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오뚝기'
내용 출처: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내 인생의 대부분은 성차별적인 가정과 불확실한 사회구조 속에서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론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늘 고통과 번뇌 속에서 살아왔고, 죽음에 대한 생각이 둥둥 떠다녔어.
최근들어 다시 우울증이 악화됐어. 흥미로운 책을 구입해도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읽지 못하고 방치만 했거든. 그러다 우연히 쩌리에서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됐고, 일주일만에 다 읽었어. 원래 책을 엄청 좋아했는데 우울증 악화되고나서 최근 1년동안 아예 읽지 못했거든. 책 추천 글을 쓰는 이 순간조차도 내 머리가 무겁다. 혹여나 글의 문맥이 맞지 않더라도 우울증이 극심해서 그런거니 조금 이해하고 넘어가주면 고마울 것 같아.
내가 죽고자했던 원인들이 이 책 속에 모두 담겨있었고, 읽으면서 많은 위로도 얻었어. 누가 나에게 왜 죽고 싶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 없이 그냥 이 책을 건네줄거야. 특히 자살을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비중산층인 2030세대 여성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
지금부터 책 소개 시작할게.
1.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 뭔데?
사회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여시들이라면 알거야. 최근 들어 2030세대 여성의 자살률이 극심하게 높아지고 있어. 다른 나라의 경우 여성의 자살 시도보다 남성의 자살 시도나 자살률이 더 높게 나와. 이건 전세계적으로 비슷한데 유독 우리나라만 2030세대 여성의 자살시도가 남성을 앞지르고 있어. 이와 더불어 여성의 자살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 이 책은 사회학적인 접근을 통해 왜 2030세대 여성들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어.
2. 그래서 이 책이 뭔데?
지속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2030세대 여성 19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거야. 자살을 생각하는 여성들의 인터뷰 내용을 책에 그대로 실었고, 중간에 인터뷰어의 해석이 들어가 있어. 한 개인의 여성이 풀어놓은 삶들을 인터뷰어가 사회학적으로 접근해 해석하고 풀이하고 있어. 한마디로 그 여성이 자살을 선택하려는 이유를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책이야.
3. 이 책의 1부는 어떤게 담겨있는데?
이 책의 1부는 가정 내에 존재하는 가부장제와 돌봄노동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어. 1부 내용을 살짝 살펴보면 자녀의 계급상승 과정에서 부모의 자원이 중요시 되고 있지만 가부장적인 권력 위에서 자녀의 실패는 오롯이 자녀의 능력 부족으로만 환원되고 있음을 설명해. 즉,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자녀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을 부모의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녀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는 거지.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육체적인 폭력성뿐만이 아니라 언어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성도 함께 설명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부모의 낙관적인 시선을 ‘방임’으로 의미화하기도 해. 부모의 자원을 동원하여 우위를 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박탈감은 커지게 되고 이는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져. 이로 인해 청년여성들은 그런 부모를 향한 비난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에 대한 원망이 함께 공존하게 되면서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해. 이외에도 가정 내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아픈 가족을 간병하게 하는 등 여성을 돌봄노동에 묶어놓으려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어.
4. 이 책의 2부에서는 홀로서기를 가로막는 노동위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신자유주의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바라보고 있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안정성’이란 ‘변화와 상징’으로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말해. 다시 말해 안정성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며, 이는 개인의 노력을 통해 획득해야 할 상징으로 본다는거지. 예를 들어 우리가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스펙을 쌓고 발전 하는 삶도 이에 해당된다고 보면 돼.
특히, 부모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스펙을 쌓기가 어려워. 이는 ‘능력’이 아닌 당장 ‘돈’을 벌어야하는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청년 여성이 발전하지 못하게 되는 장애물이 되는거지. 여성들은 본인 스스로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에 따른 위험부담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절망에 빠지게 돼.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감당하기 어려워 그나마 공정한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자 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시험을 준비하는 여성과 개인의 노력만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여성간에 계급도 존재하지.
여기서 대졸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남성 노동자들과의 직접적인 차별을 겪게 되고, 비대졸 여성은 여성집중직종에 종사하면서 그 직업에 대한 가치절하 평가를 받게 돼. 이를 통해 단순히 여성의 ‘노력’만으로는 사회구조적 성차별을 해결 할수 없음을 설명하고 있어. 지속적인 노동사회에서의 성차별 경험은 여성을 덫에 가둬버리는 거지.
5. 3부에서는 사회구조적 성차별을 경험했으면서도 여성들은 자신을 혐오하고, 개인의 노력 부족을 탓하고 있어.
청년여성들의 서사에서 능력은 성차별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능력의 인정마저 성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아. 사회의 불평등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포장하여 여성들에게 도덕적인 멍에를 씌우는 역할을 하기도 해. 여기서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는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채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는거지.
객관적인 평가 기준표마저도 남성 노동자의 능력에 맞추어진 기준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어. 이처럼 능력주의 아래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을 겪는것을 아예 무시하면서 청년 여성들에게는 “여자애들은 공부를 안해서, 그만둬서, 끈기가 없어서”라는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주입시켜. 마음이 아픈게 노골적인 성차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내가 잘해야겠다. 그래야 후배한테 편견이 안 내려가니까”,“내정자가 있는 것을 알지만 내가 시험을 압도적으로 잘봐서 뽑혀야겠다”로 귀결되고 있어.
청년여성들은 자신의 실패를 야기한 ‘회피’의 원인으로 ‘노력의 부재’를 꼽고있어. 대학 졸업 후 쉬지않고 노동을 쉬어본 적이 없지만 그들은 여전히 스스로의 삶을 ‘노력이 부족한 삶’으로 명명해버려. 또한 과거에 대한 후회는 어린시절로 회귀되면서 ‘이번 생은 망했다’와 같은 실패 서사를 탄생시켜. 참여자는 자신을 한심하고 나태하며, 이상은 높은데 실천하지 않는 ‘나’로 정의해버려. 그러면서도 많은 청년여성들이 쉬어가는 것을 ‘쉼’이 아니라 ‘뒤처짐의 시간’으로 의미화하기도 해. 여성들은 구조적 불평등 또한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어. 하지만 세상에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비중산층 청년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해결책이란 고작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뿐이야. 본질적으로 문제 상황의 원인은 개인에게 있지 않음으로 또 다시 실패를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아. 반복되는 실패는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고, 끝내 삶을 포기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해. 앞으로 나아가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청년 여성들은 ‘끼어있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열심히 산다 해도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는 보장이 없고, 이는 뫼비우스 띠를 연상케 해. 열심히 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삶, 끝이 존재하지 않는 삶...
6.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인터뷰어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질문 하나를 던져. 그래서 왜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이 삶의 종료를 생각할까?
1970~80년대에 태어난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했던 청년여성들은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기를 선택해. 하지만 현재 청년여성들은 결혼이 더 이상 생애주기에서 필수적으로 여겨지지 않아. 이때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은 원가족으로부터의 돌봄노동과 부모돌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결국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 여성들은 가정내 돌봄노동을 피해갈 수 없고 남성들의 경제에 의존할 수도 없으며, 남성중심적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역시 피해갈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거지.
참여자들은 저렴한 약물로 감정의 변화를 억제하지만 평생동안 우울이 지속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또 다시 자살생각으로 증폭시키고 있어.
6. 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
우울증의 기로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사회의 불합리함이 반복되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찾아낸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는 깔끔하게 포기한다. 억울하지만 그 억울함을 뒤로 미루고, 다시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우리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 비록 세상을 뒤엎진 못해도 최소한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아픔은 우리를 단단하게 한다.
살아야 한다. 지금 당장 독립이 어렵더라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상처주는 가족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 필요하다면 가족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로 인해 가족이 해체될지언정 그것은 그들의 몫이다.
나는 여성들이 더 이상 참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당신의 탓이라고 여기는 그 모든 것 중에서 아주 조금만이 당신의 몫이다.
여기까지가 책 내용의 일부야.
책을 소개할 수 있는 내용 극히 일부만 요약한거고 실제 내용은 더 많아. 중요한 핵심 내용과 청년 여성을 위한 위로들이 책에 더 많이 담겨있어. 꼭 읽어 보기를 바랄게.
내가 직접 책 내용을 요약한건데 우울증이 좀 많이 심각해서 아마 문맥이 맞지 않거나 이해 되지 않는 문장이 있을 수 있어. 그 부분은 미리 사과할게. 미안해.
내 삶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에 가는것마저 무기력해지고 약을 삼킬때마다 느껴지는 역함이 항상 날 힘들게 해. 실패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나는 삶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얻어가는 걸까...?’ 항상 나에게 질문을 던졌어.
결국 답을 찾지못한 나는 삶을 몇 번이나 포기하려 했어.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냥 이대로 죽는게 억울한거야. 한국남성들은 자신이 가진것들이 특권인지도 모른채 살아가고 있어. 사회에서 여성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본인들은 역차별을 당한다며 끊임없이 소리치고 남성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한국남성들은 큰소리 떵떵 치며, 잘만 사는데 여성으로써 차별만 당하며 살아온 내 인생이 너무나 억울한거야. 그냥 죽기에는 너무 억울한거야.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됐고, 너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내 삶을 조금 더 연장해야만 하는 이유를 드디어 찾게 되었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생각했어. 이 책을 읽게 된건 내 인생을 통틀어서 최고의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내가 지금 우울증으로 인해 몸과 머리가 천근만근 무겁지만 이걸 이겨내고 책상 앞에 앉았어. 그리고 이렇게 글을 썼어. 단 한명의 여성이라도 좋으니 그 사람이 이 책과 내 글을 읽고 단 하루라도 삶을 연장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당신이 느끼고 있던 그 고통들이 사실은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었음을... 모든 여성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글을 마칠게.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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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소기 작성시간 24.03.13 작가 이소진입니다. 글을 쓰면서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다들 알고계신 내용을 괜히 써서 삶을 더 힘겹게 만드는건 아닐지 줄곧 고민해왔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도 위로가 되는, 힘이 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이 답글을 쓰는 지금도 괜한 말을 덧붙이는게 아닌가 며칠간 망설였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이 힘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하고 싶었어요. 불안하고, 또 불안한, 불안으로 점철된 삶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살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불안을 소리내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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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오뚝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3.14 작가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확인하고 순간 너무 놀랐어요. 남겨주신 댓글을 읽어보니 정말 신중히 달아주신게 눈에 보여 더 감동받았습니다. 저는 항상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힘들었고, 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고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알고 있었던거라 늘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였습니다. 특히 사회구조적 접근에만 그치지 않고 마지막에 작가님이 써주신 에필로그 읽으면서 많은 위로와 감동 받았습니다. 이북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평생 소장하려고 종이책으로도 구입했습니다. 친구한테 선물도했어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독서노트도 직접 작성해서 또 다시 힘든일이 닥쳤을때 이 책과 독서노트로 위로받고 이겨내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새로운 병원도 다녀왔고 다시 치료도 받아보려합니다. 좋은 책과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이소진 작가님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항상 행복할 순 없어도 너무 힘들지 않은 삶을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
작성자사카붐온 작성시간 24.03.14 자살 키워드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됐어 글 써줘서 고마워 여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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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빙빙방붕뵹 작성시간 24.03.16 연어하다가 왔어 너무 좋은 책이고 좋은 후기다 나도 읽어봐야겠어 고마워, 잘 살길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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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코코몽의 코코볼 작성시간 24.04.18 지금봤는데 정말 큰 위로가 되었어 진짜추천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