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617
식발표 5개월전 유튜브 호언과 달라
대통령 연락하냐 질문에 소심한 답변
법정서 자신의 생년월일도 더듬더듬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본명 이천공)이 13일 경기도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시민언론 민들레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13. 김성진 기자
"없어…" "전혀 없어…"
13일 역술인 천공(본명 이천공)이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가능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언급한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답한 말이다. 천공은 이날 오후 경기도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만나 윤 대통령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시종일관 소극적인 태도로 답변했다.
특유의 긴 머리에 흰 도포, 흰 고무신을 신고 법정에 온 천공은 변호사와 수행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4명과 함께 증인 출석을 위해 형사법정 앞에서 기다렸다. 기자가 동해 석유·가스전 관련 질문을 하자, 천공 측 관계자가 "사법 방해"라고 거칠게 제지했다. 몇 차례 실랑이가 오가자 천공은 "천천히 말하라"며 질문을 하라고 허락(?)했다.
그러나 천공은 막상 '대통령이 지난 1월에 찍은 천공의 영상을 본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자 "모른다"고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최근에 대통령과 연락은 해봤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짧게만 답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 대통령실 관계자 등이 강연을 보고 연락이 왔냐'는 질문에도 "없다"고만 답했다.
천공은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관련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증인 출석 시간이 아님에도 취재를 피해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 '천공이 대통령의 국정에 관여한다는 응답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라는 여론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도 "모른다"고만 답하고 몸을 숨겼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만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뒤, 천공이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고 한 강의 영상이 뒤늦게 알려져 온라인에 확산됐다. 해당 영상은 지난 1월 촬영된 것으로 대통령 발표보다 5개월 앞섰다. 해당 영상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천공 영상을 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다만 대통령 부부와 가깝다고 알려진 그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대한민국 (땅) 밑은 아주 보물 덩어리다. 대한민국, 이 한반도에는 인류의 최고 보물이 여기 다 있는 거다"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법원에서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대통령 관련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하거나 짧게 답하는 등 매우 소극적이었다. 재판정 안에서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6일 올라온 역술인 천공(본명 이천공)의 유튜브 강의. 해당 강의에서 천공은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고 했다. 영상은 지난 1월 촬영됐다. 2024.6.13. 유튜브 채널 '정법2013' 영상 갈무리
천공은 검사 측이 증인 신문을 하기 전, 재판장이 "생년월일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자 "56년생이요…"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관이 "생일은요?"라고 묻자 머뭇머뭇하며 자신의 생일을 답변하지 못했다. 그러자 변호인과 수행원들이 "○○월 ○일, ○○월 ○일"이라고 뒤에서 속삭였고, 그제야 자신의 생일을 답했다.
이날 천공이 증인으로 참석한 재판은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들을 고소한 사건이었다. 천공은 자신의 과거 범죄이력 등에 대해 보도한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사 측의 요청으로 법정에 증인 출석했다.
그러나 천공은 자신이 고소한 사건임에도 증인 신문에서도 위축된 모습이었다. '주식회사 정법시대와 재단법인 정법시대 문화재단을 사실상 운영하는 사람이 맞냐'는 변호사의 반대신문에도 "제 명의가 아니"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재판의 핵심인 과거 자신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없다" "무혐의였다" "기억이 안 난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과거 간통죄로 본인이 고소 당한 사건에 대해선 "혐의 없음(간통죄 위헌에 따른 무죄)"이라고 답했다.
천공은 증인 신문을 마친 뒤, 곧바로 변호사, 수행원들과 함께 법정을 떠났다. 기자가 재차 '대통령에게 동해 석유·가스전에 대해 조언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지만 "없다"고 답했다. '산유국 이야기는 어떻게 하게 된거냐'는 질문을 받고는 "국민이 질문해서 답변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동해·가스전 개발 발표 뒤, 역술인 천공의 영상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윤 대통령이 석유·가스전 관련 발표를 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중대한 발표에 또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라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우연의 일치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