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50717
영국에서 사기꾼들의 진을 쏙 빼놓는 ’78세 AI(인공지능) 할머니’가 등장해 국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데이지’는 산전수전 다 겪은 78세 할머니로 설정된 가상의 캐릭터다.
개발 목적은 사기꾼과 최대한 길게 통화하며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기꾼이 AI와 씨름하는 동안, 실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진짜 노인들에게
걸려갈 전화가 차단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기꾼들이 이 함정에 걸려드는 방식은 꽤나 치밀하다.
O2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인터넷 암시장이나 다크웹에서 불법으로 거래하는
‘사기 대상 전화번호 명부’에 데이지의 가상 번호를 몰래 끼워 넣었다.
이를 모르는 범죄자들은 ‘속이기 쉬운 독거 노인’이라 착각하고 먹잇감을 낚아채듯 전화를 걸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기다리는 건 계좌번호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수다 지옥’이다.
금융 정보를 빼내려는 사기꾼이 가짜 앱을 설치하게 하려고
“구글 플레이(앱 장터)를 켜보라”고 유도하자, 데이지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페이스트리(빵)라고 했나? 화면에 삼각형 아이콘이 보이긴 하는데,
이건 파이 조각 같은데 말이야.”
당황한 사기꾼이 설명을 이어가려 해도 데이지는 “자네 동네에도 맛있는 페이스트리가 있나?
난 스콘을 정말 좋아해”라며 대화 주제를 빵 이야기로 돌려버렸다.
사기꾼이 다급하게 개인 정보를 요구할 때 데이지는 천연덕스럽게 딴소리를 시전한다.
사기꾼이 “컴퓨터 주소창에 ‘www’를 치세요”라고 지시하자
데이지는 “잠깐만, 안경 좀 찾고… ‘w’가 세 개라고?
우리 집 고양이가 자판을 밟고 지나가서 잘 안 눌려”라며 시간을 끈다.
지난 1년여 동안 무려 1000명 이상의 사기꾼이 데이지에게 속았고,
한 사기꾼은 장장 50분 동안이나 AI 할머니와 헛된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수다’가 길어질수록 실제 피해자는 줄어든다.
이는 전문 용어로 ‘스캠베이팅(Scambaiting·사기꾼 미끼 물기)’이라 불리는 기법이다.
사기꾼이 데이지와 50분 통화하면,
그 시간 동안 진짜 피해를 볼 수 있었던 노인들에게 걸려갈 전화 수십 통이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