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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러시아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고 예언한 독일 예언가 이를마이어, 그 실체는?

작성자흥미돋는글|작성시간24.06.26|조회수1,617 목록 댓글 0

출처: https://blog.naver.com/medeiason/222888627321

 

 

격동과 혼란의 시대상일수록 대중에 각광받는 게 있으니 바로 예언입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에드가 케이시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예언가로 등극했고, 세기말 전 세계인의 뇌리엔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이례적인 범국가적 팬데믹이 발생했고, 또 패권주의의 도래를 걱정할 만큼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예언가들이 하나둘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껏 이상한 옴니버스는 과거 유명 예언가들에 대해 단편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만 다루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예언이라는 것이 결국엔 '예언 범위의 확장성'과 '확대 재생산'이라는 무기를 내세운 자기 PR이 본질이이라서입니다. 애초에 객관적 조사의 잣대를 기준으로 분석을 나열한만한 성질이 못 된다는 거죠.

하지만 이번 글에선 지난 번 '일본 만화가의 예언이 담긴 만화책'에 이어 독일의 예언가 알로이스 이를마이어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에 대한 실체를 다룬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지난번 <내가 본 미래>에 대한 글은 요약해서 함축한다 했으나 분량이 제법 길었습니다. 사실 어떤 주제라도 그러한데, 이를마이어에 대한 상세한 디테일은 책 반 권 분량은 족히 되기에 이번엔 정말로 핵심만 뽑아 최대한 심플하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로이스 이를마이어는 1940년대 독일의 예언가로 1950~1970년대, 1990년대에 이어 최근 조명되고 있는 예언가입니다. 국내에선 유명 방송에서 다뤄짐과 함께 아베 신조 암살사건 및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로 인해 처음 알려지자마자 유명해졌죠. 국내외 인터넷상에선 러시아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고 예언한 예언가로 유명합니다.

우선 문제의 국내 방송에서 다룬 영상을 확인해보시죠.

 

해당 방송 내용은 최근 해외 인터넷상에서 광범위하게 전파된 것들을 한데 묶은 격입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1914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인 이를마이어는 전투 도중 참호에서 환영을 접하게 된다.

  • 그 후 이를마이어는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 이를마이어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도우면서 유명세를 떨친다.

  • 이후 무료로 사람들의 미래를 점쳐주던 그는 1947년 이웃 마을의 목사로부터 거짓 예언으로 사람들을 선동한다며 고소당한다.

  • 법정에서 이를마이어는 판사의 집을 정확히 투시하며 자신이 진짜 예언가임을 입증, 무죄를 선고받는다.

  • 1959년 사망할 때까지 독일을 대표하는 예언가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 그런 그가 다음과 같은 미래 예언을 남긴다.

  • '독일의 난민 유입 급증', '인플레이션', '3명의 권력자 암살'과 같은 징후가 발생 후 늦은 여름 또는 가을경 러시아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3차 세계대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다.

  • 이를마이어는 자신이 죽을 날짜를 정확히 예언했다.

알로이스 이를마이어(1894-1959)

평소 예언가들에 관심이 많았다면, 그리고 그러한 자들에 대해 회의론적인 관점을 지녔던 분이라면 이쯤에서 깊은 기시감을 느끼셨을 겁니다. 사실 '이를마이어 신화'는 그간 존재했던 예언가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마이어에 대한 실체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예언'과 '예언가'에 대한 특징 및 속성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설이 길어지는 꼴이지만, 예언과 예언가에 대한 이런 일종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필수입니다.

예언과 예언가의 특질과 맹점은 크게 두 가지로, '예언 범위의 확장성'과 '확대 재생산'이 그것입니다.

'확대 재생산'은 예언과 예언가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대표적으로(사실 모든 예언가에 해당하지만) 라스푸틴, 울프메싱, 바바 반가, 에드거 케이시, 존 티토 케이스가 있겠습니다. 다들 워낙 기라성 같은 이름값을 자랑하기에 여러분들도 가히 낯설지 않을 겁니다.

이 인물들의 이야기는 과거 이상한 옴니버스에서 다룬 바가 있으므로 짧게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라스푸틴의 경우 죽기 전 러시아 황족의 몰락을 예언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생전 그의 비서였던 아론 시모노비치만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울프메싱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죽음을 예언했다고 알려졌으나, 실은 그의 회고록을 가십성에 집중해 집필하던 유명 작가의 글이 타블로이드 속 기사처럼 퍼지게 된 것입니다. 예언 외에 그의 일화들도 모두 꾸며진 일화이며 사실 울프메싱은 공연마술을 전문으로 하던 마술사였습니다.

바바 반가의 경우 지역에서 약초꾼으로 있으면서 주변인들에게 일종의 신비론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추상적으로 설파(?)하던 이였으나, 러시아의 유명 타블로이드 등지에서 그녀를 이용해 울프메싱 때처럼 거짓 기사들을 유포하며 지금의 5079년까지의 예언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예언을 적중시켰는지는 정확한 물증이 없고 그녀가 남겼다던 예언에 대해서도 실제 주변인들은 들어본 바가 없다고 증언할 정도입니다. 여담으로 보통 타블로이드 하면 미국의 <위클리 월드 뉴스>나 영국의 <더 선>을 떠올리실 텐데, 실은 과거 <프라우다>와 같은 러시아의 타블로이드지들이 힐러리가 외계인을 출산했다는 기사를 낸 <위클리 월드 뉴스>에 비빌 정도였답니다. 심지어 냉전 시대 당시 미국 CIA는 소련 타블로이드지에 실린 소련군과 외계인과의 전투를 보고서로 올렸을 정도.​

에드거 케이시의 경우를 보죠. 꿈에서 예지몽을 본다고 잠자는 예언가로 불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예언가이죠. 하지만 실은 추종자와 추종자 그룹에 의해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답니다. 몇몇 그의 열렬한 추종자로 인해 그는 초능력 의사로 떠받들어졌고 <뉴욕타임스>에까지 소개됐죠. 이후 그를 떠받드는 협회 ARE이 만들어지고, 그가 3만 건에 달하는 예언을 남겼고 이번엔 어떤 사건을 적중했다며 신격화에 열을 올립니다.

존 티토는 시간 여행자라며 한때 전 세계 인터넷을 흔들어놨던 인물이죠. 역시 그의 추종자들은 그가 CERN에 대한 예언, 제2차 걸프 전쟁, 미국에서의 광우병, 2001년 이후 중국이 우주로 진출, 새로운 교황의 탄생, 페루의 지진을 적중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나중엔 국내에서 가짜 지도까지 만들어질 정도였죠.

아하, 노스트라다무스를 빼먹었네요. 사실 그는 제대로 된 예언을 한 바가 없으며 그저 당시 유행하던 점성술 스타일의 시편을 작성했을 뿐입니다. 이후 무수한 신봉자와 미스터리 팔이들이 새로 예언을 만들거나 억지로 짜 맞추는 식으로 악용한 거죠.

'확대 재생산', 바로 이런 신봉자와 미스터리 팔이들에 의해 자행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예언가의 예언은 생명을 지니게 되는 거고요. 이처럼 확대 재생산으로 한 번 예언가와 예언이 신봉의 대상으로 올라서게 되면 사람들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어려워집니다. 비로 후에 확대 재생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무의식적으로 구축된 신통한 이미지는 좀처럼 희석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예언 범위의 확장성'이 있습니다.

앞서 '확대 재생산'으로 인해 믿음이 생긴 상황이라면 자연스레 예언가의 추상적인 예언에 대해 적중 범위를 넓혀 받아들이게 됩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인 확증 편향이 작용하는 것이죠. 따라서 모든 예언가들의 예언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신봉자들이 범위를 확장시켜줄 것이기에 구태여 리스크를 감안할 필요가 없어서죠.

번외로 '진 딕슨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진 딕슨(1918-1997)은 미국의 자칭 점성술사이자 심령술사였습니다. 그녀 역시 신년마다 간행물에 신년 예언을 싣던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적중률은 낮았습니다. 헌데 1956년 한 예언이 실리면서 그녀의 인생이 바뀝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예언했습니다.

"1960년 대선은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 그러나 비록 첫 임기 중에는 아닐지 몰라도 암살되거나 집무 중 사망하게 될 것이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JFK는 대낮 퍼레이드에서 암살당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최고의 예언자라는 타이틀을 얻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보자면, 그녀는 막상 1960년 대선 직전엔 JFK가 대선에서 낙선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답니다. 이처럼 과거의 틀린 많은 예언들로 인해 수학적으론 결코 유의미한 예언력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1956년에 한 예언으로 그녀는 명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누구도 다른 틀린 예언에 대해 관심 갖지 않고서 오로지 적중시킨 예언에 집중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특정 결과만을 가지고서 확증 편향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두고 '진 딕슨 효과'라는 용어가 생기게 됐답니다. 한때 우리나라 무속인들이 신년마다 질리지도 않고 신문에 김일성, 김정일 사망 예언을 하던 게 바로 이래서입니다. 사람들이 적중한 예언만을 기억하고 그로 인해 신뢰감을 갖게 되면서 틀린 예언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조금이라도 유사성이 보이는 예언엔 스스로의 믿음을 위해 친화적이고 인위적인 해석을 곁들이게 되니까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를마이어는 1894년 독일의 바이에른주 트라운슈타인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트라운 슈타인의 산골에 위치한 Oberscharam 동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시대상과 환경에 따라 그는 자연히 젊은 시절 농장을 이어받아 농부로 살았습니다. 1920년엔 결혼을 해 가정을 이뤘고요. 그런데 1926년, 농장이 불타버리며 생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당시 독일은 알다시피 1차 세계 대전 이후 2차 세계 대전 때까지 지속적인 경제불황이 있었고, 이를마이어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4명의 자녀를 뒀던 이를마이어는 1928년에 오스트리아 국경지대와 맞닿은 바이에른주 베르히테스가데너란트 지구에 속한 프라일라싱으로 이주합니다. 그리곤 자영업자로 변모하는데, 그의 사업 아이템은 바로 '다우징'이었습니다.

다우징은 쉽게 말해 수맥찾기입니다. 수맥 탐지 도구를 들고서 물이 흐르는 수맥은 물론 땅속에 묻힌 금속을 찾아내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죠. 다우징은 이미 중세 전부터 일반에 퍼져있던 행위입니다. 그러다 15세기 무렵 독일에서 금속을 찾는 데에 이용되며 재유행했고, 1800년대 중반 무렵부턴 아메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골드 러시 신드롬에 힘입어 전성기를 맞이했죠.

다우징의 전파력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믿음을 보낼 정도랍니다. 하지만 1852년에 이미 의사이자 생리학자였던 영국의 윌리엄 카펜터에 의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운동 근육에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과학적 설명이 존재했답니다. 이른바 분신사바, 위저보드, 심령술사들의 테이블 움직이기와 같은 맥락인 거죠.

하지만 언론과 미디어들이 이 다우징이라는 아이템(대중의 호기심을 끌기 쉬운)을 지속적으로 악용하면서 일반엔 '과학적인 탐지법'으로까지 격상했답니다. 특히 1967년엔 뉴욕 타임스가 베트남 전쟁에서 다우징으로 지뢰를 탐지해 피해자의 수가 비약적으로 감소했다는 엉터리 시가를 내보내며 다우징 부흥기를 이끌었죠.

여담으로, 뉴욕 타임스는 에드거 케이시의 홍보성 기사를 실으면서 그의 유명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후술에서 다시 언급할 것이므로 기억하세요!

한편 이렇듯 다우징이 유행하며 서구권에 수많은 수맥 협회와 수맥꾼들이 이를 비즈니스에 이용하자 한 남자가 공개적으로 그들의 도전을 받아들입니다.

이상한 옴니버스에 오랜만에 등장하죠. 바로 '초능력 사냥꾼' 제임스 랜디입니다. 1982년 랜디는 수맥꾼들의 도전을 받아들였고, 이어진 수맥찾기 시험에서 그들 모두 탈락하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슬픈 사실은 물을 찾는 데 있어 수맥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이다. 수맥찾기가 아니라 그냥 지질학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골라 아무 곳이나 땅을 판다면 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87~1988년에 걸쳐 보다 방대한 실험도 있었습니다. 다우징 유행의 본가인 독일에서 물리학자들의 감독하에 500명이 넘는 수맥꾼들이 뭔헨(바이에른주)에서 무려 만 번이 넘는 실험에 참여한 것이죠. 역시나 결과는 꽝이었고, 해당 실험에서 다우징은 결국 수맥 도구에 의한 탐지 행위가 아닌 그저 우연에 기대는 행위임이 밝혀집니다.

다시 이를마이어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서 샘과 우물을 찾는 수맥꾼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를마이어는 머지않아 빈곤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는 이 방면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태생적으로 농부 출신이기도 하고, 잘차흐강과 잘라흐강 유역에 자리한 천연의 생태지인 프라일라싱 덕택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후 수맥꾼은 그의 평생직업이었으며, 그가 생전 찾아낸 샘과 우물만 해도 수천에 달한다는 무용담이 존재합니다. 본디 '초능력자'를 두고서 갖가지 무용담이 존재하는 법인데, 이를마이어는 이 밖에도 질병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무용담 또한 존재합니다.

물론 이러한 무용담에 대한 객관적 증거는 없습니다. 어느 무용담이나 그렇듯 그냥 그의 유명세에 빌붙어 탄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마 그의 태생적 환경으로 인해 일반인에 비해 분명 지리적 특성을 읽는 능력이나 질병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을 것이며 이로 인한 성과 또한 있었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합니다. 여담으로, 라스푸틴 역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던 태생적 환경으로 인해 질병에 대한 대처법이 일반인보다 뛰어났고, 덕택에 질병 치료라는 무용담을 배경으로 왕실에 진출해 혈우병을 앓던 알렉세이 왕자를 진료(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하는 등)하며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다시 돌아와, 이를마이어는 부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부업이란 바로 미래 투시였죠.

해외 인터넷상과 위의 국내 방송 영상에선 이를마이어가 1차 세계대전 당시 산 채로 참호에 묻힌 과정에서 미래 투시 능력이 발현되기 시작했다는 극적인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는 정사正史가 아닙니다. 본디 초능력자를 둘러싸고서 여러 버전의 설화가 존재하는 법이죠.

正史(이를마이어가 본인 입으로 주장하는)는 더욱 극적입니다.

1928년 수맥꾼으로 한창 일하던 와중 고객의 집을 방문한 과정에서 그는 성모마리아가 그려진 한 폭의 그림을 접하게 됩니다. 여기서 그림 속 12성인에 둘러싸인 성모마리아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지었고, 더불어 12성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공포에 떨며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인가 생각했답니다.

해를 지날수록 이러한 현상이 거듭되고 더욱 강력해지면서 성모마리아가 그림에서 나와 실물 크기로 커졌을 정도라고 합니다. 더불어 이를마이어는 마치 '파티마의 성모'에서처럼 성스러운 능력이 생겨 미래를 투시할 수 있게 됐답니다.

이를마이어가 이처럼 자신의 능력 배경에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빌린 연유론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하겠습니다. 하나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Oberscharam가 산으로 둘러쌓이고 외딴곳이며 바로 주변으로 전통 있는 성당과 수도원이 있어서 자연스레 영향을 받았거나, 아니면 당시 온 유럽이 기독교인이었던 만큼 이런 배경이 믿음과 신앙을 얻어내기에 적합하다는 전략적 판단하에서였거나 말입니다.

그렇게 그는 1930년대부터 평일엔 수맥꾼 영업을, 그리고 주말엔 점술사 영업을 진행하며 투잡을 뜁니다. 덕분에 당시 심각했던 독일 경제 상황 속에서도 아내와 4명의 자녀를 먹여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이를마이어는 예언에도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남긴 생전 예언들을 보면 종교적&문학적 색채가 잘 버무려진 형태로 예언 범위 확장성을 적절히 띤 추상적 예언이기 때문입니다. 예언이라는 게 너무 현학적이고 추상적이거나 또는 너무 무미건조하면 대중에게 외면받거든요. 이런 면에서 그는 적절한 선에서 줄을 잘 타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유럽의 정세, 특히 독일의 상황은 전쟁과 빈곤으로 인해 사람들이 조언을 갈구하던 시대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마이어를 방문하는 소시민들의 행렬 역시 수년간 이어졌던 거겠죠.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러한 시대상으로 인해 당시 독일에선 돈을 받고 거짓 예언을 하거나 마술사(여기선 일반적인 마술사가 아닌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마술사를 의미) 행위를 통한 사기가 유행했고, 독일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지었답니다. 바이에른주 역시 이러한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는데, 1946년경 이를마이어의 이웃에 살던 목사가 그를 고소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세한 내막은 기록이 없으나, 아마 이를마이어가 성모마리아의 권능을 빌려 불법행위를 하는 것에 특히 더 분개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이를마이어는 법정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떨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왜냐고요? 사실 20년간 수맥꾼과 점술사 영업을 하면서 15건의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그중 7건은 사기혐의였거든요. 이러한 15건의 유죄판결의 정확한 내역은 기록이 없어 추정만이 가능합니다. 성공적인 투잡에도 때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재정과 관련한 기소를 염두에 둘 수 있겠고, 무엇보다 수맥꾼과 점성술의 고객 중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로부터 사기로 고소당한 것이 주요 혐의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를마이어는 이쪽 방면에 재능(?)이 있었고, 1945-1946년엔 그의 점성술 영업이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1946년 바이에른 경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현장엔 약 70명의 고객들이 대기 줄을 이루고 있었다고 하니까요.

이를마이어의 점성술 방식은 이러했습니다. 먼저 고객이 투시를 원하는 대상의 사진을 건넵니다. 그럼 이를마이어는 그 사진의 한 지점에 집중하며 투시능력을 끌어내고, 곧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영상이 재생된다는 거죠.

그렇다면 복채(?)는 얼마였을까요? 앞서 말했듯 당시 가짜로 점을 봐주고 대가로 금전을 받는 것은 불법이었기에, 이를마이어는 요금을 묻는 고객들에게 결코 금전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무료로 진행했느냐? 그건 아닙니다. 이를마이어는 직접적으로 가격표를 내걸진 않았으나 고객들에게 이렇게 넌지시 말했거든요.

"보통 사진 하나 투시하는 데 5라이히스마르크 받습니다."

라이히스마르크는 1924년부터 1948년까지 사용됐던 독일의 화폐입니다. 그럼 5라이히스마르크는 당시 얼마정도의 가치였을까요?

아무래도 당시 독일의 들쑥날쑥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정확한 환산은 어렵겠으나, 이를마이어가 한창 점성술을 할 당시엔 5라이히스마르크가 2달러 내외의 가치였습니다. 그럼 당시 2달러는 어느 정도 가치였을까요?

1940년대 미국을 강타한 식료품 중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코카콜라겠습니다. 이 코카콜라가 한 병에 5센트에 판매됐습니다. 그럼 1달러면 20병, 2달려면 40병인 셈이죠.

그렇다면 이를마이어의 점성술 가격책정 역시 뛰어난 처세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주요 고객층을 공략한 적정선의 가격대입니다. 너무 비싸면 접근성도 떨어지고 점이 빗나갔을 경우 거센 컴플레인에 당면할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저렴하면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위안도 덜 할 테니까요. 나라의 정세와 전쟁 위협으로 인해 기댈 곳 없는 소시민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지불하기에 안성맞춤인 셈입니다. 이런 마음의 위안과 카타르시스의 해소는 동서고금 복채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허나 그럼에도 이런 부업의 오랜 지속 행위로 인해 그는 몇 번이고 기소돼 유죄를 받아야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은 복불복이라더니 1947년의 재판이 오히려 그의 인생을 좋은 쪽(?)으로 바꿔놓습니다.

실제 당시의 판결문

결론적으로..

이를마이어는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그가 정녕 진짜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어서였을까요?

실은 당시 시대상에 따른 바이에른 지역의 판사가 내린 법리적 해석에 불과했습니다. 판결문 내용을 풀어서 요약정리해 보겠습니다.

"피고는 자신에게 과거와 미래를 보는 투시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사람들에게 받은 사진을 통해 투시를 했으며 서면 외에 서신으로도 투시를 요청받았다고 진술했다. 투시는 사진 하나당 5라이히스마르크를 지불받았으며, 서신의 경우에도 사진당 5라이히스마르크가 동봉됐었다.

경찰은 수색 과정에서 23장의 미개봉 서신, 35장의 개봉 서신을 찾았고 이 안에 들어있던 돈은 총 211라이히스마르크였다.

피고는 사기 혐의를 받고 있으나 본 재판 결과 사기죄는 서립되지 않는다. 재판 근거로 삼은 사건 중 어느 것도 사실을 완전히 입증하지 못했다.

증인들 중 피고의 투시 결과가 모순됐다고 증언한 증인도 있으며 투시 결과가 맞았다고 증언한 증인도 있다. 한 증인이 전쟁포로로 있는 동생을 투시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피고는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후 사실로 판명됐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정말 투시력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미정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반대의 경우에도 피고의 투시력이 거짓이라는 것이 입증되지가 않는다.

피고는 사람들에게 먼저 금전을 요구하지 않고 가격을 묻는 질문에만 보통 사진 하나에 5라이히스마르크를 받는다고 대답했다며 진술했다. 한 증인은 추가적인 투시를 요청하는 서신에서 20라이히스마르크를 동봉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피고는 서신을 줄 것을 제의하지 않았으며 다른 서신의 경우에도 해당한다. 서신의 답장 여부에 대해 따로 피고에게 문의가 없는 채 사진당 5라이히스마르크가 동봉된 채로 보내졌고, 이는 피고인에게 점차 사람이 몰리는 과정에서 피고가 일방적으로 요청받은 것이지 조장한 것이 아니다.

비록 피고가 이러한 서신들을 받긴 했으나 서신에 동봉된 돈을 꺼내지 않았으므로 자산 취득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서신의 경우 피고가 법을 위반해 이같은 금전취득을 행한 것이 아니므로 혐의에 대한 유죄가 될 수 없다.

오늘날 투시력은 과거 기록에서 수많은 사례가 보고됐으며 입증됐다. 따라서 투시력은 인간의 인지 능력 중 여전히 부분적으로 숨겨져 있는 과학의 최전선 영역으로 일반에 인식되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투시력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피고의 투시력에 대해 긍정의 증언을 하는 증인도 있고 부정의 증언을 하는 증인도 있으며, 피고의 투시력이 적중할 경우 그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여부를 알 수 없고, 빗나갈 경우 그가 사기를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그런 것이지 여부를 알 수 없다. 과학적으로 명확히 할 수 없다는 것이 적어도 본 법정의 틀 내에선 피고에게 불리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없다.

전후 온갖 종류의 속임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으로 값싼 오락 제공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지출하도록 부추겨지며 공공질서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피고는 본업이 있으며 주말에만 투시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받았다. 또 피고는 자신이 마술사(주: 여기서는 초자연적인 능력의 마술을 부리는 사람을 의미)인 양 외적으로 어필하지도 않았으며, 전쟁 동안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 어떤 지역과 어느 시간이 위험한지 예측해 조언을 하며 정신적 안정을 비이기적으로 제공했다.

증인 중 힘펠, 스테들러, 월너, 히블, 캐스는 진술 과정에서 피고의 투시력에 대해 놀라운 증언을 했다."

어떠신가요?

당시 시대상에선 어찌 보면 합당한 법리적 해석이었다고 여겨지지 않습니까?

여하튼 해당 기소 건에 한해서는 이를마이어가 다른 사기꾼들처럼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사기행위로 금전 갈취를 꾀한 것이라 보기 힘들고, 동시에 투시력의 여부를 법정에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우며, 또 과학적으로 입증이 불가하다는 것이 이를마이어의 투시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피고에게 불리한 작용이 되어선 안 된다는 지극히 법리적인 해석에 기반한 판결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일에서 투시력이 법정 공방에 올려진 초유의 재판이 벌어졌으며 여기서 이를마이어가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겁니다. 어라? 이거 그럼 법정에서 투시력을 인증받은 거라 할 수 있지 않나요? 이렇게 재판 시작서부터 군침을 흘리던 바이에른 언론은 계속해서 기사를 내보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시능력자 이를마이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투시능력자! 프라일라싱의 노스트라다무스!"

 

 

 

좌: '우리 사대의 가장 중요한 투시자는?' 헤드라인의 1950년 신문 / 우: '프라일라싱의 노스트라다무스' 헤드라인의 1949년 10월 신문

이렇듯 언론과 미디어에선 이를마이어의 과거 유죄판결이나 사기 전력에 대해선 내팽개친 채 지속적으로 그의 신봉자들의 과장된 무용담만을 연이어 기사로 내보냅니다. 지금이나 그때가 같습니다. 그래야 많이 팔리니까요.

한편 이를마이어는 재판 선고 후 다시는 점을 봐주지 않습니다. 기소와 고소라는 리스크를 등진 채 죽을 때까지 언론과 미디어의 인터뷰에만 응하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그의 예언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현재 알려진 그의 예언들은 바로 이 시기에 나온 것들입니다.

이를마이어의 사후 그의 이야기는 간간히로만 다뤄졌고, 그조차 90년대 이후론 완전히 끊겨졌습니다. 그러다 2009년 스테판 베른트라는 작가가 그를 다룬 책을 냅니다.

베른트는 이른바 '예언가 덕후'입니다. 90년대부터 이미 200명이 넘는 예언가들을 조사하며 그쪽 분야에선 이름있던 사람이었죠. 다만 문제는.. 가끔 미스터리 덕후들이 깊은 믿음에 빠질 때가 있다는 겁니다.

베른트는 이를마이어를 다룬 책에서 그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를마이어는 몇백 년에 한 번 1억 명 중 한명 꼴로 나올 훌륭한 선견자다. 그는 모차르트나 다빈치처럼 희귀한 재능의 소유자다였다."

이 소개처럼 이를마이어에게 푹 빠져버린 베른트는 그가 기후변화와 전쟁들, 심지어 핸드폰과 신용카드를 예언했다며 과대&확대해석합니다. 서두의 국내방송에서도 연출된 '판사의 빨간 드레스 입은 아내를 투시'하는 것 역시 베른트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이고요. 처음 그의 책은 관심을 받진 못하나, 러시아의 정세와 함께 최근 이를마이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의 책은 유일한 성전이 되기에 이르렀죠.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전체적으로 글의 맥락이 예언가(?) 이를마이어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하는 것을 두고 불편하거나 불만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바로 '이를마이어가 했던 예언의 실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베른트는 이를마이어를 실제로 방문했었던 한 여인을 전화 인터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통화 중 여인으로부터 다음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를마이어는 사람들이 Zuban 박스로 물건값을 지불할 것이라 말했어요. 또 사람들이 Zuban 박스로 말을 한다고도 했어요."

위의 사진이 당시의 Zuban 박스입니다. Zuban은 뮌헨의 담배 공장 브랜드였고 Zuban 박스는 Zuban사에서 출시하던 시가가 담긴 통을 의미합니다. 위 여인의 이야기는 베른트만의 주장이라 진위 여부 및 여인의 과거 기억력에 대한 판독은 불가능하지만, 어쩄든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이를마이어는 미래의 사람들이 핸드폰(신용카드 페이 기능을 갖춘 )을 사용하는 걸 투시한 것이다."

판단은 여러분들께 돌리겠습니다.

1950-1952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마이어는 기후변화에 대해 예언합니다. 3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 바이에른 지역은 아열대 기후가 되고 와인과 열대 과일을 재배한다는 게 그것입니다.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지 않아서 뭐라 말할 게 없네요. 다만 올해 1월 바이에른 지역의 평균 기온은 2도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이를마이어가 최근의 기후문제를 예언했다는 세간의 평가엔 다소 무리가 따르겠습니다. 역시 판단은 여러분들께.

핵심인 3차 세계대전에 대한 예언을 소개로 끝을 내겠습니다. 최대한 요약해서 핵심만 소개하려 했는데 이미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를마이어의 예언을 모두 소개하려면 여기서 지금까지의 분량에 해당되는 양이 추가되기에..

언론과 미디어에 소개된 이를마이어의 예언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3차 세계대전 예언편 시작하겠습니다. 이를마이어가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발언한 관련 예언들을 요약 정리 해보겠습니다.

"세 번째로 권력자(Hochgestellte) 암살이 일어납니다. 간디와 베르나도테 백작은 이미 암살당했습니다. 직후 (3차 세계대전)시작됩니다." - 1950년 이전

"간디와 베르나도테 백작이 암살되고서 세 번째로 고위급 국제적 인물이 암살되면 다음 전쟁(3차 세계대전)이 시작됩니다. - 1950년대 초

"간디와 베르나도테 백작에 이어 세 번째 정치적 암살이 발생합니다. 직후 (3차 세계대전)시작됩니다." -1955년

"세 번째 암살의 범인은 두 명으로, 한 명은 키가 작은 흑인이고 다른 한 명은 키가 약간 크며 밝은색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 1959년

국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이를마이어의 3차 세계대전 예언을 접했던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 의아해할 것입니다. 지금껏 '세 명의 권력자 암살 후 3차 세계대전', '3번째 서열의 권력자 암살 후 3차 세계대전'으로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가 암살당한 것을 예언한 것이라 알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를마이어가 실지 인터뷰했던 내용 원문은 저렇습니다. 1948년에 간디가 힌두 광신자로부터 암살당했고, 스웨덴의 왕족인 베르나도테 백작도 시오니즘 극단주의 무장단체로부터 암살당했죠. 이를마이어는 바로 이런 세계적인 인사 둘의 암살을 언급하며 세 번째 암살이 발생하는 게 3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이라 말한 것입니다.

'어쨌든 그럼 아베 신조를 3번째 암살로 볼 수 있는 거 아냐?'라고 할 수 있겠으나, 위에 소개했듯 범인은 두 명으로 한 명은 흑인이라고 하네요.

추가로 3차 세계대전에 대한 예언들을 살펴보자면.. 그전에 먼저 이를마이어가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남긴 예언들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기에 현재 보편적으로 알려진 예언을 중심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또 앞서 언급했듯 그가 생전 남긴 예언의 분량이 제법 되기에 본 글에서 다루지 않은 것들은 위에 이미 첨부한 사이트를 참조 바랍니다. 또한 이를마이어의 생전 그로부터 전해 들었다라는 식의 주장은 배제하고서 실지 그가 참여했던 인터뷰 내용 속 예언만을 다루겠습니다.

"1950년 세 번째로 권력자 암살이 일어납니다. 간디와 베르나도테 백작은 이미 암살당했습니다. 세 번째 암살 직후 밤 동안 전쟁이 시작됩니다. 적군의 세 부대가 서쪽에서 아주 신속하게 기동합니다.

수많은 비둘기(주: 적군의 항공기)가 날아와 약 25cmx25cm 크기의 무기들을 투하합니다. 이 무기는 폭발하면 노란색과 녹색의 먼지와 연기가 나고 그 밑으론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두 없어져 버립니다. 사람이 검게 변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독성이 강합니다.

세 개의 불의 혀가 불타는 꼬리를 지닌 혜성처럼 날아가는 것을 봤습니다. 다행히 북부의 작은 마을만을 불태웠습니다.

동쪽에선 온 어떤 비둘기(주: 항공기)에선 무언가를 대양에 투하하자 대양은 마치 하나의 조각처럼 높이 솟아올랐다가 떨궈지며 모든 게 범람합니다. 지진이 일어나고 커다란 섬이 절반이나 가라앉습니다.

높은 철탑이 있는 커다란 도시가 불탑니다. 우리가 아닌 동쪽에서 행진해온 자들이 불 지른 것입니다. 이 도시는 완전히 파괴됩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교황은 달아날 수 있었지만 다수의 성직자들이 죽고 교회들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이후 교황은 다시 돌아와 헝가리, 오스트리아, 바이에른의 왕위에 오른 남자에게 왕관을 씌워준다. 남자는 늙고 백발에 Lederhosen(주: 바이에른의 전통 의복으로 멜빵 달린 가죽 반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또한 세 개의 큰 도시가 멸망합니다.

사람들은 저기 동쪽의 사나운 이들과 싸울 것이며 십자가는 다시금 영광을 얻습니다.

이 모든 전쟁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3일, 3주, 3개월, 정확히는 모르나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전쟁 후 바이에른의 기후는 따뜻해지며 와인과 열대과일을 재배하기까지 할 겁니다. 전쟁 후 길고 행복한 시간이 이어집니다.

많은 이들이 저를 믿지 않으며, 저는 주님이 무엇을 하시는지 모릅니다. 저는 선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게 아니며 제가 보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주님의 뜻에 있습니다. 십자가를 믿지 않는 이는 짓밟힐 겁니다.

이 전쟁은 1950년에 일어날 것입니다."

자, 위의 내용은 저널리스트 콘래드 아드마이어가 이를마이어와 나눈 대담을 엮어 1950년에 출판한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당시 시대상에 따라 이를마이어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진격하리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동쪽의 사나운 이들이 서쪽 루트를 통해 진격한다는 것은 독일의 동쪽에 위치한 러시아를 의미할 테니까요. 비둘기(주:항공기)가 대양에 무기를 투하하니 지진이 일어나고 커다란 섬이 절반이나 가라앉았다는 구절은 러시아의 영국 공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높은 철탑은 프랑스로 사료됩니다. 높은 철탑이라는 표현, 그리고 우리가 아닌 동쪽에서 행진해온 자들이라는 구절은 프랑스와 동서로 맞닿은 독일의 동쪽, 즉 러시아의 침략으로 보입니다.

교황이 복귀해 관식을 주관하며 주님에 대한 믿음 강조, 그리고 기독교의 완전수인 숫자 3의 잦은 등장, 전쟁 후 행복한 세상은 너무도 기독교 색채를 띱니다. 이는 아마 이를마이어가 자신의 투시력을 성모 마리아의 선물로 홍보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그의 모든 예언들은 이처럼 기독교적 색채를 띱니다. 당시 온 유럽이 기독교였던 점, 과거 파티마의 기적이 유럽을 뒤흔들었던 점, 노스트라다무스가 계속해서 이름을 떨치던 시기였던 것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놀라워할 것은 바로 3차 세계대전이 1950년에 일어난다는 대목일 겁니다. 분명 큰 충격입니다. 여태껏 2022년 러시아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한편 콘래드 아드마이어가 1955년 출판한 2판에서 마이어는 이렇게 변명합니다.

"제가 본 숫자에 따라 해석한 것입니다. 다행히 성모 마리아의 중재를 통해 재난을 피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 재난이 사라진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점점 더 명확하게 투시가 됩니다. 첫 번째 징후는 독일 남동쪽의 고위급 인사(남자)의 암살입니다."

추가적으로 2판에 새로이 담긴 그의 예언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번엔

"세 번째 정치적 암살 직후 시작됩니다. 밤새 시작돼 숲을 통해 새까만 떼가 옵니다. 그들은 너무도 빨라 농부들이 식탁에 한가로이 앉아있을 때 이미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세 개의 선봉대가 숲을 가로질러 왔습니다. 이후 선봉대는 다뉴브강을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갑니다. 그 노선으론 프라하, 바이에른 숲 및 북서쪽이 있습니다. 다음 부대는 작센을 가로지르고, 세 번째 부대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향합니다. 이 러시아 부대는 멈추지 않고서 루르 지역(주: 독일의 대표적인 공업 지대로 당시 전장의 요충지)을 향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군합니다.

하늘에선 흰 비둘기(주:항공기)가 와선 갑작스레 노란 비가 내립니다. 노란 비가 떨어진 곳엔 사람도, 소도, 나무도, 풀도 시들어 검게 변해 더는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세 개의 도시가 가라앉습니다. 독일 남쪽의 도시는 진흙 속에, 북쪽의 도시는 물에, 그리고 세 번째 도시는 물 위에 있습니다. 철탑이 있는 도시는 전쟁이 아닌 화재로 인해 파괴됩니다. 그 나라 사람의 혁명으로 인한 것입니다.

부츠 모양의 나라(주:이탈리아)에서 많은 성직자들이 살해되고 교황은 달아났다가 평화가 회복되면 돌아옵니다.

바다와 인접한 국가(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해안, 덴마크)는 물에 의한 심각한 위험해 처합니다. 바다는 매우 불안정하고 파도는 집만큼이나 높습니다. 지하에선 마치 끓는 듯 거품이 일고 있습니다. 섬이 사라지고 기후가 변하게 됩니다. 비둘기(주: 러시아 항공기)에서 투하한 것이 바다에 떨어지면 자랑스러운 섬(주: 영국)의 일부가 가라앉습니다.

전쟁 중 또는 전쟁이 종결 무렵 하늘에선 성흔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형상이 나타날 것이며 모든 이들이 그것을 볼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을 벌써 3번이나 봤습니다. 반드시 일어납니다.

이러한 재난이 모두 끝난 뒤에 사람들은 다시금 주님을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평화와 함께 좋은 시절이 올 것입니다. 길고 행복한 시간이 올 것입니다."

이어서 1961년 출판된 3판의 내용도 보겠습니다.

"(1947년부터 했던 3차 세계대전에 대한 예언들에 대해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습니다. 이제 더 가까워졌고 그래서 아주 명확하게 투시됩니다.

세 번째 암살을 저지르는 두 남자가 보입니다. 하나는 키가 작은 흑인이고 다른 하나는 약간 큰 키에 밝은색 머리입니다. 이 범인들이 발칸 반도에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확언할 순 없습니다.

세 번째 암살 이후 밤사이 전쟁이 시작됩니다. 3개의 숫자가 보입니다. 2개의 8과 하나의 9가 명확히 보입니다.

일출과 함께 그들은 빠르게 도착합니다. 농부들이 선술집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데 이미 창문을 통해 그들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주 많은 수의 흰 비둘기(주: 항공기)가 노란 비를 일렬로 뿌리고 황금도시(주: 프라하)는 파괴됩니다.

전쟁 중 혹은 전쟁 종결 무렵 큰 십자가가 하늘에 나타나 지진과 천둥번개를 동반하니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며 '주께서 계시다'라고 외칩니다. 산 정상에 눈이 쌓여 있고 흐리고 진눈깨비가 내리는 계절의 일입니다. (주: 가을 또는 봄이겠음.)

전쟁이 벌어지면 천둥번개와 지진으로 땅이 진동하니 집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전기가 끊기며 바깥의 먼지를 들이마시면 경련과 함께 죽습니다. 창문을 열지 말고 검은 종이로 뒤덮으십시오. 밀봉된 것 외에 개봉된 물과 음식은 모두 독입니다. 바깥에선 먼지로 인한 죽음이 계속되고 많은 이들이 죽어갑니다. 이러한 것은 72시간(주: 3일, 역시 기독교의 완전수인 숫자 3)이 지나면 모두 끝납니다. 따라서 그때까진 창밖을 내다보지 마십시오.

하룻밤 사이 2차 세계대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자연재해 등으로 러시아군은 갑작스레 북쪽으로 이동하며 마지막 전투는 쾰른 주변에서 발생합니다. 승리 후 평화가 찾아오나 독일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징병 됩니다. 하지만 더는 싸우지 않고서 점령군으로 남습니다.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는가에 대해선 숫자 3이 명확히 보입니다. 하지만 3일인지 3주인지 3개월인지 모르겠습니다. 라인강에선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반달 모양이 보입니다. 낫의 뿔 부분이 닫히고 싶어 하는데 저도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장화 나라(주: 부츠 모양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혁명이 일어나며 성직자들이 모두 죽기에 저는 이를 종교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은 남동쪽으로 큰물을 건너 달아납니다.

알래스카를 통해 캐나다와 미국으로 유입되는 황인종들이 보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대중들은 이에 반발합니다. 한편 이곳의 대도시가 미사일 발사체에 의해 파괴됩니다. (그곳이 뉴욕이냐는 질문에 대답 거부)

러시아에선 혁명과 내전이 일어납니다. 거리에 시신이 너무 많아 다 치울 수 없을 정돕니다. 러시아인들은 다시금 그리스도를 믿으며 십자가를 영예롭게 합니다. 당 지도부 중 핵심인물이 자결합니다.

전쟁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세 개의 9가 보이며 세 번째 9는 평화를 가져옵니다. 기후가 변화하며 바이에른을 비롯한 독일 전역이 따뜻해지며 이탈리아처럼 열대 과일이 자라납니다. 전쟁이 모두 끝나면 사람들은 다시금 주님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세 개의 왕관이 번쩍거리는 게 보이며 수척한 노인이 독일의 왕이 되는 것이 보입니다.

전쟁 후 처음엔 여전히 기근이 이어지지만 다시금 모든 이들이 배불리 먹을 만큼 많은 양식이 생깁니다. 누구나 원하는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재난 이후 길고 행복한 시간이 도래합니다. 이를 경험하는 이들 모두 운이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 저널리스트 콘래드 아드마이어와 이를마이어간의 대담(1950년 이전부터 이를마이어가 사망한 1959년까지의)이 담긴 '이를마이어 예언 正史 메인 파트'입니다.

다음으로 각 언론지 등에 단편적으로 실린 이를마이어의 예언을(중복 제외) 소개하겠습니다.

"곡식이 익으면 또 다른 큰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불행하게도 연도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전쟁은 고작 4개월 동안이지만 세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이 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부다페스트와 프라하가 파괴됩니다. 이 전쟁에서 사용되는 무기는 탱크가 맞고 움직일 수 있어도 안에 탑승한 군인은 죽게 되는 무기입니다."

- <Münchner Merkur> 1949년 10월

"세 번째 암살 이후 전쟁이 일어난다. 멀리서 전차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천둥소리를 내며 대규모의 세 부대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서 순식간에 동쪽에서 라인강으로 진격합니다."

- <Bayerische Landeszeitung> 1949년 10월 22일자

"다느뷰강에서 북해와 발트해까지 항공기에서 투하된 무기로 인해 끔찍한 결과를 맞이합니다. 이 무기는 전혀 크지 않지만 모든 것을 없앴습니다. 더는 벌레도 땅에 살지 못하며 풀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살점이 뼈에서 떨어져 나가 모두 죽었으며 1년간 아무도 갈 수가 없게 됐습니다.

바이에른,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군주국이 되며 군주는 백발의 수척한 늙은 남자입니다. 그는 돌아온 교황으로부터 왕관이 씌워집니다. (주: 관식에서 왕위에 오른다는 뜻)"

- <Landshuter Zeitung> 1950년 4월 12일자

"바이에른 숲의 너도밤나부가 붉게 물드는 순간 전쟁이 시작됩니다. 언젠가 러시아가 루르 지방으로 진격할 겁니다. 다뉴브강 북쪽의 모든 생물이 죽을 것이며 전쟁은 얘기치 않게 발발합니다.

세 번째 암살은 유고슬라비아 혹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생했습니다."

- <Echo der Woche> 1950년 5월 12일자

여기까지가 '이를마이어의 예언 正史 사이드 파트'입니다.

정리하자면 저널리스트 콘래드 아드마이어가 이를마이어와의 대담을 엮은 <Blick in die Zukunft> 1-3판이 각각 1950년&1955년&1961년에 출판하면서 조금씩 내용이 추가됐고, 바로 이 3권이 이를마이어가 생전에 본인 입으로 남긴 진짜 예언록인 셈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언론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멘트한 예언들이 사이드 파트인 거고요.

결론은, 위에 소개한 메인&사이드 파트의 예언 외엔 '이를마이어에게 들었다'라며 다른 인물이 이를마이어의 사후에 인터뷰한 것입니다. 즉, 이를마이어는 죽을 때까지 생전 10년간 스스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모든 예언을 공개했으므로 메인&사이드 파트 외의 예언들은 실상 신뢰도 및 투명도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의미심장한 것은, 이런 인터뷰와 대담, 그리고 무용담 모두 이를마이어가 문제의 재판을 받으며 지역의 이슈가 되면서부터 시작됐다는 겁니다. 즉 역사 속 '미스터리 신화의 탄생' 과정을 성실하게 답습하고 있다는 거죠.

메인&사이드 파트의 예언을 종합해 분석해볼까요?

먼저 3차 세계대전의 시기에 대한 것이 되겠네요. 최초 1940년대 후반엔 1950년에 벌어진다고 발언했었습니다. 1950년 5월엔 바이에른 지역의 너도밤나무가 붉게 물드는 순간 시작되며, 이미 세 번째 암살이 유고슬라비아 혹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생했다며 코앞으로 다가온 3차 세계대전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1950년에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고, 이에 그는 성모 마리아의 중재 덕분에 미뤄진 것이라 발언함과 함께 전쟁 시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선명히 투시가 되고 있다며 역시 머지않았음을 암시합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밤사이 쾌속 진군한 러시아 부대가 일출과 함께 독일에 도착하고, 농부들이 선술집에서 한가로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을 땐 이미 그들이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예언도 남깁니다.

즉, 이를마이어는 3차 세계대전 발발 시기를 아주 근미래로 설정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이를마이어가 예언을 남길 당시의 국제정세를 볼까요?

위는 1949년 당시의 유럽지도입니다. 독일은 패망 직후 1945년 포츠담 회담을 거쳐 연합국인 미/영/프/소에 의해 분할 점령됩니다. 하여 자본주의 경제 및 종교와 노동의 자유를 지향하던 서독(미/영/프), 그리고 친소련의 사회주의를 지향하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의 동독(소련)으로 나뉩니다.

이를마이어가 거주하던 바이에른은 바로 서독입니다. 미/영/프의 영향권 아래에 있던 서독과 소련의 영향권 아래에 있던 동독을 중심으로 냉전이 시작되며 2차 세계대전에 이은 군사적 긴장감이 촉발되던 시기였죠.

따라서 이를마이어의 예언 중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나라가 러시아인 점이 이해가 갑니다. 특히 러시아가 기존의 기독교를 배제 시 하는 부분이 그렇겠습니다. 이를마이어는 언론지와의 1949년 11월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스탈린이 더는 십자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또 독일 역시 그랬기에 사달이 났던 거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십자가가 다시 독일을 지배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고도 전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를마이어의 예언 성격은 당시 정세에 따라 러시아를 사탄으로 취급하며, 근본적으론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으로 인해 영향력이 감소하고 소원시된 기독교에 대한 부활을 지향했던 겁니다. 하여 그의 예언을 보면 현대주의적 종말 계시록으로만 보입니다. 적그리스도(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종말론적 전쟁, 적그리스도가 쏟아내는 묵시록적 무기(세 개의 불의 혀가 불타는 꼬리를 지님, 라인강을 집어삼키려는 반달 모양과 낫의 뿔 부분), 달아나는 교황, 하지만 최후의 성전에서 승리하며 다시 복귀하는 교황, 이후 교황이 관식에서 새로운 왕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성전 이후 길고 행복한 시간의 도래까지 말입니다.

이렇듯 그의 예언 속 표현은 분명 기독교의 종말론과 맞닿아있습니다.

추가로 지역적 특성도 담겨있습니다. 1806-1918년까지 영광과 함께 존립하던 바이에른 왕국, 이후 1차 세계대전 패망 직전인 1918년 자유주가 된 바이에른, 마찬가지로 1867-1918년까지 존재하던 군주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성전 이후 바이에른, 오스트리아, 헝가리가 다시 군주국이 되며 왕은 바이에른의 의복을 상징하는 Lederhosen를 입은 백발의 노인. 교황의 권위 복귀와 왕위 승인. 이런 이를마이어의 예언을 보면 자연히 그가 어떤 종교적, 문화적 사상과 환경에 영향을 받았는지 이해가 갑니다.

이번엔 무기 부분을 보겠습니다.

1950년 1판과 1955년 2판, 그리고 1961년 3판에서 이를마이어가 강조하는 무기는 바로 항공기에서 투하되는 노란 비입니다. 이 노란 비가 떨어진 곳엔 생물체가 즉사하고 도시가 파괴되죠. 특히 이런 노란 비는 밤을 klare하게 만든다고 표현했습니다. klare는 보통 맑은, 명확한, 깨끗한, 투명한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밤이라는 단어에 붙일 경우엔 주로 어두운 데도 밝게 보인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 노란 비는 분명 백린탄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백린탄은 1차 세계대전에 도입된 무기로 2차 세계대전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습니다. 화염병이나 수류탄처럼 사용할 경우도 있지만 역시 무서운 건 항공기를 이용한 투하 방식이었죠. 위 이미지처럼 밤을 환하게 밝히며 노란 불꽃들이 비처럼 내리는 모습입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독일을 공습하며 전투기 투하 방식으로 도시를 통째로 박살 낼 정도였습니다. 백린탄의 무서운 특성으로 인해 폭격 이후에도 잔여물에 닿으면 사망할 정도였죠.

시대상에 비추어 이를마이어게 백린탄은 적그리스와 사탄이 사용할법한 끔찍한 무기로 인식됐을 겁니다. 따라서 그의 예언마다 러시아군이 사용해 사람들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는 모습이 나오죠.

1961년 3판에선 바깥의 먼지를 들이마시면 죽으므로 창문을 닫고 검은 종이로 뒤덮고서 절대 바깥을 쳐다보지 말라고 합니다. 또 반드시 밀봉된 식료품만을 섭취하라고 당부하고요. 백린탄과 마찬가지 선상에서 이는 러시아가 1949년엔 유럽 최초로 핵실험에 성공하며 핵보유국에 등극했기 때문일 겁니다. 또 2차 세계대전의 끝은 미국의 팻맨과 리틀보이였으니까요. 이처럼 이를마이어 예언 속 무기엔 당연하게도 당대의 가장 악명높던 무기가 등장합니다.

분명 시작할 때 최대한의 요약본으로 작성하고 했으나 재차 글이 길어졌습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이를마이어의 이야기가 국내 인터넷상에 널리 전파되는 데에 기여한 국내 방송 속 내용을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이를마이어가 1차 세계대전 참전 중 산 채로 참호에 묻혔다가 투시력이 생겼다는 부분입니다.

이를마이어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인 건 맞습니다. 다만 본인의 주장과 正史 기록에서는 1928년 성모마리아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이를마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독일을 제외하곤 전파력이 거의 전무했었습니다. 초반에 언급했듯 2009년 스테판 베른트라는 독일 작가가 출판한 게 가장 최근의 것인데, 최근 복잡한(?) 국제정세로 인해 독일->영어권 국가로 이를마이어의 이야기가 퍼진 것이죠. 전파 과정은 스테판 베른트의 책 중 흥미로운 부분을 발췌해 영어로 번역한 뒤 인터넷으로 퍼진 경우입니다. 따라서 지겹도록 강조한 正史 파트 외에 그의 신봉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들도 상당수 끼워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금의 국제정세에 끼어맞추듯 그의 예언을 편집해 옮겨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역시 문제겠죠.

이는 서두에서 설명한 예언과 예언가의 가장 강력한 무기 '확대 재생산'에 해당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아마 모든분들이, 이를마이어의 3차 세계대전 예언이 아베 신조의 암살과 푸틴의 발칸반도 침공으로 핵전쟁이 시작된다고 알고 있을 겁니다. 실은 이를마이어의 예언 실현 시기가 1950년대 당시였으며 따라서 그의 예언이 이미 빗나갔다는 것도 몰랐을 거고요.

보통은 영어권 인터넷상에선 확대 재생산에 대한 비판이나 반박도 같이 전파되는데, 이를마이어의 경우 독일 내부에서만 퍼졌던 이야기이며, 번역 전파된 작가의 책이 너무도 親예언가/親이를마이어였다는 게 맹점이었습니다. 하여 영어권 유저들도 이를마이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답니다.

다시 돌아와, 참호에 묻혔다가 투시력이 생겼다는 부분은 어디서 따온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미 투시력 생성 과정은 이를마이어가 스스로 명확히 홍보해왔으므로 딱히 출처가 어디인지 리서치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순히 이야기 취합 과정에서 방송에 적합하도록 다듬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어쩌면 성모마리아가 그림에서 나와 능력을 부여했다는 부분 역시 조금 방송 내용엔 부적합했을 수도 있겠고요.

방송의 하이라이트인 빨간 드레스 부분입니다.

앞서 이를마이어 예언 政史판 대담자 저널리스트 콘래드 아드마이어를 소개했었죠. 이 빨간 드레스는 그의 작품입니다. 그는 언론지 <Traunsteiner Nachrichten>의 편집자였습니다. 이를마이어의 재판이 벌어지던 당시 이 빨간 드레스 에피소드를 내보냈었죠.

이상한 점은, 이런 에피소드를 내보낸 게 전후로 아드마이어가 유일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법정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재판 중 판사가 피고를 대상으로 초능력을 실험한다는 게 얼마나 소설스러운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죄 입증의 가장 주요한 증거물이므로 판결문에 남겼어야 하는 게 마땅한데 말입니다.

그럼 방송에서 판결문에 해당 부분이 언급된 것처럼 연출된 건 뭘까요?

Die Vernehmung

: 심문

hat so verblüffende mit den bisher bekannten Naturkraften kaum noch zu erklarende Zeugnisse für die Sehergabe des Angeklagten erbracht, dass dieser nicht als Gaukler bezeichnet werden kann

: 지금껏 알려진 것으론 설명할 수 없는 피고인의 투시력을 증언함으로 인해 피고를 광대(주: 당시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행세를 하며 사기를 치던 사람을 의미)라 볼 수 없습니다.

이처럼 노란 마카 부분을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이 부분은 판결문의 마지막으로, "증인 중 힘펠, 스테들러, 월너, 히블, 캐스는 진술 과정에서 피고의 투시력에 대해 놀라운 증언을 했다."라는 대목입니다.

방송에선 빨간 드레스 투시력이 예지력에 대한 증거이므로 이를마이어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연출됐지만 실상은 아니랍니다. 또 앞서 초반부에서도 설명했듯, 실제 판결문에서는 이를마이어를 옹호하는 증인도 있으나 그의 투시력이 거짓임을 경험했다고 증언하는 증인도 있었답니다. 이는 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로, 본디 점의 특성이라는 게 유의미하지 않은 복불복의 확률을 지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아드마이어가 처음 전파한 이 빨간 드레스 에피소드의 진위는?

사실 빨간 드레스 에피소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드마이어뿐이었으며, 그것도 기사로 한 번 냈던 게 전부입니다. 다른 언론지들 모두 빨간 드레스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요. 한편 아드마이어는 문제의 기사 이후 실제 법정에서 판결을 내렸던 판사로부터 항의 편지를 받습니다. 물론 1950년 이를마이어와의 대담집을 출판할 때 빨간 드레스 이야기는 없었고요. 생전 이를마이어 또한 빨간 드레스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바가 없습니다. 즉 아드마이어가 당시 흥미를 끌고자 작위적인 기사를 내보냈다로 추정이 가능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은 많습니다. 몇몇 기자는 이를마이어가 무죄를 선고받은 배경엔 법정에서 투시력을 증명해 보였다는 이야기를 전파했고, 그의 신봉자들 역시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기적 체험(?)과 무용담을 보내기 일쑤였으니까요.

예언가와 예언을 언급할 때 가장 핵심은 역시 '그들은 과거 기록으론 100%의 정확한 예언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실지 미래에 대한 예언을 할 때엔 극히 추상적인 예언을 하며 그마저 유의미한 적중률을 보이진 못한다.'겠습니다.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했듯 신봉자들이 알아서 확대 재생산과 과장된 무용담을 전파하는 것 또한 핵심 중 하나겠습니다. 특히 예언가들의 무용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자신이 죽을 날을 정확히 알고 예언했다'입니다. 라스푸틴의 무용담에도 이런 게 있죠.

여담으로 이 빨간 드레스 에피소드는 이를마이어를 주제로 한 80-90년대 독일의 출판물 일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가장 최근엔 스테판 베른트가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초반부에 언급했죠. 스테판 베른트는 이를마이어를 실제로 방문했었던 한 여인을 전화 인터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통화 중 여인으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죠. 역시 초반부에 설명했듯 이러한 인터뷰는 2012년에 있었던 것으로 이를마이어 예언 政史 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추가로, 인터넷과 국내 방송에서 자잘하게 언급된 이를마이어의 무용담 모두 正史 파트에선 없습니다. 모두 3자가 주장하는 증언 및 이를마이어 사후 그를 주제로 한 출판물들에서 나오는 이야기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를마이어가 스스로 주장하는 무용담은 성모마리아가 그림에서 나와 능력을 부여했다 부분뿐입니다.

 

이를마이어가 3차 세계대전의 징조로 난민과 인플레이션을 예언했다는 부분이죠. 이 부분 역시 正史 파트엔 없는, 90년대 출판물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마이어의 지인이었다는 자매가 들었다며 한 이야기이죠.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번영이 온다. 그 뒤에 전례 없는 도덕의 부패가 오고, 동시에 많은 이방인들이 이주해온다. 인플레이션이 커지면서 돈이 점점 가치를 잃고서 곧이어 혁명이 뒤따른다. 이후 러시아군이 독일 서부를 침공한다. 언제이냐면 두 개의 8과 하나의 9가 보인다. 사람들이 신의 계명을 받들지 않으면 금세기 후반(주: 20세기 후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

보시면 맥락은 正史 파트의 예언과 부합합니다. 다만 이방인과 인플레이션이 신선하죠. 이를마이어가 정말로 남긴 예언이든 아니든, 어쨌든 이를마이어의 3차 세계대전 예언 맹점은 계속해서 설명했으므로 넘어가겠습니다. 여담으로, 당시 독일과 바이에른의 시대상에 비추어볼 때 인플레이션과 이주 문제는 지금과 비교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었습니다.

스테판 베른트의 출판물에서 이를마이어가 러시아의 발칸반도 침공을 예언했다고 옹호하면서 인터넷상에 퍼진 예언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를마이어는 이런 예언을 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발칸반도에 대한 언급은 몇 번이고 했었습니다. 세 번째 암살을 저지르는 두 명의 남자가 바로 발칸반도에 있다고 한 것이었죠. 앞서 소개했듯 이를마이어는 이 암살자들의 범행이 유고슬라비아 혹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벌어졌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실상 이 발칸반도에 대한 인식은 최근이 아닌 이를마이어의 시대상에 비추어 생각해야 합니다.

러시아가 과거 발칸반도 지역이었던 곳에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지금 시대의 우리들 인식이고, 이를마이어 시대엔 발칸반도가 러시아의 위성국이었습니다. 하여 그의 예언마다 러시아가 쾌속 진군해 밤새 독일로 들어왔다는 대목은, 당시 독일 및 러시아와 맞닿아있던 발칸반도를 거쳐 러시아군이 은밀하게 침공했다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그의 예언 중엔 러시아와 발칸반도가 갈라선다거나 서로 전쟁이 발생한다는 예언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를마이어의 예언 正史 파트에도 나옵니다. 앞서 소개했죠. 1961년 출판된 3판에서 "라인강에선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반달 모양이 보입니다. 낫의 뿔 부분이 닫히고 싶어 하는데 저도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목이요.

스테판 베른트는 이를 핵무기의 암시로 보며, 인터넷상에서도 노란 비=백린탄처럼 반달=핵무기로 전파됐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이미 소련의 핵 개발이 완료된 시점인 1961년 3판에서 이를마이어는 바깥의 먼지를 들이마시면 죽으므로 창문을 닫고 검은 종이로 뒤덮고서 절대 바깥을 쳐다보지 말라고 합니다. 또 반드시 밀봉된 식료품만을 섭취하라고 당부하고요. 그래서 이 부분을 핵무기를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달 역시 핵무기를 암시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

이 대목을 보면 Halbmond 모양이 보인다고 나옵니다. Halbmond는 반달, 반달 모양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뒷 대목에선 낫의 뿔 부분이 닫히고 싶어 한다고 나오죠. Hörner der Sichel, 바로 이 대목입니다. Hörner는 뿔이고, Sichel는 낫을 의미합니다.

이게 독일에서 사용되는 낫입니다. 즉 이 낫의 뿔 부분은 손잡이를 제외한 쇠 부분인 거죠. 보시면 위로 볼록한 게 반달의 모양입니다. 결국 이를마이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반달의 형상이 아닌, 위가 반달 형태인 모양을 표현한 겁니다.

하지만.. 이 반달 형태의 뿔 모양이 닫히고 싶어 한다는 게 무얼 의미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라인강을 모두 집어 삼키려한다라는 대목과 문제의 모양이 핵폭발 당시의 버섯구름 옆면 또는 윗면과 같이 시작적인 특징을 표현한 것이며, 닫히고 싶어 한다는 것은 폭발 이후 구름이 쪼그라들면서 이후 방사능을 남기는 걸 표현코자 한 것인지, 아니면 예의 기독교적 색채에 따라 사탄의 무기=염소의 뿔을 대입해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여하튼 관건은,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이를마이어에게 가장 악마적인 무기는 백린탄과 핵무기였기에 그가 이런 무기를 기독교적 색채를 입혀 예언에 사용했다는 것이겠습니다.

이렇게 '러시아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고 예언한 독일 예언가 이를마이어, 그 실체는?' 이야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숟가락을 구부리는 일'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 마음의 부패에 맞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을까요?

또다시 길어진 분량에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의 강조하던 문장을 끝으로 작별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반세기 넘도록 성행하고 있는 이와 같은 미스터리&음모론 비즈니스에 대해 비난받아야 할 주체는 대중의 특성을 자극하고 악용하는 일부 매체 및 작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스폰서들이 좋아하거든요. 결국 이것 역시 돈 문제입니다. 누구든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미스터리&음모론 비즈니스는 분명 마이너합니다. 하지만 전쟁이나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과 같은 상징적인 것만이 비단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미스터리 팔이', 더 나아가 '사이비'와 같이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 마음의 부패와 관련된 것도 분명 문제 인식이 이뤄져야 하는 분야입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무언가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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