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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차 앞에 있는 남편을 봤지만, 브레이크는 밟고 싶지 않았습니다

작성자솜사탕몽글몽글|작성시간25.03.20|조회수6,166 목록 댓글 19



출처 : 여성시대 짚차의 엔진과 세단의 매너





차고 앞 선명한 피, 집 앞에 깔린 경찰들

여느 때완 달랐던 10년 전 풍경,

그날, 아빠가 죽었다




"피고인 심명주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과실치사로 7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간 엄마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의 폭주를 피해 도망가려다가

우발적으로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폭행을 가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는 점....."





"아니오. 저는 브레이크를 밟은 적이 없습니다"


"남편분이 차 앞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앞에 있는 남편을 봤지만, 브레이크는 밟고 싶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엄마는

해원의 면회 요청도, 편지도 받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복역 중 유일하게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외할머니의 장례식




그마저도 해원에겐 인사 한 마디 없이 자리를 떠났었는데..




그런 엄마가, 본인의 어릴 적 고향 북현리에 다시 나타났다




아빠의 죽음으로부터 10년 뒤,

서울생활에 마음을 다쳐 잠시 북현리에 머물다가

돌아온 엄마를 다시 마주하게 된 해원




"이제 더워졌네"


나랑 엄마는 1년에 두 번 만나

여름에 한 번, 겨울이 올 때쯤 한 번




"추워졌네"


만나서 뭐하게? 밥 먹고 차 마셔





"다음에 보자"


그리곤 헤어져, 할 말이 없거든

엄마는 원체 가족한테 무심한 사람이야




7년의 복역을 마치고 난 이후 3년 동안

1년에 두 번씩만 엄마를 만나왔던 해원



북현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뒤,

이모와 셋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여전히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한데




"가라"


식사가 끝남과 동시에 제 갈 길을 가버리는 엄마




그렇게 조금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



수도관이 터져 공사가 한창인 호두하우스에 물건을 가지러 왔다가

자신의 방 안을 둘러보던 엄마와 마주치게 되고




"엄마. 엄마 정말 여기 왜 온 거야?

딱히 올 일이 없잖아. 나나 이모 보러 온 것도 아닐 테고

할머니 제삿날도 아니고 아빠 기일도 아닌데

엄마가 올 일이 뭐가 있어?"




"혹시 뭐 놓고 간 거 있어? 그럼 나한테 미리 말하지,

내가 귀찮지 않게 택배로 보내줄 수도 있었는데.

하긴, 뭐 내가 지금 엄마 사는 곳 주소따윈 모르지만"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니?"


"내가 엄마랑 왜 싸워?

엄마는 나랑 싸워본 적 있어?

나는 엄마랑 싸워본 적 없는 거 같은데, 그치 않아?"




"왜 왔어?"


"너랑 상관 없는 일이라서 그래"




"하.."


"왜 웃니?"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서 그래..

나 있잖아, 그 말 엄마한테 정말 많이 들었거든?

근데 진짜 웃긴 건

그거 부모가 자식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보통 자식이 부모한테 하는 얘기잖아"


"....."


"근데 뭐 엄마가 나한테만 그러나?

이모한테도 그러고 할머니한테도 그러고

아빠한테도 그랬으니까"




"그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지. 맞아, 알아.

근데.. 난 그럼 엄마한테 뭘 말하면서 살아야 돼?

진짜 궁금해서.

난 엄마한테 뭘 물어보고 뭘 말해?

나 지금까지 엄마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았잖아.

내가 뭐 엄마한테 물어본 적 있어?"




"엄마가 지금 어디에 사는지, 누구랑 사는지,

혼자 사는지, 왜 나랑은 안 사는지,

왜 우리는 가족이라면서 1년에 두 번 밖에 안 보는지,

안 묻잖아.

왜.. 왜 내 면회는 한 번도 받아준 적이 없고

내 편지엔 답장 한 번 안 하는지..."




"왜 그때.. 그때 아빠한텐 그렇게 했는지...

내가 아는 이유가 맞는지!"


"그만하자"


"진짜 죽인 건지,

아니면.. 어쩌다 그렇게 됐는데

아빠한테 미안해서 감옥에 갔다 오기로 한 건지,

나 묻지 않잖아. 안 그래?"




"그만해"


"나도 그때 힘들었다고.

나도 그땐, 마음이 아팠다고.

나도 그땐 엄마만큼은 아니더라도 진짜 죽고 싶었다고"




"진짜 어디 가서 엉엉 울면서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이런 벌을 주시나요,

이렇게 묻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 그럴 사람이 없었거든"




"다들 자기 아픔 챙기느라 나 버리고 갔잖아,

혼자두고"


"....."


"그래서 나, 엄마가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거 되게 어색하고 불편해.

그러니까 내일 가.

그리고 다음부터 올 땐, 꼭 미리 연락하고"




아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말을 꺼낸 해원




"근데 목해원, 나한테 열받았던데?"


"걔는 언니한테 근 30년째 열받아있어.

근데 언니가 딱 한 가지만 하면 목해원 화 풀려"




"그게 뭔데?"


"편지.

편지나 해, 언니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괜찮다.'


복역 중 유일하게

명여(이모)에겐 편지를 보냈던 명주(엄마)





10년 전 그날,

명주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북현리 호두하우스에 살고 살았던

심명주, 심명여, 목해원

세 여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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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랑피 | 작성시간 25.03.21 나도 이거 재탕 진짜 많이함... 책보다 드라마가 좋은것도 공감. 북현리를 너무 정 가게 그려놨어 대본이 ㅠㅠ
  • 작성자한마리의짹짹 | 작성시간 25.03.21 솔직히 은섭이 얘기보다 심명주 심명여 목해원 각자의 이야기, 서로의 사연이 더 인상깊고 몰입 됐어ㅠㅠ
  • 작성자될사람! | 작성시간 25.03.21 드라마너무젛아 ㅠㅠ
  • 작성자Leonardo Wilhelm DiCaprio | 작성시간 25.03.21 책도 드라마도 재밌게 봤어 ㅠ
  • 작성자쩌리로온나ㅆㅂ아 | 작성시간 25.03.21 오 이 드라마 무슨 얘기일까 유추도 안되던데 여자얘기라고 해주니 재밋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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