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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한방울]7일째 단식하는 전여농 정영이 회장의 아들이 sns에 올린 글

작성자고양이가방에들어가신다|작성시간25.03.14|조회수2,291 목록 댓글 13

출처: 여성시대 (고양이가방에들어가신다)

 

엄마

엄마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오늘이 7일째다. 푸르고 너른 병풍이 펼쳐진 구례를 떠나, 빌딩 숲 가득한 서울에서 어색한 새 삶을 산지 두어서 달만이다.

매일 집에서 마주하던 사람을 뉴스와 신문을 통해 소식을 듣고 본다.

전국여성농민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현재는 비상행동 공동의장으로 매일 광화문 광장 길 위에서 지내고 있다.

봄이면 산에 올라 봄나물 캐고, 매화 지고 열매 맺히면 매실 수확하고, 가을에는 땅과 잎 색이 비슷해 눈 크게 뜨고 허리 굽혀가며 밤을 줍던 사람이다. 일 년 내 산과 함께 살았던 사람. 그리 사는 게 삶의 낙이고 행복하다던 사람.

그렇게 자식 둘 키우고 넉넉지 않았지만 잘 살았고 잘 살 거라며 가족들에게 든든한 웃음 지어주던 사람이다.

맘 편히 농사짓고 자연스레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농사짓는 이들의 어려움을 알기에, 외치고 행동했던 수많은 날들이 쌓여

지금의 엄마가 되었을거다. 어느 날은 늦은 저녁 함께 술 마시며 엄마가 엄마로서 충분치 못해 미안하다 말을 꺼내던 날이 있었다. 남들 다 가보는 가족여행의 기억, 어린이날도 구례의 어린이들에게 엄마를 양보해야 했던 날들, 밉고 서러웠던 날이 없진 않았지만 그런 엄마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피부로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어른이 되고 삶터에서 사랑하는 일이 생기고 함께하는 일들이 생겨보니 그녀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롭고 서럽고 분했던 날들이 참 많았겠다. 당신의 위로가 다른 이들에게 따뜻하게 닿을 때 당신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았을까

엄마가 삶으로 증명하듯. 스스로 다짐했던 것 하나를 지키기 위해 어렵고 불편한 것을 실행하는 것.

이런 작지만 명확한 변화들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 같다.

남태령에서 트랙터와 응원봉이 조우하던 감동적인 순간은 나의 삶에서 가장 멋진 순간으로 기억될 거다.

간절해 본 사람들은 간절한 사람을 외면할 수 없다.

부서지는 마음을 모아 쓸쓸하지만 넉넉하게 서로 부둥켜안고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설움과 간절함이 쌓아 올린 사람 당신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사람인지 말해주고 싶다.

어린 시절, 어린이날 엄마를 서럽게 양보했지만 오늘은 세상에 우리의 엄마를 자랑스레 내어드리겠다.

구례에서 엄마를 다시 만나는 날 다정하게 마주하고, 일상을 나누며 따뜻한 밥 한 끼 정성스레 내어주고 싶다.

곁에서 멀어지니 더욱 선명해지는 나의 엄마이자 동지이며 스승인 정영이를 생각하며 서울 가는 KTX 안에서 끄적. 투쟁

 

 

나 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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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칭찬에 약한편 | 작성시간 25.03.14 올 봄 가기전에 가족들과 함께 나물반찬 드시길 기원하며 응원합니다!
  • 작성자호랭이큨킼 | 작성시간 25.03.14 ㅠㅠㅠㅠㅠㅠ
  • 작성자강쥐마루 | 작성시간 25.03.14 ㅠㅠㅠㅠㅠ눈물난다
  • 작성자손없는날제발요 | 작성시간 25.03.14 무거운 삶 와중에 바르게 키우셨다 진짜 존경스러워
  • 작성자HolloH | 작성시간 25.03.15 나 또 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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