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최세린
참고도서 :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스콧 스토셀)
참고링크 :
https://books.google.co.kr/books/about/%EC%97%AC%EA%B6%8C_%EC%9D%98_%EC%98%B9%ED%98%B8.html?id=yRvCoQEACAAJ&redir_esc=y
https://en.m.wikipedia.org/wiki/Samuel_Johnson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51509580001584
이사람은 새뮤얼 존슨.
그의 평생의 소원은 갓생이었음.
존슨은 유명한 작가였으며 철학자였고 또 유능한 편집자였음. 지금도 영미 문학이나 철학을 논할 때에는 존슨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임.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존슨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
바로 나태였음.
존슨은 성실하게 생활하지 못했음.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사는 일이 그에게는 너무너무 어려웠음.
문제는 존슨이 이런 자신의 생활습관을 극도로 혐오했다는 것이었음.
존슨은 철학가였기에 본질적으로 성찰적인 사람이었음. 그런데 그 성찰은 존슨을 해칠 정도로 가혹했음.
존슨은 너무 생각이 많았음. 자려고 누우면 온갖 걱정과 후회가 그를 덮쳤음. 불안과 수치심을 견딜 수 없을 때면 존슨은 미칠것 같은 기분으로 밤거리를 배회했음. 자야할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 일찍 일어날 수 없는 것은 당연했음.
심지어 존슨은 몸도 약했음. 그는 태생적으로 허약했고 결핵에 시달렸으며 시력도 좋지 않았음(그래서 사진에서도 겁나 인상 쓰고 있음). 하여간 건강 상태가 이랬으니 존슨은 남들처럼 생활하는게 어려울만도 했음.
하지만 존슨은 그런 자신이 싫었음. 늦잠을 자고 계획을 미루며 그는 끝없는 자책을 했음. 존슨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신을 구원해보려고 노력했음. 그는 매일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겠다고 일기에 썼음.
잠시 그 일기를 보시겠음.
1738년, 1753년, 1760년.....
계속 보시겠음....1764년, 1769년.....
보다시피 존슨은 30년 간 그 계획에 실패했음. 그리고 끝없는 실패 속에 그는 점점 우울해져갔음. 존슨은 고작 아침에 일어나는 것 하나를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음. 왜 이거 하나를 해내지 못할까 한심스러웠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존슨을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음. 아까 말했듯이 존슨은 위대한 철학가이자 작가이자 편집자였음.
심지어 존슨은 금수저도 아니었음. 그는 어느 지방의 서점 주인 아들로 태어났고 공부를 잘해서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지만 너무 가난해서 중퇴를 했음. 요즘으로 치면 개천용이 서울대 입학했는데 자퇴한거나 다름없었음.
그래도 존슨은 포기하지 않고 작은 기사를 쓰는 알바를 하며 런던에서 자취생활을 했음. 그러면서도 존슨은 책도 쓰고 시도 발표했음. 존슨의 소망대로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쓴 작품들은 아니었음. 그러나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음.
사람들은 존슨을 인정했음. 그는 점점 명성을 얻어갔음.
그에 힘입어 존슨은 평생의 업적인 영어사전 편찬을 시작했음.
여시들 생각해보셈. 갑자기 웬 미친놈이 이 나라에 존재하는 사전을 다 없앴음. 그리고 여시한테 국어사전을 만들라고 함. 할 수 있음? 난 누가 칼들고 협박해도 그냥 하느님 지금 만나러갑니다 외치겠음;;;
그렇지만 존슨은 8년동안 이걸 했음. 위대한 작업이었음. 그는 대학도 중퇴했지만 이 업적으로 존슨 박사라는 호칭을 얻었음.
그러나 이정도 업적을 달성한 후에도 존슨은 여전히 자기 자신을 미워했음. 존슨은 늘 말했음.
내 인생은 침대에서 낭비되었다.
그는 자신이 우울하고 미쳐있다고 생각했고 매일 괴로워했음.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음. 그들은 존슨에게서 나태함이 아니라 위대함을 보았음. 대학 졸업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으나 수많은 책을 편찬해낸 강인한 인간이 그들 앞에 있었음.
그리고 이런 존슨의 위대함을 누구보다 잘 알아본 친구가 그에게 있었음. 바로 전기작가 제임스 보스웰이었음.
보스웰은 한 책방에서 존슨을 처음 만났음. 그는 존슨에게 한눈에 반했음. 존슨은 그토록 유명인사였는데도 전혀 거만하지 않았고 친절하게 젊은 보스웰을 대해줬음.
존슨은 보스웰과 짧은 시간 동안 대화했음. 하지만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보스웰은 존슨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었음.
보스웰은 그후로 존슨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의 일상을 기록했음. 존슨은 누가 보면 스파이인줄 알겠다며 농담을 했음. 그러거나 말거나 보스웰은 존슨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또 기록했음.
보스웰의 존슨 덕질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아서 코난 도일은 나중에 셜록 홈즈의 대사에 "나의 보스웰(왓슨)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썼음;;;
존슨은 1784년에 병사했음. 외로운 죽음이었음. 그의 친구들은 하나둘 존슨보다 먼저 세상을 떴고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포터 역시 마찬가지였음. 그녀는 존슨보다 20살이나 많은 과부였고 미인도 부자도 아니었음. 하지만 존슨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음. 그런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존슨은 한층 더 우울해졌고 얼마 후에 아내의 뒤를 따랐음.
하지만 존슨에 대한 기억은 남았음. 보스웰은 존슨의 인생을 담은 <새뮤얼 존슨의 삶>이라는 전기를 출간했음.
그런데 이 책에는 존슨의 업적만 담겨있지 않았음. 그 스스로도 위대한 작가였던 보스웰은 이 책에 존슨의 업적과 치부를 공평하게 담아냈음. 그 안에는 존슨이 문학사에 세운 공헌과 함께 그가 매일 맞이했던 실패와 우울 역시 담겨있었음.
이 책은 존슨의 책보다도 더 유명해졌음.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위대한 작가였던, 그러나 우울한 인간이기도 했던 존슨을 새롭게 발견했음.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존슨을 한심하게 여기지 않았음.
존슨은 고작 일찍 일어나겠다는 계획을 30년 동안 이루지 못하고 실패했음. 그러나 그것은 그가 30년 동안이나 그 결심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음. 존슨은 계속해서 실패했지만 계속해서 도전했음. 그 진솔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음. 다짐과 실패를 거듭하는 초라한 존슨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음. 자기혐오와 우울과 평생 싸웠던 한 남자의 삶이 그 책에 담겨있었음.
존슨의 문학이 약자들을 대변한 것도 한몫했음. 그는 노예제에 반대했음. 그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주장이었음. 존슨은 어떤 모임에서 흑인 해방에 대한 건배사를 했다가 욕을 먹기도 했음. 그래도 존슨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음.
또 존슨은 본인의 형편이 좋지 않던 시절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열심히 도왔음. 본인도 가난의 경험이 있었던 존슨은 빈민들을 볼때면 마음이 아팠음. 그는 가난을 혐오했고 가난한 사람들을 볼 때면 도우려고 노력했음. 또한 존슨은 <여권의 옹호>를 쓴 여성 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만나기도 했음.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의 어머니인 그 울스턴크래프트였음. 그외에도 그는 다른 여성 지식인들과 교류하고 대화했음. 존슨은 따뜻한 사람이었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그러나 약자는 사랑했던 새뮤얼 존슨의 이야기는 그렇게 남겨졌음. 그는 소망했던 갓생을 살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30년 동안 일찍 일어나지 못했더라도 30년 동안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한 그를 사랑했음. 그는 지금까지도 영문과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인물 중 하나임.
끝.
오직 여시에서만 부탁합니다....
스크랩 X 타커뮤 X 부탁합니다.....ㅜㅜ
cf. 여시들 새뮤얼 존슨의 삶은 국내 번역본이 없을거야(영문판은 리디에 이북있음) 대신
https://mbook.interpark.com/shop/product/detail?prdNo=336171945
이 책을 추천할게!! 존슨이랑 보스웰이랑 다른 친구들이 클럽(낫 그 클럽,,,)에서 대화한 기록인데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어!!!
+
새뮤얼 존슨이 직접 쓴 라셀라스라는 책도 민음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Shishiba 작성시간 24.04.02 멋있는 사람이다
-
작성자어리둥절성공하는삶 작성시간 24.04.12 여샤 연어하다가 발견했어 글이 너무 좋아 고마워!!
-
작성자산책은필수 작성시간 24.04.17 자기자신은 사랑하지 못했지만
약자는 사랑했던
이라는 말이 왜이리 슬픈지 ㅠㅠ
좋은 글 잘 읽었어!! -
작성자애비게일 작성시간 24.06.27 너~~~무 좋은 글이다 ㅜㅜ 여시야 고마워
-
작성자yesamquin 작성시간 24.07.18 연어하다 발견한 글인데 잘 읽었어 울면서 봤네 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