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6869297641
여자들은 교회 집회에서 말할 권리가 없으니 말을 하지 마십시오. - 고린도전서 14:34
나는 여자가 남을 가르치거나 남자를 다스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조용해야 합니다. - 디모데전서 2:12
기독교인이든 기독교인이 아니든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황하게 만드는 신약성경의 두 구절
고린도전서, 디모데전서 모두 전통적으로 바울이 쓴 편지라고 전해지지만
성서비평학계의 주류 견해는 두 구절 모두 바울의 진필이 아니라는 것
그 근거들을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겠음
1. 고린도전서 14:34
1-1. 맥락적 문제
고린도전서 14장 26절부터 40절까지의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바울은 예배 도중 예언과 방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의할 점을 설명하고 있음
26절부터 33절의 중간까지는 읽는데 막힘이 없으나
이후 34절과 35절에서 갑자기 여자 신도들을 후려치더니
다시 36절부터 맥락에 맞는 얘기로 돌아감
저 두 구절이 후대의 삽입절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근거
1-2. 서신 내에서의 모순
고린도전서 11장 5절에선
"머리에 무엇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여자 신도도 기도와 예언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음
즉, 같은 편지 내에서의 모순이 존재
바울서신 중 하나인 로마서 16장 1절 언급되는 한 여성
"봉사하는 여교우"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Diakonos(원문: οὖσαν διάκονον)
오늘날 가톨릭의 부제, 개신교의 집사의 기원이 되는 직책임
물론 바울의 교회는 현대교회와 달리 성직자와 평신도의 역할과 구분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부제와 집사의 역할과 완벽히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여자가 교회에서 말을 할 수 없었다면 교회에서 직무를 맡는다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
1-3. 구절의 위치를 수정한 판본들의 존재
중세 성경 사본들 중 34-35절을 주석으로 처리하거나 40절 뒤로 옮긴 것들이 꽤 있음
Codex Vaticanus (4세기 작성,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경전문 사본 중 하나)
33절 중반부에 작은 주석 마크
Codex Fuldensis (6세기 작성,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라틴어 사본 중 하나)
33절을 36-40절과 이어서 읽으라는 표시
분명 교부시대에도 이 구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1-4. 위-바울서신(The Pseudo-Pauline Letters)과 같은 관점 공유
후술할 디모데전서 2:12절 참고
2. 디모데전서 2:12
신약성서에는 전통적으로 바울이 썼다고 전해지는 13개의 편지가 있고 이들을 '바울서신'이라고 함
바울서신은 친저성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되는데
1. 바울의 것이 확실시 되는 7개의 편지: 갈라디아서 / 데살로니가전서 / 고린도전서 / 고린도후서 / 로마서 / 빌립보서 / 빌레몬서
2. 논란의 여지가 있는 3개의 편지: 데살로니가후서 / 골로새서 / 에베소서
3. 바울이 쓰지 않은 것이 확실시 되는 3개의 편지: 디모데전서 / 디모데후서 / 디도서
앞서 살펴봤던 고린도전서는 이 중 바울이 쓴 것이 확실시 되는 편지이기 때문에
여러 근거를 들어 14:34-35 해당 부분만 바울의 진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지만
디모데전서 2:12과 관련해선 편지 전체를 바울이 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함
2-1. 언어적 문제
위 그래프는 바울서신 각 페이지 당 다른 바울서신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해당 바울서신에만 등장하는 단어 수의 평균을 나타낸것임
디모데후서(2TI), 디도서(TIT), 디모데전서(1Ti)는 다른 바울서신들에 비해 그 수가 아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즉, 바울이 원래 사용하던 단어나 문장이 디모데전서의 것과 괴리가 있다는 것
2-2. 영지주의
디모데전서 1장 4절 중 "끝없는 족보(Genealogiais Aperantois)"는 유대교와 결합한 영지주의자들을 말함
영지주의자들은 '믿음'이 아닌 '앎'을 구원에 이르는 열쇠로 보았기 때문에
근원으로부터 자신들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계보에 집착했는데
아브라함의 어머니는 누구라든지, 다윗의 어머니의 이름은 무엇이라든지 등등 성경에 등장하지도 않는 내용에 심취했기 때문에
유대교인들로부터 이단으로 여겨졌음
초기 기독교는 유대교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에 동조한 기독교인들도 많았던 모양
Inasmuch as certain men have set the truth aside, and bring in lying words and vain genealogies, which, as the apostle says, "minister questions rather than godly edifying which is in faith" ... and because their language resembles ours, while their sentiments are very different — I have deemed it my duty (after reading some of the Commentaries, as they call them, of the disciples of Valentinus...
어떤 사람들이 진리를 외면하고 그릇된 말과 무의미한 계보를 가르치므로, 사도(바울)이 말한 바처럼, "그런 것들은 쓸데없는 논쟁이나 일으킬 뿐이고 믿음을 통해서 구원을 얻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계획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 또한 그들의 언어는 우리의 것과 닮았으되, 그 속뜻은 아주 다르므로 — (몇몇 주석을 읽은 후, 저자들이 그들을 발렌티누스의 제자라 일컬으므로) 나는 그것을 나의 의무라 여기기로...
2세기 교부 이레네오는 본 디모데전서 1장 4절을 인용하며
"꾸며낸 이야기나 끝없는 족보 이야기"를 하는 자들을 발렌티누스주의 영지주의자로 보았음
물론 오늘날의 학자들은 그보다 이른 시점의 영지주의자들로 여기지만
어쨋거나 바울 살아생전에는 각 교회로 하여금 주의를 요구할만큼 영지주의자들이 판을 치지 않았음
아마도 1세기 후반이나 2세기 초반 누군가가 바울의 이름을 빌려 영지주의자들을 저격한 것으로 보임
결론과 한줄요약
독자들에게 어그로를 시전하는 구절인 만큼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격이나 조롱의 소스로도 종종 쓰이지만
정작 바울은 이 정도로 여성에 대해 차별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았음
고린도전서와 디모데전서의 여신도들의 발언권을 제한하는 구절들은 바울의 진필이 아닌 후대의 가필이다.
참고문헌
1. Payne, Philip B., ‘Fuldensis, Sigla for Variants in Vaticanus, and 1 Cor 14.34–5’, New Testament Studies, 41 (1995), 240–62
2. Harrison, P. N., The Problem of the Pastoral Epistles (Oxford: Humphrey Milford, 1921)
3. Irenaeus of Lyons, Against Heresies
4. Dibelius, Martin and Hans Conzelmann, The Pastoral Epistles: A Commentary on the Pastoral Epistles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72)
댓토론펌
궁금한게 있는데 그럼 저 부분은 요즘 카톨릭이나 개신교에선 뺐나요?
아뇨 그대로 남아있어서 몇몇 보수적인 교단에서 여성 목사 안수에 반대하는 근거로 작용중입니다
빼는데 여자가 교회에서 발언권이 아예 없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신부/목사가 될 수 없는 근거로 사용함
웃긴건 예수의 부활을 가장 먼저 전한 사람들은 여성임. 여성의 발언은 법적 효력이 없던 시대에 굳이 네 복음서 기자는 부활의 첫 증인으로 여성을 언급했을까?
TMI로 여성인 마리아 테레지아의 계승에 대한 반발로 발발한 오스트리아 계승 전쟁의 몰비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 군을 상대로 프로이센 군이 승리를 거두자,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는 그날 있었던 승전 예배에서 ‘ 여자가 남을 가르치거나 남자를 다스리는 것을 허락되지 않으며 여자는 조용해야 한다.’라는 구절을 인용해 마리아 테레지아를 조롱했다고 함 ㅋㅋ
가필인게 확실하면 왜 안빼는거임?
===
성경 전체를 진리의 말씀이라고 못 박아놨고 그리 믿고 있는데, 한낱 연구결과만으로 감히 건들 수 있는게 아니니까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도 야고보서를 성경에서 빼고 싶어했는데 결국 그리 되진 못했음 진실은 모르니까
예전에도 문제제기가 되었다는거랑 가능성이 있다는거가지고 딱 두개 가지고 가필이라고 확답을 내려버리고 있으면 어카냐
===
1. 바울의 사상과 모순되는 서술
2. 2세기 사회상의 반영 (바울은 60년대에 죽음)
두 가지만 봐도 가필이라고 말하는게 타당해 보이는데?
===
그 부분이 가필이라는 주장은 안됨
This self-contained section upsets the context: it interrupts the theme of prophecy and spoils the flow of thought. In content, it is in contradiction to 11 :2ff, where the active participation of women in the church is presupposed. This contradiction remains even when chaps. 11 and 14 are assigned to different letters. Moreover, there are peculiarities of linguistic usage, 53 and of thought. And finally, v 37 does not link up with v 36, but with v 33a. The section is accordingly to be regarded 54 as an interpolation. - 1 corinthians, Hans Conzelmann
학계 주류가 딱 이 근거들을 갖고 가필이라고 여김
님처럼 자기 분파에 따라 특정 목적과 선입견을 갖고 내는 결론이 아님
방금 가져온건 Hermeneia라고 신학적 입장이 아닌 학술적 관점에서 쓰인 권위 있는 주석서에 나오는 내용임
맥락적인 문제 역사적인 문제 모두 저 두 구절이 바울의 진필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음
게다가 무엇보다도 저게 정말 바울의 진필이라면
어떻게 저자가 한 편지 내에 서로 모순되는 말을 적어 놓을 수 있음?
후대의 가필이라고 저렇게 확정적으로 말할 수준이면 경전에서 빼야지
그렇게 많은 경전을 위경이랑 외경이라고 해놓고 저건 냅둔다?
===
이미 권위를 부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임
오류 없는 주님 말씀이라고 다 고백해놨는데 세속적인 연구결과 따라 이거 빼고 저거 빼는 것도 웃기잖아
마가복음 16장 9절부터도 후대의 삽입인데 다 알면서도 빼자는 사람은 없음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alsoalsk 작성시간 24.04.02 먼 나무위키냐ㅋㅋㅋㅋㅋ 걍 ㅈㄴ 웃김
-
작성자달고달고달디달디달디단밤양갱 작성시간 24.04.02 성경전체가 진리라고 믿고있다는데 그럼 둘중하나지 성경전체가 진리가 아니거나, 성경은 여혐이라거나
-
작성자말티즈귀여워 작성시간 24.04.02 성경에서 여성 묘사는 결혼한 여성을 높이는 말인 귀나이와 그냥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나뉘는데 한국은 그냥 다 여자라고 번역해놔서 헷갈리더라.
-
답댓글 작성자말티즈귀여워 작성시간 24.04.02 일단 바울은 결혼에 대해서도 한번 다뤘었는데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는 것도 좋고 시집 보내지 않는것은 더 좋다고 말 한바 있음.
-
작성자모래구함 작성시간 24.04.02 오 진짜 흥미롭다.... 와 인간남자는 꽤 오래전부터 얍삽했네ㅋㅋㅋ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