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히메노 코토리
같이 보면 좋은 이전 글 : 세조와 호러메이즈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이런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을거야.
왕 : 과인이 부덕하여 종묘사직 웅앵... 세자에게 선위한다.
태종 : 신하들 조련 겸 이를 빌미로 외척 숙청
선조 : 전쟁 중에 신하들이 광해군에게 왕위 넘기라고 압박 줄 것 같으니까 선수쳐서 코 꿰이게 만들기
(왕의 충성심 테스트에 질려버린 건지, 눈치가 없었던 건지) 뭐, 전하 뜻이 정 그렇다면 뜻대로 하세요;;;
왕이 자꾸 중국으로 튀려고 하니까 정철과 손잡고 '전하 튀려거든 양위는 하고 튀세요.' 라고 압박 주려고 했는데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역공한 선조에게 코 꿰임
헤이그 특사 발각 후, 고종에게 가서 '억덕게 텐노 헤이카께 그런 망발을...! 양위로 사죄해라...!' 부랄발광.
술자리 좋아하는 세조는 양정이 돌아왔다고 또 술자리를 마련하고 신하들을 잔뜩 불러모음.
하여튼 또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 좋아짐.
한껏 기분 좋아진 세조. 자적자 쇼가 보고 싶었는지 또 안효례와 최호원을 불러내서 논쟁을 벌이라고 시키는데
두 아가리파이터가 존나 침묵함.
이에 분노한 세조는 두 사람을 감옥에 보내버리고
흥겨웠던 술자리는 갑분싸가 되어 버림.
이대로 어영부영 술자리가 이어지나 하는데
뜬금없이 양정이 튀어나와 세조에게 이런 말을 던짐.
"성상께서 어찌 과도하게 근로(勤勞)하기를 이와 같이 하십니까?"(실록 표현)
뜬금없이 이게 뭔 소린가 싶지? 이걸 양념 좀 쳐서 적절하게 다시 해석하면 이런 말이 됨.
양정 : 전하, 어째서 일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십니까?
???? 뭔가 뜬금포인데 시비터는 느낌 낭낭하지않음?
세조도 얼떨떨했는지 비교적 좋게 받아줌.
세조 : 군주는 만물을 다스리는 사람인데 당연히 부지런해야지.
양정 : 아 전하 오래 해드셨잖아요ㅎ 이제 푹 쉬세요ㅋㅋ
(실록의 기록 : 전하(殿下)께서 임어(臨御)하신 지가 이미 오래되었으니, 오로지 한가하게 안일(安逸)하심이 마땅할 것입니다.)
세조와 중신들은 이제야 사태 파악이 되기 시작함.
세조 : 아, 그러니까 네 말은 그거지? 달도 차면 기우니까 때 됐으면 알아서 나가라 이 말이지?
(실록의 기록 : 경(卿)이 말하는 바는 곧 사시(四時)의 순서(順序)에 성공(成功)한 자는 물러 간다는 것인가?)
양정 : 그렇습니다ㅋ(실록의 기록 : 그렇습니다.)
세조 : 아 그래?ㅋ 나도 원래 왕 그만두고 편히 쉬려고 했었어ㅋㅋ
양정 : 예, 제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
세조 : 너 서쪽 변방에서 오래 살았잖아. 거기 사람들도 다 너같은 소리 하냐?
양정 : 사람들이 그 누구들 그렇게 말하지 않겠습니까? (실록 기록 그대로임)
세조 : 그래서 나 죽고 숙주랑 명회 죽고 너도 죽고 다 죽어서 조정 텅 비면 나랏일 누가 하는데?
양정 : 누군들 있겠죠~~~!!!
마침내 세조의 분노가 터짐.
세조 : 그래, 나 원래 임금 자리에 욕심도 미련도 없어!!!!!!!! 승지!!!!!!! 가서 옥새 가져오고 세자 불러와!!!!!!!!!!
신숙주, 한명회 등등 : 전하ㅠㅠㅠㅠㅠ 종묘와 사직은 어찌하라고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ㅠㅠㅠㅠㅠㅠㅠ
세조 : 옛날 성인들은 자기 자식 아니라도 자질이 있으면 왕위 물려주고 그랬어!!! 하물며 우리 세자가 나라 하나 못 다스리겠어!!!!!!!!!1 세상 사람들이 다 내가 왕하는 거 싫어한대잖아!!!! 아이고 양정이 충신이다 충신이야!!!!!!!!!!1 뭐해 어서 옥새 가져와!!!!!!!!!!!!!!!!!!!!!!11
신하들 : 어떻게 옥새를 가져와요;;;; 그냥 왕의 명령을 어기고 감옥 갈랍니다;;;;;
세자(훗날 예종) : 아바마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왕과 신하, 세자가 엎치락뒤치락 하는데 양정은 이러고 있었다고 실록에 기록되어 있음.
양정 : 승지 뭐해?ㅋㅋㅋㅋ 왕이 명령하잖아. 어서 옥새 가지고 와ㅋㅋㅋㅋ
이 모든 상황을 읽고 있는 나 : 양정 목숨 아홉 개인가....
이렇게 양위한다 아니된다 임금 말 들어라 실랑이가 오랜 시간 이어지는데, 밤 삼경이 넘도록 이 난리가 이어졌다고 실록은 전함.
이 삼경을 요즘 시간으로 환산하면 새벽 1시까지, 즉 다음 날이 되도록 궁궐이 뒤집어진 것임.
하여튼 새벽이 깊자 세조의 분노도 조금은 진정이 돼서 신숙주에게 술 한 잔 받아 마시고 내전으로 들어가버렸다고 함.
험난했던 술자리는 그제서야 해산할 수 있었고 신숙주, 한명회같은 일부 신하는 궁에 남아 양정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함.
세조는 '양정 걔도 틀린 말 한 거 아니야. 옳은 말 했어.' 라면서 비꼬는 말을 하더니
4일 뒤
양정의 목을 쳐버림.
그리하여 양정 소동은 4대 '신하 입에서 양위' 사건 중에 유일하게 신하가 사형당한 케이스로 남게 됨.
대체 양정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실록에는 '양정이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변방으로만 떠돌게 되니까 앙심을 품고 이런 일을 벌였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데
일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 막 변방 생활 끝내고 항양에 입성한 사람이 왜! 대체 왜! 그런 짓을 했겠냐고 반박하기도 함.
대체 양정은 왜 그랬을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왕과 저승사자도 구분하지 못한 것일까? 문종이나 단종의 혼령이라도 빙의되었단 말인가? 요정이 시켰을까?
진실은 본인만 알고 있을 것....
다음에는 세조 때문에 인생 망한 사람 이야기 들고 올 수도 있음. 아닐 수도 있고.
의도한 건 아닌데 세조 이야기만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