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100일간 쑥과 마늘만 먹었다는데, 20대 자취생인 난 사람처럼 살아남고자 3개월째 닭밥야('닭가슴살, 밥, 야채'의 줄임말, 아래 '닭밥야')만 먹고 있다. 바깥세상이 온통 고물가 이슈로 시끄러운 탓이다. 사과 한 알에 7000원인 시대. 수박 한 통에 4만 원인 요즘.
이런 가격들이 이제는 더 놀랍지도 않다. 사과도 수박도 안 먹은 지 오래다. 내가 먹는 것은 오로지 닭가슴살과 밥, 간단한 채소뿐. 이것이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는 1인가구 자취생 나만의 방법이다.
일어나면 자동으로 하는 식사 루틴
'오늘 뭐 먹지?'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안 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로봇처럼 냉동실을 연다. 닭가슴살 한 팩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해동한다. 즉석밥도 데운다. 그 사이 냉장고에서 밀폐용기에 담아놓은 양배추 무침을 한 젓가락 덜어낸다. 모두 밥그릇에 담고, 한 번 더 데우면 식사 준비 끝.
그럴 때 농산물유통정보 등에 들어가 농산물 소매가격을 지역별로, 기간별로 찾아보면 일별로 가격 변동을 알 수 있다. 지역신문에서 이를 도표로 해석해 전주·전년대비 그래프로 올리기도 한다. 잘 찾아보면 저번주 대비 낮아진 식재료들이 있다. 자취생에겐 나름의 찬스이자 기회다.
오호라, 검색해보니 오늘은 깐 마늘이다. 닭가슴살을 다진 마늘과 간장에 볶아 먹어 볼까. '어떻게 조리해 먹지'라는 걱정은 없다. 인터넷에 치면 5분 자취생 레시피가 한가득 나오기 때문에.
그 외에 똑같은 '닭밥야'더라도, 레시피를 나름 변형하기도 한다. 닭가슴살을 소스닭으로 바꾸거나, 직접 밥솥에 수비드(Sous vide·밀봉 뒤 데워먹기) 해먹거나, 시즈닝을 뿌려 먹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각종 시즈닝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 80g 정도만 시켜도 나 같은 1인가구는 근 1년은 써먹을 수 있다. 양배추가 비싸면 김이나 김치에 싸 먹고, 상추와 치커리를 키우는 지인에게 나눔도 받는다. 지역 중고거래 어플에도 과거에는 옷이나 게임기를 검색했다면, 이제는 부추나 얼갈이 등의 채소를 검색하고는 한다. 저렴하게 파는 지역 농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에 돈을 아끼자고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일상이 간단하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는 내게 "웬 종일 닭밥야만 어떻게 먹냐"라고 혀를 내두른다. 엄마는 내가 맛없는 것을 견디고 참는 줄 알지만, 난 명백히 알 수 있다. 난 지금 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매일이 즐겁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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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예스오얼노 작성시간 24.07.25 나는 양념 된 닭가슴살은 물리고 맛 없어서 생 닭가슴살 스리라차 소스랑 먹음ㅎ 양배추 쪄서 쌈이랑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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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루샤 작성시간 24.07.25 나도저래 맨날 브로콜리 닭가슴살 현미밥 김치나 반찬쪼끔 이런거만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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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애그자일1 작성시간 24.07.25 가공육 안좋아 알레르기생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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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알래스카사람들 작성시간 24.07.25 당근에서 진짜 농부들 커넥트 해줫음 좋겠어 ㅋㅋㅋ 시골 살면 귤이랑 채소 쌀 같은거 많이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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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방콕 작성시간 24.07.25 다여트하는것도 아닌데 돈 아끼려고 절케 먹는거임..? 대단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