이 하락했고, 트위터 CEO가 되자마자 핵심 인원과 정규직 80%를 해고해 테슬라 주주들과 트위터 유저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격투기 시합을 하자며 마크 저커버그의 자택을 찾아갔단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게 드러나 망신살이 뻗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트위터를 ‘X’로 바꾼 후 유아독존 온라인 세상을 꾸리는 중. 추진력이 좋은 건 알겠다만 그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보면 퍼거슨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올해의 내한: 샘스미스
연간 내한 라인업이 여느 때보다 쟁쟁했던 2023년, 샘 스미스의 공연 소식 자체는 빅 뉴스가 아니었다. ‘흑화’했다는 그가 이번 투어 중 해외에서 보여준 19금 퍼포먼스에 몽땅 관심이 쏠렸으니까. 하지만 그가 허밍으로 ‘Stay With Me’를 시작하자마자 퍼포먼스니 의상이니 하는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로지 샘 스미스의 목소리와 그가 〈Gloria〉 앨범에 담은 자유에 관한 메시지에만 집중했다. 압도적인 라이브 실력이 남사스러운 것에 가차 없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은 것이다. 샘 스미스는 말했다. “오늘 밤은 자유를 위한 것이니 맘껏 즐기세요! 그리고 서로 사랑하자고요.” 공연이 끝난 뒤 그의 파격적인 엉덩이춤이 온라인을 또 한 번 뒤집었지만 “샘 하고 싶은 것 다 해, 너무 다 하진 말고!”라던 사람들도 이번 샘 스미스 내한 콘서트 이후 깨달았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빛나는지!
올해의 가족: 김규진, 김세연 부부와 라니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서 식을 올리며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라는 대담하고 유쾌한 에세이집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김세연. 그들이 또 한 번 한국 가부장제에 근간한 가족 형태를 흔들었다. 벨기에 난임 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한 김규진 씨가 딸아이 라니를 출산한 것. 2023년 올해의 가족으로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이 세 가족을 꼽는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는 법적 부부가 아니기에 라니는 한부모 가정에 편입된다. 현재 국회에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관계법과 가족구성권 3법(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관계법, 혼인 평등법)이 발의돼 있으나, 계류 상태다. 출생률이 0.78명에 다다른 인구 절벽의 2023년에도 간절하게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이제 곧 2024년.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하지 않아야 하는 시대 아니겠습니까?
올해의 이거 맞아?: 빵빵이의 일상
〈빵빵이의 일상〉은 느닷없는 섹드립, 폭력적 언행, 급발진 전개 등의 특징을 보이며 남성향 ‘병맛’ 만화의 계보를 잇는, 구독자 185만 명의 유튜브 애니메이션 채널이다. 그런데 이 캐릭터가 1020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으며,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에게 서로 “빵빵아!” “옥지얌!”이라 부르는 게 유행이란다. 빵빵이의 더현대 팝업 스토어를 2만 명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룬 것을 보고선 아연실색했다. 혐오스러운 디자인은 둘째치고, ‘성기가 빵빵하다’는 뜻에서 이름을 따온 빵빵이와 일본 AV 배우의 신음 소리 ‘앙 기모찌’에서 따온 김옥지, 엄마가 없다는 ‘노 애미’에서 따온 김노엠, ‘썅년’에서 따온 이상년 등의 캐릭터가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고? 남자를 보고 “자궁 떨려”를 외치는 여자 캐릭터와 시도 때도 없이 “모텔 고!”를 외치는 남자 캐릭터를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게… 웃겨? 누군가를 알려면 그 사람이 무엇에 웃는지 보라는 말이 있다. 존엄을 지키자.
올해의 무리수: 잼버리 K-pop 콘서트
역대급 태풍이었다는 카눈에 국격까지 쓸려 나간 듯했다. 부실 운영으로 행사 내내 파행이 이어지더니, 마무리라도 아름답게 하려고 사활을 걸었던 잼버리 K-POP 슈퍼 라이브 콘서트도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국민들은 드디어 청소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내심 안도했지만, 전 세계 매체들은 엉망진창이었던 행사를 K-POP 스타로 입막음해보려는 한국 정부를 향한 조소와 비판을 쏟아냈다. 그뿐인가. 3일 만에 급조한 무대에서 제대로 된 리허설도 못 한 채 프로 정신을 발휘하는 아이돌을 보며 팬들은 애간장이 녹았다. 게다가 이 무리한 콘서트는 프로축구 K리그1 경기에 영향을 미쳤고, 10억을 투자해 ‘양탄자’라며 호평 일색이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잡초밭으로 전락해 많은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TV에는 화려하게 나온 폐영식 불꽃놀이가 정작 객석에서는 천장에 가려 볼 수 없었던 것처럼, 누구를 위한 행사였을까? 행사 비용에 대한 잡음은 아직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의 광고: 지그재그
“저 타투는 뭐야?” “다이어트한 거 맞아?” “적당히 좀 하지, 너무 말랐어.” “팔자 좋다. 맨날 여기저기 나다니고?” 가수 백예린과 아이브 리즈, 유튜버 원지·해쭈, 배우 신예은, 모델 배유진을 향해 불편한 참견이 쏟아진다. 그런 시선에 주눅 들기는커녕 당당하게 맞선 6인의 여성이 “제가 알아서 살게요!”라고 말하는 순간 통쾌함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몸이 말라서, 마르지 않아서, 몸에 타투가 있어서 등 이유를 막론하고 매 순간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시대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강력한 카피로 지그재그 광고는 올해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광고가 온에어된 후 지그재그의 DAU(하루 동안의 순수 이용자 수)는 110만 명을 넘어섰고, 신규 가입자는 전주 대비 43%, 첫 구매자 수는 51%가 늘었단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오지라퍼들이여, 더는 철 지난 드라마의 후진 대사처럼 ‘나’다운 게 뭐냐는 질문도 평가질도 그만 넣어두길. 알아서 ‘사고’ 나답게 ‘살’ 테니!
올해의 이름: 박연진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올해 넷플릭스에서 역대 비영어권 흥행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린 최고의 화제작 〈더 글로리〉를 논하자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악역 ‘박연진’의 이름이다. 학교 폭력 피해자 ‘동은’이 가해자 연진에게 서간문 형식으로 증오의 감정을 고백한 내레이션이 밈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 김은숙 작가가 세공한 입체적인 캐릭터들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송혜교의 연기와 불꽃처럼 악독한 임지연의 연기가 숨을 불어넣었고,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아젠다를 단숨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올해의 이름은 단연 박연진이다. 그냥 박연진이 아니라,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호명하는 가해자의 이름인 것이다.
올해의 감독: 그레타 거윅
바비 인형의 전형성을 비틀고 가부장제를 풍자한 페미니즘 영화 〈바비〉는 2023년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이자 역대 전 세계 개봉 영화 중 흥행 14위, 여성 감독 단독 연출 작품 중 최초로 10억 달러 흥행 수익 돌파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영화 역사를 다시 쓴 작품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언제나 크고 작은 여성 서사를 만들어왔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작은 아씨들〉로 자매의 우애와 성장을 담았고, 골든글로브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휩쓴 〈레이디 버드〉로 남들과 다르고 싶은 10대 여성의 사춘기를 그렸으며, 〈매기스 플랜〉의 주체적인 여성 매기, 〈프란시스 하〉의 자유로운 댄서 프란시스를 연기하기도 했다. 매번 자신의 커리어를 갱신하며 성큼성큼 나아간 그레타 거윅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리부트될 〈나니아 연대기〉의 감독직을 제안받은 상황. 지난여름, 가장 멀리 나아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는 〈코스모폴리탄〉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게 남은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20년 정도겠죠. 그렇기에 저는 쉬지 않을 거예요. 계속해서 만들고, 나아갈 거예요. 그게 제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겠지요.”
올해의 위기: 이상기후
“오늘 날씨 왜 이래?” 하며 넘어갔던 날들을 모아 떠올려보라. 지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이미 느꼈을 것이다. 봄엔 꽃들이 순서도 없이 우르르 피고 졌다. 여름 집중호우는 더 이상 ‘장마’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수시로 퍼부었다. 늦가을인 11월에 반팔을 입었다가 곧바로 패딩을 꺼내 입었다. 최근엔 북극에 폴리냐(해빙으로 둘러싸인 얼음 구멍)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2년 전,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연교차가 커 날씨 변화에 둔감한 한국인들이 지구온난화를 체감할 정도면 전 세계가 무너지는 상황일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여름 이탈리아엔 눈이 내렸고 미국은 19일 연속 43℃를 넘어 사망자가 속출했다. 캐나다는 산불로, 리비아는 대홍수로, 브라질은 가뭄으로 고통을 겪었다. 엘니뇨 현상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그린피스에 따르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9년 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물론 수도권부터 주요 지방 도시까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이라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생활양식과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구의 골든 타임은 7년 남았다고 한다.
올해의 본새: 난 멋이 없는 건 안 해
서바이벌의 맛이란 이런 거였지, 하고 다시금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이하 스우파2)에 과몰입하게 만들었던 2화. 메인 댄서 자리를 두고 각 크루 댄서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친 계급 미션 현장에서 ‘스모크’ 챌린지와 함께 탄생한 희대의 명대사가 있었으니, 바로 울플러 리더 할로의 한마디였다. 메인 댄서 자리를 뺏기 위해 가장 좋은 안무 대신 뺏기 쉬운 안무를 선택하는 크루 사이에서 할로는 단호하게 말한다. “난 멋이 없는 건 안 해.” 설사 메인 댄서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을 속이거나, 어쭙잖은 수 같은 건 쓰지 않겠다는 할로의 정공법은 댄서로 살아온 시간 동안 차근히 쌓아온 프라이드이자, 그가 지켜온 삶의 방식일 테다. 짧은 한마디 말에서 온전히 느껴지던 그의 태도는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춤’과 ‘힙합’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그가 〈코스모폴리탄〉과의 인터뷰에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내뱉은 말도 이곳에 덧붙여둔다. “춤에 있어서 후회하는 건 전혀 없어요. 지금껏 제가 해온 선택은 모두 맞았다고 생각해요. 〈스우파2〉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요.”
올해의 챔피언: 안세영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 경기 중 무릎 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에도 끝내 금메달을 거머쥔 안세영은 붕대와 파스를 덕지덕지 붙인 채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이를 악물고 끝까지 뛰었습니다. 한순간도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저 한 점 한 점만 생각했습니다.” 안세영은 숙명의 라이벌 천위페이 선수를 상대로 1세트에는 가볍게 승기를 쥐었지만, 수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2세트는 상대 선수에게 내주기도 했다. 공격을 최소화하며 한 보 후퇴를 선택한 안세영은 상대의 체력을 방전시키는 묘수를 썼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치고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전한 안세영은 경기가 끝난 뒤 쇄도하는 각종 섭외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 잘 이겨나가며 묵묵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선수들과 같은, 선수 안세영입니다.” 금메달리스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대신,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여준 안세영. 챔피언의 품격이란 이런 것이다.
(사이다인 부분 많아서 가져와봤어!
문제시 둥글게~ 바로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