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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타]나 꿈일기 쓴거 찾았는데 대박같아(잔인함 주의)

작성자가나다라|작성시간24.02.14|조회수5,392 목록 댓글 23

언제 쓴건지 가물한데 다시 읽다가 오모오모 했어

같이 볼 삼시 괌

좀 심하게 길어서 잠 안오는 삼시들 달려줘 히히



시카고

여자들이 계속 사라짐 날이 흐리고 비가오는 어느날 여자와 남자 하나가 단서를 쫓아 다님

처음에는 가볍게 유명 빌딩에서 여선생들을 모아놓고 체육대회하듯이 숨겨진 힌트들을 찾아 보물찾기하듯 레크레이션을 하는데 친구들이 화장실에 가서 돌아오지 않아 여자는 화장실로 감

가려고 북적거리는 인파를 제치는데 구남친을 만남

한번만 잠깐 얘기하자는 남자를 무시하고 아기발자국 스티커를 따라 화장실 맨 끝칸에 들어감

다들 힌트를 따라 여기로 왔을텐데 다음 힌트가 어디지? 여자는 여자화장실까지따라 들어와 칸 문을 두드리는 남자를 어쩔수없이 같은 칸에 들임

나는 너한테 들을 말 없어

마지막이야 이것만 믿어줘 걔는 그냥 친구야

...

아이, 진짜라니까

여자는 무시하고 두리번거리다 문에 붙은 작은 스티커에 있는 힌트를 발견한다

[여기가 시카고로 가는 정류소 입니다.]

시카고? 여기가 시카고라고?

동시에 남자는 한숨을 쉬고 위를 보는데 창 밖으로 건너편 빌딩 창문에 하얗게 붙어있는 문구를 발견한다

- 거기가 시카고! 바닥이 밑으로 열림-

여자의 말을 들은 그가 바닥을 보니 실금이 보여 선 밖으로 다리를 확 벌리고 여자의 허리를 채자마자 바닥이 밑으로 확 열리고 순식간에 다시 닫힘

힉 이게 뭐야

잠깐 움직이지마 위험하니까 나가자

뭐, 뭐야

나도 몰라

그 순간 문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열려 남자는 아직도 여자 허리를 잡은채로 밖으로 나옴

어머 여기 여자화장실이예요

어유 남세스럽게~

웅성웅성 거리는 화장실 손님들을 보고 성질이 난 남 남자는 고함을 쳤다

시이발 여기 화장실 관리자 누구야! 부실 시공 이니야! 누굴 죽일려고 개새끼들- 뭘 봐! 콱 씨 고장났으니까 꺼지라고!

남자가 여자를 안전하게 내려놓고 난동을 피우자 겁먹은 여자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가 둘만 남았다

여기 뭐하러 들어온거야?

아, 아니 난 친구들이 화장실에 가서...

가서?

너는 어떻게 알았어?

맞다 아 시발!

남자가 화장실 칸 바닥을 쾅쾅 밟아 안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가 창 밖으로 문제의 유리창을 다시 보는데 안경을 쓴 남자가 컵을 들고 우두커니 서있기는 하지만 그 종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멀어서 표정까지는 안보이지만 둘이 눈이 마주치자 남자가 뒤돌아 사라져버렸다

왜그래..?

아니 시발.. 아, 저 미친새끼가

뭐 누구?

여자도 남자를 따라 조심스레 칸에 들어가서 밖을 보려고 했지만 남자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키라 옆 빌딩 옥상 끄트머리만 조금 보이고 말았다

아무일도 아니니까 신경쓰지말고 집에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내 친구들은?

뭐래 미친 알아서 집에 갔겠지 일단 가 있어 나는 좀 알아 볼게 있어

...

이번에는 진짜로 나중에 다 말해줄테니까 제발 집에 가

.. 알았어, 갈께...

여자가 가는걸 보고 남자는 부랴부랴 옆 빌딩으로 갔다 거기는 최첨단 중앙 인공보안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고급빌딩이라 세대호출을 해야 남자는 들어갈 수 있었다.

으득으득 로비 진입로에 서서 이를 갈고 있다가 마침 집으로 향하는 주민을 따라 은근슬쩍 들어갔다. 엘레베이터도 생체보안이라 눈치껏 비상계단으로 아까 빠르게 세어뒀던 8층으로 걸어올라 갔다. 계단은 3층마다 보안문이 있는데 다행이 그 문은 자물쇠로 되어있어 가지고 있던 실핀으로 강제로 열고 올라 문제의 그 집 앞에 섰다.
쉼호흡을 한 후 노크를 하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움찔한 남자가 조금 물러났다.

그렇게 요란하게 올라 오는데 제가 모를거라 생각했습니까?

뭐?

원래 복도에 있는 스페어키로 열어서 층간 이동을 해야 하는데 강제로 열었으니 외부로 가는 문은 당신이 잡히거나 자정이 지날때까지 열리지 않을겁니다

시발 뭐가 그런? 감옥이나 다름없군!

그만큼 보안에 민감하다는 겁니다

시발 이미 들어온거는 둘째치고 그 시카!

시카고라고 말 하려는 순간 안경잡이가 얼른 그의 입을 막았다

들어와서 얘기 해요

그가 남자를 들이고 문을 닫았다. 좁은 복도를 걸어 응접실까지 따라가자 안경잡이가 앉으라고 고개짓을 하고 머그에 커피를 따라와 남자 앞에 두었다.

복도는 공용면적이라 모든 대화가 녹음됩니다.

뭐?

묻고싶은 말이나 해요

아씨 그게 그 화장실 바닥이 열리는 걸 어떻게 알았어?

제 서재에서는 그 곳 창으로 내부가 보입니다.

그래서 엿봤다고?

일부러 본 건 아닙니다만 마지막 칸의 여자가 사라지는 걸 우연히 보고 흥미기 생겼습니다.

!!

그곳 오수관과 여기 빌딩 오수관이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쉽게 말해서 탈락하는 여자들이 이 빌딩으로 흘러온다는 이야기지요.

미친거 아냐? 그냥 여자 화장실이나 훔쳐본걸 그렇게 포장하고 싶었어?

...믿을 수 있는 증거도 있습니다.

그럼 믿을 수 있게 증거를 보여줘!

그 전에 9층의 층간 문을 열고 오십시오.

뭐, 왜?

시큐리티가 12층부터 수색을 시작할겁니다. 이대로는 바로 잡혀가게 됩니다.

시발..

제 스페어 키입니다 올라가서는 이걸로 내려 오십시오.

남자는 안경잽이의 말에 수긍하며 조심스레 밖으로 나와 비상계단의 문을 강제로 열고 안경잡이의 스페어키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따라오시지요.

안경잡이는 서재에 딸려있는 욕실로 남자를 데려갔다.

두 빌딩의 지대가 달라서 제가 있는빌딩의 7층과 저 빌딩의 2층이 연결됩니다. 7층은 보조 오수처리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시지요.

안경잡이가 욕실바닥의 러그를 걷자 작은 고리가 있었는데 그걸 당겨 올리자 바닥이 위로 들렸다. 그 틈 사이로 역한 냄새와 함께 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쾅

그때였다 누군가 거칠게 안경잡이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가 잽싸게 눈짓으로 그를 밑으로 내려가라 지시했다. 남자는 사인을 알아 듣고 급하게 녹이 슬고 끈적거리는 보조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안경잡이가 문을 닫고 러그를 덮은 후 환풍기를 들고 빠르게 옷을 벗어 워시를 배수구로 흘리고 온 몸을 적셨다.

쾅쾅쾅

허리에만 수건을 두르고 천천히 걸어가 문을 열었다.

베이커씨, 실례합니다. 혹시 외부인이 집에 있습니까?

아니오.

... 잠시 집안을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침입자가 있습니까?

집 안에만 계속 계셨나요?

그렇습니다.

사실은 베이커씨의 분실처리 된 키가 9층에서 사용됐으며 올라간 이력은 없고 강제로 열린 흔적만 남았습니다.

시큐리티는 열 화상총으로 실내 구석구석을 비추어 숨은 자가 없는지 확인했다. 서재의 욕실로 방향을 틀자 증기로 인해 온통 빨갛게 보였고 육안으로 봐도 사람이 있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레가 많았습니다. 스페어키는 재발급 받으셨나요?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주말이 끼어서

불편하시겠어요. 다시 발급 받으시면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시기 바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문을 닫자 다시 옆집에서 조금 작게 쾅쾅쾅 소리가 들려왔다. 끝 집까지 수색이 끝날만큼 옷을 갈아 입으며 기다린 안경잡이는 다시 남자를 끌어 올렸다. 그런데 남자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겨울에 외투 하나 없이 선 나무처럼 덜덜덜 떨고 있었다.

봤군요.

저, 저게 뭔가요?

저도 잘 모릅니다. 간간이 오수에 섞여 붉은 핏물이 섞여 나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씨, 씨발! 내가 본 건 토막난 손이랑 두피 껍데기였다고!

... 일단 씻으십시오 옷은 제걸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안경잡이가 숨을 참고 있는걸 깨닿고 축축한 샤워부스로 들어갔다. 잠시후 두 남자는 아무말도 없이 응접실 쇼파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조금 진정되자 다 식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 빌딩을 나갈 방법은 저 오수관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뭐, 미친 차리리 죽으라고 해 저길 어떻게 들어가!

그러면 죽으십시오.

뭐!

방법이 없습니다.

... ...

안경알 너머로 보이는 눈은 너무나 무감해 보였다. 그 어떤 농담도 그 눈에 대면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로 느껴질테다.

...

제 비옷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가서 올라 올 수 있게 건너편에서 사다리를 들고 기다리겠습니다.

진짜 저 방법 밖에는 없나요?

남자가 더 시무룩 해져서 되물었다. 안경잡이는 말없이 일어나 벽장에서 우비상하를 꺼내왔다.

넉넉 잡아 11시에 출발하세요. 저는 자정에 해금이 되면 나가겠습니다.

남자는 안경잡이가 주는 저녁을 먹고 너무 피로해 잠시 눈을 붙였다가 그가 깨워서 벌떡 일어났다. 두 남자는 다시 욕실로 가 러그를 걷어내고 작은 고리를 잡았다.

그런데 왜 절 도와주시는건가요?

도와주는 대신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이 캠을 달고 저 오수관으로 들어기 주십시오 그리고 그 전에 밖으로 흘러나오는 시신의 부위를 이 자루에 담아주십시오.

그건 왜..

남자기 안경잡이의 기괴한 요구에 흠칫 몸을 떨었다.

실종 된 사람의 유해가 증거물로 쓰일겁니다.

신고 하시려고요?



... 그, 그러면 알겠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캠과 야광시계입니다. 시간을 잘 확인하십시오. 정확히 12시 10분에 밀실을 열겠습니다.

남자는 캠을 가슴에 달고 손목에 시계를 찼다. 우비재킷의 주머니에 자루를 구겨넣고 양손을 마주비비며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다시 그 눅진한 보조 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가끔씩 몇 분의 간격으로 물이 울컥하고 쏟아져 나오는데 시계로 확인 해보니 1분 40초 마다 물이 1분정도 쏟아져 나왔다.

물이 멈추는 타이밍에 맞추어 오수관으로 들어가는 칸을 막고 있는 철창을 당겼다 그러나 녹이 슬었는지 결국 다시 물이 쏟아져나와 몸을 뒤로 물렸다.

발을 디딜 곳 없이 세로로 뻥 뚤린 공동에서 손 힘 만으로는 제대로 힘을 주기 힘들었다. 그러다 등 뒤의 오수관의 나사가 헐거워 벌어진 곳을 발견했다. 남자가 죽기살기로 그 철판을 잡아당기자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구부러졌다.

오수가 쏟아지는 타이밍에 맟추어 한 쪽 발까지 올려 있는 힘껏 눌러내리자 한 사람이 설 수 있을만큼 평평한 공간이 생겼다. 대신 오수가 그 철판을 타고 오수관 밖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보안이 이 상황을 인지하면 분명 누군가 수리하러 이곳으로 올 것이므로 빨리 철창을 열어야 했다.

물이 흘러 나오는 타이밍에 체중을 실어 쇠창살을 당겼다. 후욱하고 창이 빠지긴 했지만 물에 휩쓸려 자신까지 오수관 밖으로 나가떨어질 뻔 했다. 순간의 판단으로 그가 얼른 철창을 놓자 캉캉 부딧치며 어둠 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오수에서 핏물과 유해의 조각들이 왈칵 쏟아졌다. 눈코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태에서 남자는 철판에 매달려 물살 속으로 손칼퀴를 만들자 창자같은 고기찌꺼기가 손가락 사이로 걸렸다.

왼손은 사다리를 잡은 상태라 남자는 오른 손에 걸리 부산물을 얼른 우비 상의 속으로 마구잡이로 쑤셔넣었다. 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이 남자의 얼굴에서 철철 흘렀다.

다시 오수가 쏟아지기 전에 얼른 오수관으로 들어가 섰다. 장신의 남자는 양 발과 뒷목으로 관에 꽉 끼어 단단히 선 후 다음 차례의 오수가 오길 기다리자 오수 속에 휘말려 내려오던 토막난 손과 여자의 하악 두피 이런 것들이 흘러내리다 자루에 담기기 시작했다.

충분히 묵직해지자 우비재킷 속의 부산물도 자루에 담았다. 물이 멈출때마다 전진한 그는 이상한 공간에 도칙했다. 두 빌딩 사이의 연결되는 오수관이라 부르기에는 몹시 큰 도축장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2층의 U자의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으며 그 위에는 더 이상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시체들이 겹겹이 실려 불투명한 플라스틱 비닐 차양이 막고 있는 공간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당황한 남자는 자루를 내려놓고 컨베이어벨트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시카고라 불리는 화장실 칸에서 이 여자들이 실려오리라 확신한 그는 되도록이면 시신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전진하고 있었다.

으으..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어 본듯한 신음소리가 방금 지나친 컨베이어벨트에서 들어왔다. 홱 소리가 나게 돌아 본 그는 배에 구멍이 난채로 누워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자기야!

으으..

둘의 눈이 마주치자 여자의 멍하던 눈이 그를 알아본 듯 초점을 맞추더니 희미하게 웃었다. 그의 몸 위에 있는 다른 여자의 시신을 밀어내고 조심스레 컨베이어 벨트에서 여자를 바닥으로 내려 눕혔다.

집에 가있으라니까 왜 여기로 왔어!

남자의 눈물이 후두둑 여자의 얼굴로 떨어졌다. 남자의 질문에 여자의 눈동자가 기억을 더듬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베 가아는데에 친그가 사라져써.. 그래서..

아냐 됐어

남자는 말을 끊고 우비재킷을 벗어 덜덜 떨고 있는 여자의 몸을 감쌌다.

쉬이- 괜찮아 내가 왔어. 걱정하지마 내가 데리고 나가줄께!

.. 시카고라고 마라니까 여려써.. 경차레 저나를 거려는데에... 디에서... 흐으으...

여자는 더이상 그의 말이 들리지않는지 계속 말을 하다가 아픈지 신음소리를 냈다.

쉿, 쉬이- 데리고 나가줄께. 더이상 말하지마 내가 있잖아

조심스레 여자를 안아올렸는데 더이상은 피부가 존재하지 않는 여자의 배에서 굳은 피들이 철퍽철퍽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여자을 안은채로 다시 거슬러올라가기 시작했다.

여자를 만나 조금 지체가 되었다. 시간은 5분 남짓 남은 상태에 마지막 관문인 화장실 칸에 밑에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여자를 바닥에 내려 놓고 코 밑으로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미약하지만 아직은 숨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차가 있는 턱을 올라가자 위잉 소리와 함께 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러닝머신 위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추락한 여자들을 나르기 위해 설치해 둔 듯 길을 잃은 여자들을 저 도축장 어디론가 데려가 말 그대로 도축을하는 미친놈들이 있었다.

한숨을 쉬며 손목 시계를 보니 12시 10분 희미하게 시카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하고 열리는 바닥 틈 사이로 후레쉬 빛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남자는 손을 들어 눈 앞을 가려서 그늘을 만든 후에 눈을 빠르게 눈을 깜빠거렸다.

자루는 잘 챙겼습니까?

아..! 대신 더 좋은게 생겼어.

... ...

내 여지친구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구급차를 불러줘

...

안경잡이는 한숨을 쉰 후바닥이 닫히지 않게 끼워둔 크랭크를 놓고 사다리를 내린 후 주머니에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뒤! 뒤!

그때 사다리를 잡은 남자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뛰어내려!

소름이 돋은 안경잡이가 뛰어 내리려 허리를 숙인 순간 뒤통수에서 휘잉 하고 예리한 바람이 지나쳤다. 허벅지에 힘을주고 독수리처럼 뛰어 내렸는데 그만 손이 크랭크와 부딛쳐 전화기를 놓치고 떨어졌다.

부딛힌 충격에 헐거워진 크랭크가 떨어지고 쿠웅 유일했던 출구가 닫겨버렸다. 아니 바짝 추격해오던 사신의 낮을 막아주었다. 괴한이 시카고라고 외쳐도 안경잡이의 해코지에 문이 고장났는지 끼익 끼익 소리만 내고 열리지 않았다.

남자 둘은 뒤엉킨채로 벨트에서 떨어졌다.

악! 시발! 이 법치국가에서 미친 연쇄 살인마라니!

남자가 벌컥 화를 내며 일어났다가 기어서 여자에게 다가갔다.

자기야, 괜찮아?

흐으으...

숨소리가 그르륵 그르륵 끓기 시작했다. 새액 새액 소리에 남지는 마지막을 직감했다.

그때 그 여자는 그냥 대학 동창이었어 자기가 생각한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어!

... 미더.. 사라해..

나도 사랑해. 너만 사랑해. 내가 지켜줄께

여자는 순간 또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었다가 아픈지 다시 눈 빛이 흐려졌다. 그리고 색색대던 소리가 조금씩 옅어지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크흐흑, 개새끼들 다 죽여버리겠어! 시발 개새끼들아!!!

갑시다.

남자는 안경잡이의 냉정한 말에 울컥 감정이 북받혔다.

너 이새끼!

시신은 가지고 갑니다. 캠은 저 주시고 자루는 어디에 있습니까?

...

기가 막혀 아무말도 못하고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 잠시 침묵하던 안경잡이는 한숨을 쉬더니 거칠게 여자를 감싼 우비재킷에서 캠을 떼어냈다. 화가난 남자가 순간적으로 안경잡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안경에 깨지고 그가 뒤로 벌렁 쓰러졌다.

젠장! 쓰읍...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야!

빠르게 눈을 감아 코받이에 눈꺼풀이 긁혔지만 다행이 눈에는 이상이 없었다. 안경잡이가 눈을 깜빡이며 부스스 일어나지 알을 품듯 여자를 꼭 끌어안고 엉덩이 걸음으로 엉금엉금 물러났다.

제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습니까?..

...

13년을 기다렸습니다. 저에겐 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뭐?

제 어머니 시신이라도 받으려 대신 형을 살고 나와 겨우 인정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말해봐!

그들이 저의 해커로서의 재능에 눈독을 들여 인신매매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습니다. 처음은 웹상의 유괴였는데 형을 살고 나오니 대형그룹과 손잡고 오프라인에서 이런식으로 유괴를 시작했더군요.

그런!

맞습니다. 보안 시스템이 아니라 감금입니다 저는 감시없이 거길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일단 제 집으로 돌아가서 55층 로비의 모노레일을 타고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배신한 것이 상부에 보고 되기 전에 탈출해야 합니다.

그러면 빨리 서두르자!

둘은 다시 오수관으로 향했다.

잠깐, 여자친구는 다시 컨베이어 벨트에 넣고 오십시오.

시발, 이게 무슨 소리야?

시신을 데리고 55층까지 갈 수 없습니다.

아니, 그럼 너희 집에 잠시 두면 되잖아!

안됩니다.

왜!

시신이 인질이 됩니다.

남자는 아까 어머니의 시신이라고 말했던 안경잡이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도 다시 컨베이어 벨트에 올릴 순 없어 저기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너가 더 잘 알잖아!

그래서 입니다. 시카고 프로젝트에 엮인 이상은 모든게 당신 발목을 잡을겁니다.

이런, 시발!

나뭇잎은 숲에 숨겨야 합니다.

시발, 개새끼야!

울컥한 남자가 안경이 사라진 안경잡이의 멱살을 잡고 노려봤다. 그의 눈빛에서 단호함만 맛보고 남자는 손을 놓고 물러섰다.

그러면 얘는 어디서 찾아! 탈출에 성공해도 이미 오수관으로 흘러갔을텐데!

시간이 없습니다.

안경잡이가 초조한지 점점 성급하게 굴기 시작했다. 분명 그가 하는 말이 다 옳은 것을 알지만 선뜻 여자를 저 도살자들 손에 넘기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가 망설이는 것을 보던 안경잡이는 단호하게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신분을 증명 할 수 있는 손가락 정도는 챙겨도 됩니다. 그건 피가 많이 나지 않을테니까요. 못하겠으면 제가 하겠습니다.

손대지마! 제발!

남자의 턱이 덜덜덜 떨렸다. 안경잡이는 한숨을 쉬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멀리 나가 떨어진 안경을 주웠으나 한 쪽 알이 깨져버렸다. 그래도 남은 유리조각을 털고 안경을 썼다.

그리고 혼자서 오수관 쪽으로 향했다. 오수관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불룩해진 자루가 축축히 젖은채로 놓여 있었다. 안경잡이는 그 자루를 들어 끈 사이로 팔을 넣고 어깨에 걸었다.

그리고 물이 쏟아지고 난 후의 오수관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조금씩 물에 쓸려나가지 않게 이동하던 안경잡이는 끝에 다다라 마지막 한걸음을 뗀 순간 오수와 함께 흘러나온 고깃덩이를 밟고 쭉 미끄러졌다.

자루가 제법 무거웠기에 휘청거리며 쓸려 나갔다. 아까 남자가 구부린 철판 위를 타고 검은 공동으로 추락하기 직전 덜컥하고 자루가 어딘가에 걸렸다. 딩황한 안경잡이가 올려다 보자 눈가가 붉은 남자가 자루를 잡고 있었다.

빨리!

남자가 외치자 다시 오수가 쏟아져 나왔다. 찢어질 것 같은 어깨에 힘을 주고 겨우 철판 위로 올라오자 남자가 안경잡이를 먼저 사다리 위로 올려 보내고 자루를 짊어지고 따라 올라 왔다.

허억 허억 욕실바닥에 드러누워 겨우 숨을 고르던 두 사람은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보자 새벽의 미명이 밝이오고 있었다.

조금만 쉬고 다시 나갑시다.

안경잡이가 바닥을 닫고 러그를 덮었다.

다시 씻으세요 55지구는 여자와 아이들이 사는 곳이라 눈에 띄면 안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떠난 그가 다른 방에 있는 욕실에서 씻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도 뜨거운 물에 피비린내와 오수를 씻어내고 다시 응접실로 향했다.

혹시나 해서 세탁해놨습니다. 안경잡이가 원래 입고 왔던 옷을 돌려주고 스크램블 에그와 토스트를 굽고 커피를 내렸다.

그 꼴을 보고 밥이 넘어갑니까?



...

단호한 대답을 듣고나니 남자도 허기가 올라와 슬그머니 식탁매트를 깔고 식기를 놓고 앉았다. 커피향에 위가 움틀거려 둘은 한동안 조용히 음식을 씹어 삼켰다.

다 먹고 충분히 쉰 두사람은 챙겨온 캠의 동영상은 여러개로 복제하여 하나씩 나누고 클라우드와 여러 계정의 메일로 암호화 해서 심어둔 후 유해의 일부는 부패를 막기 위애 진공팩에 담고 아이스백에 담았다.

캠은 다시 다세요.

증거는 충분하지 않나요?

탈출과정이 있어야 당신의 혐의가 벗겨질겁니다.

당신은요?

저도 범죄가담해서 더이상은 필요치 않습니다.

말문이 막힌 남자가 조용히 캠을 달자 안경잡이는 응접실 콘솔에서 새로운 안경을 꺼내 다시 썼다. 스페어키가 아닌 마스터 키를 챙긴 안경잡이는 따라오라는 듯 고개짓을 했다.

복도는 올라 올때와 다르게 어수선 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시큐리티들이 코너마다 감시하고 있었다. 지상부터 지하까지 수색을 했음에도 남자를 못 찾아 비상상태에 돌입한 것 같았다



.시키고2

안경잡이는 여상하게 중앙로비의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스페어키를 도난당해서 신고하고 새로 발급 받으러 갑니다.

뒤에는 누구입니까?

담당하시던 분이 지금 침입자를 추척하고 있습니다. 대리로 오셨습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네, 수고가 많으십니다.



남자가 어색하게 인사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둘은 시큐리티에게 목례하고 조용히 몸을 실었다. 안경잡이가 45층을 눌렀다.

55층이 아니고?

45층이 보안실입니다. 거기서 고층엘레베이터로 갈아타야 합니다.

음..

남자는 최대한 덜 어색해 보이게끔 안경잡이 뒤에 가슴을 쫙 펴고 섰다. 45층 보안실에 들러 마스터키를 맡기고 복제를 요청하고 임시카드를 받아서 나왔다.

임시카드로 이동해야 추적이 한발 느려집니다. 이제부터 비상계단으로 이동합시다.

그의 의견대로 10층을 걸어 올라가 55층 로비에 도착하니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카페 라운지와 식당에는 여자와 아이들, 가족단위 손님으로 북적였다.

자연스럽게 아침을 주문하고 라운지에 앉은 그의 앞으로 남자가 마주 앉았다. 그러자 순간 안경잡이가 커피잔을 쳐 남자의 바지 위로 뜨거운 물이 쏟았다.

아뜨뜨!

당황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바지를 털어대자 안경잡이가 당황한 눈빛으로 옆자리 애기엄마에게 물티슈가 있느냐고 부탁하자 여자가 있다며 가방을 열어 물티슈를 넘겨주었다.

그걸 받은 안경잡이가 능청스레 티슈를 여러장 뽑아 남자의 바지를 훔치고 남은 티슈는 돌려 주었다.

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왜그래!

새 바지를 사야겠군요. 갑시다.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안고 벌떡 일어나 이동하는 안경잡이를 따라 상점에 가 새바지로 갈아입고 나오자 가게 밖에서 안경잡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목적이야? 이유라도 말해줘야지!

밥 먹으러 가면서 이야기 하지요.

궁시렁대며 모노레일 쪽으로 향하는 안경잡이 뒤로 따라 붙었다.

임시카드로는 모노레일 발권이 안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나가?

그래서 바꿔치기 했습니다.

무슨, 언제...?

물티슈를 돌려줄때요.

하!

이게 당신 몫입니다.

만난 이후 처음으로 씩 웃는 안경잡이의 얼굴을 보니 어이가 없어 화도 못내고 말 없이 티켓만 받았다. 연휴의 시작이라 10시40분 티켓도 겨우 끊었다. 시큐리티의 눈에 띄지 않으려 둘은 군중들 속에 섞여 계속 이동했지만 10분 쯤 남은 시점에서 승차장으로 시큐리티들이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저런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군요.

어떡하지?

눈에 띄지않게 조심하세요. 지하도로 나가면 됩니다

지하가 몇 층인데?

12층.

77층을 걸어내려 가자고?

아니오. 엔지니어의 카드라 마스터 기능이 있어서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습니다. 갑시다.

남편이 아니라 여자쪽이 엔지니어야?

편견이 심하시군요.

윽! 그럴수도 있지 면박은! 쳇!

둘은 여자의 카드로 순조롭게 7층 엔지니어실까지 내려왔다.

지하 4층이 발전실입니다. 빌딩 자체가 지대가 낮아 지하 4층이 평지의 하수도와 연결 됩니다.

그래도 11층이나 걸어내려가야 하는건 다름없네..

투덜대는 남자를 데리고 3층의 보안문을 열고 지하로 진입하려는데 갑자기 삐익 소리와 힘께 패스가 막혀버렸다.

어쩌지?

할 수 없군요. 문을 여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남자가 주머니에서 작은 쇳조각을 꺼내 몇차례 달칵 거리자 지하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둘이 지하로 내려가서 문이 닫기자 마자 위에서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콘크리트 벽을 타고 왕왕 울리기시작했다. 둘은 더 빠르게 내달렸으나 사실 오수관에서 발목을 크게 다쳤었던 안경잡이가 조금씩 처지기 시작했다.

저는 신경쓰지말고 빨리가서 문을 여세요!

부축하려던 남자는 날듯이 뛰어 내려가 잠금을 해제하고 안경잡이를 기다렸다. 수많은 발소리에 심장이 쿵쿵 뛰고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샘솟았다. 지하 4층 계단 귀퉁이에 엔지니어들이 쓰는건지 낡은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다. 그걸 허겁지겁 끌고와 놓고 외쳤다.

안경 뛰어내려!

희끗하게 놓인 매트리스를 확인한 안경잡이는 몇 걸음 더 뛰다가 난간에 배를 걸치고 등으로 뛰어 내렸다. 풀석하고 굉장한 무게로 뛰어내린걸 확인하자마자 매트리스를 지하 4층으로 잡아 당겼다.

보안문이 닫기고 안경잡이가 벌떡 일어나 셔츠 가슴 포켓에서 작은 칩을 꺼내 문 옆의 제어기 뚜껑을 열어 꽂자 일시에 모든 사이렌이 다 울리면서 자동문이 다 열렸다.

코 앞까지 온 시큐리티가 분노해서 안경잡이에게 몸을 날리는 순간 보안문이 순식간에 다시 닫겼다. 그 문 틈새로 시큐리티의 몸이 두동강이 나버렸다.

하루종일 못 볼 꼴을 많이 본 남자는 미끄러져 내리는 남자의 하반신을 보며 기어이 아침을 다 토해내고 말았다.

만능 트로이목마입니다. 10분정도 전자문은 모두 열리지 않을거예요. 그만 갑시다!

툭툭 토하는 남자의 등을 두드려주고 절뚝 절뚝 달리기 시작했다. 남자도 침을 뱉고 신물을 닦으며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미궁같은 복도를 요리조리 달려 둘은 도착했는데 그곳은 막다른 곳이었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당황한 안경잡이가 벽을 더듬더듬 더듬었다.

제대로 온 것 맞아? 여기가 아닌게 아닐까?

남자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지 두리번 거리다 계단 참 밑에 숨어있는 여자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히익!

어둠속에 안광만 기괴하게 빛나는 존재에 겁 먹은 남자가 뒤로 물러서다 안경잡이와 몸이 부딛혔다.

뭡니까?

저, 저기 귀신!

귀신이 어디 있...! 억!

장성한 남자 둘이 겁 먹고 오돌오돌 떨고있자 위험하지 않은걸 깨닫고는 여자아이가 계단 밑에서 반쯤 빼꼼 나왔다.

아, 아, 아~ 지금처럼 전력이 차단 되면 비상발전을 하기 위해 화력발전을 쓰기 위해 화력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겁에 반쯤 질린 안경잡이가 염소같은 목소리로 주절대자 그게 웃긴 아이는 피식 웃었다. 거기에 울컥한 남자가 외쳤다.

얘야, 하수구로 가는 문이 어딨는 줄 아니?

여자아이가 고개를 끄떡였다. 대답에 안심한 남자가 다시 물었다.

삼촌들이 길을 잃어서 그런데 좀 알려줄래?

입 꼬리가 덜덜 떨리지만 힘껏 끌어올려 최대한 무해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잠시 고민하던 아이는 자그맣게 대답했다.

네, 알아요. 따라오세요.

작은 손으로 따라오라 손짓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아이가 기어들어간 계단참 밑으로 따라 엉거주춤 기어들어갔다.

엄청난 소음을 내며 화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얼마나 놀랐으면 이정도의 소리도 못 들었는지 당혹스러웠다.

따라가며 주위를 둘러보던 안경잡이는 앞서가는 아이에게 물었다.

하수구 문이 몇 층에 있지?

지하 6층이요.

이런! ...

왜그래?

보안문을 지나야 하는데 앞으로 시간이 될 때 까지는 열리지 않을겁니다.

그래도 일단 기보자!

남자가 놓칠새라 요리조리 지나가는 여자아이를 따르며 안경잡이를 부축했다. 한참을 걸어 마지막 보안문 앞에 섰다. 투명한 문너머로 묵직한 철문이 보였다.

휴, 우리 조금만 쉬자..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이 빌어먹을 어드벤쳐도 막바지에 이르자 남자는 탈력했다. 안경잡이도 반쯤 동의하며 주저 앉았다. 숨을 고르고 있자 강제로 울리고 있던 사이렌이 뚝하고 멈췄다.

일어나십시오. 가야합니다.

안경잡이가 사력을 다해 일어났다. 나란히 철문 앞에 섰을때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생체보안 시스템이어서 보안자가 필요했다. 이제와서 누군지 알고 어디서 데려온다 말인가?

제길, 제길!

이 고행 속에서도 꺾이지 않던 안경잡이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어깨를 끌어안은 남자의 눈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방황하던 남자의 시야에 여자아이가 닿았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보안 패드에 지문을 대었다.

[음성암호를 입력해 주세요]

녹음된 음성이 나오자 여자아이가 말했다.

시카고캣

[입력 되었습니다]

그러자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두 남자는 열린 문 너머를 보면서도 믿을수가 없었다. 저 작은 아이가 보안자였다니..

어, 어떻게..

벅차오르는 기쁨에 눈물도 말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주저앉아 아이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아니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다시 으쓱했다.

남자의 부축에 안경잡이가 비척 비척 일어나 남자와 악수를 했다.

이제 갑시다. 지하 4층까지 올라가야 일반 하수도로 나갈 수 있을겁니다.

더할데 없는 기쁨으로 가득찬 안경잡이가 웃으면서 남자를 떠밀었다. 그렇게 감동의 첫 걸음을 떼어 통로로 들어가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잡고 뒤돌아 보았을때 안경잡이의 얼굴이 보라색으로 질려 있었다.

통로 조명에 반짝하고 가늘은 와이어가 빛이 났다.

통로로 진입하자 보안자였던 여자아이가 인경잡이의 목에 와이어를 거는 그 순간 코 끝까지 내려간 안경을 올리려 손을 들어 즉사는 면했지만 성대까지 눌려 비명소리도 못내고 있었다.

힘이 약한 아이라고 방심했는데 왜 아이가 보안자라고 정체를 밝혔을때 의심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전신을 강타했다. 반동으로 치솟는 분노에 매미처럼 안경잡이의 등에 매달린 아이때문에 그가 절명하기 직전 남자가 몸을 날려 안경잡이를 넘어트렸다.

케헥!

꺽꺽 거리며 땅을 뒹구는 안경잡이를 넘어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화끈하고 배에서 불타는 느낌이 들었지만 안경잡이가 그런 그를 붙잡아 말려 정신을 차렸다.

손을 내려다 보니 아이의 얼굴이었어야 할 부분이 곤죽이 되어 사라진 후였고 칼에 찔린건지 배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안경잡이의 오른 쪽 목에서도 와이어에 다친건지 심하게 피가 흐르고 있었다.

흐흐 고양이라니.. 시발 우리가 쥐새끼야? 미친 놈들이 아이까지 동원해서 지랄이야... 시익 시익

혀를 깨물은건지 찔린 배에 창자를 다친건지 입 안에 피맛이 가득 했다.

남자가 아이를 죽인 충격으로 반쯤 넋이 나가자 안경잡이는 옷을 찢어 남자의 배에 지혈을 해주었다. 그런 그의 노력으로 정신을 차린 남자가 남은 천조각으로 안경잡이의 목에도 지혈을 해주었다.

드르륵 쾅!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보안자가 문을 닫고 들어와 더이상 지하로의 추격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상의 추격자를 따돌리려면 빠르게 이동해야 했다.

끄으으... 끄륵..

짐을 챙겨 가려는데 아이에게서 미약하게 신음소리가 났다. 두 남자는 마주보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떠나기 전 안경잡이가 아이가 사용했던 와이어로 문을 열어주지 못하게 사다리에 손 발을 묶어 놓았다.

막판 스퍼트를 위해 둘은 빠르게 지하 4층까지 올라가 드디어 하수구로 입성했다.

허억허억, 우리는 지상으로 올라 갈 수 없어요.

안경잡이가 비틀거리며 말했다.

왜요? 허억 허억...

남자가 하수도 벽에 기대 주저앉으면서 되물었다.

바다로 가야... 가야 합니다..

시발, 여기서 바다가 얼마나 먼지 알아요? 쿨럭 쿨럭!

바다러 가야..

피는 내가 더 많이 흘렸다고...!

정신이 가물가물 하던 안경잡이가 의식을 잃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지척에 지상으로 갈 길이 있는데 갈 수 없다니 쓰러진 안경잡이를 끌어안았더니 열이 절절 끓고 있었다.

아마도 오수관에서 다친 상처에 큰 탈이 난 것이 틀림없다. 남자도 복부상처 때문에 그를 부축하고 걸어갈 수조차 없었다.

시이빨~ 이제 삼도천만 건너면 되나? 이렇게 가면 여자친구한테 뺨 맞을 것 같은데...

남자는 의식이 없는 안경잡이에게 넉두리 했다.

야! 네가 손가락 챙기래서 결혼반지는 껴줄라고 약지로 챙겨 왔는데에...? 시팔로마

점차 물건이 두개씩 보이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하얗다 못해 퍼렇게 변색해가는 가늘은 손가락을 꺼내 꼭 쥐었다 폈다 .

벌벌 떨리는 손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손가락이 툭 떨어져 반원을 그리며 굴러갔다. 그 손가락이 공사장에서 단열재로 사용하는 대형스티로폼을 가르켰다. 그걸 본 남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하! 세상 죽으라는 법만 없구나!

남자는 약지에 입을 맞추고 주머니에 조심스레 챙겨넣었다. 그녀는 항상 그의 호프였다. 막막할때마다 항상 길을 알려주었다.

남자는 뒤집어지지 않게 스티로폼을 두어장을 겹쳐 굴러 다니는 나무 막대기로 찔러 고정하고 떠내려 갈때 걸리지 않게 탄환 모양으로 앞 귀퉁이를 부서트렸다. 그 위에 안경잡이를 올리고 뒤집어지지 않게 하수도에 띄우고 얼른 몸을 날려 안경잡이 위로 업드렸다.

장마가 진지 얼마되지 않아 유속도 나쁜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게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 구획별로 쓰레기를 거르기 위한 철망이 있어 야간을 틈타 지하에서 지상으로 다음 하수도로 건너가기 위한 고행을 겪어야 했다.

운이 따라주는지 여자의 맨션이 가는 길목에 있었다. 더러운 꼴로 들어가야 하는 잘못에 심심한 사과를 하며 안경잡이를 데리고 상비약을 때려부었다.

죽지않고 잘 버티고 있으니 뭐든 하나쯤은 얻어걸리기 바라며 말이다. 약이 떨어졌을때는 여자가 버리려고 했는지 쓰레기 봉투에 담아둔 남자 자신의 옷을 찾아입고 후드를 푹 눌러써 몇 정거장 떨어진 약국까지 가 아픈 연기를 하며 해열제와 항생제를 사다 날랐다.

그런 남자의 노력을 알았는지 안경잡이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여..기가 어딥니까?

쇠약해진 목소리에 앉아서 졸고있던 남자가 깨어났다.

흐아암~ 여기? 여자친구 집..

아..

열심히 생각한 끝에 도축장에서 잃은 그의 여자가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미안한 줄 알면 빨리 일어나 바다로 가야 한댔잖아 우리도 여기 오래 있을 수 없어. 그녀의 가족들과 마주치면 우린 냉동실 반쯤 썩은 유해들과 그녀의 손가락을 해명해야 할거야.

남자가 반쯤 심드렁하게 답했다.

이튿날부터 둘은 최대한 흔적을 지우며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바다를 향했다.

그런데 왜 바다야?

망명을 해야 신고가 가능합니다.

도대체 누가 엮여있는거야? 국회의원?

...

뭐,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도 되는거야?

네.

뭐!

조용히 좀 머리가 울립니다.

미친, 시발! 우리나라 민주주의 국가 아니였나? 헛! 시발 개시발이네...

...

그런데 왜 시카고야..? 하고 많은 이름 다 두고 남의 도시 이름 갖고 허허 미치겠네..

프로젝트에 가담한 사람들의 약자랍니다.

뭐야? 우리나라에 시 씨랑 카 씨가 있다고?

아니오. 철자대로 7 명입니다.

헛! 노, 농담이야!

...

망명하려면 신분증은 어떻게 하려고..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안경잡이가 등에 맨 보냉백의 비밀 주머니에서 여권과 배편 티켓이 들어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다 준비했으면서 나는 왜 끌어들인거야?

... 키가 큰게 죄입니다.

헛!

몇 백번의 시도 끝에 당신이 저를 발견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키가 작은 여자들이 그 각도에서 보기 힘들었을텐데...

멍청한 새끼!

시카고 철자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조금 화가 나는군요.

애드리브라고 애드리브! CYCAGO맞지?

.... 하... CHICAGO 입니다.

... ...

둘은 묵묵히 항구에 배편이 출항하길 기다렸다. 혹시모를 추격자을 따돌리기 위해 출항 직전에 탑승하기로 말을 맞추고 둘로 갈라졌다.

아무래도 남자 둘은 너무 눈에 띄는 조합이고 아파서 힘들다는 안경잡이의 요구에 짐을 짊어지고 항구 근처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해류에 떠다니는 통나무처럼 빙빙 돌다가 출항 신호인 뱃고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자 배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으로 안경잡이가 시큐리티로 보이는 남자들을 줄줄이 달고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둘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안경이 깨져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세상 속이 그렇게 후련 할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저리비켜!

우락부락한 시큐리티가 남자를 밀치고 안경잡이를 쫓아갔다. 황망히 뒤엉키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힘이 빠진 가젤처럼 겅중겅중 달아나는 그의 위로 하이에나 떼처럼 날아들었다.

거 탈거요? 말거요?

선원이 갑작스런 사고에 짜증을 내며 마지막 선객에게 물었다.

네, 타요!

남자는 비밀 주머니에 사실은 한장 밖에 없었던 배편을 내밀었다.

사다리가 걷히고 뱃고동이 울리는 와중에 희미하게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십새끼야, 잘 먹고 잘 살아라!

탕, 탕, 탕!

격발 소리에 어깨를 움츠리고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설령 돌아본다 할지라고 그의 마지막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없었다.

남자는 이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이유도 없이 많은 여자들이 사라졌다.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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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하고싶은 말 | 작성시간 24.07.25 와 대박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단편소설읽은기분
  • 답댓글 작성자가나다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25 연어왔어요? ㅎㅎ 나도 써놓고 잊고 있었는데 보고 깜짝 놀랬어ㅋㅋㅋㅋ 여시들 같이 봐줘서 고마워.
  • 답댓글 작성자하고싶은 말 | 작성시간 24.07.25 가나다라 응 하물며 나 고양이 사이렌으로 왔는데 이런 대흥미돋 소설이!!
  • 작성자더웠다추웠다더웠다 | 작성시간 24.10.03 이렇게 길게 기억해???대박
  • 답댓글 작성자가나다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0.03 저때 잠도 4시간 정도 잤다가 깨서ㅋㅋㅋ 타자도 느린데 받아 적느라고 하루 종일 걸렸었어. 내용이 좀 하드코어하면 기억이 잘 되는 편이라서 대부분 일기가 흉칙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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