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252495613
다들 어린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역사적으로 일본을 싫어하더라도
일본인들의 질서 정연한 시민 의식을 본받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일본은 정말 질서가 잡힌 나라라며
한국이 본받아야 할 이상향이라는 이야기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일본인들의 시민 의식을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범적인 일본인' 레퍼토리를 꺼낸 이유는
대게 이 종착지가 이런 결론으로 귀결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서로가 잘났다고 파벌질 하면서 국론이 분열되는데
일본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일치단결한다'
물론, 한국이 특정 사안이 생기면
성향에 따라 서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건 사실이지만
과연 일본은 국익에 따라 국론이 일치단결하는 게 맞을까?
이 주제에 대해 한 번 1988 올림픽 유치 과정에 대해
한 번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사실 한국은 이미 1979년 10월에 올림픽 유치를 추진했지만
10.26 여파로 대통령이 사망하고
12.12로 정권이 뒤집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자연스레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는 쪽으로 진행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 꼬라지가 혼란스러웠어도
'우리 나라가 혼란스러워서 유치를 포기합니다' 라고 하는 건
그 만큼 자국이 막장이라고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상황인지라
한국측에서는 일본의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는 대신
86년 아시안 게임을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을 일본이 지지해 달라고
한국이 이른바 '명예로운 탈출' 을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자신들이 세계 제 2의 경제 대국임을
세계에 널리 과시하던 상황이었기에
다른 유럽 도시들이 알아서 발 빼고 나가줬는데
한국측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려' 해달라는 제안을 단 칼에 거절했다
아무래도 어차피 올림픽 개최지로 나고야가 확실한 상황에서
나고야 혼자 입후보 하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흥이 나질 않고
그리고 하는 김에 한국을 이런식으로 공개적으로 박살내 보고 싶었던 거 같은데
아시안 게임 지지를 조건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던 한국 입장에선
이렇게 되니 중도 포기도 못하고 끝까지 유치전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정말로 침통한 상황이었다
당시 한국 외교부에서 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한국이 얻을 표를 계산해 보았더니 딱 세 표가 나왔더란다
한 표는 대한민국 자신이었고
다른 한 표는 일본의 급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
마지막 한 표는 한국 빼고 주요 국가들에게 손절당한 대만
이렇게 된다면 올림픽 개최 사상 최악의 스코어로
'여러분 대한민국은 국제 찐따 입니다' 라고 공개처형 당할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측에서 의문의 인물이 대통령을 만나뵙기를 청했다
바로 세지마 류조였다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한 이 인물은
전후 이토추 상사의 정보 계통으로 흘러들어가
특유의 뛰어난 정보력과 로비력으로
이토추 상사의 회장으로 군림하며
일본 정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이었다
이 인물은 드라마 '제 5공화국' 에 나오듯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을 만나
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이 좋겠다며
자신의 정보력을 토대로 여러가지 조언을 해 준다
이러한 조언을 토대로 한국 정부는
사실상 포기했던 올림픽 유치전에 다시 뛰어들었고
서구 국가들에게는
자국 내 스포츠 브랜드가 없는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면
아디다스나 휠라, 나이키 같은 업체들이 상당한 특수를 누릴 수 있지만
자국 내 스포츠 브랜드가 확고한 일본이 올림픽을 개최하면
이들이 서구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하고
나고야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던
제 3세계 국가들에게는 전세 항공편을 띄어준다는 약속 등으로
이들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한 결과
우리가 아는 것처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만 보였던 88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서울이 예상 외의 압도적 차이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성공한다
물론 대한민국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세지마 류조가 '각하 올림픽을 개최하십시오' 라고 했다고
그 말만 믿고 올림픽 유치전에 다시 도전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째서 일본에서는 세지마 류조 같은 인물들이
자국에서 나고야가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국인 한국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일까?
이 점에 대해 나고야 대신 서울을 지원한 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을 이롭게 한 행위에 대해
'순수한 선의' 라고 이야기 하곤 했었다
이들 입장에서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해서
일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었던 데다가
자신들이 이 과정에서 챙길 커미션도 사실상 없던 수준이었기에
'아무튼 우리들은 이익 바라고 한 게 아니다' 라는 이야기였는데,
아무리 '순수한 선의' 를 가지고 한국을 위해 조언해 주었다고 해도
이들 입장에선 자국인 일본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 점에서 이들이 한국을 위해 조언해 준 이유가
당시 올림픽 개최를 추진하던 나고야 시장이
일본 사회당과
일본 공산당이 지지하던 좌익 계열 인사라 그랬다는 설명이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나고야가 덜컥 올림픽을 개최해버렸을 때
자민당 입장에선 저렇게 된다면
아무리 자민당 우위의 55년 체제라곤 하지만
중앙정부 입장에선 나고야의 올림픽 개최 지원을 위해 예산만 쓰고
그 공적은 사회당과 공산당이 독차지하는 꼬라지가 될게 뻔하니까
자민당 정권에게는 나고야의 올림픽 개최가
정권 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내키지가 않았다는 거였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우리 말 잘 듣는 시다바리' 인 한국을 지지해서
나고야 것들 나가리 시켜야 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서울이 나고야를 이길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줬다는 거다
사실 한국 입장에선 아무리 지역감정이 심하더라도
'저 새끼들 좆같아도 같은 나라니까 그래도 지지한다'
이런 정서가 아주 강하기에
자국 이름 걸고 진행하려는 국제행사를
아무리 정치 성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저렇게 나가리 시키고
상대 국가를 밀어주는 '이적행위'를 벌인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일본에서는 그게 아니거든
이번 2025 오사카 만국박람회도
자민당 입장에선 어차피 저거 성공해서 이득보는 건
자신들이 아니라 오사카 지역 표 갉아먹은 유신회일 뿐이라
대놓고 지원 끊어버리고 나가리 시키려고 하는 상황이니
정말 당시 일본측 일부 인사들이 나고야 나가리 되라는 생각으로
서울을 지지해줬어도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다
분명 일본이 질서 정연한 시민의식 같은 장점도 있지만
쟤네들이 국익 앞에서 일치단결한다 이런 건
'우리 한국도 국가적 사안에서는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목적으로 위기감을 갖게 만드려고 하는 '착한 거짓말' 인걸 알지만
일본인들을 무슨 국익 앞에서 철저하게 일치 단결하는
그런 이상적인 국민으로 이야기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라
한 번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봤어
참고로 이 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항상 언급하는 주제 중 하나가
'이 나라는 맨날 지들끼리 파벌로 갈라져서 치고 박고 싸운다' 라는 건데
오히려 파벌질과 알력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더욱 이런 문제가 심한 나라거든
일제 시기만 하더라도 육군과 해군이 서로 맨날 치고 박고 싸워서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공개하지 않다보니
서로가 상대방에 첩자를 심어놓고 상황을 파악했다던가
서로가 손발이 심각하게 맞지 않아서
육군이 잠수함을 만들고 해군이 육군에게 지지 않으려고 진주만 공습을 밀어붙이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일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일본에서 조직을 다룬 작품들은
여지없이 알력과 파벌질이 꼭 들어갔다는 점에서
얘네들도 그냥 우리랑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
괜히 그런 환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오히려 해당 관점에서 보면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일치 단결을 잘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판인데 말이야
마지막으로 당시 외교부에서 88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한국이 얻을 표가 세 표라고 했잖아
당연히 한국은 서울을 지지했고
미국 역시 서울을 지지했지만
대만은 '그래도 올림픽은 선진국이 해야지' 라며
나고야를 공개 지지했어
당시 한국은 뭘 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쟤네들이 발작버튼 눌려서
'한국 같은 후진국은 올림픽을 개최해서는 안 된다' 라며
노골적으로 반한을 이야기 했었지
이미 국제적으로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래도 의리로 20년 가까이 대만과 관계를 유지하며
중국과 거리를 두었었지만
대만이 저렇게 나오니 우리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손해 보면서 대만과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지
그리고 나고야를 공개 지지한 의외의 집단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평소 일본이라면 찢어 죽여야 한다고 핏대를 올리던 북한이야
그런 애들이 왜 나고야를 공개 지지했냐고?
그야 대한민국이 올림픽까지 유치하게 되면
체제 경쟁에서 북한이 감당이 안 되니까
진짜로 한국이 올림픽 유치하는 걸 막기 위해
정말로 필사적으로 방해했어
이렇게 항공기 테러도 태연하게 벌인 애들이 쟤네인 걸
이렇게 사방에서 억까하는데
그런데도 우리가 이렇게 여기까지 온 거 보면
참 신기하고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