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기타]차별하던 엄마,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요?

작성자은도|작성시간24.07.21|조회수13,268 목록 댓글 27

출처 : https://m.pann.nate.com/talk/346429935?currMenu=talker&order=RAN&rankingType=total&page=6

고민이라도 털어놓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글 올려봅니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방탈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올리게 됐습니다.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30대 초반 여자입니다. 중견기업에 입사해 6년 째 일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저는 평범한 가정환경에서 별 문제없이 자라왔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만요. 저에게는 3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엄마는 항상 동생과 저를 차별하며 키우셨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서러운 게 많았어요.
차별 당한 상황은 뭐 셀 수도 없이 많지만, 대표적으로는 남동생은 과외를 시켜주면서 저는 혼자 알아서 공부하라 한다거나, 동생 교복은 새 걸로 사주고 제 교복은 얻어입힌다거나, 동생은 남자라서 간식도 많이 먹는다고 용돈도 저보다 더 많이 주고....뭐 이런 것들이에요. 아빠가 나름대로 저를 챙긴다고 챙겼지만 사업하시느라 늘 바빠서 얼굴 뵌 기억은 거의 없네요.
어려서부터 많이 울었습니다. 서럽고, 화도 나고, 공부는 내가 더 잘 하는데 엄마는 왜 동생만 챙길까, 왜 엄마 친구들이 놀러오면 동생 자랑하기 바쁠까, 하며 방에서 소리죽여 울었고 우는 걸 들키면 항상 '속 좁아 터졌다','누나가 돼서 나잇값 못한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죠.
엄마는 항상 입버릇 처럼 말했어요. "너는 시집가면 그만이지만 XX(남동생)이는 나중에 우리랑 살아야 하니까 그런다""XX이는 나중에 제사도 물려받고 집안에서 해야할 일이 많아서 그런다"저는 이 말을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습니다. 상상이나 되세요? 초등학생 딸이 왜 남동생만 간식 2개 사주냐는 말에 '너는 시집가면 그만이니까'라고 말하는 부모가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쯤 되었을 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나는 그냥 나대로 살면 되는구나.' 저는 엄마 말대로 진짜 시집가면 끝이고 이 집 사람도 아니니까, 나는 이 집에 잘할 필요도, 엄마를 미워할 필요도 없이 나 혼자 잘 살면 되는거라는 그런 생각이요.

그래서 대학을 오고부터는 혼자 열심히 살았습니다. 사는 곳은 지방이었지만 대학은 서울로 붙었어요. 덕분에 집과는 자연스럽게 안녕할 수 있었고, 처음에야 돈이 없었으니 부모님이 학자금이며 기숙사비 등을 대주셨지만 1학년 2학기 때부터는 장학금+알바+과외해서 번 돈으로 제 학자금 제가 충당했습니다. 그래도 졸업때까지 두 학기 정도는 학자금 대출을 내야했었지만요.
그렇게 저는 스무살 집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습니다. 친구들 방학마다 해외여행이다 뭐다 놀러다닐 때 저는 학자금 버느라 늘 바빴고, 동기들 유학간다고 휴학할 때 저는 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교환학생 프로그램에라도 합격해보려고 죽도록 공부했어요. 정말 서럽고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집에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나는 그 집 사람 아니니까. 나는 이제 그 집에서 없는 사람이니까.

그러다가 23살이 막 지나가려던 때, 동생이 수능을 쳤어요. 원래도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수능은 평소보다 훨씬 못쳐서 고향에 있는 전문대 겨우 붙었다더라고요.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엄마가 갑자기 생전 안 하던 전화를 하더라고요. 잘 지내니,부터 시작해서 뭐 필요한 건 없니, 집에 한 번 내려와라, 이러는데 너무 어색하고 이해도 안됐어요. 이제와서 왜? 이제서야 동생 수능 망하고 동네 자랑할 거리가 없다 싶으니까 나한테 연락하는건가? 싶은 마음.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나 빨리 취직해서 대학 입학할 때 엄마가 내준 등록금 갚아야겠다.'왠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갚지 않으면 그걸로 꼬투리 잡혀서 효도 비슷한 걸 바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적인 자식들이 하는 생각이 아니란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저는 이미 일반적으로 자라지 않았는 걸요.

그래서 20대 중반에 취직하자마자 달에 50만 원씩 꼬박 12개월을 집에 돈을 부쳤습니다. 원 금액은 550만 원 정도였지만 나중에 이자가 어쩌고 할까봐 그냥 600만 원 채워서 보냈죠. 처음엔 용돈인 줄 알길래 '아니다, 예전에 내준 등록금이랑 기숙사비 갚는 거다. 일년만 보내고 그만 보낼 거다' 라고 분명히 말했어요.
근데 11개월 째 되던 달에 전화가 와서는 "이제부터는 XX(동생)이 계좌로 보내라. 곧 제대하는데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다잖니" 이러네요.
그때부터는 저도 당당해질 수 있었어요. 성인이 된 후로 부모에게 받은거라곤 그 550만원이 전부였으니까. 근데 이제 그거 다 갚았으니까. 저는 당당할 수 있는거죠.
내가 왜?, 나는 그럴 의무 없다.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마라.
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때부터 전화가 빗발치듯 왔고 메시지로 욕 비슷한 것도 날아왔지만 다 무시했어요. 속이 후련하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 초반, 지금의 나이가 됐습니다. 엄마는 그 전화 이후로 한 1년을 돈 보내라고 괴롭히더니(경제적으로 부족한 집아 아닙니다. 그냥 동생 용돈 주라고 계속 그러는거예요. 어디가서 첫째가 둘째 용돈도 준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20대 후반 들어서면서부터는 잠잠해졌어요. 그리고 저도 평화롭게 살았죠.

근데 문제는 최근부터 엄마가 자꾸 이상한 행동과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어느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길래 받았더니 다짜고짜 "아유! 전화 좀 그만 하라니까~!" 이러더라고요. 잘못 걸었구나 싶어서 "나 XX야. 잘못 걸었어." 하고 끊었어요. 근데 곧장 다시 전화가 와서는 "아니, 전화가 끊겼네~ 여기 신호가 안 좋나?" 이러면서 갑자기 혼잣말 시전.. 상황을 보아하니 주변에 친구들이 있는 것 같았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전화 끊고 그 후로 걸려오는건 안 받았습니다. 메시지로 뭐라뭐라 하는 거 같긴 했는데 안 읽었고요.

그리고 한 날은 갑자기 "엄마 X월 X일에 인천 가" 라고 문자가 왔길래(제 직장이 인천이에요) "그래 놀러오나 보네. 잘 놀다가" 라고 보냈더니 "6시에 도착이니까 데리러 와" 라고 답장이 왔더라고요. 좀 황당해서 "내가 왜. 알아서 놀다 가라" 라고 보내고 한동안 또 씹었습니다. 슬슬 짜증나더라고요 이때부터.

그러다가 제일 웃긴 일은 최근에 있었어요. 대학간 이후로도 집안에 큰 행사 같은 건 잠깐잠깐 참석을 했었는데, 최근에 고향 내려가보니 친척들한테 저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놨는지 하나같이 저더러 "아유~ XX엄마는 좋겠네~ 저렇게 든든한 딸이 있어서 노후는 걱정 없겠어~"이라더라고요. 엄마는 옆에서 웃고만 있고요. 근데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요. 노후? 내 덕? 왜?? 이제와서 왜? 대체 왜? 내가 무슨 취급 당하며 살았는데. 내가 얼마나 악착같이 버텨서 이 집 벗어났는데???그래서 그 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폭발해서 소리를 질렀어요.
나는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이미 이 집 사람 아니었다. 우리 부모님의 노후에 나는 없다. 무슨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차별받으면서 컸고 그때마다 '너는 시집가면 끝이다' 소리를 들었다. 나는 대학가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등록금, 생활비 내가 다 해결했다. 집에 도움 받은 거 단 1원도 없다. 내 부모님 노후는 XX이가(동생) 알아서 책임질거다. 엄마는 늘 노후에 함께 할 건 아들이니까 아들한테 잘 해주는 건 당연하다며 대놓고 차별했다. 그러니 나는 부모의 노후에 조금도 책임이 없다. 혹시라도 나중에 딴 소리 할까봐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한다. 죽을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 기대지 마라. 나 역시 곧 죽는 한이 있어도 부모한테 기대는 일은 없을 거다.

말하는데 눈물도 나고 서럽고.. 그래서 몸이 덜덜 떨렸지만 평생 하고 싶던 말을 다 쏟아붓고는 그대로 가방 챙겨서 인천으로 올라왔어요. 어른들 앞에서 소리지른 게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속은 시원하더라고요.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사촌언니랑 동생들이 카톡을 보냈어요. 다들 저희 부모님이 저 등록금까지 다 내준 걸로 알았더라고요. 장학금 받느라 뼈빠지게 공부할 때는 거들떠도 안 봐놓고선 뒤에선 웃기게도 제 등록금, 기숙사비, 용돈까지 다 줬다며 거짓말을 했었네요. 웃긴 건 저희 아빠는 제가 취직 후 12개월 동안 총 600만 원을 갚을 걸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어요. 엄마가 다 받아챙기고선 말도 안 한거죠.
엄마는 당일 카톡으로 '친척들한테 사과해라, 니가 몸이 안 좋아서 아무말이라 한 거라고 해라, 엄마는 그런 적 없다고 해라' 이러길래 바로 차단했고요. 아빠는 본인이 돈 버느라 바빠서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사과했고, 동생은 어릴적부터 엄마가 자기한테 과하게 기대를 해서 늘 힘들었다고, 그래서 공부잘하는 누나가 늘 부러웠는데 서울 간 이후로 그렇게 힘들었는줄 몰랐다며 우네요.
그래요. 동생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타고난 공부머리가 없어서 늘 괴로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마 다행인건 본인이 역차별 받는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 그건 참 동생한테 고마워요. 생각해보니 얘도 피해자인데. 앞으로 엄마 노후 혼자 책임져야할테니 마음이 무거울테죠.

저는 저희 엄마 심리가 궁금합니다. 저 일 있기 전에도 갑자기 카톡에 '역시 딸이 최고야' 이런 문구를 써놨길래 황당했던 적이 있었고, 작년 어버이날에도 뜬금없이 전화와서 "올해는 뭐 해줄거야~~" 이러길래 어처구니 없어서 대답도 안 하고 끊었던 기억이 있어요.
대체 저한테 뭘 원하는 걸까요? 이제와서 효도 바라는 건 아니겠죠?적어도 인간이면 그건 아닐거잖아요. 만약 진짜로 딸노릇, 효도 바라는 거면 전화번호 바꾸고 아예 연 끊어버리려고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휴수박먹고배불르다 | 작성시간 24.07.21 연끈고 동생이랑아빠랑 연락?ㅋ 이제 이정도햇으면 너도 용서해줘라듣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명명명이 | 작성시간 24.07.21 엄마 존나 나르같다
  • 작성자등신같아요 | 작성시간 24.07.21 모르깅 뭘 몰라 알아도 모른척 하는거지 절대 동생 불쌍하게 생각하면 안됨 애미 좈나 내애미같네 개소리로 사람들 환심 사는거
  • 작성자노키득존 | 작성시간 24.07.23 앱은 좀 낫다고는 하는데 정말 나은 게 맞나 대체 왜 등록금도 뭣도 안 준거지..딸이 10년째 집이랑 연락 끊고 사는데 뭘 물어볼 생각도 챙길 생각도 없는 게 말이되나? 걍 글쓴이혼자 잘 사시길
  • 작성자시간을되돌리고싶다 20년 전이면 | 작성시간 24.08.24 저 집 다 나쁜데 딸빼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