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544851134
7줄 요약
1.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이후, 한국은 선진국 수문장으로서 비교당하는 경우가 많다
2. 스페인의 경우 '우리는 인생을 즐기는데, 니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우리랑 동급이네' 라고 말한다
3. 지난 30년간 한국은 스페인과 비교되었지만, 매번 새로운 기준으로 비슷한 점을 찾아 비교한거다
4.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으로는 한국이 15년전 스페인을 앞질러 나갔고 계속 격차가 벌어지는 중이다
5. 열강이던 스페인은 자국은 인생을 즐기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한국과 동급이라고 자존감을 채우려 한다
6. 하지만 양국의 산업구조와, 미래먹거리 발굴 노력을 보면 향후에는 한국이 훨씬 앞질러 나갈 것이다
7. 지금 현실에 안주하려는 스페인과 사람을 갈아넣는 한국의 대비는 '개미와 배짱이' 를 연상케 한다
I.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저번에 누군가 미스터리 게시판에
'스페인쪽에서 한국인들이 뭐 빠지게 열심히 일해도
시에스타처럼 낮잠 잘 거 다 자고 여유롭게 사는 우리랑 동급이면
실질적으로는 우리 스페인이 훨씬 더 나은 게 아니냐' 라고 묻길래
이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었어
II. 선진국 수문장으로 고통받는 한국
사실, 한국이 선진국 막차를 탄 이후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이탈리아처럼
어중간한 나라들이 다 한국과 맞먹으려고 드는 상황이긴 한데
한국은 경쟁자로 생각도 안 하는 대만부터
'한국은 베트남의 성장이 두렵습니까?' 하는 베트남까지
아시아에서 자존심 쎈 나라들은 뭔가 한국을
자기네 나라와 비교하는 전투력 측정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런데 특이하게도 스페인이라거나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유럽 국가임에도
경제력으로 한국과 비교당하는 일들이 종종 있거든
이탈리아는 그나마 덜 한데,
스페인의 경우 한국을 상당히 많이 의식하는 편이야
III. 한국 저것들 열심히 일해봐야 우리랑 동급이면 우리의 승리 아님?
저번에 방탄소년단이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를 했을 때
다짜고짜 기자가
'한국이란 나라가 참 발전해서 대단하긴 한데,
(우리는 느긋하게 할 거 다 하고 잘 사는데)
한국은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서
스트레스 많이 받을 거 같네요'
라고 걱정을 빙자한 상당히 난처한 질문을 던졌었거든
당시 RM이 이렇게 자세하게 대답을 하면서
'한국은 쓸데없이 열심히 살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인생을 즐긴다고'
라고 자기네 자존감 챙기려고 한국을 깎아내리는 위 질문을
'우문현답' 식으로 답변한 일이 있었어
이렇게 '한국은 열심히 사는데, 어쨌든 인생을 즐기는 우리랑 동급이니
실질적으로는 우리 스페인의 승리다' 라는 밈이
기자들도 공공연히 물어볼 정도로 스페인 쪽에서 많이 퍼진 밈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게 사실인지 한 번 이야기 해보려고 해
IV. 30년 동안 스페인과 비교당하는 한국
우선 내가 아는 레퍼런스 중에서
한국이 스페인과 체급이 비슷하다는 소리를 처음 했던 건
30년 전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 서적이었어
당시 브루스 커밍스가 90년대 중반 기준
잿더미에서 일어선 한국을 띄워주기 위해서
한국의 경제 규모가 스페인과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했던 거였거든
실제로 당시 한국과 스페인의 경제 규모는 서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15년 전 즈음 내가 저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한국과 스페인의 실질 경제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어
그리고 오늘날 한국과 스페인의 1인당 경제력은
우열을 다투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도토리 키재기' 그 자체거든
이 점에서 스페인 언론에서
'한국이 열심히 노력해도 30년 동안 우리랑 똑같죠?
허접♡ 쓸모없어♡ ㅋㅋㅋㅋㅋㅋ'
이런식으로 자국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뭔가 한국을 제물로 끌어들인 상황이지
V. 한국이 스페인과 계속 비슷해 보였던 건 기준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
한국 입장에선 지금까지
열심히 살려고 아둥바둥 거렸는데
결국 스페인과 똑같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니가 달리는 만큼 다른 애들도 달려서 의미 없다' 라는
붉은 여왕 이론이 이런 건가 싶어서 허탈한 느낌일 거야
특히나 스페인이 유로존 내의 열등생인
'PIGS' 의 일원으로 환자 취급을 받는다는 점에서
'똥양인들이 열심히 살아봐야
백인 형님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고 자조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하지만 한국과 스페인을 비교하는 논의는
사실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숨어 있었어
1. 1990년대 중반 한국은 스페인보다 인구가 20% 가량 많았다
2. 당시 원화 가치가 실제 가치 대비 30% 가량 고평가 된 상황이었다
VI. 스페인보다 착실히 발전해 왔던 한국
이 점에서 지난 30년 간 한국과 스페인의 1인당 경제력을 비교하려면
비록 단독으로 사용시 부정확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를 비교하려고 참고할 때는 좀 더 적합한
실질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
이 관점에서 보면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과 비슷하다고 보았던 30년 전엔
한국의 실질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1만 달러가 되지 않았던 반면
스페인의 실질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1만 6천달러를 훌쩍 넘긴 상황이라
명목으로는 한국과 스페인의 국가 경제 규모가 그게 그걸로 보여도
실제로는 1인당 경제력에서 50%~60% 가량 스페인이 앞서던 상황이었다는 게 명확히 드러나지
그리고 15년 전 금융 위기 당시
한국은 원화 절하의 직격타를 맞았고
스페인은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
명목상 1인당 경제력은 스페인이 한국보다 30% 가량 높은 상황이었지만
구매력 기준 소득은 이미 양국이 거의 비슷해진 상황이었어
그리고 나서 2010년대 넘어서면 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미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으로 한국이 15% 가량 앞서나간 상황이고
IMF 전망으로는 그 격차가 해마다 1%씩 더 벌어질 것이기에
2020년대 후반에는 한국이 실질 구매력 기준 소득으로
스페인을 20% 가량 앞서 나가 있을 거라고 전망하는 중이야
VII. 구매력 기준 추세는 언젠간 명목 소득에도 반영된다
실제로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가
20년 전 대비 20% 가량 절하되어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가치가 절상 추세로 접어들면
구매력 기준이 아니라 명목으로도 실제로 그렇게 될 거야
15년 전 한국의 명목 1인당 GDP가 이탈리아 절반이었던 시절
한국과 이탈리아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비슷하게 나올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슨 개소리냐고 비웃었는데
실제로 2020년 경에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1인당 GDP가 거의 비슷해졌거든
게다가 5년 전 즈음 한국과 일본의 구매력 기준 GDP가 역전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작작 해라' 라고 그랬었는데
실제로 IMF 기준으로 올해 부터는 명목 1인당 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 나간다고 발표한 걸 보면
대만 같이 뭔가 특수한 사례가 아닌 이상
시장 환율 추이에 따라 명목 GDP가 흔들릴 순 있어도
결국에는 명목 GDP가 실질 구매력 GDP 추세와 비슷하게 가는 거지
비록 그게 언제 즈음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야
VIII. 스페인쪽의 생각과 달리 한국은 스페인을 앞서나가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이 스페인과 비슷하다는 소리는
마치 '아킬레스는 거북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라는
제논의 역설과 비슷한 상황이라 보아야 해
한국은 스페인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기에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가 스페인보다 대체적으로 높음에도
비교하는 기준점을 국가 전체 기준인지 1인당 기준인지
원화가 고평가이던 시절 1990년대 기준인지,
아니면 유로화 출범 이후 유로화가 고평가된 2000년대 이후 기준인지
지난 30년 동안 이런 식으로 잣대가 바뀔 때마다
매번 한국과 스페인이 비슷하다고 그런 거였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이 자신들을 한국과 비교하면서
한국은 뭐 빠지게 열심히 사람 갈아가며 사는데
우리는 느긋하게 즐길 거 다 즐기고도 비슷하다고
'아무튼 우리의 승리다' 라고 저러는 거 보면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 나오는 저 기사 양반이 떠오르지
IX. 제국주의 열강이었던 스페인과 최빈국이었던 한국
사실 스페인이 한국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게
스페인 입장에선 한국에게 따라잡힌다는 게 굉장히 신경이 긁히는 거거든
막말로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만 하더라도
스페인이 남미쪽 식민지는 대부분 상실한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당시 제국주의 식민 열강 말석에 앉았던 나라였어
물론 미국-스페인 전쟁이 터지면서
남은 식민지들도 다 미국에게 뜯기면서
더 이상 열강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스페인 내전이 터지면서 본토가 쑥대밭이 되고
프랑코의 독재로 나라가 나락으로 굴러떨어졌긴 했어도
그렇게 몰락한 게 파탄국가로 전락했다는 게 아니라
열강에서 2류 국가로 내려왔다 딱 이거거든
반대로 한국은 식민지배와 6.25까지 겹치면서
세계 최빈국으로 굴러떨어졌었던 거라
스페인과 애초에 출발점 자체가 달랐지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서 시니컬한 소리를 많이 했던 조지 오웰도
국제 여단으로 모인 애들이 얼마나 단합력이 개판이고
내부 총질로 꼬라지가 개판이라고 욕을 했으면 헀지
'시앙 이 나라는 답이 없어요 이 나라의 부흥? 그딴 일 안 일어나요' 소린 안 했는데,
한국을 보고 온 영국 언론인들은 저렇게 단정을 지었다는 점에서
양국의 상황이 얼마나 달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X. 자국의 역사적 위상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스페인
특히나 스페인의 경우 금융 위기 전만 하더라도
옛 식민지였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기분 거슬리는 말 하니까
스페인 국왕이 직접 '(X발 새X야) 입 좀 닥쳐봐!' 라고 대놓고 말했을 정도니까
당시 베네수엘라도 나름 고유가로 잘 나가던 상황이었음에도
옛 식민지 국가라고 스페인 국왕이 '입 닥치지 못할까?' 라고 한 게 말이 되냐
막말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동남아 가서
태국 국왕이 한국에게 사전입국심사 폐지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야 어디서 뭔밥이 지랄하냐' 라고 말하는 수준의 외교적 결례인데도
스페인 국민들이 스페인 국왕의 발언을 사이다라고 생각했던 걸 보면
스페인의 국력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긴 했지만
자존감이 쎄서 한국이랑 비교당하는 게 유쾌하지 않은 거라 봐야지
물론, 스페인 입장에서는 자기네도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던 만큼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가 5억에 달하고
그 결과 자국어가 국제연합 공용어로 쓰이고 있기에 자부심이 대단한 상황이야
의외로 자기네 스스로 고속철도 차량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중화학 공업 수준도 상당하며
프랑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농업도 발달해 있고
관광 대국으로 명성도 유명하고
자라 같은 나름 명품 패션 브랜드도 있다는 점에서
자국 경제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한 상황이지
게다가 남들은 스페인의 경제가 어려운데도
한 달을 통째로 휴가를 가거나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 문화가 있을 정도로 게으르다 하지만
자신들은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조금 가난할지 몰라도
그래도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거에 자긍심을 가졌거든
XI. 스페인이 바뀌지 않으면 스페인의 미래는 한국보다 암울할 것이다
다만, 스페인이 미래에도 한국이랑 경제적으로 비교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이미 유럽 내에서도 유럽은 현재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밀려버렸고
지금처럼 복지나 규제에 몰두하다가는 유럽의 경쟁력이 도태되어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거든
문제는 스페인의 경우 특히나 이런 상황이 심각하다는 거야
스페인 주식시장 시총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기업이라거나
아니면 세계적인 수출 기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제국주의 열강 시절부터 닦아 온 자산들로 당장 어려움에 처하진 않겠지만
이렇게 미래 먹거리 산업이나, 제조업 기반 수출 기업이 약하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한국이랑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
특히나 지금 스페인의 명목 1인당 소득은 유로화로 인해
경제력 대비 최소 20% 이상 고평가가 된 상태인데,
그런 상태인데도 한국이랑 1인당 명목 소득이 비슷하다는 게
과연 스페인이 '우리는 느긋하게 즐길 거 살아도 우리가 승리자다' 라고
여유를 가질만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더라고
XII.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애쓰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한국이 뼈빠지게 사람 갈아가면서 일하는 게
머리가 나빠서 몸이 고생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든 미래 먹거리 산업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고 그런 거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쟤네들의 태도가 자존감을 챙기기 위해 인지를 왜곡하는 '정신승리' 로 비추어 진단 말이지
미국이 워낙 앞서나가고
남은 분야 상당수를 중국이 차지해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의 미래 먹거리 개발이
미국이나 중국을 제외하면
선진국들 중에선 오히려 그나마 전망이 괜찮은 편인데도
우리는 매번 위기라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 게
정말로 도태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거잖아
근데 스페인은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가 낫다면서
'한국 쟤네 열심히 일해도 우리랑 동급이지 않냐 풉 ㅋㅋㅋㅋ'
이러는 거 보면 나는 얘네들의 미래가 그다지 밝게 보이지 않더라고
아무래도 이번 세기 중반 즈음 가면
한국과 스페인의 격차가 두 배 가량 나지 않을까 전망하는데
먼 미래는 워낙 불확실한 변수가 많으니 함부로 단정짓진 못하겠어
XIII. 결론: '개미와 배짱이'
참고로 스페인의 경우 한국 만큼은 아니더라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나라야
한국이 OECD 꼴찌라면
스페인은 폴란드랑 한국 다음 자리를 두고 다투는 수준인데,
비록 절대적인 출산율은 한국보다 조금 높지만
출산율 박살나는 추세는 한국이랑 똑같다는 점에서
'쟤넨 출산율이라도 높잖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지
한국보단 그나마 높지만
한국은 그나마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도 개척하는 반면
쟤네는 여유 있는 삶을 원하는 걸 보면
우리가 남의 나라 왈가왈부할 건 아니겠지만
스페인이 '니넨 왜 열심히 사냐?' 라고 한국 깎아내리는 게
뭐랄까 '개미와 배짱이' 동화를 보는 느낌이라 적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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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퓨퓨뷰 작성시간 24.10.16 와 이글을 보기전까지 나조차도 스페인이 더 잘사는 나라라고 오해하고있었네! 한 때 식민지배로 흥했던 나라를 수탈 당했던 우리나라가 따라잡았다는게 영화보다 더 영화같아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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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레몬그린 작성시간 24.10.17 흥미롭다 이탈리아도 제쳐야하는데 윤썩때메 고꾸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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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nalemma 작성시간 24.10.17 완전 흥미돋 그 자체야 왤케 유쾌하고 똑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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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베네딕틴 작성시간 24.10.23 스페인이 우리한테 저럴 줄은 생각도 못했네ㅋㅋㅋㅋㅋㅋ 너네 유럽끼리 비교하지 멀리있는 우리나라갖고 왜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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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camealongway 작성시간 24.10.24 재미있고 유익한 글들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