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Love goes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329
러시아 ‘수산 마피아’ 부산의 그늘 접수하다
20여 극동 조직, 1천5백억원대 이권 놓고 ‘전쟁’
2006-02-20
발 아래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부산 영도구의 ‘ㅂ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3년째 말 못할 불안에 시달려왔다. 2003년 4월17일 이곳 아파트 1층 현관에서 러시아 마피아 두목 나우모프가 권총 저격을 받아 피살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마피아 총격 사건은 수사 결과 경쟁 마피아 조직원에 의한 국제 범죄로 드러난 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갔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에게 마피아의 악몽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사건 이후에도 나우모프가 사망한 바로 그 동 902호의 전망 좋은 방에는 최근까지 정체 불명의 러시아인들이 무리를 지어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왜 하필 우리 아파트에서 끔찍한 마피아 총격 사건이 일어났는가’ 하는 충격에서 벗어날 새도 없이 여전히 러시아인들이 2년여 동안 이곳에 드나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아파트 평판이 좋지 않게 날까봐 어디다 내놓고 하소연하기도 어려웠다.
제보를 받은 기자는 이곳 단지 내에서도 60평형대 초호화 아파트로 통하는 902호를 찾아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등기부를 떼본 결과 현재 이 집 소유자는 카르고폴로프 알렉시(49)였다. 조회 결과 카르고폴로프는 부산에 거점을 둔 러시아 극동 마피아 야쿠트파 한국 거점 두목으로 나타났다. 그는 3년 전 두목 나우모프가 이 아파트에서 권총 피격으로 사망한 뒤 보스 자리를 이어받아 이곳 대형 아파트를 무대로 생활하면서 조직원 합숙소로 이용해왔던 것이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지난 가을까지 러시아인들이 무리지어 몰려다녀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발길이 뜸하다”라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러시아인이 주인인 902호의 관리비가 몇 달 밀려 최근 단전 단수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킹크랩 등 수산물 밀반입해 떼돈 챙겨
카르고폴로프가 잠적했다고 해서 그의 마피아 조직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었다. 수소문 끝에 그가 부산과 동해에 ‘ㅂ테크 수산’이라는 합자회사를 운영해왔다는 점을 파악했다. 법인등기부 등본상 1억5천만원의 자본금을 가진 이 회사는 수산물·생필품·잡화 등을 취급하는 종합 수출입 업체로 등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산 수산물 밀수출이 주된 사업 영역이다.
부산역 옆에 자리한 ㄷ 빌딩에 있는 이 회사 주소지를 찾아가자 문이 잠겨 있었다. 인근 수산업계 관계자는 “마피아 소속 회사라는 점이 드러나 관계 당국에서 주시하자 하부 조직원 5명을 영도에 있는 다른 건물로 이사시킨 뒤 두목은 러시아로 피신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카르고폴로프가 지분 60대 40으로 합자해 설립한 이 회사의 이 아무개 사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조직폭력 세력인 칠성파 소속 조직원의 친형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마피아가 부산을 거점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는 20여 개의 극동 마피아 조직이 자리를 잡고 각종 이권 암투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겉으로는 러시아인 단독 회사를 설립하거나 국내 수산업자와 합자 법인을 세워 합법적인 사업을 벌이는 것처럼 위장해 활동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카르고폴로프처럼 마피아 조직원이 부산에 직접 아파트를 구입해 밀수업과 조직원 합숙소로 쓰는 사례만도 현재 100여 곳에 이른다.
사할린과 하파로프스크 등 극동 지역을 무대로 삼는 러시아 마피아는 크게 ‘목재 마피아’와 ‘수산 마피아’로 나뉘는데 한국에 진출한 러시아 마피아는 ‘수산 마피아’이다. 이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좋아하는 킹크랩 등 수산물 밀수에 주로 관여한다. 이들이 한국과 일본에 거점망을 갖추고 밀수업에 뛰어든 데는 러시아 내부 사정이 자리하고 있다. 10개 행정구역을 가진 러시아 극동 지방은 인구가 2백여만명에 불과해 막대한 연해 수산물을 소화해내지 못한다. 모스크바 등 유럽 지역 러시아 본토까지는 일본과 한국보다 훨씬 거리가 멀어 운송비 부담이 크다. 그래서 이들 마피아 조직은 손쉬운 돈벌이가 되는 해적 형태의 밀무역에 적극 뛰어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이권 무대로 삼는 마피아 조직은 대규모 어업 선단과 무역 선단을 갖추고 있다. 어선이 잡은 수산물은 공해상에서 무역선에 바로 실린 채 수출입 통관 절차 없이 바로 부산항으로 들여오는 방식을 쓴다. 물론 마피아 무역 선단은 위조한 러시아 당국의 통관증을 제출해 한국 세관을 무사히 통과한다. 이들의 밀수 수법은 교묘해서 한·러 세관 당국이 사전 에 밀수 정보를 입수하고 기다리더라도 허탕치기 일쑤라고. 공해상에서 입항할 배 이름을 바꿔 달고 버젓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마피아가 이런 방식으로 한국에 들여오는 수산물 물량은 연간 1천5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막대한 이권을 쟁탈하기 위해 합법을 가장해 부산에 둥지를 튼 20여 마피아 조직 중 가장 큰 세력은 야쿠트파, 마가파, 페트락파 3개가 꼽힌다. 사할린 거점 야쿠트파는 두목 나우모프가 영도의 아파트에서 피살된 뒤 카르고폴로프가 한국 거점을 승계했다. 그러나 39척의 선단을 거느린 야쿠트파에서는 2002년 부두목 키티노프가 떨어져나와 마가파를 결성하면서 암투가 끊이지 않았다. 분파 당시 배 한 척도 나눠 받지 못한 키티노프는 부산에 거점을 두고 야쿠트파의 선박을 뺏기 위해 갈등을 거듭했다.
마가·페트락 연합파, 야쿠트파 공격
이들은 한국 수사당국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주로 바다에 정박한 밀수선에서 격투를 벌이는데 부상자가 발생하면 부산의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통역을 맡은 이 지역 러시아어과 출신 일부 여성들이 부상자들과 눈이 맞아 결혼하면서 부산에 아파트를 마련해 자연스레 마피아 조직원들의 거점을 확보해나갔다고 한다.
현재 부산 거점 수산 마피아의 판도는 마가파와 페트락파 연합이 우세한 상황이다. 2003년 발생한 야쿠트파 두목 나우모프 피살 사건도 선박과 밀수 이권을 강탈하기 위해 마가파와 손잡은 페트락파 조직원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두목의 피살로 한국 수사 당국의 주목을 받게 된 야쿠트파의 조직 통제 문제가 발생하자 마가파에서는 조직원 흡수와 선박탈취 공세를 강화했다. 부산이 마피아 조직들의 혈투장으로 변할 것을 우려한 국정원에서는 급기야 지난해 초 법무부를 통해 마가파 두목 키티노프의 입국을 영구 불허하는 조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세력다툼 과정에서 부산이 마피아 세력의 범죄 온상이 될 여지는 항상 열려 있다. 이들이 한·러 양국의 법을 어기면서 부산을 노리는 이유가 이권 쟁탈에 있는 이상 경쟁에서 탈락한 조직이 호락호락 한국을 떠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수산업 이권에서 밀려난 마피아 조직에게 가장 손쉬운 돈벌이는 국내에 마약과 권총을 들여와 밀매하는 일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은 2004년 5월4일 이런 유형의 러시아인 마약 밀매 조직 19명을 적발해 구속한 적이 있다.
https://newstapa.org/article/6rI3H
러시아 마피아의 '왕국', 해운대그랜드호텔
2020년 09월 02일 09시 00분
⬤ 러시아 마피아 출신 소유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지난해 말 경영난 이유로 폐업
⬤ 2007년 호텔 매입 당시 페이퍼컴퍼니, 차명계좌 동원 자금 세탁 흔적 확인
⬤ 귀화 시험지 빼돌려 불법 국적 취득… 법무부 “귀화 취소 검토”
⬤ 고의 적자 의혹...노조는 고용 승계 요구하며 농성중
⬤ 올해 3월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 노조 “위장 폐업, 레지던스 사업 공모”
부산 해운대 한복판,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해운대그랜드호텔. 8월 성수기임에도 피서객들을 맞아야할 호텔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은 아니다. 철제 펜스가 호텔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외벽에는 이 건물을 사들인 부동산개발업체의 부동산 광고가 걸려 있다. 지상 22층, 지하 6층의 객실수가 300개가 넘는 5성급 최고 호텔이었다.
지하 3층에는 8개월 넘게 호텔 직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호텔 원년 멤버인 김옥경 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직원들이다. 300여 명의 직원들 중, 대다수는 사측의 압박 속에 희망퇴직했고, 지금은 노조 소속 20여 명의 노동자들만 남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1일, 갑작스러운 폐업 결정에 반발해 농성을 시작했다. 호텔 경영진은 누구이며 이들은 왜, 갑자기 호텔 문을 닫게 했을까.
뉴스타파는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실질적인 소유주였던 러시아 출신 사업가 허 세르게이와 그의 부인이자 해운대그랜드호텔의 대표였던 손련화 씨를 추적했다. 취재 결과 허 세르게이는 러시아에서 수배를 받았던 밀수 조직의 일원이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07년 호텔 인수 과정에서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와 차명 계좌를 동원해 자금을 불법 세탁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이들이 귀화 시험지를 미리 빼내는 방법으로 국적을 불법 취득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법무부 조사 결과 불법 국적 취득이 공식 확인될 경우, 세르게이 일당은 국내 재산을 강제 처분하고 국외로 추방당하게 된다.
러시아 일간지, “허 세르게이 부산항에서 선박 빌려 밀수”
세르게이 일당은 지난 2007년 12월에 호텔을 인수했다. 매입 대금은 1020억원.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그랜드호텔의 새 주인은 러시아계 인물인 허 세르게이와 그의 부인 손련화, 그리고 동업자인 김 모씨였다. 당시 국내 언론은 허 세르게이를 러시아 극동의 조그만 항구인 나호트카지역 출신으로, 무역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인물로 소개했다.
뉴스타파는 러시아 언론 보도에서 허 세르게이 일당의 과거 행적을 찾아봤다. 2008년 4월,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의 밀수 범죄 단체 사건 기사에서 허 세르게이의 이름을 발견했다. 러시아 검찰 수사 결과를 보도한 이 기사에 따르면, 허 세르게이가 가담한 밀수 범죄 단체는 한국산과 중국산 제품 24억 루블 어치, 우리 돈으로 380억 원 어치를 밀수하다 러시아 검찰에 적발됐다. 허 세르게이는 현재 수배중이며, 밀수에 사용된 선박을 한국의 부산항과 러시아 나호트카항에서 직접 빌린, 주요 인물로 소개됐다.
허 세르게이 일당이 부산 해운대에 나타난 것은 이같은 밀수 범죄가 시작되기 3년 전인 2002년부터였다. (주)메르디안해운이라는 무역 회사를 설립한 뒤, 해운대 일대 땅과 건물, 아파트 등의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건물과 토지는 물론 해운대 주상복합 아파트의 펜트하우스까지 사들였고, 지난 2007년 12월, 마침내 그랜드 호텔까지 인수한 것이다.
세르게이 일당의 그랜드 호텔 매입 당시 수상한 러시아 자금이 대거 유입되자, 수사당국이 자금 출처를 살펴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루머 때문에, 당시 허 세르게이의 동업자였던 한국인 김 모 씨가 기자회견을 자처하기도 했다. “호텔 인수 자금은 러시아 마피아 자금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후 수사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수사망을 벗어난 세르게이 일당은 부산의 최고급 펜트하우스에 살며 요트를 즐기는 등 호화 생활을 만끽했다. 호텔은 지난 2017년 최고등급인 5성급 인증을 받으면서 최고 호텔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해 말 세르게이 일당은 호텔을 갑작스럽게 폐업했고, 올해 3월에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엠디엠플러스’ 에 호텔 부동산을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2,480억 원, 13년 동안의 투자 수익은 1,460억 원에 달한다. 길게는 20년 이상 호텔을 지켜오던 노동자 300명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호텔 매입자금 돈세탁 의혹... 7분만에 사라진 268억 원
뉴스타파는 허 세르게이 일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12년 전의 ‘검은 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필 진술서를 입수했다. 세르게이 일당이 호텔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차명 계좌를 동원해 해외에서 들어온 매입 자금을 세탁했다는 내용이다. 또 이들 일당의 동업자였던 김 모씨가 2014년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귀화 시험지 빼내 불법 국적 취득.. 법무부 “국적 취소 검토”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허 세르게이 씨의 부인인 손련화 씨가 법무부가 주관하는 귀화 시험지를 유출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인했다. 취재에 응한 인물은 호텔 총괄 본부장을 지낸 조 모씨다. 조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러시아 수사 당국을 피해 나온 세르게이 일당에게는 새로운 국적이 필요했는데, 자신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이를 해결해주었다고 말했다.
“귀화를 신청하면 원하는 날짜에 시험을 보는 게 아니에요. 귀화 신청자가 많아서 대기를 한 1, 2년 해야 된다고 그러대요. 세르게이 일당은 지금 러시아에서 다 도망 나와야 되는 형편이니까 서둘러라달라고 요구했어요. 처음에는 빨리 시험치게 해달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시험지를 유출해달라고 하는 거에요. 근데 알아보는 과정에서 잘 하면 가능하겠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법무부에 아는 사람 통해서 시험지를 받아냈어요.”
- 조OO씨 / 해운대그랜드호텔 전 총괄본부장
그는 뉴스타파에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빼돌렸다는 2006년 7월의 귀화 시험 문제지를 공개했다. 문제지는 ‘국적필기시험’ 이라는 제목에, 두 가지 유형로 나눠져 있다. 유형당 20문제씩, 우리나라의 역사와 맞춤범, 어휘 등을 묻는 문제가 들어 있었다. 그는 세르게이의 부인인 손련화 씨가 문제지를 건네 받은 뒤 정답을 미리 외워 시험에서 고득점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한 80점만 맞으라니까 너무 많이 맞힌 거예요. 귀화 시험 통과하는 정도로만 맞으면 되는데, 한 문제 틀리고 다 맞혔던가 그럴 거예요.”
- 조OO씨 / 해운대그랜드호텔 전 총괄본부장
손련화 씨가 소유한 부동산 등기부에 따르면, 손 씨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시점은 지난 2006년 9월 1일자로 확인됐다. 시험지를 빼돌려 국적 시험을 치른 게 2006년 7월이라고 했으니 국적취득 시점만 보면 앞뒤가 맞는 주장이다. 허 세르게이는 2006년 12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가족 중의 한 명이 귀화 시험을 통과해 국적을 취득할 경우 다른 가족은 보다 손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13년 만에 드러난 불법의 증거들.. 노조 “검찰에 고발할 것”
정리하면, 러시아에서 밀수에 가담한 세르게이 일당은 수사 당국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자금을 세탁했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도 불법이 있었다는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08년과 2014년, 수사 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세르게이 일당의 의혹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세르게이 일당은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갔고, 부산 해운대 한복판에서 막대한 부를 누려왔다. 그리고 결국에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긴 뒤 24년 전통의 특급호텔과 300명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돈 세탁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불법 국적 취득이 확인될 경우 국내 재산을 강제 처분하고 추방하는 게 원칙이다. 해운대 그랜드호텔 노조는 13년 만에 나타난 새로운 증언과 자료들에 근거해 세르게이 일당의 자금세탁과 불법 국적 취득 문제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허 세르게이측은 뉴스타파의 질의에 대리인을 통해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왔다. 이들은 “해운대그랜드 호텔의 인수는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자금 세탁이나 세금 탈루는 전혀 없었다”, “손련화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 과정에 어떠한 탈법행위도 전혀 없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보내왔다. 뉴스타파와의 대면 인터뷰는 현재 국내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갑작스러운 폐업… 고의 적자 의심
뉴스타파는 세르게이 일당이 폐업의 이유로 내세운 호텔의 경영 적자가 사실인지도 따져봤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호텔의 당기 순이익은 5년치를 합쳐 60억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세르게이 일당은 78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공시했지만 외부 감사 법인은 회계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실제로 손실이 났는지, 손실의 규모는 얼마인지 공식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세르게이 일당은 호텔의 주요 수익사업인 예식을 비롯해 각종 행사들을 취소시켰다. 부산을 대표하는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의 리셉션 등 주요 행사는 해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렸는데, 지난해 세르게이 일당은 노조 측과 쟁의중이라는 이유로 영화제 행사들마저 취소하고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줬다. 회사가 폐업을 위해 의도적으로 적자를 낸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영진들이 예약하신 분한테 전화를 하는 거죠. ‘해운대 그랜드호텔 관련 뉴스 보셨습니까?’하고 본 사람도 있고, 안 본 사람도 있겠죠. 뉴스를 본 사람은 ‘네, 봤습니다’, 그러면 ‘쟁의를 언제 할지 모르는데’, ‘연회 행사의 제일 꽃은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 ‘식사를 제공을 못 해드릴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이러면 누가 호텔에서 행사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 최성호 / 해운대그랜드호텔 18년 근무
“지난해 10월, 호텔에서 먼저 연락이 왔었어요. 노조가 쟁의 중이라는 이유였죠. 좀 늦게 얘기를 해서 당황을 했거든요. 부산국제영화제 리셉션 이틀 전이었거든요. 영화제 한참 이후에 호텔측이 예약 취소에 대해 손해배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는 폐업이 부당하고, 해고는 무효라며 세르게이 일당을 상대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는 세르게이 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호텔 폐업이 경영난에 따른 것이라는 허 세르게이 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더구나, 호텔 건물을 사들인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플러스측은 호텔 지하에서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노조 조합원들에게 퇴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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