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햬화
혜화역 딥페이크성착취 규탄시위에서의 발언인데
여시들도 꼭 들어봐줬으면 좋겠어서 하나하나 타이핑했어
마스크 쓰고 펑펑 우는 중.
— 한코치 (@chwith109) September 21, 2024
여성의당 진숙님 ㅜㅜㅜㅜ
진심 전체 다 꼭 들어주셔요
(그리고 참가자 방금 5천명 돌파 소식) pic.twitter.com/AF3s5JHCCr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지 고작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 전에는 평범한 페미니스트였습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때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고, 2018년 혜화역 시위에 갔다가 머리를 자른, 정말 지극히 평범한 페미니스트입니다.
제가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요. 여러분 한번 들어보시고 혹시 칭찬해줄만하다 싶으면 함성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혜화역 불편한 용기 시위 때부터 익명의 2030 여성들이 주최한 집회는 거의 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 참석했습니다. 그때 저는 대학생이었는데요, 제가 그때 꾸준히 집회에 참석했던 이유는 정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혼란과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여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 매일매일 여자들이 남자친구에게 맞아죽고, 불법촬영 당해 자신의 목숨을 끊고, 심지어 이제는 만나본 적도 없는 남자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를 당해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침묵할까.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돌아갈 수가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떤 여성이 죽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죽음인데도 그 사람이 살아 있던 어제와 그 사람이 없는 오늘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절반이 이유 없이 죽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남성들이 장악한 정치권에 묻고 싶고 지금 당장 해결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집회에 계속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오늘 이 자리에 그 긴 시간 동안 그 모든 시위를 주최하셨던 분들, 그리고 스태프로 참여하셨던 분들 와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때 여자끼리 한 자리에 모여서 목소리 내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면 저는 지난 6년간 이렇게 꾸준히 여성주의 실천을 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거리에서 여자들하고 소리치는 동안 우리가 언제 모여야 하는지, 어디로 다가가야 하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그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6년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외로웠던 적도 많습니다. 여성주의 활동 꾸준히 해온 분들끼리 만나면 그런 얘기가 자주 나오거든요. 그때 혜화에 모였던 여자들 다 어디 갔을까? 난 그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우리가 바꿔야 할 게 세상에 아직 많은데 그 여자들 다 어디 갔을까? 우리가 다시 혜화를 그만큼 채울 수 있는 날이 올까? 저는 안 될 거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여러분, 그날이 왔네요. 오늘을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6년이 지나 이 자리에 다시 모인 여러분을 보니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옵니다. 지난 집회 때 제가 페미니즘 백래시 이제 끝났다고, 여기 모인 우리가 지금부터 끝낼 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지난 시위 오셨던 분들 여기 많이 계시죠. 그때 우리 300명 모였었는데 오늘 우리 이제 3,000명 넘게 모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모이고 뭉치면 절대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날들이 분명 올 것입니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변하는 그날이 분명 올 것입니다.
이 자리에 피해자분도 많이 와계실 것 같은데요. 여러분, 오늘 여기 모인 3,000명은 내가 여자로서 무슨 일을 당하면 3,000명의 여자들이 이 자리에 다시 나타나서 같이 소리쳐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갈 것입니다. 그게 여기 모인 여러분 한분 한분의 발걸음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나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저도 한 가지 약속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단지 여자라서 부당한 일을 겪을 때 반드시 나타나서 여러분들과 함께 외치겠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이번에야말로 국회 담장을 넘어 전해질 수 있도록, 마침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가장 앞장서서 소리치겠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다시 나타나주실 거죠?
-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24년 5월 11일 서초역에서 진행되었던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판결 규탄 시위
24년 9월 21일 혜화역에서는 총 6,000명 이상의 여성들이 모임
9월 21일,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혜화역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 현장발언 中
— 여성의당 (@womensparty2020) September 21, 2024
"우리의 목소리가 이번에야말로 국회 담장을 넘어 전해질 수 있도록, 마침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가장 앞장서서 소리치겠습니다." pic.twitter.com/WhKE6gHL5v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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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Luvluvs 작성시간 24.09.23 그게 여기 모인 여러분 한분 한분의 발걸음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눈물 줄줄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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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이스티엔샷추가 작성시간 24.09.23 눈물ㅠㅠ 타이핑 고마워 여시야... 고마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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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탄석핵렬 작성시간 24.09.26 계속 생각났는데 덕분에 잘 읽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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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코파파 작성시간 24.10.09 참 감동이야.. 가져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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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카나 와일드프레이리 작성시간 24.12.17 진짜 저 현장에 있었으면 좌우갈리 얘기 나올수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