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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와 성경의 탄생

작성자애비게일|작성시간24.06.27|조회수9,183 목록 댓글 15

 출처 : 여성시대 흥미돋이야기해주는여시








ㅎㅇ 여시들

이번 글은 인류 최초의 신화인 메소포타미아 신화, 그 중에서 길가메시 서사시의 줄거리를 간단히 훑어보고 얘네가 성경을 포함해 다른 신화와 종교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는 글임. 나는 모든 종교를 존중하고, 그저 학문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거니까 종교인 여시들도 오해 없기 바람.




자, 일단 재밌는 신화 이야기하기 전에 머리 아픈 종교 이야기 먼저 해치우겠음.

세계 4대 종교가 뭘까? 이건 쉽지.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임.

이 중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둘 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로 분류됨. 유대교도 마찬가지임. 아브라함 계통 종교의 가장 큰 특징이 뭐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함. 유일신 신앙임.



다른 종교와 신화를 예로 들어 비교해볼까?

힌두교는 인도 신화를 근거로 한 종교인데, 대표적인 다신교임. 힌두교에서 모시는 신의 숫자는 아주 많음.

그리스 로마 신화도 제우스가 주신일 뿐 헤라, 포세이돈, 아프로디테 등 무수히 많은 신이 존재함.

북유럽 신화도 오딘이 주신이고 우리가 잘 아는 토르 로키 등등 여러 신들이 존재함.

불교는 신이 없음. 엥 그럼 부처님은 누구야? 할 수 있는데 불교에서 석가모니는 불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깨달음의 경지, 즉 해탈의 경지에 이른 멘토 정도의 성인이지 절대적인 신이 아님.



하지만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들은 유일신을 모심. 이 신을 유대교에서는 야훼, 기독교에서는 여호와 또는 하나님(하느님), 이슬람에서는 알라라고 부름. 즉 중세에 이슬람교랑 기독교가 십자군 전쟁하며 피 터지게 싸웠지만 따지고 보면 둘 다 같은 신을 모시는 거임(...?...)









시작은 유대교였음.

유대교는 청동기 시대부터 있었지만 하나의 종교로 정립된 건 기원전 6세기 정도임. 당시 바빌론 유수라는 사건이 있었음. 유대 왕국이 바빌로니아에 멸망 당해 유대인들이 바빌론의 포로가 된 사건임. 유대인들은 50년간 바빌론의 포로 생활을 하며 신앙을 강화했고, 자기들을 구원할 메시아를 기다리게 됨.




이때 키루스 2세가 등장함. 아케메네스 왕조의 기틀을 닦은 사람인데, 간단하게 페르시아로 생각하면 편함. 현재의 이란 정도?

키루스 2세는 바빌론을 정복함. 고대에는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면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게 상식이었음. 근데 키루스 2세는 바빌로니아의 포로들을 대가 없이 풀어주고, 유대인의 경전도 훼손하지 않고 다 가져가라고 줌. 이건 유대인에게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었음.

야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야훼가 구원자를 보내 우리를 해방 시켜준다는 믿음이 성사된 거임. 유대인들은 키루스 2세를 메시아로 기록했고, 야훼 신앙은 완전히 뿌리내려 유대교가 됨. 키루스 2세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메시아들 중 유일하게 유대인이 아닌 사람이기도 함ㅇㅇ






유대교의 경전은 타나크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모세 오경인 토라를 가장 중요시함. 구약 성경의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해당하는 부분임.

유대교는 토라를 아주 귀하게 여겨서 제작법, 보관법이 다 정해져있고 낭독할 때 음의 높낮이와 장단까지 다 정해져있음. 토라를 만질 때도 정해진 도구를 써야 함. 손으로 만지면 안 되고, 맨땅에 내려놔도 안 됨. 토라를 맨 땅에 내려놓으면 벌로 삼일동안 굶어야함.

이런 정리된 율법서, 유일신앙은 당시로서 꽤 신선했음. 그리스 로마 신화를 포함해 당시 고대 신화나 종교에는 신들조차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었지만 유대교 사상에서는 야훼만이 교리였고, 야훼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음. 유대교 개종자들이 많이 생기면서 유대교 신자가 점점 늘어가던 중 서기 1세기에 엄청난 사건이 등장함.





ㅇㅇ 예수의 등장임


예수는 자기가 야훼의 아들이라고 주장했고, 기독교가 탄생하게 됨. 예수의 가르침을 기록한 게 신약 성경임. 이후 기독교는 종교 개혁을 거쳐 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여러 분파로 나뉨. 이건 유대교와 이슬람교도 마찬가지라 각 종교 안에 다양한 분파가 있음.

위에 토라 규정을 보면 알겠지만 유대교는 아주 까다롭고 엄격한 종교임. 계율만 613가지임. 기독교도 초반에는 박해 받았지만 유대교에 비해 율법이나 개종 절차가 간단하다보니 점점 강세를 보이다 서기 4세기부터는 아예 국교가 되고 세계 곳곳으로 퍼짐.

이들의 영향을 받아 중동 지역에서 6세기쯤 태어난 게






이슬람교임.

이슬람교의 창시자는 무함마드고, 경전은 쿠란임. 쿠란에도 구약 성경, 특히 토라에서 다루는 모세오경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큰 차이 중 하나가 예수에 대한 생각임.

기독교는 야훼의 아들이자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라고 생각함. 애초에 예수 그리스도에서 그리스도가 메시아라는 뜻임. 글구 예수 이후에 나타난 무함마드를 인정하지 않음.

이슬람교는 알라에게는 자식이 없다고 생각함. 따라서 이슬람교에서는 예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인 예언자라고 가르침. 위대한 선지자 25명 중 24번째가 예수. 마지막 선지자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 이슬람교 교리에서 무함마드도 위대한 선지자일 뿐 신은 아니고 신은 오직 알라 하나라서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성부=성령=성자', 즉 삼위일체의 교리를 부정함.

마지막으로 유대교는 둘 다 사기꾼이라고 생각함 ㅇㅇ 종파에 따라 예수를 랍비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일단 예수가 야훼의 아들이며 메시아란 건 절대로 부정함.

어쨌든 유대-로마 전쟁 이후 계속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약 2천년만에 세운 나라가





이스라엘 되겠습니다 ㅇㅇ


메시아 사상은 아브라함 계통 종교에서는 매우 중요한 개념임. 위에 말했다시피 언젠가 야훼가 보낸 메시아가 이 땅에 와서 유대의 왕국을 세운다는 게 유대교의 핵심 믿음임. 그래서 일부 근본주의 유대교도들은 이스라엘조차 인정하지 않음. 메시아가 아직 안 왔는데 어케 이스라엘이 유대의 왕국임?ㅡㅡ 하나님 보시기엔 지금 이스라엘도 올바르지 못함ㅡㅡ 이런거.

기독교에서는 땅 끝까지 복음이 전파 되는 날 예수가 이 땅에 재림한다는 믿음이 있는데, 일부 종파에서는 저 땅 끝이 이스라엘이라고 생각하기도 함. 기독교를 모르는 오지는 자기들이 가서 선교하면 끝이지만 유대교는 알면서도 예수를 부정하는 거니까.





자 이제 본론인(?)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길가메시 서사시 이야기를 해보겠음. 드디어 재밌는 이야기임.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인류 최초의 신화인데, 약 기원전 3천년 전쯤 태어남. 다른 신화와 마찬가지로 다신교였음. 오늘은 이 중에서도 기록물로 전해지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해 알아보겠음. 기원전 8세기쯤 쓰인 일리아스보다 1500년을 앞선 시임. 점토판에 기록된 걸 19세기에 영국 고고학자들이 이라크 유적에서 발굴함.





태초는 아니고 기원전 28세기에 길가메시가 있었음.

길가메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도시인 우르크를 다스리는 왕이었음. 인간이자 왕인 아버지와 반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춘분점에 태어남. 벌써부터 비범함. 당연함. 주인공임.


여느 남주가 다 그렇듯 길가메시는 잘생기고 똑똑하고 힘도 존나 쎘음. 세상에서 자기가 젤 쎔. 자만에 빠진 길가메시는 허구한 날 백성들 데려다 일 시키고 뚜까팸. 백성들은 좆같았지만 길가메시를 이길 수 없었고, 일곱 주신 중 최고이자 신들의 왕인 천신 아누한테 "저새끼 좀 어케해주세요ㅠㅠㅠㅠㅠ"라고 기도함.






아누 : 음...ㄱㄷㄱㄷ...


메소포타미아 신화에는 7명의 지배신이 있음. 3명의 천신과 4명의 주신인데, 후자부터 설명하자면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인 아누, 바람의 신인 엔릴, 물의 신인 엔키, 땅과 출산의 여신 닌후르쌍임. 이 중 아누가 아빠고 나머지 셋은 자식임. 닌후르쌍은 엔릴&엔키 둘 다와 부부이기도 함.

백성들의 기도를 들은 아누는 딸인 닌후르쌍을 부름.





닌후르쌍 : 옙 부르셨습니까?

아누 : 길가메시 정신 차리게 뭐 하나 만들어봐라

닌후르쌍 : ㅇㅋㅇㅋ



아 여담으로 닌후르쌍의 다른 이름 중에 아루루가 있음. 수메르 신화를 읽던 모 작가가 자기 캐릭터한테 닌후르쌍의 이름을 붙여서 탄생한 캐릭터가



얘임. (진짜야...작가 오피셜이야...참고로 엔키의 다름 이름은 에아인데 얘도 메이플스토리에 나옴)




여튼 닌후르쌍은 존나 쎈 소를 만듬. 이 소의 이름이 엔키두임. 엔키두는 첨에 암것도 모르는 야수였음.

세 주신 중 하나인 이슈타르의 사제가 13박 14일 동안 엔키두와 동침해 야수성을 벗겨냄. 그러자 엔키두랑 같이 풀 뜯던 소 칭구칭긔들이 엔키두를 피하고, 엔키두는 엔키둥절하게 됨. 그러자 이슈타르의 사제가 엔키두한테 와서



"당신은 지혜로워졌어요, 엔키두. 이제 당신은 신처럼 되었어요. 왜 야수들과 그렇게 거친 숲속에서 뛰어다니는 거죠? 자, 이리 오세요, 내가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우르크로 당신을 모시고 갈게요. 아누와 이슈타르의 신성한 신전으로, 길가메시가 사는 곳으로 모시고 갈게요. 왕은 워낙 강해 야생 황소마냥 젊은이들에게 자기 힘을 과시한답니다."

하며 엔키두를 우르크로 데려감. 그래서 길가메시랑 엔키두는 맞짱을 뜨게 됨.





이 싸움의 결과는 판본에 따라 다름.

엔키두가 이겼다, 길가메시가 이겼다, 둘이 비겼다 등등. 뭐 어쨌든 둘은 엔키두의 강함을 마주한 길가메시는 정신을 차리고 엔키두와 친구가 됨. 인류 최초의 브로맨스라고 할 수 있겠음. (어떤 유물에 따르면 길가메시가 엔키두를 두고 '네가 네 아내처럼 사랑하고 포옹하고 애무할 자'라는 예언을 들었다고도 함. 인류 최초의 BL....)

여튼 정신을 차린 길가메시는 엔키두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둘은 함께 이리저리 원정을 다니며 많은 영웅담을 남김. 둘이 치고박다 친구되는 게 길가메시의 초반부고 둘의 여행담이 중반부임.

뭐 자세한 여행담은 직접 책으로 읽도록 하고 (워낙 방대하니까) 바로 절정부로 점프해봄





세 천신 중 하나인 이슈타르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이었는데, 남자가 많았음. 길가메시의 무용담이 하늘까지 알려지자 길가메시한테 구애를 함.

근데 이슈타르는 좋아하다가 질리면 동물로 변신시키고, 날개를 부러뜨리고, 죽이고, 허수아비로 만들고, 구덩이에 쳐박고, 저주하고 등등 다양하게 괴롭힘(....)

길가메시는 "니 전애인들 어케됐는지 내가 아는데 미쳤다고 너랑 만나겠냐?ㅋ" 라는 식의 장문의 도발을 함.

빡친 이슈타르는 아버지이자 주신인 아누를 찾아가서 하늘의 황소를 달라, 안 그러면 저승의 문을 열고 죽은 자들을 일으켜 산 사람들을 잡아먹게 하겠다고 선언함. 인류 최초의 좀비물 ㅇㅇ

결국 아누는 하늘의 황소를 내려주고, 이 황소는 이리저리 날뛰면서 지상을 파괴시킴. 보다못한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황소를 죽이게 됨.





분통이 터진 이슈타르는 성벽에 올라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치욕을 안기고 하늘의 황소를 죽인 길가메시를 저주하겠다고 선언함.

그러자 빡친 엔키두가 황소의 다리를 냅다 뜯어 이슈타르한테 던지면서 "내 친구 건드리면 뒤진다!!!!!" 고 모욕함. 아무래도 최초의 BL이 맞는 거 같음 ㅇㅇ

분노가 극에 달란 이슈타르는 다시 아누를 찾아가고, 신들은 회의를 열게 됨. 신의 피가 섞인 길가메시한테 벌을 줄 수는 없으니 엔키두를 죽이자;; 로 결론이 나고, 엔키두는 병에 걸려 죽게 됨 ㅠㅠ






엔키두는 길가메시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둠.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시체가 썩어 벌레가 나올 때까지 엔키두를 품에 안은 채 울다가 문득 불사의 방법을 찾기로 함.

길가메시는 대홍수의 생존자인 우트나피쉬팀를 찾아 떠남. 여행 중 만난 노파가 "길가메시여, 당신은 생명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신들이 인간을 만들 때 인간에게 죽음도 함께 붙여 주었지요. 생명만은 그들이 보살피도록 남겨 두었습니다. 좋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십시오. 밤낮으로 춤추며 즐기십시오. 잔치를 벌이고 기뻐하십시오. 깨끗한 옷을 입고 물로 목욕하며 당신 손을 잡아줄 자식을 낳고 아내를 당신 품안에 품어주세요. 왜나하면 이것또한 인간의 운명이니까요." 라고 충고하지만 길가메시는 결국 우트나피쉬팀을 만남.


우트나피쉬팀은 일주일 동안 잠들지 않으면 영생의 비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인간인 길가메시는 사흘만에 잠들어버림. 우트나피쉬팀은 "잠도 못 이기면서 죽음을 어찌 이기려드는가"라며 길가메시를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길가메시를 동정한 우트나피쉬팀의 아내가 뭐라도 주라고 설득함.

결국 우트나피쉬팀은 불로초의 장소를 알려줌. 길가메시는 불로초를 바로 먹지 않고 우르크로 돌아가 노인들과 나눠 먹으려고 챙김. 이후 우르크로 돌아가는데 중간에 샘에서 목욕하던 중 풀숲에서 나타난 뱀이 불로초를 먹어버림ㅠㅋㅋ


결국 개고생이 다 수포로 돌아간 길가메시는 허무에 빠진 채 우르크로 돌아옴. 근데 어느 날 꿈에 신이 나타나더니


"그렇다하여 슬퍼해서도, 절망해서도, 의기소침해서도 안 된다. 너는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고난의 길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너는 이것이 너의 탯줄이 잘려진 순간부터 품고 있었던 일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날이 이제 너를 기다린다. 인간의 가장 고독한 장소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멈추지 않는 밀물의 파도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피할 수 없는 전투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그로 인한 작은 접전이 이제 너를 기다린다. 그러나 너는 분노로 얽힌 마음을 갖고 저승에 가서는 안 된다." 라며 길가메시가 영생을 누릴 수는 없지만 죽은 후 저승의 왕이 될 거라고 알려줌.


이후 꿈에서 깨어난 길가메시는 그동안의 무용담을 돌에 적고,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함. 이게 길가메시 서사시의 결말임.

길가메시에서 길가는 늙은이, 메시는 젊은이와 영웅을 뜻함. 즉 길가메시는 '늙은이가 젊어지지 못하고 젊은이가 늙은이가 되는 운명' 혹은 왕권은 받았으나 불멸은 그의 것이 아닌 운명'을 뜻함.





자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우트나피쉬팀의 이야기를 보겠음.

인간이 지나치게 불어나자 바람의 신이자 실질적인 주신인 엔릴이 홍수를 통해 인간을 멸망시키려고 함. 엔릴의 배다른 형이자 물과 지혜의 신인 엔키는 인간의 창조자이기도 했고, 자기가 만든 인간을 사랑했음. 발을 동돈 구르던 엔키는 우트나피쉬탐의 꿈에 나타나 미래를 보여주고, 우트나피쉬탐은 거대한 방주를 지어 40일간 아내와 표류하며 대홍수를 피함.

존나 익숙하지? 노아의 방주 원형이 바로 우트나피쉬팀임. 메소포타미아는 강 두개를 사이에 두고 생겨난 문명이라 여러번 홍수를 겪었음.



이 외에도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구약 성경과 유사점이 많음.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말하길 원래는 인간이 없었음. 상급 신들이 하급 신들을 너무 부려먹으니까 빡친 하급 신들이 봉기하고, 엔릴은 크게 당황함. 이때 지혜의 신인 엔키가 봉기의 주동자인 하급신 웨일라를 죽이고 그 피와 흙을 섞어 노동할 생명체를 만드는데 그게 인간임. 이들은 신들을 위한 낙원인 딜문을 건설하는데, 이 작업장의 이름이 에딘임.


구약 성경의 창세기에서 말하길 하나님이 에덴의 동산을 만들고 아담과 이브에게 지혜의 열매인 선악과는 따먹지 말라고 함.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가 아담을 꼬셔 함께 선악과를 따먹는 바람에 둘은 에덴의 동산에서 추방 당하고,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의 죄를 안게 됨. 그렇기 때문에 아담과 이브의 후손인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원죄를 가지고 태어남.

-> 메소포타미아 신화 속 엔키두가 아담의 원형으로 해석되기도 함. 에덴의 평원에서 평화롭게 풀 뜯던 엔키두가 사제와의 관계를 통해 지혜를 깨우치자 평원 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어 우르크 땅에 가게 되는데, 이게 에덴의 동산에서 추방 당하는 아담으로 변형됐다는 거임. 엔키두에게 지혜를 가르친 이슈타르의 사제 샴하트는 당연히 이브의 원형이 되겠지.







이슈타르의 남자들 중에 두무지라는 신도 있음. 두무지는 양치기의 신이었음. 이슈타르는 당시 엔킴두라는 농부랑 두무지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엔킴두가 더 좋은 거임.

차이게 생긴 두무지가 "내가 쟤보다 못한게 뭔데ㅡㅡ" 하니까 이슈타르는 결국 두무지를 택함. 나중에 이슈타르는 명계하강으로 명계에 묶이게 되는데, 두무지가 지상에서 호화롭게 사는 걸 보고 빡쳐서 가을이 되면 죽고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길 영원히 반복하는 저주를 내림.



-> 구약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에게는 카인과 아벨이란 아들이 있었음. 카인은 농부, 아벨은 양치기임. 둘 다 각자의 수확물로 번제를 올리는데 하나님은 아벨의 것만 기쁘게 받고 카인 껀 안 받음. 빡친 카인은 아벨을 죽여 최초의 살인자가 됨.

이슈타르 신화와 비슷하게 농부와 양치기 중 농부가 선택 받지만 살해 당함.


참고로 카인은 아벨을 죽인 대가로 땅의 저주를 받는데, 농부가 땅의 저주를 받았다는 게 좀 의아한 대목임. 단순히 농사가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지만 관개농업으로 인한 토지의 황폐화를 신화적으로 묘사했다는 해석도 있음.

농경지에 인위적으로 물을 대는 게 관개농업인데, 이걸 반복하면 강이나 지하수에 있던 미세한 염분이 땅에 계속 축적돼서 땅이 황폐해짐. 이게 극한에 달한 땅이 사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쇠락한 원인이 지나친 관개농업이기도 함.




땅의 저주를 받아 세상을 떠돌게 되리라는 벌을 받은 카인이 야훼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창세기 4장 13절~15절인데

그러자 카인이 야훼께 하소연하였다. "벌이 너무 무거워서, 저로서는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 13절
오늘 이 땅에서 저를 아주 쫓아내시니, 저는 이제 하느님을 뵙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를 만나는 사람마다 저를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 14절
"그렇게 못하도록 하여주마. 카인을 죽이는 사람에게는 내가 일곱 갑절로 벌을 내리리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야훼께서는 누가 카인을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도록 그에게 표를 찍어주셨다. - 15절


인데 여기서 카인이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전승대로라면 세상에 인간은 아담, 이브, 카인 뿐이기 때문에 창세기의 구멍 중 하나로 여겨지는데 이게 히브리인들이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고 해석하기도 함.




또 하늘의 신 아누의 장남은 엔키인데 실질적인 권력자는 배다른 동생 엔릴임. 권력 싸움에서 밀린 엔키는 대지를 다스리지 못하고 물을 다스리게 되는데 이게 제우스의 형이지만 제우스를 이기지 못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원형임.

기독교에서 믿음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아브라함도 몸종 하갈에게서 이스마엘을 낳는데, 훗날 아내인 사라와 이삭을 낳고 이삭에게 상속권을 물려줌. 이삭은 에서와 야곱을 낳는데 야곱이 잔꾀로 형 에서의 상속권을 찬탈하고, 야곱도 레아와 낳은 장남 르우벤 대신 라헬과 낳은 요셉에게 상속권을 줌. (참고로 아브라함은 기원전 2000년 전 인물)




이렇듯 구약 성경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유사한 부분이 매우 많음. 이걸 성서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면 이럼.


고대 세계관에서 국가의 전쟁은 그들의 신끼리 전쟁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음. 즉 김여시랑 박여시랑 싸운다 = 김여시가 모시는 신과 박여시가 모시는 신이 싸운다임.

야훼를 모시는 이스라엘이 메소포타미아 국가들과 전쟁하다 패배한건 유대인한테 존나 충격이었음. 왜냐면 히브리인들의 신인 야훼가 메소포타미아 신들한테 졌다는 소리잖아. 이집트한테 지배 당하던 시절 모세를 보내 우리를 구원해준 야훼가 메소포타미아 신들한테 졌다? 절대 인정 못하지.



이런 상황 속에서 히브리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신앙을 강화해 민족성을 지키기 시작함. 토라가 본격적으로 성립한 건 바빌론 유수 시대 이후인데, 바빌론 유수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모세 오경에서는 이스라엘이 야훼에게 불순종하면 야훼가 그들을 벌하고 다른 민족의 땅으로 유배 보낸다는 경고가 계속 반복되며 순종을 강조함.

즉 히브리인들이 메소포타미아한테 진 건 야훼가 지거나 야훼가 히브리인들을 버려서가 아니고, 히브리인들이 야훼한테 불순종했기 때문에 야훼가 이민족을 통해 히브리인들을 벌한게 되는 거임.

또한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신들은 자연 그 자체를 뜻함. 태양의 신 누구, 달의 신 누구, 바다의 신 누구누구 이렇게. 성경 저자들은 메소포타미아 국가들의 지배를 당하느라 그들의 문명에 익숙한 히브리인들을 위해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인용하여 매소포타미아인들이 신으로 여기고 숭배하는 자연물은 결국 유일신 야훼의 피조물에 불과하다고 야훼의 신성을 강조한 거임.

이렇듯 구약 성경은 메소포타미아 국가들의 지배를 받던 히브리인들이 자기들의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다신교 신앙을 활용해 유일신 신앙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완성 됐다~ 라고 해석할 수 있겠음.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길가메시 서사시 외에도 정말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으니까 다들 메소포타미아 신화 한 번쯤 읽어보는 거 추천.


-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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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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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완전삐쳤는데 | 작성시간 24.06.27 그 옛날 사람들도 소설을 잘 썼구만
  • 작성자신비아파트고스트볼 | 작성시간 24.06.27 이런거 보면 신기함 결국 기독교도 최초의 신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비슷한건데 이게 전세계적으로 퍼져서 믿는사람이 많은게...ㅋㅋ 어떻게 보면 카피를 잘한거지 뭐
  • 작성자오징어숏다리가격올리지마 | 작성시간 24.06.27 인류가 이렇게 번창하게 된 계기가 신화라고 하더라.. 구라를 만들어내는 능력덕분에 많은 인구를 통합할 수 있었다고..
  • 작성자흥케이가 맛다 | 작성시간 24.06.27 너무 재밌다ㅜㅜ
  • 작성자봉봉미미 | 작성시간 24.06.27 진짜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버웹툰에 메소포타미아신화도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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