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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웹툰작가 랑또 블로그 - 진로에 대한 글

작성자WA-R-R|작성시간25.10.16|조회수3,194 목록 댓글 11

출처: 여성시대 사랑하는 가을
원출처: https://m.blog.naver.com/narrace/223443562268




랑또
2024. 5. 11. 18:33




지금 블로그 정리하다

예전에 쓰다 만 글을 발견했는데,

​

지금까지도 비슷한 내용의 메일이 계속 오기 때문에

이 글로 답변을 드려볼까 합니다.

​

글이 미완인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

​

사실 제가 요 몇 년 사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담은 메일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

쉽게 답장을 드리기 어려운 사안이기도 하고,

단순히 긴 글을 쓸 시간이 없기도 하고,

​

근본적으로 저한테 자격이 없다는 생각때문에

답변을 거의 못 드렸는데,

​

오늘은 용기를 내서,

​

해당 고민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저의 답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

메일을 주신 분들은

대부분 만화가 지망생분들이지만,

​

본질적으로는

​

'안정적인 직업'과

'불안정하지만 꿈꾸는 직업' 중

​

주로 후자에 속하는 직업에 대한

진로가 고민이라는게 정확하겠지요.

​

만화가를 포함한 이런 유의 직업들은

​

도전하는 기간에도 불안하고,

데뷔를 해도 생활이 될지 불안하고,

계속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안한,

​

그야말로 불안의 늪 같은 직업인데요,

​

사실 제 경우에는,

​

만화 지망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전혀 아무 생각이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

놀랍게도 불안 제로!입니다.

​

그건 제가

천. 재. 국. 민. 만. 화. 가라서가 아니라,

​

그냥 정말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

일단 저는 여러모로

실력이 대단찮은 작가는 아닙니다만,

​

나름 작가로서 정말 큰 장점이 있다면,

​

스스로가 별거 아닌 인간이란 걸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입니다.

​

정확히는

제가 그냥 보통의 인간인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 인구가 몇십억이고,

그중에 특출 난 천재는 많아야 몇백 명 정도일까요?

​

물론 반대로 특별히 운이나 재주가 없는 사람도 있겠죠.

​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보통 사람이고,

그러니 저도 당연히 그냥 보통 사람이라는 게,

전혀 놀랍거나 슬프거나 실망스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

천재는 신이 점찍은 사람이고,

​

그런 만큼 천재의 생애엔

어떤 임무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그저 보통 인간인 제겐

아무런 의무도 없지요.

​

그러니 저는 만화를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끼면 그만인 것입니다.

​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서 슬픈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서 자유로운 것입니다.

​

​

많은 분들의 메일을 읽어보면,

​

이런 류의 직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느껴지는데요,

​

일단 그 두려움의 근원이 어디인지부터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자신의 주변에

​

도전이 실패했을 때

비웃거나 조롱하는 성향의 사람이

존재할 확률도 있고,

​

자신에게 과도한 기대를 해서

해당 기대치 이하는 상대적으로 깔보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내지는 주변에 저런 악의를 가진 사람이 없더라도,

​

자신을 확실하게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역시 쉽게 용기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

그래서

저도 마찬가지고,

많은 책이나 강의 등에서

​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어줘야 한다!'

​

-라는 말을 하는데요,

​

사실 자기만의 믿음으로 버티기엔,

​

주변 사람들의 탄탄한 응원을 받는 사람과는

감정적 자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요.

​

하지만 그럼에도 저것이

최후이자 최강의 수단인 것도 사실입니다.

​

반대로 말하면,

그래도 나만큼은 나를 믿어줄 수 있다는 게,

​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나눠진 선물인 것이지요.

​

​

그리고 여기에서,

​

'날 믿는다'라는 것은,

​

"나는 잘났어! 나에겐 숨겨진 재능이 있어!

나는 반드시 잘 될 거야! 나는 해낼 수 있어!"

​

가 아니라,

​

"나는 내가 행복해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고,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노력할 수 있고,

나는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행복할 때까지만 할 수 있고,

나는 내가 실패하거나 싫어졌을 때, 언제든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어."

​

-라는 걸 믿는다는 뜻입니다.

​

그리고 도전이라는 것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을 때도 있지만,

​

운명이 강제로 도전하게 만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거죠.

​

​

1. 가장 잘하면 인정받고 성공하는 경기장.

2. 그냥 내가 행복하면 되는 경기장.

​

중에 2번을 선택하면 인생이 심플해집니다.

​

정확히는 1번이 2번의 부속품일 뿐이란 걸 알아야 하죠.

​

저는

격투기 세계 챔피언도,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할리우드 톱스타도,

진심으로 원하지 않습니다.

​

만화가 아닌 분야에선

무슨 업적과 영광을 누리든,

저한테는 전혀 행복이 아니에요.

​

그냥 집에서 돈가스 먹고 만화 그리는 게

세계 1위 챔피언 되기보다 행복합니다.

​

​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요,

만약 50대 시대면 어떻게 사실 건가요?

만약 30대 시대라면?

만약 삶이 1년 남았다면?

​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선명해집니다.

​

반대로 말해도,

무려 100년이나 살아야 하는데,

​

적극적으로 행복하게 살지 않으면

인생에서 싫은 부분이 너무 길지 않나요?

​

​

물론 젊은 분들은

그냥 그때가 그런 걸 혼란해할 시기인 게 맞습니다.

​

20대의 선물이 젊음이라면,

20대의 형벌은 불안이지요.

​

하지만,

자기 스스로가 그냥 보통의 인간이며,

​

그것이 나 혼자 한 단계 하락한 게 아니라,

사실은 모두가 보통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

보통사람만이 가진 무한한 자유와

가능성을 즐기면 무척 편안해집니다.

​

​

보통 사람이란

약하고, 어리숙하고, 잘 모르고, 잘 못하고,

그다지 아는 게 없는 사람입니다.

​

사실 우린 누구나, 일평생,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습니다.

​

저는 만화만 10년 넘게 그렸는데

아직도 만화를 잘 모릅니다.

​

그러니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지요.

​

말 그대로 만화 하나 겨우겨우 그리고,

그 외에는 그냥 엉망진창인 인간입니다.

​

그리고 바로 그 대부분 엉망이라는 점이

보통사람의 특징이죠.

​

세계 운동 1짱이면서, 외모 1짱이면서,

IQ 1짱이면서, 성격도 1짱인 사람은,

요즘엔 만화에도 안 나온답니다.

​

그럼에도 사람들이 보통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자기가 잘났고 보통사람이 하찮아서가 아니라,

​

단지 조롱하는 사람의 내면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

정말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는 말이지요.

책상에서 연필 떨어지는 소리랑 다를 게 없습니다.

그냥 무의미한 어떤 소음이죠.

​

그래서

'도전할까요? 말까요?'

라는 질문의 답변은

​

당연히 '하세요'입니다.

​

늙은이들이 젊은이들한테

왜 자꾸 도전하라고 하냐면,

​

95%의 확률로

그냥 무책임해서 그런 게 맞습니다만,

​

그렇다고 그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

도전이란 건

마치 실패라는 핸디캡이 따라붙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선명도란 선물이 따라붙는 것입니다.

​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만약 자신이 원하는 일에 도전하지 않고,

그냥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

일평생 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등에 업고 살아야 합니다.

​

기회가 있을 때 꿈에 뛰어들어

자신이 정말 좋은지 싫은지 행복한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확인해야,

​

자신의 인생에

쓸데없는 미련의 짐이 없습니다.

​

좋을'수도' 있고,

나쁠'수도' 있다.

​

를

​

'난 이게 좋아.'

'난 이게 싫어.'

​

로 바꾸는 것이죠.

​

인생이라는 지뢰 찾기 게임에서

그냥 몆 칸 깐 것뿐이에요.

​

Q : 하지만 그러다가

경제적인 위기를 맞이하면 어쩌죠?

​

A : 경제적 궁지에 몰려있거나, 몰리게 되면,

일단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세요.

​

위기가 아닐 땐 도전하고,

위기일 땐 잠시 멈추면 됩니다.

​

그러다 위기가 지나가면

또 도전하면 되죠.

​

그러다가 질리면

그만두면 됩니다.

​

이것이 바로 보통인간의 특권인 자유죠.

​

전 세계 달리기 1등은

올림픽 때 반드시 경기에 나가야 하지만,

​

랑또는 올림픽 열리든 말든,

동네 놀이터에 놀러 가도 된답니다?

​

금메달은 없지만 그네는 탈 수 있죠.

​

랑또에겐 랑또만의 행복이 있어요.

​

======================================

​

여기까지 쓰다가 지쳐서 그만둔 것 같은데,

아무튼 대충 뭔 얘기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

이런 종류의 직업에 뛰어들고 싶은 분들에 한해서

하는 이야기이고,

​

제 개인적인 견해이자,

그저 지구인 중 한 명의 생각일 뿐이니,

​

그냥 참고만 하시기를!

​

그럼 다시 블로그 정리하러

가보겠습니다!!

​

여러분 왕 사랑!!

​

우리 존재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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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바위가되고싶다 | 작성시간 25.10.16 나에겐 나만의 행복이 있어.. 언제 읽어도 좋은 글이야
  • 작성자마싯다 | 작성시간 25.10.16 ㅠㅠ
  • 작성자아기토끼가아이돌이라니 | 작성시간 25.10.17 다정하다 캡쳐 두번이나 함
  • 작성자틴틴이와 팅클이의 행복따땃한 일기 | 작성시간 25.10.21 용기 받아서 되게 뭉클해졌어
  • 작성자상식적인 개10갑부 | 작성시간 25.12.01 랑또작가님 ㅠㅜ 사유가 깊다
    다정하고 위로가 되서 감동적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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