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비밀의늪
모바일 배려
아내와 저는 완벽한 가정을 꿈꿨습니다. 처음부터 아내하고는 얘기가 잘 맞았어요. 제가 아이를 많이 갖고 싶다고 하니, 아내도 동의했고 저희는 못해도 여섯째까지는 낳기로 했습니다.
저희 형편에 좀 벅차긴 했지만 제가 친부도 있고, 양부도 있는 편이라 저희 집에서 금전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는 장모님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대가족을 꾸릴 예정이다보니 큰 집을 사는 데에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저희 형편에 시터를 부르기는 좀 힘들어서요. 아내도 동의했고 장모님도 적적하던 차에 잘 됐다고 하셨어요. (이 부분에 대한 비난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후에 아이들이 연년생으로 태어나다보니 아내나 장모님이나 좀 힘겨워 하시긴 했는데... 그렇다고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덜 가지는 것도 그렇고, 가졌더니 아이가 생긴 걸 어떻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 (참고로, 아내나 저는 피임은 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피임 자체가 100%도 아니고요.)
아무튼 넷째 낳자마자 텀을 좀 두려고 했는데 바로 다섯째가 들어서더라고요. 신기하게 저희 안방 침대가 좀... 임신이 잘 되는 침대인 것 같아요. 지금껏 시험관 한 번 없이 다 자연적으로 임신했기도 하고요.
지금껏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다섯째 가진 후로 어느날 아내가 그러더군요.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쌍욕을 하기도 하고, 원래는 애 가질 때마다 잠만 자던 사람이 자다가 일어나서 오밤중에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요. 막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걱정이 되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배가 너무 아프다고 그러더라고요.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갔는데 의사는 아무 문제 없다고 애는 잘 큰다고 하는데 아내는 배가 너무 아프다고 계속 울기만 합니다. 일단 급한대로 진통제를 처방받았는데 아내가 진통제를 정말 사탕처럼 먹습니다. 심심할 때마다 먹는 수준이에요. 그렇게 약을 먹으면 아기한테 좋지 않냐고 했더니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눈을 사납게 뜨고 당신이 애를 임신해보길 했냐면서 잘 모르면 닥치라고 하더군요;;; 순한 사람이었 는데 요즘 진짜 좀 이상해진 것 같아서 순간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와중에 지금은 장모님도 처제가 임신해서 그쪽도 공평하게 돌봐야 한 다고 자리를 비우셔서 솔직히 돌겠습니다. 제가 네 아이 다 케어하기도 너무 버거운데 정상이 아닌 아내까지 돌보려고 하니 정말 힘이 듭니다.
지금 아내는 또 자다가 일어나서 멍한 얼굴로 욕을 합니다. 뱃속에 든 게 아기가 아니라 사탄의 자식 같다고 막 울부짖습니다. 틈만 나면 배를 발로 차고 주먹질을 하는 것 같다고 하고요. 근데 뭘 모르는 태아가 산모를 뱃속에서 공격하는 일이 가능한가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인데 무슨 내가 엄마 를 공격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배를 찬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그게 맞다고 합니다. 아까는 식칼을 들고 당장 배를 째서 인큐베이터에 넣자고 애원하는 걸 겨우 말렸습니다. 진통제를 먹이면 애가 다시 잠잠해져서 아내도 자러가긴 했는데 이러다 진짜 저도 같이 미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글을 일부러 좀 못쓰느라고 힘들었습니다 (변명)
완벽한 가정을 계획하고 이뤄가던 중에 생긴 이상한 아이.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를 뱃속에서 숱하게 괴롭혔으며 태어날 때, 이미 몸무게가 5kg를 넘었던 거대 초우량아.
생김새 역시 아이같지 않고 외계인이나 고블린을 닮은 듯하던 이 아이는 보통의 아이들과 달리 굉장히 빨리 자라는 이상한 면모를 보인다.
동생을 귀여워하는 형제들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엄마의 가슴에 멍이 들도록 젖을 빨고 이를 갈던 아이.
본능적인 모성이나 부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아이. 주변 사람들조차 이 아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린 듯하다.
아이가 자라날수록 부부는 선연한 공포를 느꼈다. 이 아이는, 이 다섯째 아이는 분명 불길하다고.
이 작은 악마가 부부가 오래도록 꿈꿔왔던 완벽한 계획을, 이 안락한 가정을 송두리째 붕괴시킬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