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에서 학원가는 애들한테 잘가-하고 손흔들면,
나 혼자 집에 오는 겨우 십오분 남짓.
뭐가 그리 외롭고 서러웠는지,
일다녀와 파김치처럼 쓰러진 엄마 붙들고,
철도 없이 나도 피아노 학원 보내달라고 참 많이도 졸라댔다.
정작 나는 그 시절 돌아가,
어린 나 머리라도 콩, 쥐어박고 싶었는데
엄만, 시집갈 때 난 칠줄도 모르는 커다란 피아노 해주면서
나 이제 내일 죽어도 원없다고 웃었다.
평생 몸 다 바스라져라 고생만 하다,
이제야 허리 좀 펴고 웃는 우리엄마.
나이들어 가끔 집 비밀번호도 헷갈린다며 우스개하면서도,
매월 1일 꼬박꼬박 우리애들 피아노학원비는 보낸다.
나는 '고마워, 잘 받았어'
매번 염치없는 말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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