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내닉읽은여시허리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73회
1편 : https://cafe.daum.net/subdued20club/ReHf/5130299?svc=cafeapi
2편 :https://cafe.daum.net/subdued20club/ReHf/5130304?svc=cafeapi
1992년, 이제는 49세가 된 종달리의 복순 씨네 집
복순 씨는 TV를 보고 있었음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 속칭 다랑쉬 마을 터 동굴에서
지난 48년 4.3 사태 때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유골 11구와 생활용품 등이 발굴됐습니다."
그런데 뉴스에 보도되는 4.3사태
그리고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
복순 씨의 오빠가 발견됐다는 전화였다
44년 만에, 오빠가 발견됨
다랑쉬굴에서.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신다는 복순 할머니..
바로 지척에 있었던 오빠...
종달리 복순이의 집에서 다랑쉬굴까지는 불과 12km였다고 함
그리고 이 다랑쉬굴에서 광치, 광언이 형제의 아버지 유해도 발견됐음
그리고 다랑쉬굴 유해 발굴 당시 군인이었던 광언 씨
30년 간 입었던 군복을, 전역 6개월을 앞두고 벗어버린다.
김의성: "30년 간 직업군인을 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 전역을 6개월 앞두고,
자기 젊음과 인생을 바쳐 복무했던 '군'이라는 것이, 자기에게 명예롭지 않게 된 거네."
4.3 사건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유족들은 유해를 잘 수습해 합장하고 진상조사를 해주길 원했음.
다랑쉬굴 자체가 4.3 학살의 증거나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증인도 있었고.
그런데 보도가 나가고 며칠 뒤, 김종민 기자가 어떤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다랑쉬굴로 달려감
다랑쉬굴 입구를 시멘트로 막아버리고 철책을 치고 출입금지 팻말까지 걸어둠
그리고 또다시 들려오는 충격적인 소식
유골을 화장하기로 했다.
사실 제주도에서 화장 문화는 당시만 해도 큰 결례였다고 함.
근데 도대체 왜 화장을 하는지 알아보니, 읍내의 장이 주최한 유족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이라는 답변이 돌아옴
"유족들이 화장을 원한다"는 것
행정에서는 오히려 매장을 권했는데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화장을 원헀다고 읍 관계자가 이야기함
그런데 김종민 기자가 취재한 내용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이야기
알고보니
도장만 빌려달라고 해서 화장을 결정...............하............................
실제로는 회의는 열리지도 않았다고 함...
그래서 누구에게도 말도 못 하고 계셨다는 복순 씨.
평생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혀 살아온 가족들은, 또 그런 일을 겪게 될까 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음...
그리고 결국
김은희 씨 : "너무 조촐한 장례식, 그 술잔 열한 개만 놓여진,
너무 초라한 이 장례식이, 똑같이 우리 유족들도 너무 초라해 보이는 거예요.
의견 하나, 자기주장 하나 못하는 너무 무기력한 이런 것들이 눈에 보였고..."
영상 보면 정말 누구 하나...소리내어 우는 사람조차도 없어 다들 그냥 숨죽이고 고개 숙이고...
흐느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정말 아무도, 목놓아 울지도 화를 내지도 원망하지도 않음...
이 분들은 피해자인데도...
다랑쉬굴 사건으로 4.3이 더욱 알려지고, 1999년에 특별법이 통과됨
그리고 2003년, 국가 원수로서 최초로, 무려 56년만에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있었음
"우리 4만명 다 울었어요, 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사과를 해 주니까.
나라의 원수가 와서 이렇게 사과하니까. 4만 명이 눈물바다가 돼버렸어요."
PD: "그걸로 만족하세요?'
복순 할머니: "응"
이렇게 해서 43년만에 빨갱이 가족이라는, 폭도라는 누명을 벗게 됨.
잊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4.3 평화공원.
행방불명되신 분들,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신 분들,
평생을 고통속에서 산 유족들에 대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다랑쉬굴은 여전히(방송일자 기준임) 제대로 된 표지판 하나 없이 황량하다고 해
여기에 인간이 있었다. 삶이 있었다
우리는 죽은 자들.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우리는 캄캄한 굴 속 연기에 갇혀 연기로 떠도는 자들
사라지지 않는 자들이다
우리는 다만 살기 위해 깊이 들었을 뿐
마지막 숨이 막힐 때까지 서로를 놓지 않았다
엄마는 한줄기 숨을 아이에게 주었고
연기의 소리가 인간에게 닿기를 기다렸다
부디, 우리를 기억해주기 바란다
우리의 그날이 당신들의 존엄이기를
희망이기를, 평화이기를 바란다
당신의 그 자리, 서럽도록 아름다운 다랑쉬의 명예를
지켜주길 바란다
이제 우리는 두려움 없는 파도가 되었다
당신들은 우리가 그토록 찾던 봄이다
그대, 그러니 더 이상 슬퍼하지 말기를
이것이 우리들의 전언이다
제주 4.3 연구소, 제주민예총 삼가 세우다
2022년 4월
이런 사건을 어떻게 폭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캡쳐하면서 자세히 알지 못했던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고 너무 화가 나기도 했어
제주도에 갈 기회가 생기면 4.3 공원과 다랑쉬굴 쪽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관심이 생겨 찾아본 김에 여시들이랑 내용 공유하고 싶어서 써봤는데 어떻게 잘..읽혔을지 모르겠다!!
앞 글에도 계속 썼지만 문제 시 삭제할테니 알려줘!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말랑순두부 작성시간 24.12.09 여시 덕분에 제주 4.3 사건에 대해 새로 배웠네... 고마워 정말 너무 비극적인 사건인데 기억하는 사람이 적다는건 너무 슬픈 일이다... 내 가족이 당했다면...ㅠㅠ 직접 꼬꼬무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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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일탈 부앙이 작성시간 24.12.09 고마워 글써줘서! 확실히 아는 것도 없었는데.. 덕분에 알게 됐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화나고 무서운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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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스타후르츠와인 작성시간 24.12.09 4.3평화공원 가서 백비 마주하면 가슴이 먹먹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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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다의 이유 작성시간 24.12.09 제주도민들한텐 거의 금기처럼 아예 말을 안했었음... 다들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애.. 진짜 참혹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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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백합미역국 작성시간 24.12.26 new 눈물난다.... 그리고 정말 최근에서야 국가원수로부터의 사과가 있었구나 노대통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