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카카오82%,
북유럽연구소 얼룩소 기고글
https://alook.so/posts/jdt5kYB
만약 360억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살고 있는 31살 여성, Marlene Engelhorn 이야기인데요.
엥겔호른은 독일계 화학회사 BASF의 상속인 중 한 명인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27,000,000를 유산으로 남겨주었습니다. 한화로 360억원이 좀 넘어요.
이 사람이 재밌는 사람입니다. 상속을 받고 나서 밝힌 소감이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큰돈과 그에 따르는 힘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국가는 여기에 세금도 메기지 않는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부의 재분배에 힘쓰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내가 가진 것을 재분배해야겠다.
그리고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16세 이상 오스트리아인 1만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재분배를 위한 착한 위원회” 초청장을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요.
여기에 참여할 생각이 있으면 온라인이나 전화로 등록을 해달라고 요청한 후 50명을 선정, 혹시 몰라서 예비후보 15명을 뽑고 이 사람들에게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토론을 거쳐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를린은 성명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종일 일하면서도 생계를 겨우 이어가며 힘들게 살고 있다. 노동하고 얻은 한 푼 한 푼에 세금이 매겨진다.
그런데 일하지 않고 얻은 돈에는 세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의 실패다. 정치가 실패하면 시민이 나서서 스스로 해결해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자가 부자감세가 불공평하다고 나서 부의 재분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2008년 상속세를 폐지했는데요.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불평등이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통계로 입증이 되었으니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와야 하죠. 예전 피케티도 불평등의 원인이 노동으로 인한 소득보다 자본으로 버는 소득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고요.
공동체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정부라면 자본소득에 대한 정교하고 영리한 과세를 고민해야 하는데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정 반대로 가고 있네요. ㅡ.ㅡ;;
스웨덴도 상속세가 없습니다.
상속세 폐지를 이야기하는 곳에서 스웨덴 이야기를 꼭 들고 나오더라고요.
스웨덴 같이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소득 격차가 적은 사회라면 상속세가 무척 높을 것 같지만 뜻밖에 스웨덴은 상속세가 없습니다.
스웨덴은 높은 세율과 복지를 통해 강력한 부의 재분배를 이룬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득분위가 마름모꼴로 중산층이 강하고 엄청난 부자나 찢어지게 가난한 인구가 적습니다.
한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스웨덴의 경우 세전 0.434에서 세후 0.275로 떨어집니다.
지니계수가 0.3 이하이면 매우 평등한 사회라고 보는데 한국은 세전 0.406, 세후 0.355, 세전과 세후 차이를 보면 소득재분배 정도를 알 수 있는데 스웨덴의 경우 효과적으로 중산층을 강화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스웨덴은 상속세를 왜 폐지했을까요?
스웨덴 중산층의 경우 이미 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또한 노후에도 연금으로 생활 임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부를 엄청나게 축적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 한 채,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요트 정도가 남기는 재산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모 사망 후 자식에게 살던 집을 상속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과거 스웨덴의 상속세는 최대 65%, 상속세는 현금으로 내야 하니 상속받은 재산을 바로 팔거나 빚을 내야 했습니다. 그러니 상속세가 부담이 되는 것이 엄청난 상속을 받은 부유층의 경우만이 아니었지요.
스웨덴도 지난 수십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올라 평소 상당한 여윳돈을 비축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이 상속세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집을 팔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에서 상속세의 불합리에 대해 지적을 하고 나온 것입니다. 전체 세금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5%가량으로 크지 않았고요.
보수 정권이 아닌 사민당 정권에서 상속세가 폐지된 이유입니다.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가 있는 스웨덴
상속세는 없지만 스웨덴에는 자본이득세가 있습니다. 상속받은 재산 자체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상속받을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 즉 상속받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매각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는 것으로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경제가 일정 규모 이상 발전한 여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2004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자 부유세가 늘었습니다. 상속된 재산에 부유세를 메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 자본도피가 일어났습니다. 유럽연합 안에 속한 스웨덴의 경우 해외로의 자본 이전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부의 유출과 투자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2007년 부유세를 폐지했죠. 부유세 폐지는 보수당 정권이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부유세는 자본의 이탈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후 스웨덴의 자본 유출은 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고요. 경제의 국경이 허물어진 탓입니다.
부의 유출을 막는 것은 나라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 것 밖에 없습니다.
세금이라는 것은 복합적이고 연쇄효과를 내니 특혜성 공약으로 막 낼 수 있는 정책이 아닙니다.
단순히 스웨덴 상속세 없으니 우리도 없애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두 나라의 조세 징수 현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은 조세징수율이 98% 에 이르는 나라로 세금을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어도 당선이 되는 나라입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조세징수율이 86.5%입니다. 중국, 러시아와 함께 조세포탈 국가 수위에 이름을 올린 국가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제 친구들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국세청에 자발적으로 신고했습니다. 퀴즈대회에서 우승해 상금으로 50만크로나(약 8000만원)를 받은 후 30%를 세금으로 낸 친구에게 아깝지 않으냐 물으니 자신은 지금껏 사회가 제공하는 복지를 누리기만 했다며 이제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을 정도.
세금은 복지국가의 엔진이라 탈세는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여깁니다. 유명인사의 인터뷰를 보면 한결같이 사회가 제공한 인프라와 복지가 없었으면 자신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답하지요.
세금을 포탈하면 매국노 취급을 받는 사회입니다.
한국은...한국은 고소득 사업자 탈루액이 조 단위, 그나마 부과된 세금 징수 비율이 60% 수준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자본도피가 이미 일어나고 있는 나라죠.
전체 세수 중 상속세 비율이 크지 않다고 해도, 상속세 폐지는 평소에 탈세 없이 세금 잘 냈다는 전제가 있어야 내밀어볼 수 있는 카드 아닐까요?
세금징수만 제대로 해도 부의 재분배 효과가 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눈감고 상속세를 없애자는 것은 사회 전체는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입니다.
당장 부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수가 줄고 투자가 줄고 인프라가 약해져 사회 전체를 갉아먹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국세청 조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재산을 상속받은 274만명 가운데 1.9%만이 상속세를 납부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세 폐지를 말하기 전에 상속세가 제 역할을 해왔는지, 평소 탈세 없이 세금을 잘 냈는지 조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닐지. 세금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스웨덴도 상속세 폐지했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나머지 제반 상황을 비슷하게 맞춘 후에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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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news/columnists/959069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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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결이제삿날 작성시간 24.01.23 진짜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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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서결이제삿날 작성시간 24.01.23 부의 재분배가 없으면 결국 그 나라는 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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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잔든개 작성시간 24.01.23 스웨덴 조별과제 의사소통 되게 잘되는 팀 보는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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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Basixx 작성시간 24.01.23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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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성시대_댓글알리미 작성시간 24.01.24 ※ 여성시대 인기글 알림 봇 v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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