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충격적인 것들을 많이 봐서 집에 오자마자 위스키 2잔 스트레이트로 때리고 잠든 다음에 일어나서 후기 쓴다
내가 이 애니X게임 페스티벌(이하 AGF)를 처음 알았던건 롤드컵 결승 티켓을 알아보면서였다
당시 나는 어차피 결승전 열리는 인천 가는거 주변에 축제나 박람회 같은게 있으면 겸사겸사 하나 더 둘러볼 생각이었고
롤드컵 다음날 열리는 행사에 대해서 검색하던 중이었다
대충 관심사였던 키워드로 몇가지 행사를 검색하던 중에이런걸로 검색하던 중에 게임에 대한 행사를 검색했더니 나온게 바로 이 행사였다
날짜도 딱 롤드컵 바로 다음날인 11월 4일이고 게임관련 축제라고 하니 아주 구미가 당겼다
앞에 애니메가 존나게 불안했지만 분명히 게임 페스티발이라고 적혀있었기에 거의 반반 섞어서 전시해놓는다고만 생각했다
어차피 박람회라는게 모든 부스를 돌아보는건 불가능하고 게임 부스만 돌면 하루 시간보내기에는 적절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관련 게임이라면 나름 대중성 있는 나루토 대전게임이나 건담 게임 같은 게임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거 위주로 전시해놓을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오산이었다
일단 표부터 사놓고 잊고 있다가 문득 기억이 나서 생각해보니
게임쇼라면 인디 메인 가리지 않고 한두명은 가는 중붕이들이 단 한명도 이 행사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뭔가 분위기가 쎄한걸 느낀 나는 갤에 AGF 가는 놈 없냐는 글을 쌌고 너 씹덕임? 이라는 소리만 듣게 되었다
너무 놀란 나는 그제서야 행사의 내용을 살펴봤고, 이게 진성 씹덕축제였다는걸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게스트 초청 스테이지는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 애니 성우들이었고 각종 부스들은 굿즈를 파는 부스들 뿐이었던 것이다
난 현실을 부정하며 분명히 제목에 게임이 들어가있는만큼 게임관련 컨텐츠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정신승리를 했고
표를 취소하지 않고 행사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롤드컵은 3:0이라는 개ㅈ같은 노잼경기가 되었고, 나의 분노는 이 때부터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원정응원 온 중국인이 내가 산 타코야끼 하나를 몰래 은근슬쩍 훔쳐먹었다는걸 알면서도 칼빵 당할까봐 무서워서 아무 말 못한 내 자신에 대한 분노도 함께였다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방에서 하루를 지내고 다음날 일찍 경기도 일산 킨텍스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킨텍스로 향하는 골목길에서 왠 상인 하나가 씹덕 피규어들을 늘어놓고 떼껄룩을 시전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고, 결국 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내 불안감은 점점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족과 아이들은 줄어들고 멸치와 파오후 남성들의 빈도가 눈에 띄게 많아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손에 한아름 들려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쇼핑백들이었다
나는 여기서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옆에 설치된 부스안내도를 보았을 때, 난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소드아트 온라인, TV도쿄, 애니 플러스... 모든 지표가 내가 개병신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저히 더 보고 있을 수 없어서, 그대로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게임에 관련된 부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입장료 2만원이 아른거리고 내 소중한 주말이 소중함이 너무나도 간절해졌다
내부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지난 지스타의 모습이 어렴풋이 내 기억 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일본어로 들리는 일본어 음악은 분명히 이곳이 씹덕축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야광봉, 군데군데 보이는 가발의 알록달록한 색깔...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모습이었다
수백개의 부스를 지나치며 수십분이 지나서야 나는 그나마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걸 찾아냈다
리듬게임의 노트가 화면에서 휙휙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매우 절박했다
사람들이 이어진 줄의 맨 끝에 서서 이 게임이 무슨 게임인지 알아보려고 급하게 검색을 했고 씹덕 리듬게임 중 하나라는걸 알았다
줄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대화를 귓등으로 들을 수 있었다
같은 줄에 선 사람들은 이 게임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인 것으로 보였고, 노트만 보고도 누구의 무슨 곡이라는걸 단번에 알아챘다
신기한 것은 분명히 게임을 시연하는 사람은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줄을 선 사람들에게는 노래가 들리지 않는데도,
노트만 보고 거기에 맞춰 그 노래를 사람들이 따라부른다는 것이었다
거칠고 낮은 남자들이 무반주 일본어로 부르는 합창을 나는 서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제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혼자 온 사람은 나 뿐이었고 내 앞의 사람들은 모두 일행이 있었다
직원이 건내준 스마트폰을 들고 나는 멀뚱히 서있었고,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직원은 나를 불안하게 바라봤다
"저 이 게임이 처음인데,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세요."
직원은 매우 놀란듯이 보였다
이 게임을 처음하는 사람이 온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황한 직원은 나 이외에 이 게임이 나처럼 처음인 사람이 있는지 뒤의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당연히 그런 사람은 없었고, 이 게임 시연은 반드시 두 명이 같이 해야하는 시연이었다
직원이 난감해하자 다행히 줄을 서있던 고인물 중 한 명이 나와 같이 플레이를 하겠다고 나섰고, 그제서야 나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레벨은 고인물에 맞춰 설정한 하드 난이도로 플레이되었고, 나는 당연히 게임 시작 1분만에 라이프를 모두 잃었다
나는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자리를 떠났다
게임을 찾아 떠돈지 또 수십분이 지나서야 나는 또다른 게임부스 하나를 더 발견했다
다른 사람의 어깨너머로 보기에는 포켓몬 이상한 던전 시리즈처럼 로그라이크 던전탐험 게임 같았는데, 그 비주얼이 심히 조잡했다
닌텐도 스위치와 플스4에서 구동한다는 문구를 보고 나는 처음에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알만툴로 만든 것만 같은 엄청나게 단순해보이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게임은 노래를 따라부르는 남자들이 없어서 대기시간은 아까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다
닌텐도 스위치를 보니 반가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게임의 내용이나 게임성은 둘째치고, 일단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행복했던 것이다
직원은 친절하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인지 열심히 내 옆에서 설명해주었지만,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직감대로 조이스틱을 쥐었다
게임 플레이는 정말로 난감한 시스템과 조작이었다
사실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을 정도로 캐릭터들이 지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내가 무슨 캐릭터를 조종하고 있는건지도 모른채 일단 방향키만 움직이면 주변의 동료들이 적들을 공격하고 레벨업을 했다
조이스틱을 쥔 내 손이 아마 가볍게 떨리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게임이 아니야
난 너무나도 실망했다
그나마 내가 유일하게 아는 이름이었던 넷마블은 실망스럽게도 사실상 인형옷 하나와 현수막 하나만 빌려주고 참여기업이라고 이름을 적어놓은 수준이었다
이미 일본에서는 돈을 미친듯이 빨아먹는 모바일 게임을 넷마블이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난 지금도 왜 넷마블이 이 행사에 이름을 올렸는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넷마블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기대도 하지 않았을텐데, 씁쓸함만이 느껴졌다
부스 내부는 쓸 데 없는 게임 내의 연대기만 적혀있었고 시연 가능 기기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해 볼 수가 없었다
직원들은 충격적이게도 지금 니 폰에 깔아서 플레이해봐라는 식의 진행을 했고, 나는 알지도 못하는 게임을 내 폰에 설치하기 싫었다
그렇게 이 행사에서 가장 큰 게임 부스는 나에게 아무 의미없이 지나쳐가게 되었다
부스 바깥에는 이 게임에 천오백만원을 지른 사람이 자랑스럽게 무대 위로 불려와지고 있었고, 진행자가 대신 가챠를 해주는 해괴망측한 행사를 하고 있었다
개돼지가 한 장소에 모여들어 주변의 모두가 개돼지라면 더 이상 개돼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걸까? 나는 철학적인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게임 부스는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걸 다시 게임으로 만들어놓은 3중법의 과정을 거친 요상한 게임이었다
이것도 줄 뒤에서 어깨너머로 살펴보니 왠 기계몬스터들을 때려잡는 게임으로 보였다
몬스터헌터의 짝퉁 같은걸까? 그러나 데미지가 숫자로 뜨는걸로 봐서는 그보다 더 케쥬얼한 게임으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생각했던 게임의 모습은 아니었다
게임 속의 캐릭터는 거대한 눈을 가지고 매우 이질적인 모션으로 움직여 마치 붕 뜬 꼭두각시 인형을 보는 듯 했다
패드의 진동 외에는 내가 적을 때리고 있는건지 공중에 총알을 흩뿌리고 있는건지 알 길이 없었다
이건 2000년대 초반의 플스2 게임일까 하는 의문이 들 무렵 플레이 시간이 끝났고 내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당연히 더는 알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 옆에는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 게임이 있었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는 주변의 의자에 걸터앉아 깊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왜 게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붙은걸까?
게임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는 부스는 고작해야 전체 부스의 10%도 되지 않아보였다
나머지는 애니메이션과 라이트노벨, 그리고 그 상품들을 파는 부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나는 몇 시간도 채 안되어 이 행사의 모든 게임부스를 체험한 것이다
나는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고자 아직 내가 찾지 못한 부스들이 있을거라 나를 속이면서 전시장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라도 게임과 관련된 요소들을 정말 티끌처럼이라도 모으고 싶었다
내가 정말 이잡듯이 게임과 그나마 관련된 것들은 이정도 뿐이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일본어와 그걸 따라부르는 남자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 중에서 단연 최악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수백명의 사람들이었다
갑자기 와아아아 하는 소리에 나는 총기테러라도 일어난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그건 이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음악이 나오자 열광하는 소리였다
나는 그 때 리듬세상의 아이돌 원숭이 스테이지가 현실에 기반한 것이었다는걸 처음 알았다
호오오잇 하잇! 호오오오잇 하잇! 하! 하! 하! 하!
마치 아프리카 부족민들의 장엄한 종교의식처럼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몸을 흔들며 소리를 치고 땅을 구리고 팔을 뻗었다
나는 더이상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코스프레 같은 경우는 최대한 쳐다보지도 않고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본제국 병사의 코스프레를 하고 당당하게 걸어다니는 사람을 봤을 때는 정말 일말의 희망조차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게임관련 코스프레를 한 사람은 유일하게 쿠파`걸로 분장한 여성 참가자였다
때문에 포즈를 취해주는 쿠파`걸을 유일하게 사진으로 남겼다
결국 나는 몇 시간도 채 안되어 행사장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다
벌꿀이 1%만 들어가도 벌꿀과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처럼 게임이 1%만 들어가도 게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는걸까?
나는 너무나도 큰 실망을 했다
결국 이 페스티벌은 그들만의 축제였고 단지 게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술책이었을 뿐이었을까
물론 정확한 정보를 알아보지 않은 나의 잘못도 크지만은, 게임이 당당히 대주제로 들어가있는 행사에 그정도로 게임의 비중이 적을 것이라곤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행사 후기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게임 없는 게임행사에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잃어버린 돈과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나를 괴롭게 했다
결국 무엇을 위한 여행이었을까? 무엇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었을까?
집에 돌아와 기사를 찾아보니, 이 행사를 주관한 애니플러스 대표는 게임 컨텐츠가 부족했던 점을 알고 있지만
지스타 때문에 게임사 참여가 적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즉시 위스키 2잔을 스트레이트로 삼키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는 애니가 들어간 행사에 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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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yfyffu 작성시간 23.12.18 글 잘쓴다ㅋㅋㅋㅋㅋ 난 친구따라 서코 갔을때 약간 저기분이었어.. 알록달록 가발들과 굿즈들.. 알고 가긴했지만 눈 둘 곳을 모르겠더라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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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꽁꽁호호호 작성시간 23.12.18 가족과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멸치와 파오후 남자들이 늘어났다 ㅋㅋㅋㅋㅋㅋ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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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석열아뭐해넌제대로하는게없냐왜 작성시간 23.12.19 서울랜드 갔는데 코스프레 대회하더라 진짜 도망치고 싶었음.. 예전에야 코스프레 하면 복장 다 만들어서 하니까 대단하다 이랬지 지금은 만드는 사람은 손에 꼽고 다 인터넷에서 기성품 사서 입던데 대회가 의미가 있나? 그러고 돌아다니고 자기들끼리 모여있으니 그게 이상하다는 감각조차 없나봄 유아차 끌고다니는 가족단위 손님 많았는데 그 사이사이 알록달록한 코스프레 부대... 내 생에 최악의 테마파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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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received the 킹 작성시간 24.01.24 킨텍스검색하다봤는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