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삶은 천국 가는 길 겪는 긴 멀미인가요
나는 이리도 우연히 죄와 평행해도 되는 것입니까
/성동혁, 속죄양
다시 태어난다면 첫 번째로 기도를 하겠습니다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나는데, 두 번째 기도를 하려고 합니다
다시는 울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영주, 폭염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는 편지를 쓰고 또 쓰는 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아주 이상한 기분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중간에서 내리라는 요구를 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하늘 한 가운데잖아요?
여기서 내리면 나는 죽잖아요?
/김사과, 천국에서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정희재,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나는 저주하는 이유를 모르고 여전히 저주한다
불행하게 태어나는 건 없다는 당신의 말을
너 따위가 알까, 추락한다는 것
/이현호, 궤적사진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손에 쥔 적이 없어서
잃을 것도 없지만
온통 잃어버린 것 투성이인 것 같은 사람이다
/김소연, 시옷의 세계
잠에서 깨고나면
한 시절이 엎질러져 있기도 했다
잠든 적 없는 사람처럼 나는 다시 엎드렸다
/이훤, 몽상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아왔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제니, 밤의 공벌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1
세상에 티 하나 없는 무구한 인생은 없어
너에게 돋아난 가시를 너무 걱정하지는 마
가시가 돋아난 장미에도 나비는 찾아온단다
/양상용, 그대라는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