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MoMAA
내가 열두살 때, 알바 삼아 몇 년 동안 어떤 여자애를 베이비시팅 한 적이 있었어.
그애는 내가 오면 내 손목을 잡아끌어 데리고 가서는 일주일 동안 자기가 그렸던 그림들을 보여줬어.
그러고는 "그 목소리 내는거 해줘요!"라고 말하곤 했어.
그럼 나는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 아나운서처럼 감상을 말해줬어.
"이 형태를 좀 보십시오! 색칠의 수준을 좀 보세요! 크레파스를 가지고 이렇게 완벽하게 칠하는 건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없는건데요! 그리고 이건 또 뭔가요? 이야, 이거야말로 진짜 아무나 할 수 없는건데요...캔버스 전체를 핑크빛으로 칠했군요... 저는 이런 건 1932년 겨울 이후로는 처음봅니다! 아무리 봐도 너무나 멋집니다"
그럼 여자애는 쓰러질 정도로 막 웃으며 좋아했어.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매번 나한테 물어봤지. "아까 그림 진짜로 좋았어요?" 그럼 나는 그림에서 눈에 띄었던 점을 몇가지 짚어서 얘기하면서 좋았다고 말하고 여자애가 잠드는걸 봐줬어.
그 여자애는 이제 유명한 예술 학교 3군데에 합격했어. 나한테 편지를 썼더라구. 자기가 어렸을 적 사진도 같이 보냈어. 캔버스 전체를 핑크빛으로 칠한 그림을 들고 있는 사진이야.
편지에 이렇게 썼더라고.
"고마워요. 내 안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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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