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추어리'(sanctuary)는 안식처, 보호구역이라는 뜻으로,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구조해 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조성한 안식처다. 1986년 미국의 동물보호 운동가 진 바우어가 동료들과 함께 '가축수용소' 근처 사체 처리장에서 살아 있는 양 힐다를 구출해 '생추어리 농장'을 만들면서 유래했다. 힐다는 생추어리 농장에서 11년을 살다 1997년에 자연사 했다.
생추어리에는 구조된 야생동물들도 있고 유기된 반려동물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축산업과 동물 실험, 경주 등 인간으로부터 착취당해온 '산업동물'들이 주로 살아간다. 구조된 동물들은 생추어리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인간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늙어간다. 동물을 좁은 공간에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동물원의 대안 중 하나로도 언급되기도 한다.
김 기자는 "생츄어리는 동물원의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동물원과의 큰 차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무해한 동물이 있는 공간 아니라, 인간에 의해 어떤 역사를 갖게 된 동물들이 우리 사회 안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곳이라는 데에 있다"며 "생추어리는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쳐준다. 인간을 몇 번이고 용서하고, 자신의 옆자리를 우리에게 기꺼이 내어 주며, 보복하지 않는 동물의 모습에 경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물의 자리>는 한국에 존재하는 네 곳의 생추어리를 취재하고 기록했다. '새벽이'라는 이름을 가진 돼지를 돌보는 '새벽이생추어리', 불법 개 농장에서 구조한 소들을 위한 '인제 꽃풀소 달뜨는 보금자리', 웅담 채취 등을 이유로 학대되어온 한국 사육곰들을 구조한 '화천 곰 보금자리', 퇴역경주마 등을 구조한 '제주 곶자왈 말 보호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