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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티센크루프의 몰락
세계 4위, 유럽 최대 철강업체로 독일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던 티센크루프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연이은 투자 실패와 실적 악화로 몰락 위기에 처했던 이 회사는 현재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사업 재편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20조 가량에 매각한 것과 더불어. 본인들의 본업인 철강업 마저 20% 지분을 해외 기업에게 매각 중이다.
그러나
새롭게 조직된 티센크루프의 경영진이 가장 주목한 일은 단순 구조조정이 아니다.
가장 주안점을 두는 건 전임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을 사전에 견제하지 못했던 군대식 기업문화의 혁신이다.
위기를 초래한 ‘성역화된 꼰대 경영진’의 표상이었던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이 가장 먼저 사라졌다.
1. 독일도 똑같은 회장님 라인.
티센크루프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크루프재단의 회장, 즉 실질적인 티센크루프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인 베르톨트 베이츠는 유명한 사냥 애호가였다.
그리고 티센크루프의 CEO인 에케하르트 슐츠는 그를 도와 사냥을 임기 중 수년 간 함께 해왔다.
늙은 회장인 베이츠가 사냥을 실패할 때마다 슐츠가 그를 위해 많은 사슴을 대신 쓰러뜨렸다고 한다.
사냥은 늘 두 사람의 대화 주제였다. 여성 직원이 우연히 갈색 옷을 입고 출근하면 슐츠는 “갈색은 사냥할 때나 입는 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같은 취미를 통해 베이츠와 슐츠는 가까워졌고
한국의 골프접대가 아닌
독일의 사냥접대로 회장의 친애를 받은 슐츠는 3번 연속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었다.
이는 티센크루프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왔다.
2. 결정적인 실패. 맹그로브 늪지 위 제철소 짓기
슐츠가 이끌던 시기 제철 산업은 큰 격동의 시기였다.
철강업은 중국의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아 포스코, 신일본제철, 바오우철강 등 동아시아 철강기업이 크게 성장했다.
이로써 철강업은 유럽에서 동아시아가 주축이 되었다.
티센크루프는 이제 철강업계 중심이 아니었다.
이때 티센크루프의 대표이사 슐츠는 생산 규모에 따라 자리가 배정되는 철강업계 연례회의에서 두 번째 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으며 이후 독일에 도착하자마 즉시 유럽의 철강업 부활 계획을 지시했다는 증언이다.
그는 2곳에 새로 철강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중 하나는 브라질 광산이 있는 곳으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낮아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곳은 미국 앨라배마에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브라질에서 생산한 철판을 미국 앨라배마로 보내 자동차용 철판으로 가공한다는 복안이었다. 슐츠는 “100년을 내다본 계획”이라고 환호했다.
2005년 11월 30일 이사회는 브라질 공장 건립 계획을 승인했다.
3. 영끌의 결과는 완벽한 실패
하지만 이 계획은 앞으로 100년 동안 극복해야 할 완벽한 실패였다.
철강공장 건립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연이어 악재가 터졌다.
맹그로브 늪지대에 있던 브라질 공장 예정 터는 무거운 기계뿐 아니라 공장 바닥도 가라앉는 곳이었다.
심지어 없는 살림에 무리하게 제련소 건설을 추진해 전문 기업이 아닌 중국 회사에 맡겼다.
역시는 역시
중국 기업은 브라질에서 제련소를 제때 짓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앨라바마 공장이 먼저 완공이 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브라질에서 생산하는 철판이 없으면 앨라배마 공장도 100% 가동이 불가능하다.
슐츠는 수개월 동안 참고 기다리면 이 공장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지만 전망은 빗나갔다.
그사이 철강산업이 침체기를 맞았다. 게다가 중국, 한국, 러시아가 철강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공급과잉이 불 보듯 뻔했다. 감가상각만으로 2011년 18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무리하게 만든 브라질 제철소를 유지할 수 없던 티센크루프는 경쟁업체에게 헐값으로 매각하게되었다.
4. 회장님 무서워 회사가 망가졌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런 큰 악재를 만들어낸 슐츠를 선뜻 해고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회장의 총애를 받는 슐츠를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회장님과 슐츠는 당시 사냥에 푹 빠져 있었다.
회장은 자주 법인 소유 비행기를 타고 개인 사냥터가 있는 오스트리아 게를로스에 가서 슐츠를 만났다.
둘이 함께하는 사냥 '행사'는 티센크루프 홍보팀에서 준비해야 했다.
독일의 공정거래위원회도 티센크루프에 경고했다.
검찰은 이사회와 기자가 브라질과 마이애미로 대규모 파티를 다녀온 일을 조사했다.
법인 비행기로 오스트리아 사냥터에 가고, 사냥 동물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결제한 것은 내부 감찰 대상이 됐다.
당시 이사 중 한 명은 “모든 것이 끔찍했고, 회사 명성에 해를 입혔다”고 회고했다.
현재 티센크루프의 시가총액은 30억 달러 가량이며 영업이익은 20억 달러 적자다.
필자는 티센크루프의 몰락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한국 기업은 이러한 기업문화에서 자유로운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댓펌
이런 사례만 봐도 알수있듯, 오너가 강한 리더쉽 발휘하는 체제가 한국만 있는건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현실은 좀만 찾아봐도 아닌거 다 나옴.
그 옛날 독일 제국부터 이어지는 크루프 가문이 아직도 살아숨쉬고 일본도 일제시대 자이바츠에서 파생된 가문들이 일본 경제 주요 기업들에 오너로 다 남아있고 경영에 큰 영향력끼치는데
그렇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다 빨아주는 미국도 전통적 제조업이 많이 박살나서 그렇게 보이는거지 아직 살아있는 금융이나 유통같은 분야는 아직도 귀족이나 다름없는 유서깊은 가문들이 혼맥으로 엮여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