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도서 세상의 모든 사기꾼들
영국 해병대 소속인 윌리엄 마틴 소령은 세계 스파이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시체의 몸으로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점임.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이었던 1942년.
영국은 진격 장소를 시칠리아로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림.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적국인 이탈리아 or 독일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시칠리아를 단단히 방어하리란 거였음.
그래서 영국은 가짜 정보를 흘려 주축국의 뒷통수를 치기로 했으니
이 작전을 '민스미트 작전'이라고 함.
tmi = 민스미트는 민스 파이에 들어가는 다진 고기라고 함. 앞으로 영국이 벌일 짓을 생각하면 좀 의미심장...
다행히 영국도 개념이란 게 있어서 이 작전을 위해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음.
하지만 시체가 필요하긴 했기 때문에 시체 수색에 나섬.
지금 내 기분같은 짤 두고 감. 근데 이거 왜이렇게 작아
한참 난리통이라 영국 정부도 시체를 구하는 일은 쉬울 줄 알았는데, 이게 뜻밖에 꽤나 까다로운 일이었음.
그럴듯하게 속이려면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았음.
-일단은 나이와 체격이 영국 해병처럼 보이는 남자여야 했고
-저체온증이나 익사로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시체여야 했기 때문임.
그러던 1943년 1월. 드디어 조건에 꼭 들어맞는 시체를 발견함.
킹스크로스의 창고에서 발견된 30대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시체였는데, 음독 자살한 것으로 보였음.
다행히 독의 흔적이 거의 없었으므로 익사한 듯이 위장하는 건 문제가 없었음.
영국 정부는 그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했음.
계산서나 편지, 열쇠같은 자질구레한 일상과 윌리엄 마틴 소령이라는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품 속에 넣어 줌.
신분증을 만들려면 사진이 있어야 했지만 신원미상의 남자에게 사진이 있을리 없어서 닮은 군 장교의 사진을 넣어 발급했다고 함.
그리고 마침내 작전 당일, 윌리엄 마틴은 드라이아이스가 가득한 상자에 담겨 잠수함에 1급 화물로 실려 바다로 나갔고
1943년 4월 말에 바다에 내던져짐.
윌리엄 마틴은 며칠 뒤인 5월 1일 스페인에서 어부에 의해 발견됨. 한쪽 팔에는 서류가방과 연결된 수갑을 찬 모습으로..
한 쪽 팔에 서류가방을 매단 영국군 장교의 시체를 건졌다는 소식은 빠르게 스페인 정부와 독일 스파이의 귀에 들어감.
그리고 한 시간 뒤, 서류 가방은 마드리드의 독일 대사관으로 들어감.
스페인 정부가 겉으로는 중립이지만 나치와 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ㅋ
독일 스파이는 허겁지겁 서류가방을 풀어 서류를 살핌.
서류의 내용은 기밀 편지였는데 연합국이 조만간 그리스를 침공할 거란 이야기가 담겨 있었음.
그리고 이만하면 독일이 가짜 정보를 읽었겠다고 생각한 영국은 떡밥을 마구 뿌리기 시작함.
영국 : 스페인에 있는 영국 해군들은 당장 수색을 개시해 비행기 사고로 읽어버린 서류를 찾아라ㅠㅠㅠㅠㅠ 스페인 정부에게 들키면 안 됨ㅠㅠㅠㅠㅠㅠ
독일 : (도청)
스페인 : 야. 우리가 바닷가에서 너네 나라 장교 시신 건짐. 뭔 서류같은 게 있던데 어쩔까?
영국 : 서류 빨리 돌려줘ㅠㅠㅠㅠㅠㅠㅠ
독일 : (신남)
영국 : (겉) 아 빨리 서류 달라고;;; 읽기만 해봐;;;
영국 : (속) 독일 새끼들 민스미트 존나 처먹네ㅋㅋ
이 결과, 주축국은 연합국이 그리스로 올 줄 알고 그리스를 철통 방어함.
연합국은 그리스를 공격하는 척 하면서 시칠리아를 대규모로 침공했고 결국 무솔리니 정권을 무너뜨림.
그리고 그 이후 주축국은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데...
한편, 가짜 윌리엄 마틴은 스페인에 묻힘.
나중에 밝혀진 바로 그는 글리드워 마이클이라는 웨일즈 사람으로, 집도 없고 직업도 없는데다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고 함.
그는 죽은 자신의 몸이 국가에 도움이 될 줄은, 혹은 국가에 의해 이용 당할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임.
알았더라면 좋아했을까 싫어했을까...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