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1.
고려 무신이었던 상장군 김신은, 살면서 자신이 베어 죽인 생명의 수만큼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됨.
그는 저주같은 불멸의 삶을 살면서 곁에 있는 모든 이들이 늙고, 죽고, 또 늙고, 죽어가는 것을 보며 상실감을 겪게 되고 누구의 죽음도 잊을 수 없게 됨.
또, 가슴에 천년 가까이 꽂힌 칼은 계속해서 고통을 안김. 불멸이랬지, 무통이라고는 안 했다. 딱 죽고 싶을 만큼 아파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는데 불사의 몸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음. 때문에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신에 대한 원망만 뚝뚝 흘림.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신이 건 저주는, [도깨비의 저주를 끝낼 수 있는, 그러니까 도깨비 가슴에 꽂힌 검은 오로지 <도깨비 신부>만이 뺄 수 있다]
그러나 도깨비 신부란 성당 신부도 아니요, 그렇다고 결혼할 신부도 아닌 것 같았음. 말이 도깨비 신부지, 도깨비의 신부의 능력을 타고난 누군가를 찾는 거였음.
하지만 김신은 천 년간이나 세계 각지 어디에서도 <도깨비 신부> 능력을 가진 누군가를 찾을 수 없었음.
그렇게 도깨비 김신은 무심하고 무뚝뚝하며 별로 자비롭지도 자애롭지도 않은, 세상에 매우 노관심 노관여한 신이 됨.
그러다가
설정 2. 한 젊은 임산부에게 노파가 말을 전함.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오거든, 간절히 빌어. 어느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을지 모르니."
그리고 임산부는 뺑소니 사고를 당함.
차에 치어서 죽어가던 임산부는 살려달라고 빎. 자신이 아니라 뱃속에 있는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어느 노파가 일러준대로 아주 간절히 빎.
그리고 이름 그대로 신이자, 신神인 김신이 그 기도를 듣고 평소처럼 무심히 넘기려다가 임산부가 살려달라 비는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태아'라는 걸 알고 살려주게 됨.
(인간이 살고 죽는 것에 신이 관여는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저승계와 저승차사들 일이 다 꼬이게 되므로 아주 되도록 지양해야 하는 문제임.)
설정 3.
그리고 김신은 몰랐으나 자신의 손으로 살리게 된 그 태아는 죽었으나 죽지 않은 이상한 생명이 되어 산 사람도, 죽은 귀신도 모두 보면서 살게 됨.
동시에, 김신이 생사에 관여함으로써 그 태아는 <도깨비 신부>의 능력을 지니게 됨.
그러니까 김신은 제손으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버린 셈.
그렇게 해서 설정 4부터 매우 에바적이 되어버림
설정 4.
누구나 그렇듯이 입으로 촛불을 끄는 행위는 "소원을 비는 행위"에 해당하고,
지은탁이 소원을 비는 순간, 거짓말처럼 신이 소환됨.
소원을 빌 수 있는 대상이 소환되는 거임. 지니처럼. 짠!
지은탁의 도깨비 소환은 굉장히 강력해서, 신인 도깨비라 해도 그 강제성을 어떻게 할 수가 없음.
그래서 김신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은탁의 부름에만 응답하며, 그 어떤 순간이라도 지은탁 곁으로 소환됨. (거리 반경은 때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음)
그래서 이런 강제성을 띠고 있는 데다가 얼마 안 가서 지은탁이 <도깨비 신부>라는 것을 알게 된 김신은 불멸의 저주를 끝내기 위해 졸지에 지은탁의 비위를 잘 맞춰야 하는 신세가 됨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관계는 신과 인간의 관계이지만 갑을 관계로 보자면, 명백히 지은탁이 갑, 김신이 을임.
김신은 지은탁을 살렸고 지은탁이 도깨비 신부로서의 일을 마치게 되면 귀신은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됨.
이게 김신이 지은탁을 구원하는 서사.
그리고 지은탁은 김신의 불멸 저주를 끝내고 평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세상 천지 유일한 사람.
이게 지은탁이 김신을 구원하는 서사.
근데 김신의 저주를 끝낸다는 것은, 김신이 불멸에서 소멸이 된다는 얘기. 인간이 아닌 김신은 두번째 세번째 생이 있을 수 없고 그냥 그대로 소멸.
불멸이 반은 상이자 반은 저주였던 것처럼, 소멸 역시 반은 평안이자 영원한 이별을 뜻함.
그래서 이 쌍방구원 서사는, 김신 입장에서는 지은탁이 유일한 자신의 신神임과 동시에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가 되어버림.
김은숙이 빚어낸 한국 동양풍의 현대 판타지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