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9240356210
* 스압이라 맨 밑에 요약 같이 적었음
선댓펌)
논문 읽어봐도 만약 핵무장 웨이브가 벌어진다면 일본이 먼저 시작할 거라는 관측이 많음
한국이 먼저 하는것은 일본이 통수치고 한국 고립작전에 함께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 가능성이 별로 없음
역사적으로도 영국-프랑스는 동맹관계였는데도 영국이 먼저 핵개발하니깐 바로 프랑스 통수친 적 있음.
(* 일본 입장에서는 자기가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일단 한국 국력부터 대폭 약화시키고 그 다음에 자기가 하는게 훨씬 안보부담이 덜하기 때문)
댓토론펌)
재처리시설도 있고(완공 직전) 재처리 경험도 있고, 무엇보다도 정제된 플루토늄이 있는 일본도 6개월은 걸릴거라고 보는게 핵무장인데... 우린 다 없음. 하드웨어도 없고 소프트웨어도 없고 원료도 없음
그라서 우리나라가 6개월 어쩌고 하는건 진짜 망상임
당장 지금부터 플루토늄 추출용으로 중수로 돌리고, 재처리 시설 착공 들어가도 재처리 작업 착수까지 1~2년은 넘어감.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가 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자세하게 설명하긴 좀 그렇고, 실제 핵 무기화 측면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있음. 진짜 핵물질 빼고 전부 다 갖춰놨다고 봐도 됨.
그리고 핵물질은 플루토늄만 있는 게 아님. 우라늄 농축은 얼마든지 가능함. 그것도 짧은 시간 내에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음. 농담이 아니라 한국은 이미 핵개발 준비는 다 해놨음. 우라늄 농축할 결심만 하면 됨.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은 "당장 핵무기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이미 핵 관련 기술, 시설, 인력은 상당히 갖추고 있고 국내 문제, 외교적 문제 등 각종 이유 때문에 실제 핵무기만 안 만들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핵잠재력은 "핵개발 중간 과정" 정도로 취급받았고 핵잠재력을 장기간 유지한 일본은 따로 "일본 옵션(Japan option)이라고 불리면서 별종 취급받았지만 최근 2020-2025년 들어 학계에서는 핵잠재력 자체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즉, 핵잠재력 그 자체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국가 전략이자 (중간 과정이 아닌) 안정적인 상태 중 하나라고 보게 된 것이다.
(* 일본은 유일하게 핵 맞은 국가라서 지금도 반전, 비핵여론이 상당하고, 그래서 오랫동안 일본은 예외 취급받았음)
-> 같이보면 좋은 글 하나 같이 첨부 ; 세계 '유일' 핵맞은 민족 타이틀을 지킬라고ㅋ 일본정부가 노력했던 사건
https://www.tandfonline.com/doi/abs/10.1080/09512748.2025.2486364
Choi, L., & Kim, Y. (2025). The convergent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 the ROK and Japan’s differing paths to nuclear hedging. The Pacific Review, 38(6), 1139–1167. https://doi.org/10.1080/09512748.2025.2486364
https://www.youtube.com/watch?v=hS1vMMgjkKQ
핵잠재력은 국가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에 가깝다. 잠재력만 보유하면, 적성국에는 “우리 너무 위협하면 금방 핵 만든다”는 억지 신호를 줄 수 있고, 동맹, 우호국에는 “우리를 버리거나 홀대하면 독자 핵 옵션을 꺼낼 수 있다”는 압박 카드가 된다. 동시에 실제 핵보유국이 될 때 따라오는 제재, 외교적 고립, 동맹 악화 같은 비용은 피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옵션”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어, 많은 국가들이 헷징, 레버리지 수단으로 핵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잠재력이 너무 낮으면 메시지가 설득력이 약하고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너무 높으면 선제 공격, 제재, 고립, 동맹 붕괴를 유발한다. 일본과 한국 등 수많은 나라들이 협상력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 이란, 서독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수완을 필요로 한다.
1. 일본: 드라이버 한번만 돌리면 핵무장이 가능한 나라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을 제외하고, 일본은 핵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2023년 일본의 플루토늄 비축량은 약 45.1톤 (국내 9.3톤, 영국 21.8톤, 프랑스 14.1톤 등)이었다. 일본의 총 비축량은 지난 몇 년간 감소해 왔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이론상 핵무기를 5000여개 정도 생산할 수 있다.
일본은 롯카쇼(Rokkasho) 재처리공장을 중심으로 농축, 재처리를 포함한 완전한 핵연료주기 인프라를 유지하고 있다. 롯카쇼는 수차례 준공이 연기되었으나, 연간 8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고 최대 8톤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정부는 완공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토카이(Tokai) 원전 등에서 재처리를 한 경험과 각종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해 일본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기술적 임계선을 이미 넘어선 상태로 평가되며, 이는 단순 원전 보유국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핵 잠재력을 의미한다.
(* 플루토늄 5 kg은 대략 100 kt 수소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분량임)
일본의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단기간 내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전환 가능하다. 고체연료 특성상 신속 발사와 장기 저장이 가능하며, 마음만 먹으면 1년 이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개조할 수 있다. 일본은 각종 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탄두 재진입 기술도 축적했으며, 2020년대 이후 토마호크 도입, 사거리 연장형 12식 미사일, 초고속 활강체(HVGP) 등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 이미 10년 전 2014년에 6개월이면 핵무장 가능하다고 평가받았음)
이러한 기술 성숙도 때문에 일본이 결단을 내릴 경우, ‘브레이크아웃’(핵무기 실전화까지의 소요기간)은 대략 몇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교토대학, 2024
일본의 핵정책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제시한 ‘비핵 3원칙’ (핵무기 보유, 제조, 반입 전부 포기) 과, 이를 확장한 1968년의 ‘4대 핵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일본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세계적 핵무기 군축을 지지하며, 미일동맹에 기반한 미국의 핵 억제력(핵우산)에 의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 핵우산 의존은 다른 세 원칙에 의해 일본의 안보가 보장되는 한에서"라는 조건부로 규정되었다는 점으로, 이는 안보 환경이 약화되거나 미일동맹의 신뢰가 깨질 때 비핵 원칙을 재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남겨둔 조항이다.
비핵 3원칙은 국회 결의(1971년 중의원 결의)로서 정치적 구속력을 갖지만, 정식 법률이나 헌법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재해석과 수정 가능성이 항상 존재해 왔다. 일본 헌법 9조가 핵무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상의 여지가 있어 과거 기시 노부스케(1957년) 같은 일부 총리는 "엄격히 방어 목적의 최소한 핵무기라면 헌법상 반드시 금지된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비밀 해제 자료는 냉전기 미군 핵무기의 일본 영내 통과를 허용한 비밀 합의가 존재했음을 보여 주며, 이는 사실상 ‘비반입 원칙’이 관행적으로 무시된 적도 있음을 보여준다.
https://www.irsem.fr/storage/file_manager_files/2025/03/etude-irsem-93-albessard-japan-en-v2.pdf
이미 오래 전 1969년에 일본 외무성 연구에서는 NPT 가입 이후에도 "핵무기 문턱까지 다다를 수 있을 정도로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고 한 바 있다.
https://defence-blog.com/chinese-signals-collection-ship-spotted-off-japans-coast/
(* 2025년 자료)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25751654.2023.2285024
2022년 일본 국가안보전략은 중국, 북한, 러시아 세 핵보유국을 주요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현 상황을 전후 이래 가장 심각하고 복합적인 안보 환경으로 규정한다. 일본은 중국과 대만 문제, 영토 문제, 동중국해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사사건건 충돌해 온 관계이다. 또한 북한은 일본 전역을 사거리 안에 둔 탄도미사일, 핵전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위협, 그리고 북방영토 문제와 극동 군사력 배치 등을 통해 일본의 안보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https://globalsecurityreview.com/japans-new-prime-minister-galvanizes-defense-and-security/
또한 일본은 미국에 대해서도 안보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의존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드골이 핵무장을 결심할 때와 비슷하게 '미국이 과연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하며 도쿄를 지킬 것인가”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동맹에 대한 거래적 접근과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이러한 우려를 심화시켰고, 2010년대 후반 이후 일본 내에서는 장기적 ‘플랜 B’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확산됐다.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자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미일동맹 신뢰가 약화될 때는 독자 핵 옵션까지 포함해 자주적으로 조국을 방위해야 한다"라며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핵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핵 3원칙, 특히 ‘비반입 원칙’을 재검토 하거나, 미국 전술핵의 일본 내 배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조정하거나, 더 나아가 나토식 핵공유(nuclear sharing)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핵 잠재력은 두 가지 방향의 외교적 레버리지로 작동한다. 첫째, 미국에 대해 '동맹 공약이 약화될 경우 일본이 독자 핵무장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서, 미국에게 동맹 유지, 확장억제 공약 강화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주변 가상적국에게 '일본에 대한 중대한 군사적 도발은 단기간 내 일본의 핵보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서, 이들에게 지나치게 일본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이득이라는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25751654.2020.1834961
그렇지만 일본은 여전히 핵무장 제약 요인도 크다.
먼저 국내적으로 일본은 피폭 경험에 기반한 강한 반핵 정서를 유지하고 있으며, 반핵 단체와 시민사회는 비핵 3원칙 수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2020년대 여론조사들은 대략 70% 내외의 유권자가 비핵 3원칙 유지를 지지하며, 다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 비준에도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본격적인 핵무장 추진은 심각한 정치적 역풍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으로 일본은 NPT 비핵보유국으로서 포괄적 IAEA 안전조치와 추가의정서의 감시를 받고 있어, 군사적 전용을 시도할 경우 제재 위험이 크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핵무장은 주일미군 주둔 등 동맹관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동시에 일본의 핵무장은 한국을 포함한 역내 핵개발 도미노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현 수준의 긴장'에서 '노골적 적대' 수준으로 격상시킬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으로도 일본은 핵무기 설계 역량과 재료는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실제 실전 배치 과정에서는 무기 신뢰성 검증 (시험 문제), 각종 핵전쟁 대비 인프라 경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핵실험금지조약(CTBT) 규범과 국제 여론을 감안하면, 실험 없는 핵무장(no-test nuclearization)이 일본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군사적, 정치적 신뢰성 측면에서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비핵 3원칙을 유지하며, 궁극적으로 핵 없는 세계를 지향한다”는 기조를 반복하고 있다.그러나 자민당 내 관련 위원회 설치, 전문가 그룹의 정책 제언, 언론, 여론 차원의 활발한 논쟁, 그리고 다카이치 총리가 비핵 3원칙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점 등은, 일본이 기존의 ‘수동적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으로 안보 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중국, 북한, 러시아, 미국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해 “무엇을 하면 일본이 핵무장을 하겠다”라는 식의 노골적인 경고를 공개적으로 내벹은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각국 정책 결정자들은 일본이 고도의 핵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따라서 주변국의 대 일본 정책에 일정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경험은 일본 내부에서 “핵잠재력 유지가 안보상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자기 확신으로 축적되어 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일본이 연료주기와 관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며 잠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 한국: 가장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핵 잠재력 보유국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하지는 않고 있으며,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핵우산이 철회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의 개발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
- 1975년 6월 12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중 발언
한국은 오늘날 국제체제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파급력이 큰 핵잠재력 보유국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수십 년간 고도화된 잠재력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핵잠재력 자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 농축, 재처리(ENR) 역량 확보를 통해 현재 2-3년 정도로 추정되는 브레이크아웃 (* 결심 이후 실제로 핵무기 실전배치까지 걸리는) 기간을 수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11월 한미 정상 합의에서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추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의 핵 지위를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50-100기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탄두,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이후 커진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 의문, 2025년 기준 76.2%에 이르는 핵무장 찬성 여론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 역사는 1970년대 초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비밀 핵무기 개발 시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68-72년 사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벌어진 무력 도발 수백 건, 청와대 기습 시도와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닉슨 독트린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등은 모두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과 안보 위기의식을 극대화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프랑스와의 재처리공장 도입 협상, 캐나다와의 원자로 기술 협의, 1979-81년 화학적 농축 실험, 1980년대 초 소량 플루토늄 분리 실험 등 여러 경로를 모색했다. 당시 미국 정보기관도 한국을 제어하지 않을 경우 1980년대 무렵 한국이 핵무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1974년 이후 미국이 민감 기술 접근을 차단하고 "자꾸 핵개발을 추진할 경우 한미동맹을 파기하겠다" 는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프랑스, 캐나다를 설득해 관련 협력을 중단시키면서, 1976년 무렵 박정희 정권은 공식적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 그 뒤에도 몰래 핵개발을 더 진행했다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10. 26이 벌어지며 진실은 그 너머에.... 관련자들이 무덤까지 비밀을 안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력해서 연구를 하기가 힘들다는 썰이...)
2004년 한국 정부는 IAEA에 과거 한국이 1979-81년 화학농축 실험, 1980년대 초 소량의 플루토늄 분리, 2000년의 우라늄 농축 시험 등을 했다고 자진 신고했다. 이는 한국이 비핵화 정책을 표방해 온 동시에, 연구, 실험 수준에서는 일정한 기술과 인적 역량을 계속 축적하고 유지해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민간 원전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은 상업용 원전 20여 기와 전체 전력 생산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원자력 발전, APR-1400으로 대표되는 수출 경쟁력 있는 경수로 기술, 2030년 전후 포화가 우려될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그리고 대규모 핵공학 및 원자력 전문 인력 풀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는 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물적, 인적 기반을 제공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여전히 고농축우라늄이나 무기급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 생산 능력, 즉 ENR 역량의 부재에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자력으로 고농축우라늄(HEU)이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핵연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2015년 개정으로 관련 연구와 협의의 여지는 넓어졌지만, 실제 ENR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까지는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
https://www.nytimes.com/2025/12/03/world/asia/south-korea-nuclear-reactor-fuel.html
트럼프–이재명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2025년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양국이 기존 협정과 미국 국내법의 범위 안에서 한국의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원하고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비확산 원칙에서 일정 부분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한국의 ENR 역량 확보 가능성을 사실상 열어 둔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기존 협정 해석 및 추가 합의, 양자 고위급 협의체 논의, 미국 내 행정부 및 의회의 승인 등 시간이 필요하지만, 큰 흐름은 ‘한국의 연료주기 자립과 핵잠재력 고도화’ 방향으로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완전히 실행된다면, 한국의 "결심 후 핵무장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2-3년 수준에서 수개월 단위로 단축되고, 연료주기 측면에서 일본에 가까운 잠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고 운반체계만 놓고 보면, 한국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그리고 SLBM 등 실전 배치된 전력에서 일본보다 앞선 부분이 적지 않다. 현무-2C·4·5, 현무-3 계열과 2021년 시험에 성공한 SLBM (일반적으로 ‘현무-4-4’로 알려진 체계)은 모두 설계 변경 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및 단거리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다. 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은 수직발사관(VLS) 6기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더 대형의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신규 VLS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 시도는 일단 북한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북한은 수십 기에서 많게는 100기 안팎으로 추정되는 핵탄두, 여러 곳에 분산된 우라늄 농축 시설과 플루토늄 생산 능력, ICBM, SLBM, 전술핵 운용 수단을 단계적으로 갖춰 왔다. 최근에는 선제 사용 가능성, 지도부 타격 시 자동 보복과 같은 공격적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강조하면서, 한국의 안보 불안과 위기의식을 한층 높이고 있다.
또한 미국 확장억제 신뢰성 문제도 중요한 요소이다. 닉슨 독트린과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검토, 트럼프 1기, 2기 행정부에서 나타난 거래적 동맹 인식은 모두 ‘언젠가 미국이 한국을 방기할 수 있다’는 불안을 자극해 한국 내 핵무장 논의를 불러왔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서서히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독자 핵무장에 대한 지지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 레버리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워싱턴 선언 직전 “한국도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핵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미국을 향해 확장억제 강화를 요구하는 간접적 메시지로 해석되었고, 그 결과 핵협의그룹(NCG) 설치, 전략자산의 정례적 순환 전개, 핵, 전략 기획에서 한국의 참여 확대가 뒤따랐다. 2025년 ENR 관련 합의 역시 한국 내 핵무장 논의와 공개적인 강경 발언이 고조된 이후에 도출되었다는 점에서, 잠재적 확산 가능성이 동맹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작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https://asaninst.org/bbs/board.php?bo_table=s1_1&wr_id=523
아산정책연구원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자주 핵무장 지지 76.2%, 미 전술핵 재배치 지지 66.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제재, 동맹 붕괴, 거주지 핵시설 건설, 핵실험 등 구체적인 비용을 제시하면 지지율은 상당히 떨어지지만, 여전히 다수가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경제제재, 주한미군 철수 같은 국가적인 비용보다는 "자기 거주지 가까운 곳에 핵시설, 전술핵 배치" 를 하는 경우에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보수 진영 일부는 완전한 핵무장까지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빈번히 제기한다. 진보 진영은 한반도 비핵화를 당규 수준에서 내세우지만, 동시에 에너지, 폐기물 관리와 연계된 연료주기 자립 (농축, 재처리) 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핵무기 보유 여부에서는 이견이 있지만, ENR을 포함한 핵 잠재력 강화에서는 묵시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독특한 좌우 연합이 나타난다.
(* 독일, 일본 등은 한쪽이 반대하는 경우 많음)
- 대북 억지력: 한국의 핵잠재력 논의는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단기간에 핵무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신호를 통해, 북한의 핵, 미사일, 대규모 도발을 억제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더 가까운 탓에 일본만큼 노골적이진 않지만, 중국(그리고 러시아)에게도 한국이 극단적 상황에서 핵 카드로 대응할 수 있음을 은근히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 대미 레버리지: 2023년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출범은, 한국이 잠재적 핵무장 옵션을 배경으로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 강화와 핵 기획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 발표 전과 미국 국빈 방문 전후에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1년 안에 핵보유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며, 핵잠재력을 대미 외교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 대일 경쟁: 보다 은밀한 차원이지만, 한국의 핵잠재력 논의에는 일본의 고도화된 핵잠재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잠재력을 확보하려는 경쟁 심리도 섞여 있다.
여론조사에서 핵무장 찬성이 꾸준히 70% 안팎을 기록하는 점은,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등을 상대로 협상할 때 ‘국내 정치적 압박’을 근거로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추가 자산으로 작용한다.
3. 대만: 핵개발을 시도하였으나 국내외 압력으로 핵잠재력까지도 상실한 대표적인 사례
대만은 중국의 침공을 억제하고 미국 이탈에 대비하기 위해 핵개발을 추진했다가, 결국 미국의 강제 개입으로 중단된 적이 있다. 이는 후견국이 핵 비확산을 동맹 방어와 맞먹거나 그 이상으로 중시할 경우, 상당 수준까지 진전된 핵 잠재력도 외교, 정보, 군사적 압박을 결합해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만은 1969년 캐나다 중수로를 도입해 1973년 가동을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무기급 플루토늄을 뽑을 수 있는 비밀 재처리 시설을 INER 인근에 구축하려 했다. 우라늄은 남아공 등에서 들여오고, 연료는 미국의 민수용 공급을 활용하였으며,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만큼 실제 핵실험 대신 고폭화약 실험과 계산모델에 의존해, 지름 60~70cm. 중량 1톤 미만 정도의 핵탄두를 목표로 하고 이를 탄도미사일, 개조 전투기(보조 연료탱크 위장)에 실는 운반체계까지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1980년대 중반 대만은 “정치적 결심 시 1-2년 안에 핵탄두 완성이 가능하다”는 수준에 근접했으며, 대만 군부 핵심 인사들도 회고록에서 1986년경 “단기간 내 생산 가능한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대만의 핵무장을 레드라인으로 보고, IAEA 안전조치 강화, 재처리 중단 요구, 위반 시 군사, 기술 지원 축소 경고 등 압박을 체계적으로 가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INER 부소장이 CIA에 핵심 문건과 정보를 제공하고 1987년 망명한 사건으로, 이 제보를 토대로 미국은 리덩후이 정부에 재처리 시설 해체, 중수 제거, 핵연료 봉인 등을 강하게 요구했고, 결국 대만은 비밀 플루토늄 노선을 전면 중단하게 된다. 이로써 대만은 핵무장 직전까지 갈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가 동맹의 강제 개입으로 되돌려진 핵잠재력 국가라는 드문 전례가 되었다.
현재 대만은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자국 내 우라늄 농축,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2025년 5월 마지막 상업용 원전이 멈추면서 민간 원자력 기반도 크게 약화된 상태다. 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구조와 국제적 비확산 규범과 감시 체제에 깊이 편입돼 있어, 단기적으로 독자적인 핵잠재력을 구축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가깝다. 그럼에도 대만은 오랜 기간 원전을 운영해온 경험과 INER, 칭화대 등 연구기관에 축적된 인력과 이론적 설계 역량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대만에는 우라늄 농축 설비가 없고 1988년에 해체된 이후 재처리 시설이 존재하지 않으며 분리된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 재고가 알려진 바 없고 IAEA 안전조치 아래 제한적인 연구용 시설만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가진 의미의 ‘단기간 핵무장까지 가능한 핵잠재력’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핵무장을 시도할 경우 준비 기간이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 단위에 이를 가능성이 크고, 미국과 중국 모두와의 관계 악화, 제재 및 고립 등 극도로 높은 대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
https://www.twz.com/land/taiwan-just-unveiled-its-own-high-altitude-anti-ballistic-missile-system
https://focustaiwan.tw/politics/202509180007
대만은 핵무기는 없지만, 중국 본토를 사거리 안에 두는 다양한 재래식 미사일 전력을 구축해 왔다. 슝펑 II/IIE/III, 완젠 등 타격용 미사일과, 톈궁 III 계열 요격미사일은 사거리, 탑재량 측면에서 이론상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론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운용과 공식 설명에서는 이들 체계가 전적으로 재래식 억지와 방어, 특히 중국의 탄도미사일과 항공 전력을 견제 및 요격하는 용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5년 공개된 강화형 톈궁 III와 신규 요격체계 역시 고고도 탄도탄 요격 능력과 “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축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으며, 대만의 미사일 전력은 핵운반 수단이 아니라 재래식 방어, 억지 수단이라는 성격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상시적인 공중, 해상 군사훈련, 봉쇄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연습, 법적, 제도적 회색지대 조치를 동원해 대만에 대한 군사, 정치적 압박을 점점 끌어올리고 있다. 2025년 연구들은 에너지와 경제 인프라를 겨냥한 중국의 에너지 및 경제전(CEEW)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대만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https://thediplomat.com/2025/05/taiwans-self-created-achilles-heel-eliminating-nuclear-power/
탈핵이 만든 에너지 안보 취약성도 문제이다. 대만은 1차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며, 특히 LNG 비축 규모가 대략 열흘 안팎 수준으로 평가되어 해상 교통로가 차단될 경우 빠른 고갈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많다. 과거 전력 생산의 약 10-15%를 담당하던 원자력 발전 비중이 0에 수렴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저탄소 기저전원, 해상 봉쇄 상황에서도 비교적 복원력이 있는 발전원, 군사 공격에 대한 억지 요소로서 핵발전이 지녔던 전략적 이점이 상당 부분 사라진 셈이다.
일부 안보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이 가장 건드리기 꺼려할 에너지원(원전)을 스스로 포기해서 약점을 자초했다"고 평가한다. 대만해협이 좁고, 후쿠시마급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국 푸젠성, 상하이, 주강 삼각주까지 직접 피해가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다른 발전시설에 비해 원전 공격에는 상대적으로 더 신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https://nipp.org/wp-content/uploads/2022/05/Chapter-6.pdf
(* 다만 중국 입장에서도 여전히 대만 침공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인데, 만일 대만 장악에 실패한다면 이는 대만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확장을 두려워하는 중국 주변국들이 대만의 핵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상당한 악몽이 될 수 있다.)
대만은 NPT 정식 당사국은 아니지만, IAEA와의 개별 협정을 통해 핵시설에 안전조치를 적용받고 있어, 민감한 핵기술을 새로 들여오는 데에는 여러 국가의 동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1980년대 후반처럼 대만의 핵무장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비확산 의지를 거듭 확인해 왔고, 중국은 대만의 핵 개발을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레드라인’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그 결과 대만은 후견국인 미국의 비확산 정책과, 적대국인 중국의 강경한 반응 가능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어, 일본, 한국처럼 “핵잠재력을 통해 외교, 안보 레버리지를 높인다”는 전략 자체가 성립하기 훨씬 어려운 위치에 있다.
또한 대만이 다시 핵무기를 겨냥한 잠재력을 쌓으려면, 현재 존재하지 않는 농축 및 재처리 능력을 사실상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시설은 위성, 무역통계, 각종 감시 등 다양한 감시망 아래 놓여 있어 은밀한 건설이 쉽지 않고, 정밀 장비와 핵심 자재를 국제 공급망을 통해 들여와야 하며, 국내에서도 안전, 환경, 재정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지진 위험이 큰 섬이라는 점과 후쿠시마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을 고려하면, 대규모 핵시설을 비밀리에 운용해 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구상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민진당의 탈핵 노선은 권위주의 시기 국민당 정권과 비밀 핵프로그램에 대한 반발, 민주화 운동, 환경운동이 결합된 역사적 경험 속에서 자리 잡았다. 상당수 대만인은 ‘핵’을 과거 군사정권과 위험한 국책사업의 상징으로 인식해 왔고, 이런 기억은 원자력 전반에 대한 도덕적, 역사적, 감정적 거부감을 강화해 왔다. 최근 에너지 안보 우려로 일부 친원전 여론이 회복되는 조짐이 있었지만, 관련 국민투표에서는 지역별로 뚜렷한 찬반 격차와 정치적 분열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원전 재가동조차 정치적으로 매우 높은 문턱을 가진 쟁점임을 보여주며, 군사적 무기화를 실제 정책 선택지로 올리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상상력의 범위 밖에 가깝다.
대만의 핵개발 시도는 대략 세 가지 교훈을 남긴다. 첫째, 첩보 공작과 외교 압력, 동맹 차원의 군사 및 경제 레버리지를 동시에 활용하면, 정치적 결단 시 단기간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평가되던 핵개발 시도조차 처음으로 완전히 되돌릴 수 있다. 둘째, 군사, 외교, 경제, 안보를 후견국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핵옵션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는 협상력과 자율성이 제한된다. 셋째, 민주화, 탈핵 정책, 환경, 시민운동이 결합하면, 핵 잠재력은 사실상 끝나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대만 침공 가능성은 다음 글에 자세히 설명하겠음)
4. 이란: 핵보유 문턱까지 다다른 핵잠재력 보유 국가
이란은 핵 잠재력을 이스라엘·미국에 대한 억지, 국제사회와의 제재 협상, 사우디 등 역내 경쟁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 적국/적성국 억제: 이란은 ‘전면 침공이 발생하면 단기간에 핵무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실제 핵보유 없이도 대규모 군사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를 노린다.
- 제재, 협상 레버리지: JCPOA 전후 과정에서 농축도 확대와 고농축 우라늄 비축을 협상 카드로 사용해 제재 완화와 경제적 양보를 끌어냈고, 필요할 경우 다시 농축을 높이겠다는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 NPT 탈퇴 위협: 최근 이란 고위 인사들이 ‘상황에 따라 NPT 탈퇴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핵무장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마지막 단계의 압박 카드로 쓰고 있다.
다만 핵개발 수위를 너무 핵무장 직전까지 끌어올리면, 적성국의 선제 공격 명분을 제공하고, 주변국 및 우호국과의 관계 악화, 협력 약화 등을 불러올 위험이 커진다. 결국 이란에게 핵 전략의 핵심은 ‘선제 공격을 부를 만큼 위협적으로도, 협상력을 잃을 만큼 약하게도 만들지 않는’ 적절한 중간 지대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 2025년 6월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했는데 주변국 전부 다 아무런 실질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행동을 방관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 않았다.)
1957년 미국과 원자력협력 협정을 맺은 이란은 1967년 미국이 제공한 5MW 테헤란 연구로(TRR)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1968년 NPT에 서명하고 1974년 원자력청(AEOI)을 설립한 뒤, 팔레비 국왕은 20기 규모의 상업용 원전 건설 계획을 내놓는 등 대규모 민수 핵프로그램을 추진했다. 1970년대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이 이 같은 핵 인프라를 유지, 확대하고 주변국 핵무장이 진행될 경우, 1980년대 중반까지 핵무기 개발 능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핵개발은 한때 중단되었지만, 곧 이란-이라크 전쟁에서의 화학무기 사용, 이스라엘의 (사실상) 핵보유, 미군의 중동 상주, 제재와 외교 고립이 겹치며 새로운 안보 논리 아래 재가동되었다. 이란은 파키스탄 군부 네트워크를 통해 원심분리기 설계와 우라늄 전환 기술을 비밀리에 도입하며, 단계적으로 농축 능력과 연료주기 핵심 역량을 확보해 나갔다.
한편 2002년 이란 반체제 단체(NCRI)가 나탄즈 농축시설과 아라크 중수로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이란 핵프로그램은 뜨거운 국제 현안이 되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2003년 이전 조직적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존재했고, 우라늄 금속화, 고폭 실험, 전기뇌관(EBW) 개발, 샤합-3 미사일 탑재 연구 등 핵폭발 장치 설계와 직결되는 활동이 진행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IAEA는 2015년 최종 평가에서 "이란이 2003년 이전에는 핵폭발 장치 개발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조직적으로 수행했으며, 2003-2009년 사이에도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일부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실전 배치를 향한 완성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고, 주로 타당성 검토와 과학기술 역량 축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도 명시했다.
2015년 7월 포괄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사상 유례없이 강하게 제한한 합의였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하고, 저농축우라늄(LEU) 비축량을 202kg 이하로 유지하며, 나탄즈의 IR-1 원심분리기를 5,060기로 묶고 포르도 농축을 중단하는 데 동의했다. 아라크 중수로는 재설계를 통해 플루토늄 생산 잠재력을 차단했고, 전체적으로 이란의 '결심 후 핵보유 가능 시간'을 약 12개월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동시에 IAEA 역사상 가장 촘촘한 사찰 및 감시 체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JCPOA는 이란식 핵잠재력을 제도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부분적 롤백과 소규모 농축 허용, 일정 기간 이후 제약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는 조항들, 핵 인력과 기술 기반 유지가 결합되면서, 이란은 장기적으로 핵옵션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채 제재 완화와 경제적 숨통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단계적으로 합의 이행을 축소 및 철회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LEU 비축량 상한과 농축도 제한을 차례로 위반했고, 포르도 농축을 재개했으며, 2020-2021년 20%와 60% 고농축우라늄 생산에 돌입했다. 2021년에는 IAEA 추가의정서(AP) 자발적 이행을 중단했고, 2025년 10월에는 JCPOA의 사실상 종료를 선언했다. 2025년 중반 기준, 이란은 나탄즈, 포르도 등에서 총 18000기 이상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었고, 60% 농축우라늄 재고는 400kg 안팎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정도 규모의 재고만으로도 추가 농축을 거치면 5-8기 수준의 무기급 우라늄 생산이 가능하고, 20% 및 저농축 재고까지 활용하면 한 달 안에 10기 이상 분량의 핵분열물질을 확보할 수 있다.
https://www.cnn.com/2024/07/19/politics/blinken-nuclear-weapon-breakout-time
현재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핵원료 확보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실상 0으로 추산된다. 즉, 이란은 이미 핵무기에 장착할 수 있는 우라늄(WGU)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미국 국무부 및 국방 당국자들은 2022-2024년 사이 이란의 "결심 후 핵무기 제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12일", "1-2주" 수준으로 언급했고, 일부 분석은 핵무기 5기분 물질도 2주 안에 확보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다만 무기로 쓸 수있는 수준의 물질 확보와 실전 가능한 핵무기 완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최단기에 조잡한 핵폭발 장치를 만들려고 할 경우 약 6개월, 신뢰도 높은 미사일 탑재형 탄두 확보에는 통상 2년 이상이 걸린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발사 가능한 완성형 무기까지 최대 3년"을 상한으로 잡지만, 과거 계획에서 축적된 설계 및 실험 데이터를 감안하면 실제 소요는 이보다 짧아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방대한 탄도, 순항미사일 전력을 보유하며, 그중 일부는 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샤합-3, 가드르, 에마드, 세질, 호람샤흐르 등 사거리 1,300-2,000km급 탄도미사일은 이론상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특히 대형 탄두부를 가진 호람샤흐르 계열은 핵장치 수용에 물리적으로 적합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https://isis-online.org/isis-reports/going-for-the-bomb-part-i-pathways-and-timelines
https://www.ncr-iran.org/en/news/nuclear/irans-kavir-plan-uncovered-operational-details-of-post-amad-nuclear-weapons-effort/
협상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더이상 막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고 이후 미국이 작전에 가세하면서, 나탄즈, 이스파한, 아라크, 원심분리기 제조시설 등 핵 인프라의 핵심 거점이 타격을 받았다. 나탄즈 지상부 실험용 농축시설(PFEP)은 거의 전체가 파괴되는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다른 핵 시설의 전력 및 인프라가 손상되었으며, 이스파한에 있는 시설도 상당 부분 파괴되었다. 또한 최소 14명의 핵과학자가 사망하고 전체 이란인 사망자는 약 1060-1190명으로 추산된다.
그 이후 이란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평가가 갈리지만, 대략 요약하자면, 핵개발 자체는 수개월에서 최대 2년 정도 지연시킬 수 있었으나, 핵심 기술 및 인력 자체는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공습 이후 IAEA 요원들은 현장에서 철수했고, 이란은 추가 협력과 임의 사찰을 사실상 중단했다. 그 결과 IAEA는 신규 농축시설이나 60% 농축우라늄 재고의 정확한 위치 및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https://www.armscontrol.org/act/2025-11/features/there-way-rebuild-iaea-safeguards-iran
이란은 핵잠재력을 일종의 전략 교리로 체계화한 대표 사례다. 핵개발 완료 직전까지 기술, 물질, 운반수단을 확보하되, 공식적으로는 "핵무장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핵실험과 같은 행동은 하지 않음으로서 억지력, 협상 지렛대, 국내 정치적 정당성을 동시에 추구해 왔다.
- 대 이스라엘 및 미국: "결심하면 짧은 시간 안에 핵무장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선제공격 및 체제교체 시나리오에 대한 억지력 확보
(* 이스라엘은 그걸 무시하고 공격을 했지만 결국 12일만에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 대 국제사회: 농축 확대, 사찰 축소, 농축도 상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제재 완화 유도
- 국내 정치: 핵프로그램을 과학기술 발전, 민족 자주성, 반제국주의의 상징으로 포장하며 체제 정당성 강화
2025년 6월 공습은 "잠재력만으로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란 체제 내 강경파는 "북한처럼 완전한 핵무장만이 진정한 억지를 보장한다"고 주장하며 문턱 돌파론을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전면 핵무장은 국제 고립 심화, 군사충돌 위험 급등, 사우디, 튀르키예, 이집트 등 주변국의 핵도미노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핵시설을 지하에 분산 배치하되 여전히 문턱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IAEA는 2025년 말 보고서에서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수준의 고농축우라늄과 관련 기술 역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공습이 시간을 벌었을 뿐 근본적인 잠재력을 제거하지는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란은 일본처럼 조용히 '수동적' 잠재력을 유지하는 것도, 한국처럼 ENR 확보 국면에 머무는 것도 아닌, 이미 확보한 잠재력을 억지, 협상, 국내 정치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해 온 전형적인 능동적 핵잠재력 국가로 볼 수 있다. 2025년 공습은 이 전략이 과연 충분한 억지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내부 논쟁을 격화시켰고, 향후 몇 년은 이란이 문턱에 계속 머물 것인지, 아니면 실제 핵무장으로 넘어갈 것인지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5. 사우디아라비아: 다른 의미의 핵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
사우디는 일본, 한국, 이란 같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핵잠재국이라기보다, 자원, 지리, 동맹, 레토릭을 결합한 ‘정치, 외교형 핵잠재국’에 가깝다.
사우디는 자국 영토에서 우라늄을 직접 채굴할 수 있고, 인구 밀도가 낮은 사막 지역이 넓어 핵시설 입지 선정 시 님비현상 같은 지역반발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막대한 석유 수출과 홍해와 아라비아해 해상 교통로를 장악한 위치 덕분에, 한국, 일본, 이란과 달리 국제사회가 “오일 쇼크급” 충격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북한 같은 강도 높은 제재를 사우디에 가하기에는 정치, 경제적으로 훨씬 더 어렵다는 점도 중요한 자산이다. 반대로, 농축, 재처리 시설이 없고 상업용 원전도 아직 가동되지 않은 만큼, “지금 가진 인프라만으로도 곧바로 핵무장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기술 잠재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기술적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파키스탄과의 관계다. 사우디는 과거부터 파키스탄 핵프로그램에 재정지원을 했다는 평가가 많고, 2025년 9월 전략적 상호방위협정(SMDA)으로 핵보유국 파키스탄과 “어느 한쪽에 대한 공격은 양측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는 집단방위 구도를 공식화했다. 파키스탄 국방장관이 '우리가 가진 능력은 모두 사우디에 제공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필요할 경우 파키스탄으로부터 확장억지(또는 더 강한 형태의 지원)를 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강화한다. 동시에 무함마드 빈 살만은 여러 차례 “이란이 핵폭탄을 가지면, 우리도 가능한 한 빨리 따라갈 것”이라고 공개 발언해 왔다. 이 조건부 핵무장 선언은 이란에게 “문턱을 넘으면 역내 핵 도미노를 촉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이란의 완전한 핵무기 실전 배치를 억제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이든 유럽이든 러시아든 어디든 자신을 본격적으로 적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매우 정확히 알고 있고 그 인식에 따라 행동해 왔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 직후 국영 언론이 “유가가 100달러, 200달러, 그 두 배까지 갈 수 있다”고 위협하자, 미국은 독일과 달리 무기 수출 및 방위협력을 유지했고, 2020년 유가 폭락 국면과 2022년 OPEC+ 감산 때도 워싱턴이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만 했을 뿐, 실제 제재 대신 전략비축유 방출 및 관계 관리로 수습에 나섰다. 이는 미국이 사우디의 계산대로 행동했음을 보여 준다. 게다가 사우디는 홍해 동쪽 연안과 페르시아만에 인접해 수에즈–인도양 해상 교통과 중동 에너지 흐름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우디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 = 홍해, 수에즈, 호르무즈 등을 뒤흔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우디든 누구든 잘 알고 있고, 사우디 스스로 이 구조를 카슈끄지 사건, OPEC 감산, 예멘 개입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사우디는 핵 이야기를 대미 협상에서도 중요한 카드로 활용해 왔다. 빈살만은 “핵을 원하지 않지만, 이란이 갖는다면 우리도 하나는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미국을 향해 "우리가 핵을 추구하지 않게 만들려면 강력한 안보 보장과 원전, 연료주기 협력을 해 달라" 라는 식으로 방위조약, 첨단무기, 원전, 연료 협력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요구해 왔다. 2025년 11월 발표된 미국-사우디 원자력 협력 공동선언은 이런 레버리지의 산물로, 백악관과 미 에너지부는 “수십 년짜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 파트너십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미국 기업을 사우디 원전 및 연료 공급의 우선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 합의에는 국내 농축 기술 이전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우디 입장에서는 “연료주기 권리를 끝까지 주장할 것이며, 필요하면 다른 파트너(중국, 러시아 등)도 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 제재가 사실상 먹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이정도까지 들이받으며 무언가를 얻어내는 게 가능한 것이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사우디는 기술 인프라로 보면 아직 잠재국이라 부르기 이른 수준이지만, 풍부한 자원, 넓은 국토, 강한 제재 내성이라는 구조적 강점, 파키스탄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한 핵무기 기술 이전 가능성, 무함마드 빈 살만의 조건부 핵무장 선언, 미국과의 민수 원자력 협력을 이끌어낸 레버리지를 통해 “지금 당장의 능력”이 아니라 “나중에 얼마든지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둘러싼 정치, 외교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 잠재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이 계속 문턱에 머무른다면 사우디도 말만 하고 끝낼 가능성이 높지만, 이란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는 순간 무함마드 빈 살만의 조건부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란이 핵보유 선언을 할지 안 할지 여부가 사우디의 향후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사우디처럼 기술 수준과 무관하게 "제재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구조적 이점을 가진 나라들이 있다.
1) 대형 에너지 및 원자재 수출국
이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미국과 EU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중국, 러시아, 인도를 통한 우회 거래로 상당한 석유 수입을 유지하면서 농축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 왔다. 제재 비용이 크지만, 정권이 버틸 의지만 있으면 핵을 향한 야심을 꺾기 어렵다는 "제재 내성"의 전형이다. 러시아도 이미 핵보유국이지만, 석유, 가스, 곡물로 서방 제재를 일부 상쇄하고 비서방 시장으로 방향을 튼다는 점에서, "제재로는 핵, 군사 정책을 바꾸기 어려운 구조"를 보여준다.
2) 중요한 해상 무역로를 장악한 국가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를, 터키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쥐고 있어, 전면 제재는 글로벌 물류 및 에너지에 큰 타격이 된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아쿠유 원전과 인저를릭 B61을 통해 핵잠재력을 차곡차곡 키우는데, 해협 통제권과 지역강국이라는 지위 덕분에 완전 고립이 어렵다. 이집트의 시시 정권은 수십만 명을 구금하고 상당한 인권 탄압을 벌였음에도, 수에즈 운하와 난민 통제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서방의 진지한 제재를 피해왔고, 경제 위기 때마다 조건 없는 국제 지원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이는 걸프 왕국들도 다를 게 없어서, 사우디 같은 나라도 이집트에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우면서도, 동시에 그 자신도 중요한 해상무역로를 여럿 끼고 있다는 자신들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모습을 보여준다.
3) 걸프 에너지 및 금융 허브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는 에너지뿐 아니라 항공, 금융, 물류 허브로 기능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하다. UAE는 바라카 원전 4기를 이미 가동 중이고,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서 천연가스 수급을 좌우한다. 둘 다 서방과 긴밀한 경제, 안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 이란과의 실리 외교를 동시에 펼친다. 이는 "어느 한쪽이 우리를 압박하면, 다른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양쪽에 보내는 전략으로, 핵뿐 아니라 외교, 경제 전반에서 자율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인도: 제재를 이겨낸 사례
1998년 인도의 핵실험 후 미국은 즉시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했고,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비난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이 "제재 벽"은 무너졌다. 1998년 11월 클린턴은 경제제재 대부분을 해제했고, 2001년 9·11 이후 부시는 핵 관련 제재를 완전히 폐기했다. 결국 인도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며, 2008년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123 협정)까지 이끌어냈다. 인도는 러시아 석유 구매에서도 서방 압박을 이겨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는 러시아산 할인 원유 구매를 전체 수입의 36%까지 높였고, 2025년 트럼프가 50% 관세로 직접 압박했지만 인도는 굴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관세 압박을 거두고 무역협정 협상에 나섰다. S-400 도입도 마찬가지다. 2018년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55억 달러 규모의 S-400을 구매하기로 했을 때, 미국의 CAATSA 제재 위협을 무시했고, 실제 제재는 부과되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인도를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고급 방위, 기술 협력(iCET)을 제안했다.
일본, 한국, 대만은 글로벌 공급망, 금융, 기술에 깊이 얽혀 있어, 핵무장 시 G7, 미국 주도 제재가 즉각 치명타가 된다. 따라서 제재 억지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핵잠재력은 "기술을 갖춘 채 자제"하는 신중한 형태를 띤다. 반대로 이란, 사우디, 이집트, 터키, UAE, 카타르, 인도는 에너지, 원자재 레버리지, 광범위한 비서방 거래망, 역제재 가능성(에너지 무기화, 해상 무역로 제어) 때문에, 서방이 "완전 고립"을 선택하기 어렵고 실제 제재도 한계가 있거나 장기전으로 흐른다. 이들은 이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잠재력이 낮더라도 "이란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가진다" "우리 석유, 운하, 시장이 필요하면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핵잠재력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6. 튀르키예: 미국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는데도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핵잠재력을 추구하는 국가
Erdogan says it's unacceptable that Turkey can't have nuclear weapons | Reuters
튀르키예는 핵 잠재력 지도에서 보기 드문 ‘괴상한’ 위치에 있다. 나토 회원국으로서 인저를릭 공군기지에 미국 B61 전술핵을 수십 발 수용하면서도, 비확산 체제의 불공정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대규모 민수 원전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일본, 한국처럼 자체 원전, 연료주기, 핵기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아니고, 이란처럼 실제 농축, 무기개발에 근접한 것도 아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어떤 나라들은 핵탄두를 가진 미사일을 여러 개 갖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발언하며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공론화하고 있다.
사실 튀르키예의 실제 기술, 산업 기반은 상당히 약한 편이다. 아쿠유 원전 4기(VVER‑1200, 총 4,800MWe)는 러시아 로사톰이 ‘건설·소유·운영(BOO)’ 형태로 짓고 운영하며, 연료 공급과 사용후연료 회수까지 러시아가 책임지는 구조라 튀르키예는 원자로를 돌려 전기만 사 쓰는 수준에 가깝다. 1호기는 2025년 전후 첫 전력 공급을 목표로 시운전 중이고, 완공되면 전력의 약 10%를 담당하지만, 농축·재처리 같은 핵연료주기 핵심 기술은 전혀 국내에 축적되지 않는다. 흑해 시노프, 트라키아, SMR를 포함해 2050년까지 20GW 이상 원전 설비를 가진다는 계획이 공표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협상, 타당성 조사 단계로, 일본, 한국, 이란 등에 비하면 연구로, 산업 인프라 모두 초기 수준이다.
한편 튀르키예의 인저를릭 공군기지에는 미국 B61 전술핵이 50여발 정도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 공군에 있고 튀르키예의 역할은 거의 없다. 따라서 튀르키예는 "우리 땅에 핵무기가 있느데 왜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느냐" “왜 일부 국가는 핵을 갖고 우리는 안 되느냐”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한편으로 2016년 쿠데타 시도 당시 인저를릭 전력 차단과 기지 지휘관 체포를 계기로 서방에서는 핵탄두 철수 주장과 “터키에 핵을 계속 둘 것인가” 논쟁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배치가 유지되고 있고, 이는 미국의 확장억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튀르키예가 독자 핵무장으로 치닫지 않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또한 튀르키예 핵무기 담론의 배경에는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 나토가 동시에 얽혀 있다. 이란은 오랜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이란 핵무장은 “수 세기동안 유지된 균형”을 깨는 일로 받아들여져 튀르키예의 핵잠재력 확보 필요성을 자극한다. 2025년 이스라엘–이란 전쟁과 이란 핵시설 공습은 튀르키예 정부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하는 동시에, 현 비확산 질서가 “결국 몇몇 국가만 핵을 독점하고, 나머지에게는 억압적으로 적용되는 구조”라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에르도안은 반복해서 이스라엘 핵보유를 거론하며 “이웃 이스라엘의 핵이 다른 나라를 겁주고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만든다”고 비판했고, 동시에 러시아에 에너지 및 핵연료에서 심각하게 의존하는 현실은, 터키가 한편으로는 러시아에 대해 핵보복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러시와와 협상해야 하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튀르키예는 NPT 비핵보유국으로서 IAEA 포괄적 안전조치와 추가의정서를 모두 이행하고 있으며, 2012년 이후 IAEA는 터키 내 핵물질이 전적으로 평화적 활동에 머물렀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해 왔다. 터키는 핵무기금지조약(TPNW)에는 비판적이지만, 기존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는 적극 참여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학계 및 정책연구는 이 점을 “비확산 규범은 지키면서, 그 규범이 구조적으로 불공정하다고 비판하고, 장기적으로 민수 원전, 인력, 산업 기반을 통해 잠재력을 천천히 키우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튀르키예는 기술적으로는 아직 “핵잠재국”이라 부르기 어려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나토 내에서 드물게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과 NPT 구조 자체를 공개적으로 문제삼는 동맹국이자, 아쿠유 이후 추가 원전과 인력 양성을 통해 수십 년 단위로 잠재력을 서서히 높여 갈 가능성이 있는 국가다. 또한 튀르키예는 나토 2위 육군 보유, 해협 장악국이라는 지위 때문에 무엇을 하든 서방이 전면 제재로 나가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에르도안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 발언도, "제재 두려움 없이 NPT 구조 자체를 공개 비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앞으로 나토와의 관계 안정 여부, 이란 및 사우디의 핵 행보, NPT 질서의 유지 여부가 튀르키예 핵잠재력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남게 될 것이다.
(* 튀르키예는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사우디, 이스라엘, 이란, 아랍, 인도, 중국 기타등등과 "맘에는 안 드는데 그렇다고 마지막 선은 넘지 않는" 외교 정책을 수십년째 보여 왔으며 핵 정책은 그 중 하나라고 보면 됨)
7. 폴란드: 현재 인프라는 거의 없지만 핵잠재력을 급격히 추구하기 시작한 나라
폴란드는 지금 당장은 핵 인프라가 거의 없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안보공약에 대한 불안으로 핵무기 이야기가 급속히 부상한 나토 동부전선 핵심 국가다. 일본 및 한국과 달리 폴란드가 가진 원자력 시설은 30MW급 연구용 원자로 MARIA 1기에 불과하고, 농축, 재처리 시설이나 플루토늄, HEU 재고도 전혀 없다. 그럼에도 2022년 이후 폴란드 정부는 나토 핵공유(NATO nuclear sharing)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미국 B61 전술핵의 폴란드 배치와 도입 중인 F‑35A 전투기를 핵무기 운반으로 활용할 수 있을 가능성 등등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2025년 3월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자체 핵무기가 있다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하고, 마크롱의 ‘프랑스 억지의 유럽화’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폴란드가 전통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핵잠재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역사적으로 폴란드는 냉전기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소련 전술 핵시설을 자국에 두고 있었지만, 1991년 체제 붕괴 이후 핵관련 전력은 모두 제거하고 비핵 정책을 채택했다. 1999년 나토 가입 후에는 집단방위와 미국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철저한 비핵국이자 군축 지지국”으로 인식되었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핵공유 문제를 공개 거론하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러나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처음으로 국방지도부에서 “폴란드의 F‑16을 핵임무 가능하게 개조하고, 나토 핵공유를 중, 동유럽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핵무기 담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한국, 일본과 비슷하게 폴란드의 핵담론을 밀어 올린 것은 러시아 위협과 미국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벨라루스 내 러시아 전술핵 배치, “폴란드를 핵 표적에 포함할 수 있다”는 러시아 측 발언, 자파드‑2025 훈련에서의 전술핵 사용 시나리오 등은 폴란드에게 강한 위기의식을 심어주었다. 자파드‑2025 기간 러시아 무인기가 폴란드 영공을 반복적으로 침범하자, 폴란드는 이를 “공격 행위”로 규정하고 벨라루스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며 나토 4조 협의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나토 핵공유 참여, 나토 내 핵역할 확대, 프랑스, 영국과의 핵억지 협력, 심지어 “이론적 독자 핵무장 가능성”까지 거론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적 현실을 고려하면, 폴란드의 "결심 후 핵무기 배치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라고 보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 현재로서는 폴란드는 농축 및 재처리 인프라가 전혀 없고, 무기급 핵분열물질과 설계 경험도 없다. 2036-40년경 AP1000이 가동되고, 원자력 인력, 공급망, 규제기관이 성숙하면 잠재력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일본, 한국과 같은 핵잠재력 수준에 가까워지려면 독자 연료주기(농축) 도입과 NPT, IAEA 체제 내 정책 전환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치적 및 동맹 측면에서도 폴란드는 NPT 비핵보유국이자 IAEA 포괄안전조치, 추가의정서 이행국으로서, 독자 핵무장을 시도할 경우 나토 및 유럽연합 내부 반발, 제재 및 정치적 고립, 러시아의 선제적 군사 대응 가능성 등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폴란드는 현 시점 기술적인 잠재력은 거의 없지만, 러시아 위협과 미국 신뢰성 논란 속에서 핵담론이 가장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폴란드의 핵잠재력은 미국의 확장억지와 핵공유 정책, 유럽 핵억지의 진화 (프랑스 및 영국 옵션), 러시아의 위협 수준, 그리고 자국 원전 프로그램의 진척 등등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8. 독일: 필요악으로 핵무기를 조금씩 수용하기 시작한 국가
독일은 유럽 최대의 공업 및 기술 강국임에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메르켈 정부의 정책 전환을 거쳐 2023년 4월 15일 마지막 남은 3기(이자 2, 엠스란트, 넥카르베스트하임 2)를 폐쇄하며 발전용 원전 비중을 0%로 만든 대표적 탈원전 국가다. 그와 동시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그로나우의 우렌코 농축공장은 연 3,500 tSWU 수준의 저농축우라늄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 서방 전체 중 약 10~15%) 또한 부헬 공군기지에 저장된 미국 B61 전술핵을 토네이도 전투기가 투하하는 나토식 핵공유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숄츠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국방기금을 조성하고, 핵공유 임무를 승계할 5세대기 F‑35A 35대를 주문한 데 이어 총 50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NPT 비핵보유국이자 CTBT 비준국이며, IAEA 포괄안전조치와 추가의정서를 이행하고 있어 법적으로 독자 핵무장 여지는 극히 제한적이고, 주요 정당과 여론도 “독일 단독 핵무장”에는 선을 긋되 나토, 유럽연합 틀 내 핵억지 유지 및 강화에는 점차 더 관용적인 태도로 이동 중이다. 이 때문에 독일은 지금으로서는 결심을 하더라도 단기간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는 없으나, 고급 공업, 핵연료 기술과 나토 핵운용 경험, 우렌코를 통한 농축 레버리지 덕분에 대만보다도 더욱 “마음만 먹으면 재구성 가능성이 높은 핵잠재력”을 지닌 국가로 간주된다.
1960-1969년 당시 서독의 전략은 참고하기 좋은 중요한 사례이다. 서독은 냉전기 동맹국(미국)과 적대국(소련) 양쪽을 동시에 상대로 핵잠재력을 전략적 협상에 활용하였다. 서독의 핵무장 가능성은 모스크바가 서독 재무장을 경계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서독은 서베를린 접근권, 데탕트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동시에 서독은 “핵 확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활용해, 핵확산금지조약 협상 과정에서 민간 핵 프로그램의 자율성과 나토 핵기획그룹(NPG) 참여 등 여러 양보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미국, 소련 양대 강대국이 핵확산금지조약 (NPT)에 합의하면서, 서독의 레버리지는 크게 줄어들었고, 결국 미국의 동맹 압력에 의해 핵잠재력을 상당부분 포기하게 되었다. 이는 이후 일본, 한국, 이란 등에게 "잠재력은 유지하되, 문턱은 넘지 않는" 중요 선례가 되었다.
오늘날 독일은 독자적인 핵잠재력을 키우기보다는, 나토의 핵공유 체제에 참여함으로써 간접적인 핵 억지력과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핵공유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눈에 보이게 보여주는 장치이자, 러시아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동유럽 국가들이 자체 핵무장을 고민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또한 독일은 핵공유에 참여함으로써 나토의 핵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이 부담을 계속 떠안을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흘려 동맹 내부에서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은 핵공유 유지 여부, 전술핵 운반수단 교체, 유럽 차원의 독자 억지력 구상 등 핵 관련 전략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단계에 들어가 있다.
9. 캐나다: 일관된 비핵, 비무장 노선에도 핵잠재력은 여전히 풍부한 나라
캐나다는 매우 특이한 위치에 있다. 기술만 놓고 보면 웬만한 핵잠재력 국가 못지않게, 어쩌면 오히려 그 이상으로 빠르게 핵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 제도적으로는 50년 넘게 일관된 비핵, 비무장 노선을 유지해 왔다. 따라서 캐나다는 대표적으로 “능력은 있지만 선택하지 않는(non‑nuclear by choice)” 나라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캐나다는 맨해튼 프로젝트와 영국, 미국 핵무기 개발에 깊게 관여했다. 엘도라도 우라늄 광산과 포트호프 정련시설은 미국과 영국에 군사용 우라늄을 공급했고, 초크리버 연구단지의 ZEEP(미국 외 첫 원자로)와 NRX 연구로에서는 플루토늄 생산과 재처리 시험이 이루어졌다. 전후 캐나다 정부는 원자폭탄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초크리버를 민수 연구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1950년대까지 소규모 플루토늄 추출 시설을 운영하며 미국에 약 250kg 수준의 플루토늄을 담은 사용후연료를 넘겼다. 동시에 캐나다는 중수로(CANDU)라는 독자 원자로를 개발해, 농축시설 없이도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쓰면서 지속적으로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현재 캐나다에는 17기의 상업용 CANDU 원전이 가동 중이며, 총 12.7GWe 설비로 전체 전력의 약 15%를 공급한다. 연료 측면에서도 캐나다는 우라늄 채굴·정련·전환·연료제조·중수 공급까지 모든 연료주기를 모두 국내에서 처리한다. 또한 전세계 우라늄 수출량 중 15가 캐나다산이다 (*1위는 40% 카자흐스탄). 농축 및 재처리 시설만 의도적으로 갖지 않을 뿐 재처리, 무기 설계 경험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캐나다는 핵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 방향은 기술과 정반대다. 1969년 피에르 트뤼도 정부는 캐나다를 NPT 비핵보유국으로 묶고, 나토의 핵임무를 단계적으로 종료해 캐나다 영토에서 모든 미국 핵무기를 철수했다. 트뤼도는 “캐나다 과학자들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능력과 선택을 분명히 분리했다. 1974년 인도의 ‘평화적 핵실험’이 캐나다산 연구로와 연료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는, 오히려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핵공급국그룹(NSG) 창설을 주도하며 비확산 규범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캐나다는 나토 및 NORAD에 깊이 편입된 대신,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강한 정치적, 외교적 정체성을 구축했다.
따라서 캐나다의 핵잠재력 평가는 늘 “세계 최상위급 기술 잠재력, 그러나 그보다 더 강한 제도, 동맹, 정치문화의 구속”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북극 안보와 러시아, 중국 활동, 최근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 때문에 일각에서 “미국을 억지하기 위한 독자 핵무장”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긴 했지만, 이는 플루토늄 재처리 복원과 무기화 시간표를 과장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고, 지금으로서는 국내 여론 같은 각종 현실적인 이유를 감안할 때 독자 핵개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10. 브라질: 조심스럽게 핵잠재력을 확보 중인 국가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발전한 핵 기술을 가진 비핵국이다. 또한 “연료를 사 오는 나라”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 쓰는 나라”에 가깝다는 점은 한국과 같은 나라와 비교해 볼때 브라질이 가지는 중요한 이점이다. 이미 상파울루 해군기술센터에서 독자 원심분리기를 개발해 리우 근처 헤젠지 농축공장에서 쓰고 있고, 이를 더 늘려서 자국 원전 연료를 대부분 자체 농축으로 충당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앙그라 1·2호기 두 기(총 약 2GW)만 있지만, 중단됐던 앙그라 3호기를 2020년대 후반 완공하고, 2050년까지 기존 부지와 북동부 지역에 대형 원전과 SMR을 더 지어 8-10GW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 둔 상태다. 이렇게 되면 우라늄 채굴, 정련부터 농축, 연료 제조, 사용후연료 저장까지 대부분을 국내에서 처리하면서, 장기적으로 플루토늄과 핵 관련 인력 및 산업의 규모도 함께 커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브라질 핵 잠재력의 핵심 고리는 핵추진 잠수함(SSN) 프로그램이다. 프랑스 스코르펜 설계를 들여와 디젤 잠수함 4척을 건조하면서 이타과이에 조선, 정비 인프라를 깔았고, 이를 기반으로 알바로 알베르투급 핵추진 잠수함과 이를 시험할 지상용 원자로 Labgene을 개발하고 있다. 이 원자로는 해군이 만든 농축 기술과 직접 이어져 있어, 잠수함 연료에 최대 약 20% 수준의 높은 농축도의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확산 논의에서 민감하게 바라본다.
동시에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만든 ABACC 상호 사찰체제 (* 아르헨티나-브라질은 함께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조약), IAEA 사찰, Tlatelolco 조약 (* 중남미 전체가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조약), NPT 비핵보유국 지위 아래에 묶여 있고, 수출 의존적 개방경제와 민주주의 제도, 여론 때문에 독자 핵무장으로 가면 외교, 경제 비용이 너무 크다. 그래서 브라질은 연료주기와 SSN까지 갖춘 “고급 기술 잠재력”을 가지되, 강한 비무장, 비확산 규범 속에서 에너지 안보, 기후 대응, 해양 방위를 명분으로 핵능력을 유지하는, 전형적인 ‘제도화된 핵잠재력 국가’으로 평가된다.
핵무장이 아닌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이유
국가가 실제 핵무장을 택하는 경우는 크게 네 가지 때문이다.
첫째, 실존적 위협이다. 주변국 다수와의 반복된 전쟁, 홀로코스트 기억이 결합된 이스라엘, 인도와의 전면전과 핵실험에 대응해야 했던 파키스탄처럼, “패하면 나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강할수록 핵무장을 최후의 안전벨트로 선택할 유인이 커진다.
둘째, 권위주의 정권의 국내 정당성 확보이다. 북한은 핵을 단순한 군사수단이 아니라 체제 정당성과 민족주의의 핵심 상징으로 사용하며, “핵을 가진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대내 결속과 대외 협상에 활용해 왔다.
셋째, 전략적 자율성과 대국 독립성이다. 프랑스, 영국, 중국은 미국, 소련 등 다른 강대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된 전략 행위자”로 남기 위해 핵무기를 선택했다. 이들에게 핵은 단순한 방어수단을 넘어, 외교적 위상과 대국 지위를 상징하는 도구다.
넷째, 지역 권력 비대칭의 심화이다. 인도 핵무장 뒤 파키스탄이 뒤따랐던 것처럼, 한 국가의 핵보유가 지역 군사 균형을 바꿔 놓으면, 경쟁국은 “핵 없이 버티는 생존 전략”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느끼게 된다. 중동에서 이란, 사우디를 둘러싼 상호 억지 논의도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 국가는 “핵을 갖느냐 마느냐”라는 이분법 대신, “어디까지 능력을 올리고,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인가”를 계산한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핵잠재력은 무엇보다 되돌릴 수 있는 옵션이다. 실제 핵탄두를 만들고 배치해 버리면 군부, 관료제, 방산업, 정치세력이 뒤엉켜 “핵을 없애자”는 결정을 실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남아공처럼 체제를 완전히 뒤엎는 수준의 결단이 없으면 이전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반대로 잠재 단계에서는 위협 인식이나 국제 환경이 달라질 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일본, 한국, 브라질처럼 수십 년 동안 높은 기술 잠재력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정책 노선을 바꿀 여지를 일부러 남겨 두는 나라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또 하나의 장점은 모호성이 주는 억지 효과다. 상대 입장에서는 “저 나라가 실제로 얼마나 빨리 핵무장을 할 수 있는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진짜로 결심할 의지가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은 대담한 모험을 막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일본에 대해 “마음만 먹으면 짧은 시간 안에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공식적인 핵보유 선언 없이 중국과 북한의 계산을 제약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물론 이스라엘처럼 상대방의 계산을 알고도 걍 노빠꾸로 들이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스라엘도 미국의 확전 우려 속에 12일만에 전쟁을 끝냈다)
핵잠재력은 동맹을 향한 지렛대이기도 하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당신이 우리를 버리면, 우리는 독자 핵무장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니 핵우산과 안보공약을 확실히 하라.” 이런 신호를 보내면 실제로 핵을 만들지 않고도 확장억지 재확인, 전략자산 전개, 미사일 방어와 핵공유 논의, 첨단무기 이전 같은 실질적 보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확장억지 강화를 요구하는 방식이나, 폴란드가 나토 안에서 핵공유·EU 핵억지를 공론화하며 정치·군사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그런 사례다.
동시에 핵잠재력은 선제타격과 극단적 제재를 피하는 안전지대다. 완전한 핵무장은 국제사회가 설정한 ‘금지선’을 넘는 행동으로 인식되기 쉽고, 이라크, 시리아, 이란, 북한 사례에서 보듯 공습, 사보타주, 초강력 제재, 정권교체 논의까지 불러올 수 있다. 반면, 고급 연료주기와 연구 인프라를 갖춘 비무장 잠재국은 감시와 압박의 대상이지만, 당장 군사공격을 정당화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그래서 많은 국가는 “임계점 바로 아래”에 머물며 최대한의 기술 능력과 레버리지는 확보하되, 공습 및 정권교체 같은 극단적 대응은 피하는 길을 택한다.
(* 대전 부근에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는데, 얼마 전 채굴은 커녕 탐사만으로도 지역 여론이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국내 정치 차원에서도 핵잠재력이 핵개발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노골적인 핵무장은 반핵 정서, 의회, 언론 감시, 시민사회, 전문가 비판, 지역 주민의 님비 반발까지 한꺼번에 맞서야 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한국처럼 “핵무기 필요성”에는 찬성이 많은 나라조차도, 자기가 사는 동네에 우라늄 채굴 시설, 재처리 시설, 핵실험장,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핵탄두 저장 기지를 짓겠다고 하면 여론은 급변한다. 반대로, 민수 원전·연구로·연료주기 연구는 에너지 안보, 기후 대응, 첨단 산업 육성이라는 언어로 포장할 수 있어 정치적으로 훨씬 부담이 적다. 일본, 독일, 브라질이 “민수 핵 + 고급 기술 = 높은 잠재력”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직접적인 핵무기 보유 논쟁은 피하는 이유다.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러시아조차도 핵시설을 인구 밀집지역에서 최대한 떨어뜨려 건설한다는 사실은, 핵 관련 인프라가 어느 나라에서나 강한 님비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핵잠재력은 국제관계 면에서도 더 낫다. 잠재국으로 머물면 NPT 비핵보유국 지위, IAEA와의 협력, 민수 핵기술 및 연료 수출입, 글로벌 무역 및 금융 시스템 참여를 유지할 수 있다. 핵무장으로 선을 넘으면, 남아공, 파키스탄, 북한 사례처럼 제재, 투자 철수, 무역 축소, 수출통제 강화, 외교적 고립이라는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 다수 국가에게는 “완전한 핵무장이 주는 추가 억지 효과”보다 “국제사회에 계속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능력은 갖추되 무장은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절충 방안이 된다.
요약하면, 핵잠재는 필요하면 꺼낼 수 있는 가역적 핵옵션이고, 모호성을 활용한 값싼 억지와 동맹 지렛대이며, 공습·제재·국제 고립을 피하는 임계점 아래의 안전지대이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감당 가능한 수준의 핵전략이며, 국제 제도·경제 참여를 지키는 타협점이다. 이 모든 이유 때문에, 많은 국가는 “핵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굳이 지금 만들지 않기로” 선택하면서, 잠재력만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추가 원인 1: 국내 정치적인 요인
2020년대 중반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핵잠재력과 핵무장을 둘러싼 대중의 인식에는 몇 가지 뚜렷한 패턴이 보인다. 이를 이해하면, 왜 핵잠재력은 받아들이면서도 노골적 핵무장에는 주저하는지, 그리고 왜 프레임질이 그렇게 중요한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독자 핵무장 지지가 2025년 아산조사 기준 7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북이 핵을 안 버리면 한국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75.1%가 동의했다. 특히 “매우 동의” 비율이 40%를 넘기며, 단순한 유연 지지가 아니라 강경 핵지지 핵심층이 커지고 있다. 배경으로는 북중러 vs 한미일 블록 인식, 미국 확장억지에 대한 불신,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보수 이념 성향 등이 결합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일본은 대규모 플루토늄 재고와 기술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14%대 지지, 59%대 반대가 유지된다. 독일은 2021년까지 자국 내 핵배치 지지가 매우 낮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찬성 의견이 2022년에 50%를 넘기며 단기간에 극적으로 반전되었다. 폴란드에서는 “EU 차원의 독자 핵억지” 구상에 과반 이상이 찬성한다.
이 숫자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같은 위협 환경에서도 “무엇을 물어보느냐, 어떤 말로 묻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똑같은 핵능력(연료주기, 플루토늄, 미사일)을 두고도, 표현이 바뀌면 지지율이 50-70%포인트까지 달라지는 패턴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반복된다. (*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 여론조사 말하는 것임)
“독자 핵무기(indigenous nuclear weapons)”라고 물으면: 금기를 직접 건드리는 표현이라 보통 10-20%대 지지에 그친다.
“핵억지(nuclear deterrence)”라고 부르면: 방어적, 수동적 이미지 덕에 40-50%대까지 올라간다.
“보험(insurance policy)”이라고 설명하면: 필요하면 쓰되, 평소에는 넣어두는 선택지라는 인식이 생겨 60-70%대까지 치솟는다.
“기술주권(technological sovereignty)”이라고 부를 경우: 브라질, 이란, 튀르키예처럼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민족주의 정서가 강한 국가에서는 70-80%대 지지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술은 같은데 단어가 바뀌면 유권자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정부는 핵무기라는 표현을 피하면서도, 각종 핵관련 기술을 “에너지, 과학, 보험, 주권”으로 포장해 정치적 부담을 줄인 채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다음 말들은 핵무기를 “위험한 무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르니 준비해야 하는 것”로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보험(insurance policy): 일본에서는 “미국이 떠날 가능성에 대비한 보험”, 한국에서는 “북핵 추가 확전에 대비한 보험”, 브라질에서는 “연료 공급국 의존을 줄이기 위한 보험”으로 설명이 된다. 이 프레임은 핵능력을 공격 수단이 아니라, 필요하면 해지 및 조정 가능한 계약처럼 느끼게 만들어, “영구적,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임시, 가역적 장치”로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다.
핵우산(nuclear umbrella): 미국-일본, 미국-한국, 나토 문서에서 쓰이는 전통적 표현으로, “우산과 방패”라는 이미지가 핵억지를 방어적이고 보호적 것으로 만든다. 다만 2022년 이후 러시아, 북한, 중동 위기로 “우산의 신뢰도”에 의문이 커지면서, 한국에서처럼 “우산은 어느 정도 믿지만, 그래서 더더욱 우리 보험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술주권(technological sovereignty): 브라질, 이란, 튀르키예 등은 농축 및 연료주기를 “과학기술 자주권”으로 포장한다. 이때 초점은 무기가 아니라, 에너지 자립, 과학발전, 탈식민 담론에 맞춰지며, 그 과정에서 핵무기에 대한 비판은 “우리 발전을 가로막는 외세의 논리”로 받아칠 수 있게 된다.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70-90%은 “핵무기 그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50-70%가 “핵억지, 배치, 동맹 핵전력 유지에는 조건부로 찬성하고, 10-20%만 “자국 독자 핵무기 보유”에까지 찬성한다. 표면적으로는 모순이지만, 프레이밍을 다르게 하면 양립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우리는 비핵 및 군축 국가”라고 말하면서도, 연료주기, 플루토늄, 미사일, 원전을 유지하고, 이를 보험, 우산, 기술주권으로 정당화한다. 대중은 “핵무기는 싫다”고 하면서도, “억지, 보험, 동맹 배치”라는 표현에는 동의한다. 국제사회는 노골적 무장은 선을 긋되, 핵잠재력은 “관리 가능한 상태”로 묵인한다.
특히 독일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까지만 해도 독일 유권자의 압도적 다수는 미국 전술핵 철수를 선호했고, 핵무기는 냉전의 유물로 치부됐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 전술핵 배치에 지지하며, 유지하거나 더 해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올라갔고, 2025년에는 “EU 차원의 독자 핵억지”에 대해서도 절반 정도가 찬성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독일인들은 여전히 “핵 사용”에는 강하게 반대하면서도, “억지를 위해 핵 관련 기지, 배치를 제공하는 것”에는 조건부 찬성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핵무기 관련 논의는 사실상 정치적 프레임질이 되어버린다. 같은 원심분리기, 같은 플루토늄이라도, “무기”로 말하면 거부감을 갖지만 “보험, 억지, 주권”으로 말하면 받아들여진다. 이 점이, 왜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직접적인 핵무장보다 핵잠재력 확보가 훨씬 받아들이기 좋은 핵전략인지 설명해 준다.
추가 원인 2: 핵무기 무능 역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핵무기 = 궁극의 안전보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능한 한 많은 자원을 핵전력 유지·현대화에 투입하는 것이 최선의 안보 전략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핵무기는 실제로 극히 드문 유형의 위협, 즉 타 핵보유국에 의한 전면전·대량 파괴 공격을 억지하는 데만 유효한 매우 좁은 범위의 보험에 가깝다. 반면 오늘날 다수 핵보유국이 실제로 직면하는 주된 위협은 테러, 내전·반군, 경제 불안정, 사이버 공격, 사회 불안처럼 내부·비대칭 성격이 강하다. 이 유형의 위협에 대해서는 핵무기가 거의 방어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막대한 예산·인력·정치적 관심을 빨아들여 오히려 국내 안보를 약화시키는 “핵 안보 역설”이 나타난다.
핵무기는 국가 대 국가의 최악의 전면전 억지에는 의미가 있지만, 오늘날 주요 위협들에는 거의 쓰임새가 없다. 유형별로 보면 한계가 더 분명해진다.
1) 게릴라전, 내전, 무장세력과의 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처럼 핵보유국이 게릴라, 무장세력과 싸운 사례에서는 핵무기는 전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정글, 도시, 민간인 밀집 지역에 핵을 쓰는 것은 정치적, 도덕적, 전략적 비용이 너무 커 사실상 선택지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닉슨이 북베트남을 상대로 핵협박을 했지만 북베트남은 개의치 않고 미군을 상대로 계속 유격전, 게릴라전을 수행했다.
2) 테러리즘: 1983년 헤즈볼라의 미국/프랑스/이스라엘 테러, 2001년 오사마 빈라덴의 911테러, 2008년 뭄바이 테러 같은 대형 테러 사건에서도 핵무기는 억지나 보복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점조직, 비밀조직으로 운영되는 테러조직에게 핵무기를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2015년 파리 테러 때도 프랑스는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IS에게 핵공격을 하지 못했다.
3) 제한적 재래식 공격: 1951년 한국전,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1999년 카길 전쟁, 2008년 조지아의 남오세티아 전쟁, 2022-2025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5년 이란의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미사일 공격 같은 상황에서 핵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례성, 정당성, 동맹 결속 모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격하는 측도 이정도로는 핵무기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상대가 핵보유국이더라도 개의치 않고 공격하며, 심지어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할 때도 여럿 있었다. (* 예시: 1951년 중국->미국, 1960년대 베트남->미국, 1973년 이집트->이스라엘, 1982년 아르헨티나->영국, 2008년 조지아->러시아, 2024년 우크라이나->러시아)
4) 회색지대 및 하이브리드 전쟁: 사이버전, 드론전, 정보전, 선거 개입, 물 전쟁, 군함을 동원한 무력시위 등등에 핵무기를 쓴다는 것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인도, 중국, 파키스탄은 셋다 핵무기 보유국이지만 서로의 영토로 흘러가는 하천에 댐을 건설하거나 물길을 돌리려고 들고, 심지어 상대방이 "물을 막으면 핵을 쏘겠다" 고 위협해도 무시로 일관한다. (* 결국 파키스탄은 몇달 뒤 물길을 막으면 댐에 미사일을 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5) 영토 점령: 1982년 포클랜드 점령,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 2024년 쿠르츠크 점령 같은 영토 문제를 되돌리기 위해 핵을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핵무기는 현상 변경을 되돌리는 도구가 아니라, 자칫하면 상대방이나 자기나 곧바로 전면 핵전쟁으로 치닫게 만들 수 있음을 상대방에게 경고하는 최후 수단에 가깝다.
6) 비군사적 안보위기, 전 지구적 위기, 자연적인 위협: 난민 문제, 경제 제재, 마약 및 조직범죄 같은 각종 위기는 군사력으로도 다루기 어렵고, 핵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지진, 홍수, 기후 재난, 감염병, 전염병 등 자연재해나 생물학적 위기에도 핵무기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다.
이 모든 점을 합치면, 핵무기는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하나의 상황, 즉 대규모 국가 간 전면전이나 핵공격을 억지하는 데에는 강력하지만, 오늘날 국가들이 실제로 자주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안보 위협에는 거의 무력하다. 여기에 더해 핵 개발 및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제재와 외교적 고립, 군부 비대화와 재정 부담은 내부 불만과 사회 취약성을 키우기 쉽다. 그 결과 “핵을 갖는 것 자체가, 다른 유형의 위협에 대한 취약성을 오히려 키운다”는 역설이 발생하고, 이것이 바로 핵무기 효용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핵잠재력 유지 및 헤징 전략 선호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된다.
기회비용으로 본 파키스탄: ‘핵 억지력’이 안보를 악화시킨 경우
파키스탄은 핵무기가 인도와의 전면전을 억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그 대가로 막대한 기회비용과 내부 불안정이라는 역효과를 겪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핵개발과 군사비 우선 구조는 예산, 과학기술 인력, 산업 역량을 한정된 분야에 집중시킨 대신 교육, 보건, 인프라, 행정 개혁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을 줄이는 요인이 되어 왔다. 이는 저개발, 실업, 불평등, 취약한 공공서비스로 이어져 사회 불만 증가, 민주주의 쇠퇴, 강압적인 통제 강화, 극단주의 확산을 불렀고, 자연재해, 전염병 같은 각종 돌발 상황에 더욱 취약해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이후 파키스탄은 테러와 무장단체의 활동으로 수만 명의 사망자와 대규모 피난 및 난민 발생 문제를 겪었으며, 자연재해 대비 인프라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아 2010년 대홍수 이후에도 2016, 2022, 2023, 2024, 2025년 끊임없이 홍수를 겪고 있다. 즉, 핵보유 이후 파키스탄은 '인도+내부 무장세력+구조적 취약성'이라는 삼중 위협에 시달리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 나라 전체에서 그나마 돌아가는 조직이 군대밖에 없으므로, 군대의 입지는 갈수록 강화된다)
(* 2025년 9월 미국을 방문하여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면담하고 희토류 광물을 직접 보여주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파키스탄 정부 의회 대신 군부 실세와 직접 접촉하여 양국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1113052000104
(* 얼마 전 파키스탄은 헌법을 개정하여 군부에게 권한을 더 넘겨줬다)
이 모든 과정은 군부 비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파키스탄 군부는 스스로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반복되는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자원을 끌어모으며 핵무기를 국가 정체성, 외교적 위상, 막대한 예산 확보를 정당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막대한 방위비와 핵전력 유지 비용은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만들고, 민간 엘리트, 야당, 시민사회는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혀 견제를 받는 반면, 군부 비판이나 예산 축소 논의는 곧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로 몰리게 된다.
주변국과 서방 역시 파키스탄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군부를 높이 대우하기 대문에, 군부가 이 악순환을 스스로 바꿀 유인은 거의 없다. 핵무기가 있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군부 지도부가 (* 속마음이 어떻든 간에 김정은처럼) 높게 예우해아 할 파트너로 인정받는다는 점도 군부 스스로 잘 인식하고 있어, 체제 안정과 대외 위상을 위해 핵전력을 지키고 확대하려는 동기가 강화된다. 그 결과 핵무기는 국가를 보호하는 수단이라기보다, 내부 안보 취약성과 군부 중심 권위주의 체제를 고착시키는 장치로 작동하고, 국가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무기를 지키기 위해 국가 전체가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Global spending on nuclear weapons topped $100 billion in 2024 - ICAN
북한, 인도, 러시아(소련 포함)도 비슷한 역설을 안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국가 역량을 집중한 결과, 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반복되는 식량 위기, 제재, 고립을 겪어 핵이 정권 생존을 지키는 동시에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잠식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인도와 러시아 역시 핵개발과 핵보유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이 국가 성장엔진을 장기간 잠식하고 있으며, 특히 소련은 과도한 군사, 핵 지출이 장기적 경제 붕괴와 국가 해체로 이어진 중요한 원인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처럼 부유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핵보유국들도 핵의 기회비용 문제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이들 국가에 핵전력이 국가 존속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유지와 현대화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은 교육, 보건, 인프라, 기후 대응처럼 실제로 훨씬 자주 마주치는 위협에 투입될 수 있는 재원을 일정 부분 잠식한다. 국제핵무기폐기운동(ICAN)의 2024,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 핵보유국이 2024년에 핵무기 유지, 현대화에 쓴 비용은 1,000억 달러를 넘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이 약 568억 달러, 중국이 125억 달러, 영국이 104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정도 규모면 전 세계 기아 해소, 보편적 기초 교육, 주요 감염병 대응, 기후위기 등을 거의 해결하고도 남는다.
다시 말해, 핵무기는 이들 국가의 전면전 억지에는 기여하지만, 동시에 “그 돈이 다른 곳에 쓰였더라면 완화할 수 있었을 위험들” (* 예컨대 판데믹과 기후 재난에 대한 대비, 사회 불평등과 인프라 취약성, 장기적인 사회통합 투자) 을 그대로 남겨 두는 대가를 초래한다. 물론 중국의 강한 사회통제, 이스라엘의 높은 물가와 만성적 안보 불안, 프랑스의 잦은 사회 갈등, 영국의 노후 인프라, 미국이 겪은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코로나 피해 규모, 만성적인 내부 분열 등은 각각 복합적인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의 결과이긴 하다. 그러나 핵전력 유지에 투입되는 막대한 재원이 이런 구조적 문제 해결에 투입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핵의 기회비용은 이들 사회가 안고 있는 장기적 취약성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 역설은 많은 국가, 특히 민주국, 동맹국이 핵이 없어서가 아니라, 핵무장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첫째, 핵무기가 해결할 수 있는 위협의 범위가 매우 좁다. 전면전, 핵공격 억지에는 유용하지만, 테러, 반군, 경제적, 사회적 불안, 사이버 공격, 마약 및 조직범죄 같은 위협에는 직접적 억지와 대응 수단이 되지 못한다.
둘째, 파키스탄과 북한의 사례처럼, 핵무장은 순수한 의미의 국가 안보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군비 경쟁, 제재, 외교적 고립, 군부 비대화, 내부 불만과 정권 불안정이 누적되면, 인접국 대규모 전면전은 줄어들어도 국가 붕괴, 내전, 테러 위험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셋째, 핵잠재력은 선택지는 남기면서도 비용, 제재, 고립은 크게 줄여준다. 원전, 연료주기, 미사일, 우주기술 등 민군 겸용 인프라를 잘 관리하면, 필요할 경우 비교적 빠르게 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 산업 기반을 유지하되, 평시에는 교육, 보건, 경제, 과학기술, 산업, 사회통합에 훨씬 더 많은 자원을 돌릴 수 있다.
따라서 핵 잠재력은 최악의 위협에 대한 “최소한의 보험”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자원을 일상적, 구조적 위협 대응에 돌리는 안보 포트폴리오 최적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요즘에는 핵무장 여부 자체보다, 어느 정도 수준의 잠재력이면 충분한지, 그 잠재력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안보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그리고 국제사회는 동맹과 확장억지를 어떻게 결합해 핵무장으로 넘어갈 유인을 줄일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결론
2020-2025년 사이 국제 전략 학계에서는 핵잠재력을 바라보는 방식을 눈에 띄게 바꾸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핵잠재력을 언제든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과도기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논의에서는, 핵잠재력을 그 자체가 냉정하고 합리적인 전략적 계산 끝에 나온,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안정된 상태로 이해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핵무기의 실제 효용과 한계를 좀 더 냉정하게 계산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 핵은 극히 드문 최악의 상황, 곧 타 핵보유국과의 전면전이나 핵공격을 억제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에서 훨씬 자주 마주치는 테러, 사이버 공격, 경제적, 사회적 불안, 내부 정치 위기에는 거의 쓸모가 없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식 변화는 “안보를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본다면, 어디에 1달러를 더 넣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핵전력 유지·현대화에는 막대한 비용과 전문 인력이 들어가는데, 같은 자원을 대테러, 사이버 방어, 정보전, 첩보전, 사회통합과 교육, 경제, 산업, 보건 및 기후 대응에 투입하면 전체 안보 수준을 더 폭넓게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국가에게 핵잠재력은 완전한 핵무장보다 매력적인 절충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잠재력은 필요하면 핵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 및 산업 기반을 유지해 주지만, 상시 배치된 핵전력이 요구하는 수준의 예산, 지휘통제,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최소한도로 필요한 핵 억지력"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학계에서는 핵 잠재력을 활용한 협상을 이론화하면서, 핵잠재력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전략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주요 정책 연구기관들은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위협이 아닌 관리 가능한 핵잠재력”을 제시하며, 일정 수준의 핵잠재력은 현실적으로 용인하면서 투명성, 사찰, 확장억지로 보완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원전, 연료주기, 미사일, 우주기술 등 이중용도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핵무장 자체는 선을 긋는 방식으로 잠재력을 제도화하고 있고, 공적 담론에서는 보험, 우산, 기술주권 같은 은유를 통해 “무장은 안 하되, 잠재력은 가진 상태”에 대해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핵무장 능력은 있지만 의도와 속도를 명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예외가 아니라 평상시 기본 상태로 굳어지는 양상까지 보인다.
결국 핵심은, 비확산을 지탱하는 힘이 더 이상 규범과 제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과 재정 능력을 가진 국가들조차, 냉정한 비용 및 편익 계산 끝에 “핵무장 대신 핵잠재력”를 선호하고 있다. 다만 이런 “잠재적 균형”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변수, 즉 미국의 확장억지 신뢰도에 크게 달려 있다. 일본, 한국, 독일, 폴란드 같은 동맹국이 미국의 핵우산과 동맹공약을 여전히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한, 이들은 핵잠재력은 유지하되 실제 핵무장으로 넘어갈 유인을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고, 미국과 국제기구는 관리 및 감시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 중동 위기 등으로 확장억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수록, 일본->한국->폴란드->기타 동맹국 순으로 자체 핵무장을 본격 검토하려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런 연쇄 반응이 현실화되면, 현행 NPT 비확산 정책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핵확산 도미노와 혼잡하기 그지없는 다극 핵질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https://www.wilsoncenter.org/book/nuclear-latency-and-hedging-concepts-history-and-issues
요약
핵잠재력은 “지금 당장 핵탄두를 만들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핵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핵연료 기술, 미사일, 인력 및 산업 기반은 갖추되, 실제 핵탄두 조립, 핵실험, 실전 배치는 하지 않는 단계다.
이를 통해 1) 필요하면 비교적 빨리 핵무장으로 갈 수 있는 ‘가역적 옵션’을 쥔다. 2) 주변국, 경쟁국, 적성국에게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핵무장한다”는 인식을 줘, 모호성을 이용한 억지 효과를 얻는다. 3) 동맹국에게는 “우리를 버리면 독자 핵무장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핵우산, 전략자산 전개, 첨단무기 및 기술 이전 등을 끌어낸다. 4) 선제공격, 초강력 제재, 정권교체 시도 같은 극단적 대응을 부를 ‘금지선’(공식 핵보유 선언) 바로 아래에 머물며 리스크를 줄인다. 5) NPT 비핵보유국 지위, IAEA 협력, 무역·금융·기술 교류를 유지해 경제 및 외교 비용을 최소화한다. 6) 그 결과, 핵 관련 고정 비용을 줄이고 절감된 자원을 외부 선동, 내부 불만세력 관리, 사이버전, 드론전 등 현대 국가가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안보 위협 대응에 투입할 수 있다.
일본, 한국, 브라질, 독일 같은 국가는 민수 원전, 연구로, 연료주기 연구를 계속 발전시키면서도, '공식 핵보유국'이 되는 순간 따라오는 제재, 고립, 님비현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피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는 "핵을 기술적으로 만들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보유하는 것보다 잠재력만 유지하는 편이 더 비용 대비 이득이 더 크다"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