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s://www.fmkorea.com/9314645034
1. 미신,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미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사실 그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은 아니다.나 역시 과거에는 환상, 음모론, 미신 등에 깊이 빠져 있었고, 한동안은 그것들을 진지하게 믿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지금은 그 대부분에서 벗어났다.
이번 글은 부적을 시작으로 무당, 사주, 주역, 저주 등 각종 무속·미신적 믿음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시리즈의 첫 글이다.
첫 글인 만큼 가장 가볍고 대중적인 대상인 부적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2. 상술에 속지 말라, 부적
부적의 장점을 하나 꼽자면, 불안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준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심리적 도구에 가깝다. 문제는 그 도구가 특별히 희귀하거나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적은 본질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종이에 사람이 의미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보아, 나 역시 부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확산되면 무속인들은 더 이상 부적을 팔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본인이 만든 부적은 효과가 없다”, “정식으로 받은 부적만 효험이 있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다.
부적을 믿는 사람일수록 무속신앙 전반을 함께 믿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스스로 만든 부적은 불신하면서도 타인이 만든 부적에는 거금을 지불한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1만 원 미만의 부적 정도라면 ‘심리적 안정 비용’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금액은 투자 가치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가 만든 부적도 들고 다니면 가끔 좋은 일이 생긴다. 그건 부적이 행운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책을 보고 만든 부적이나, ‘신을 접한다’는 사람이 거액을 받고 만든 부적이나, 효과 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나처럼 생각하면 아무도 부적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게 그냥 종이라고 생각하면 누가 돈을 주고 사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리저리 설정을 추가한 것이다.
3. 부적이 거짓된 행운을 만들어내는 이유
논리학 서적을 보면 이런 현상은 초자연적 설명 없이도 충분히 설명된다.
핵심은 부적을 원인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은 살면서 크고 작은 행운을 겪는다.
부적을 산 이후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그 앞선 사건이 뒤의 사건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단순한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오류다.
부적 옹호론자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논증 대신 “부적을 샀더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개인 경험이나 주변 사례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담은 어떤 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거짓된 원인 설정이다.
원인이 오류라면, 결과 역시 오류일 수밖에 없다.
부적을 맹신할수록 사람은 모든 사건을 부적과 연결 짓게 된다.
나쁜 일이 생기면 외면하거나, 더 비싼 부적을 찾고, 또 다른 부적을 구매한다.
이런 방식의 소비는 끝이 없다.
반대로 좋은 일이 생기면 “역시 부적이 효험이 있었다”, “무당이 용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부적을 지닌 상태에서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부적을 숭상하기 전에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연이 겹쳐 좋은 일이 연속으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 논리 오류 책을 참고하면 이거랑 부적이랑 논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왕소심이 담배를 피우자마자 버스가 도착했다고 해서 담배에 버스를 부르는 힘이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부적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이쪽은 마케팅에 성공했을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소심이의 담배 사례만 보자.
소심이가 담배를 피운 뒤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고 하자.
그렇다면 담배에 행운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내가 과자를 먹고 있는 동안 좋은 일이 계속 생긴다면, 그 행운은 과자를 먹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주어만 바꾸면 즉시 헛소리가 된다.
위에 짤막하게 적었지만 내가 즉석에서 아무렇게나 만든 부적을 들고 있어도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 내가 특별히 유능한 존재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부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짓된 원인 설정에 불과한 것일까?
그런데 왜 부적만은 예외로 취급되어야 하는가?
연이어 발생한 행운을 반드시 부적과 연결 지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부적을 전제로 삼는 순간, 우리는 다른 가능한 원인들을 스스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지점에서야말로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무적의 논리 부적
부적이라는 믿음이 강력해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원천적으로 반증 불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쁘면 “가짜 무당이었다”고 말하고, 결과가 좋으면 “역시 부적이 효험이 있었다”고 결론 내린다.
어느 쪽으로든 믿음은 손상되지 않는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논증 오류는 단연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다.
실제로 종이에 쓰인 문양에 효험이 없다고 말하면, 그들은 되묻는다.
“그럼 그 부적이 효과가 없다는 증거를 가져와라.”
하지만 논증의 책임은 반대다.
종이에 초자연적 효험이 없다고 말한다면 효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시된 적이 없다.
종이 한 장이 실제 사건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종이에 그린 문양 하나로 현실의 사건을 통제하고 타인들의 행동을 변화 시키고 뭔가 숨겨져 있다면 이미 과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연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믿음이 무엇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4. 직관과 반직관
책에서 인상 깊었던 개념 중 하나는 직관과 반직관이다.
쉽게 말해,
차이점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고, 추론과 검증을 거치는 사고 이 정도다.
영화 속 말도 안 되는 설정이나, 역사 왜곡이 심한 작품들도 우리는 별 추론 없이 보기 때문에 쉽게 넘어간다.
부적을 믿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강한 불안 속에서 “이것만 해결되면 된다”는 심리로 깊은 추론 없이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불안이 클수록 사람은 추론을 멈춘다. 또 고액일수록 뭔가 효험이 있다고 믿어서 거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2번 문단에서 적었지만 내가 만든 부적이나 1억원 부적이나 효과는 동일하다.
나도 책 보고 당신들을 위해 부적을 만들어줄 수 있다. 나는 무료로 해주겠다.
그렇다면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외로 간단하다. 검증 가능한 확실한 기준이다. 그리고 그건 복권이다.
부적이 진짜라면 세상은 이미 난리가 났어야 한다.
재물, 사랑, 건강, 재난 방지까지 못 해주는 게 없는 만능 도구라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부적 신봉자들에게 “무당을 만나 복권 1등을 당첨시킬 수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실제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도 돌아온 답은 늘 비슷했다.
“진짜 무당은 극소수다(0.01%만 진짜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집단에서 99% 이상이 사이비라면 그건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다)”
“부적은 그런 용도가 아니다(재물이나 초자연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직관적인 잣대를 제시하니 말을 바꿨다)”
“자기가 만든 부적은 소용없다”
즉,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복권 말고 포커 족보나 쇼핑 등의 기준을 낮춰 직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건을 제시했다. 결과는 동문서답하다가 강퇴였다.
왜냐하면 이들 역시 부적을 사도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면 논리는 즉시 무너지며 이들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특히 평소 미신 책 자주 들고 오는 사람한테 본인 경험담 말고 직관적인 조건을 제시하니 그 분은 사소한 것도 확답을 주지 못했다. 복권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일상적인 걸로 기준을 낮춰도 그들은 확답을 주지 못했다.
& 내 이야기
먼저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겠다. 내 이야기는 검증 불가하기 때문에 안 믿어도 된다. 전혀 가치 없는 주변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할 따름인데, 이 사례는 내 인생에서 경험한 직관 반직관의 결정적인 사례다. 그렇기에 짧게 넣어본다.
나 역시 과거에는 귀신과 강령술이 실제한다고 믿었다.
찰리찰리, 여우창문 같은 것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다 공부 잘하던 친구가 “그럼 직접 눈앞에서 명확하게 보여달라고 하였고 조금 복잡한 움직임 등을 추가했다" 이는 아주 합리적인 조건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걸 넘어 내 기억으로는 "어? 그건 못할 걸" 이런 식으로 넘겼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진짜 초자연적 힘이 있다면 그 정도 검증은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깊게 믿고 있던 나도 당장 증명할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하자 무너진 것이다. 그 이유는 단지 내가 그 강령술들을 별 생각 없이 받아들여서 그렇다. 반대로 저 친구는 그 허접한 강령술들을 조금 더 보고 조건을 건 거다. 결국 유명한 강령술은 고작 공부 잘하는 중학생의 추론에 의해 붕괴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사소한 현상을 보고 그것을 ‘진짜’라고 믿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당시의 나는 귀신 같은 초자연적 존재가 실제로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그건 안 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맹신하고 있었다.
간혹 미갤이나 인터넷 등지에서 음모론이나 환에 빠진 지인들을 어떻게 도와주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스스로 독서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탈출해야지. 남이 탈출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5. 독서와 탈미신
나는 고등학생 때 여러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미신에서 벗어났다.
미신을 직접 반박하는 책이 아니라, 우주·신화 같은 책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종교, 귀신, 무속 전반이 함께 무너졌다. 특히 신화 책의 도움이 아주 컸다. 신화 책은 내 세계관 자체를 붕괴 시키고 변화 시켰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의 근본을 보면 사실 별것이 없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더 다뤄볼 생각이다.
눈길댓펌)
이건 종교,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와 마찬가지 얘긴데 사실 종교나 미신이나 마음의 위안을 위한 거라는 건 다 동의하는 사실이잖아요. 너무 과다한 금전이나 경제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거 아니라면 1~5만원 부적이나 복채 정도는 '이 건 전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거야!' 라고 엄근진 할 건 아니라고 봐요.
본문도 1만원 미만 정도는 ㄱ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무료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5만원도 ㄱㅊ다고 생각해요
본문은 과학책보다는 논리 오류 책을 위주로 서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