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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책추천]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한다.

작성자바나나스무디|작성시간24.10.11|조회수1,669 목록 댓글 3

 출처 : 여성시대 니나니나노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마음을 떼어내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응,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 거지.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거야.

 

행복이 만복통치약이거든."

 

"..."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투데이는 죽어야 한다.

 

왜?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관절이 망가져 아프기 때문이다.

 

왜?

 

인간이 원했다.

 

왜?

 

빠른 말이 인간에게 쾌락을 주기 때문이다.

 

왜?

 

.....

 

투데이를 치료할 수는 없는가?

 

현재 인간의 의료 기술로는 닳기 이전의 

완벽한 관절로 되돌릴 수 없다.

 

또 다른 방법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프기 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투데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예요.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슬픔도 배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는데 놓쳤다. 

현실의 무게감이 몸을 눌러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것은 몸속에서 흐르지도, 

버릴 수도 없는 물로 오래도록 고여 있었다.

비린 냄새가 났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몸을 뒤척일때도

속에 쌓인 슬픔이 찰랑거리며 비린내를 풍겼다.

슬픔이 비림으로 바뀌자 후에는 꺼내려고 해도

비릿해서 꺼낼 수 없어졌다.

그렇게 계속 몸에 담아두었다.

고여서 비려질 때까지,

끝끝내 썩어 마를 날을 기다리면서.

 

 

 

"내 시간은 멈춰 있어."

 

"왜요?"

 

"흐르게 하는 법을 잊었어."

 

시간은 고여 있어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다가도 

여지없이 그날로 빨려 들어갔다.

슬픔을 겪는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간들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할까.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겠네요."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죽지 않는 한 시간은 영원히 흐르니까.

잠깐 멈추는 거야 문제도 아니지."

 

"......"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니까.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고.

너무 빠르게 달리면 다 놓치고 산대.

유명한 누가 그러더라. 누구였더라.

기억이 안나네."

 

 

 

나의 최후다.

엉덩이부터 상체까지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맑은 하늘이 보였을 뿐이다.

 

나는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쳤을 때

천개의 단어를 알고 있엇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개의 단어들은 

모두 하늘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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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죽어. 
콜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관중석이 꽉 찬 늦여름의 경기에서 

콜리는 스스로 낙마했다.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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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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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card값줘체리 | 작성시간 24.10.11 보면서 그냥 눈물이 막 또르르 흐름ㅠㅠㅠ 섬세한 책이라 생각해
  • 작성자마루는댕얼쥐 | 작성시간 24.10.11 너무 좋아하는 책
  • 작성자알이즈웰웽 | 작성시간 24.10.12 진짜 최애중 하나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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