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5시께 충북 괴산군 중원대학교 골프장. 현장으로 초청받은 영국 기네스 본사 소속 심판관이 '한번에 가장 많은 개들과 산책한 사람' 부문 기네스 세계 기록 도전 과정과 규칙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40여마리의 유기견들과 관계자 4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 내용을 경청했다.
이번 행사는 유기견 입양 독려를 위해 개최됐다. 기네스북 등재에 도전한 참가자는 블록체인 기반 밈코인 기업 '봉크'(Bonk) 운영자 놈(Nom)이다. 유기동물 구조 단체 KK9R·유엄빠·코리안 독스, 이평우 훈련사, 동물 의료단체 등 관계자가 이번 도전을 위해 2주간 함께 준비했다.
산책로 점검, 유기견들의 건강 상태 확인 후 도전자 놈이 38마리의 개들과 함께 출발선 앞에 섰다. 놈을 기준으로 좌우에 19마리씩 미리 지정된 위치에 개들이 밀착해 섰다. 반항하는 개 없이 모두 본인의 자리를 아는 듯 편안하게 서 있었다.
그룹과 위치를 나눈 기준도 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놈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활발한 성격의 유기견들이 자리했다. 산책로 구조상 대부분 왼쪽으로 코너링을 하기 때문에, 앞서 나가고 싶어 하는 개들을 좌측에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5시20분께 시작된 산책은 20여분간 계속됐다. 도전자의 보폭과 구령에 맞춰 개들이 휴식없이 이동해야 한다. 도전자가 개들에게 끌리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안된다. 도전에 참가한 개들이 심하게 짓거나, 멈추거나, 달리는 등 독단적인 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이번 도전에 참가한 유기견들은 모두 위기의 상황에서 구조된 개들이다.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개들은 △임시보호소에서 안락사가 임박한 경우 △애니멀 호더(지나치게 많은 개들을 열악한 환경에서 키우는 동물 학대의 일종)에 의해 키워진 경우 △식용 개 농장에서 길러진 경우 △펫샵 개 농장에서 학대받던 모견 등 다들 상처를 갖고 있었다.
도전에 성공하는 순간 눈물을 훔치던 김현유 KK9R 대표는 "우리 애들이라 성공했다. 이 친구들은 이제 '월드 챔피언 독'이다"라며 기뻐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틴 친구들이라 다들 강인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동물 구호 단체인 코리안독스의 김복희 대표도 "'유기견들은 사회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이번 훈련과정과 도전으로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박민희 유엄빠 대표도 "이번 도전은 유기견 아이들이라서 해낸 것"이라며 "한국은 아직 품종견이나 어린 강아지 입양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실 오늘 도전에 참가한 친구들은 '한국 입양 시스템에서 외면받은 친구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캠페인으로 38마리의 개들이 모두 입양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현실적으로 해외 입양이 더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