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디미토리 (https://www.dmitory.com/110081208)
나톨은 한 3년 전 쯤 일본에서 식당알바를 했음.
타베로그 이런 맛집 소개 사이트에도 자주 올라오고 매번 줄 설 정도로 바쁘고 인기많은 가게였어.
특히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코스요리가 유명해서 매일 단체예약이 엄청 많았음.
그날도 한 12명정도 되는 단체예약 손님이 있어서 미리 자리 셋팅해놓고 있는데 그 예약손님중에 한 분이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오셔서는 셋팅된 좌석들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셨고 우리는 그 정도야 괜찮으니 그러시라 했어 이제부터 이 손님을 a님이라고 하겠음
a님은 좀 유난스럽게 막 탁자 아래 등 구석구석 사진을 찍어가더니 그럼 원래 시간에 다시 오겠다면서 고맙다고 하고 다시 나가셨어.
여기까진 우리도 아무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다른 일하는 동료 알바생이 토리상 밖에 좀 보라면서 얼굴이 사색이 되더라고.
보니까 아까 그 a님이 가게 바로 건너편 인도에 똑바로 서서 이쪽을 그냥 계속 바라보고 있는거야. 참고로 이 날은 7월인가 8월인가 아무튼 한여름이었고 나톨은 도쿄 한복판에서 일했어. (참고로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더움)
한 시간 내내 a님은 움직이지도 않고 그 상태 그대로 계속 우리 가게를 보면서 서 있었어.
그러다 예약시간이 되었고 단체손님들과 함께 a님도 들어왔어. 대부분 중년의 혼성그룹이었음. 그런데 분명 예약은 12명이었는데 들어온 손님들은 a님을 포함해서 총 13명인거야.
코스요리는 미리 사람 수 대로 음식 준비를 해놔야 했기 때문에 갑자기 추가로 1인분 더 만드는 건 무리라서 누가 예약 잘못 받았냐며 티격태격하다가 저희가 예약 잘못 받은거 같다고 12명분의 음식 밖에 준비 못 했다고 손님들에게 이야기 했는데, 그 중 리더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12명만 예약한 거 맞다고 a님을 가리키더니 이 사람은 안 먹고 그냥 옆에 서있기만 할 거니까 괜찮다고 하는 거야.(??????)
우리가 그렇게 하긴 힘들 것 같다고 차라리 의자라도 가져다 드리겠다고 하니까 괜찮대.
a님도 싱글싱글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고 결국 12분에게만 코스요리를 내어드렸어.
이 그룹 사람들이 정말 이상했던 게 과도하게 싱글거리면서 웃고 엄청나게 친절한 척을 하더라고. 우리 가게는 알바생들마다 전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뭐 하나 서빙해주잖아? 한 명이 '가져다주신 토리상에게 박수~!' 하면 13명이 전부 다 박수치면서 활짝 웃으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는 식으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인사를 해.
거기다가 a님은 계속 주방으로 들어오려면서 우리가 서빙하는 걸 자기가 도우려고 했음. 그때 우리가게 코스요리는 철판요리 위주여서 특수장갑을 없이는 옮길 수가 없는데 그걸 자기가 맨손으로 들고 가겠다고 하질 않나, 괜찮다고 해도 음료수라도 나르게 해달라고 하질 않나 아무튼 정말 곤란했어.
그러다 대충 메인 요리들은 대부분 다 나갔고 다른 자리도 차면서 가게가 바빠지니까 어느 순간부터 a님도 안 보이더라고.
우리는 그냥 별 사람들도 다 있다 그쵸~ 하고 웃고선 다른 일 하는데, 갑자기 같이 알바하던 다른 동료가 '토리상 저 방금 진짜 이상한 거 봤어요' 하고 귓속말로 말을 거는거야.
이 동료가 말하길 어느 순간부터 a님이 가게 밖으로 나가서는 아까 들어오기 전 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가서 또 서있더래.
저러다 일사병으로 쓰러지는거 아닐까 걱정되어서 계속 창문 너머 그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는데 동료가 a님을 신경쓰는 걸 단체손님 중 한 분이 본 것 같다나봐.
그 사람이 나가서 a님께 뭐라고 귓속말로 말을 걸더니 그 즉시 가게 정면 창문 건너 편에 서있던 a님이 요리조리 몸을 기울여봐야 겨우 보일만한 구석지로 자리를 옮기더라는 거야.
그러면서 저기 보이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데 정말 너무 무서웠음.
아무튼 코스요리는 끝이 났고 가게에 시간제한이 있어서 내가 가서 몇시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단체손님 테이블 가서 이야기 하니까,
'마지막까지 힘내주신 토리상에게 박수~!'하면서 다들 또 활짝 웃으면서 박수치고 고마워요 고마워요 하면서 난리남.
그렇게 남은 시간동안 계속 떠들다가 일행 중 아홉 명이 먼저 나가는데, 나갈 때도 우리 알바생들 모두에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박수쳐주면서 나갔어...ㅋㅋㅋㅋ
웃긴 건 일행들 나가자마자 갑자기 그 테이블이 싹 조용해짐.
아까 말했던 리더격인 사람 포함해서 3명끼리 무슨 수첩을 꺼내서 자기들끼리 뭐라고 수근거리면서 메모를 하더라고 (동료가 지나가면서 봤는데 사람 이름이 쭉 쓰여있고 옆에 알아보지 못할 무슨 이상한 게 적혀있었대.)
우리가 시간 다 됐다고 이야기 하니까 언제 그렇게 웃엇냐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 한마디 안 하고 돈만 내고 쓱 나가버림.
그리고 그제서야 구석에 서 있던 a님도 이 남은 일행들이랑 같이 사라졌어.
일본에서 알바하는동안 별의별 이상한 모임 많이 봤지만 진짜 독보적이라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 중 하나야.
지금도 뭔지 모르겠음 무슨 사이비종교 모임 같은거였을까?자존감 올리기 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