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린 23일, 대구시의 대표 관문인 동대구역에서는 오후 내내 격앙된 목소리의 구호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광장에는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과 찬성하는 보수 성향의 시민 수백여명이 모여 집회를 가졌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경찰이 인력을 대거 배치해 양측의 충돌을 막아야했다.
동상 설치 찬반 집회가 열리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제막 행사는 강행됐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제막식에는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원, 기초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공개된 동상은 높이 3m로 1965년 가을, 박 전 대통령이 추수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뒤쪽에는 ‘박정희, 대한민국 제5대∼9대 대통령’이라는 소개 문구가 적혀 있다. 건립에는 예산 약 6억원이 투입됐다.
제막식에 참석한 홍 시장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언제나 공과가 있다. 공이 있다면 그 공도 기려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또 기승을 부리는 거다”며 “신경쓸 거 없다. 저래 해본들 아무 소용없다. 시민들은 70% 이상 찬성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제막식까지 완료됐지만 동상 설치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가 협의 없이 박 전 대통령 동상 설치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공단은 또 가처분 신청에 앞서 대구시에 지난달 13일과 26일, 지난 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 추가 시설물 설치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구시는 그러나 2018년 제정한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 관리 조례’에 따라 시에 광장 사용 허가 및 사용제한, 사용료 부과 등 동대구역 관리·사용·수익권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대구시는 국토교통부가 지금까지 해당 조례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한 바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동상 설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동대구역 광장을 포함한 2곳의 동상 제작 사업비는 총 12억원이다. 대구시는 올해 추경에서 동상 건립 사업비로 책정된 14억5000만원 중 나머지 2억5000만원은 동상 주변 폐쇄회로(CC)TV 설치와 작가 공모 등에 쓴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