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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천상연을 떠나보내며

작성자INFP수집가|작성시간25.11.21|조회수4,636 목록 댓글 6

엄마의 마음에 상처내는 말을 해놓고
그대로 내가 죽기를 바란적이 있었다
그러면 엄마는 평생이고 나를 가슴에 묻고
후회하며 살 것만 같아서
서로 싸운 그 날이 마지막 모습이면
평생 나한테 미안해하며 살 것만 같아서
그러면 앙금이 조금 녹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그게 얼마나 자기파괴적인 일인지도 모르고서
상연의 일생도 아마 그랬으리라

상연의 가족은 윤현숙의 남편으로부터 망가졌다
온 가족이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야 직성이 풀리던 남자
아들이 태권도 축구보다 인형놀이를 더 좋아할 때
억지로 체육관에 밀어넣고 체벌하던 아버지
그런 남편의 모습에 갑갑함을 느끼면서도
결국 순응한 현숙은 늘 아들에게 마음이 쓰였을 것이다
아빠에게 혼나는 아들이 애가 쓰이면서도
저 또한 아들이 여느 남자애들 처럼 살아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남편의 모습을 빼다박은 제 딸을 보면서는
그게 다행이면서도 지밖에 모르는 그 모습들이 눈에 가시였을 것이다
어쩌면 둘을 반씩 닮은 아이를 떠올려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제 맘 같지 않은 자식들에게 데면했을것이다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상연은
늘 엄마가 고프면서 미우면서 인정받고 싶으면서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무시하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인정하고 알아준게 은중이다
어쩌면 엄마를 닮은 그리고 오빠를 닮은
그래서 엄마를 흐뭇하게 하고 오빠를 웃게하던 류은중
아빠가 없는 자신을 윤현숙 선생님이 위로해줬다던 류은중
죽기 전 아끼던 카메라를 오빠가 빌려줬다던 류은중

류은중은 뭘까
사람들은 다 걔를 좋아한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인정 받는다
내가 해내는 건 당연한 거고
걔가 해내는 건 엄청난 거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내가 하면 독한 거고 류은중이 하면 대단한거라니
확실히 세상은 류은중에게만 친절하다
그리고 세상은 상연에게만 잔인하다

오빠를 빼앗고 부모를 빼앗고 집을 빼앗고
모든걸 빼앗아놓고 하나 남은 오맹달까지 빼앗았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저 멀리서 빛이 된 단 하나의 존재
그 빛을 향해 숨차게 달렸더니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다니
그 시선이 하필이면 은중이라니
자신의 단칸방에서 자신의 처지를 가엾게 여기던 그 류은중
자신과 함께 살기 위해 엄마를 꼬셔 독립하겠다던 류은중
은중의 그 무해한 마음이 자꾸만 자신을 못나게 만든다
은중과 매일 함께할수록
사람들이 은중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그녀가 싫었지만
사람들이 은중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그녀가 좋았다
그래서 싫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류은중을 오롯이 좋아만 할 수 없는 자신이
그것도 모르고 자신을 제일 친한 친구라고 소개하는 은중이

그래서 파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깊숙한 곳에 무슨 마음이 자라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나를 전부 안다는 듯 구는 은중이의 그 너른 마음을
넌 언제까지 착하게 굴 수 있을까
내가 미워하는 만큼만 너도 날 미워해봤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좋아했던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너도 느껴봤으면 좋겠어

상처내는 말을 해놓고 내가 먼저 죽기를 바란적이 있다
그러면 남은 사람은 평생 미안해야하는 그 괴로움속에서
나를 잊지 못한채로 살테니까
먼저 떠난 오빠와 엄마가 상연에게 그랬듯이

떠나기 직전에서야 안다
그 마음이 사랑받고 싶었던 발버둥임을
잊혀지기 싫은 몸부림임을

그랬던거다 상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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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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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Charlie puth | 작성시간 25.11.21 은중과상연 진짜 올해 정주행한 유일한 드라마임
  • 작성자챰치김밥 | 작성시간 25.11.21 모든 사람이, 그리고 자신조차도 은중이처럼 밝고 곧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상연이에게 은중이는 애증 그자체였을거 같아 ㅠㅠ 그래서 상연이가 못됐는데 마냥 미워할 수 없더라
    글 너무 잘봤어 여시야!
  • 작성자똥 마 려 | 작성시간 25.11.21 여운이 다시 감돈다..
  • 작성자돌로레스 엄브릿지 | 작성시간 25.11.21 이거 은중과상연 작가가 쓴거야?
  • 답댓글 작성자조쉬하트넷 | 작성시간 25.11.21 자게 여시가 쓴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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