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rose scent kiss
망자를 인도하는 저승사자 박중길
그의 밑으로 들어온 신입 전보윤
(중길) "오랜만이구나."
- (보윤) "저를 기억하십니까?!"
"겉모습이 바뀌어 못 알아볼 뻔 했다."
보윤은 이번 임무를 위기관리팀과 함께 수행하게 된다
(위기관리팀은 자살 예정자를 살리려는 부서)
자살 예정자는 1932년생 유복희
그리고 보윤이 인도할 사망 예정자 이정문
(보윤) "이정문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유복희씨를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해요."
소녀상을 닦고 있는 복희
(복희) "오랫동안 찾고 있는 어린 시절 동무가 있어요.
그저 너무 늦은 게 아니길 바라며
윤희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윤희가.."
"'위안부'가 됐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됐어요."
"몰라 볼 수가 없었어요.
내가 선물해준 목도리를 하고 있으니까."
"윤희.. 우리 윤희 살아있나요? 아니면.."
"죽은 지 오래예요."
(련) "여기 이 분, 이정문씨를 만나 보시죠.
이정문씨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윤희를 기억하는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아주 강한 의지로 살아계시고 있어요."
"근데 보윤씨는 인도팀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박중길 팀장님 좀 무섭지 않아요?"
"제가 박중길 팀장님을 처음 뵌 게
일제강점기였는데,
그때는 암담 그 자체였어요.
나라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무참히 짓밟혔으니까요."
"근데 저승도 나라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 "맞아요. 그때는 주마등도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주마등은 얘네가 소속된 곳)
보윤이 중길을 처음 만났던 날,
"왜 우리가 일본 저승으로 가야하는 거예요?!"
"얼어 죽을..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왜놈들아!!"
"왜 우리가 죽어서까지 너희를 따라가야 되냐고!!"
- (중길) "멈추거라!"
"조선 저승 인도관리부의 박중길이다."
"불필요한 싸움은 원치 않으니
저들을 순순이 내놓거라."
"그대들의 수장에게 전하라.
조선의 망자는 조선의 사자가 데려갈 것이며
더이상의 관용은 없을 거라고."
"비키거라."
"조선의 영혼은 나를 따라오거라."
이 일을 계기로 보윤은 중길을 존경하고
차사가 되기로 결심함
한편
정문을 찾아온 복희
"윤희 고향 친구분 맞죠..?
고마워요. 내 이름은 이정문입니다. 기다렸어요.."
(복희) "제가 윤희를.. 그곳으로 보냈습니다."
-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제가 죄를 지은 것은 변함 없는 사실입니다.
사정을 말해 봐야 변명에 불과할 텐데.."
"아닙니다. 자기들이 지은 죄를 감추려고
그 흔한 변명 한 마디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괜찮아요. 편하게 얘기해주세요."
친자매나 다름 없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던
복희(좌)와 윤희(우)
(복희) '비극의 시대였지만
철모르던 윤희와 저는 행복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몸져누우신 윤희의 아버지
복희네 집은 유복한 편이었지만
윤희네 집은 그렇지 못 했고
복희는 윤희를 돕기 위해
신문에서 읽은 구인광고를 소개함
"일본에 있는 공장에 취업도 시켜주고,
집도 제공해주고, 돈도 많이 준대!
키노시타 선생님께도 여쭤봤는데
괜찮은 곳이라 하셨어!"
"고마워 언니.."
- "이 정도 가지고 뭘~"
(복희) '바보같이 아무 의심 없이
윤희에게 그런 제안을 했어요..'
"이제 이거 줘. 내가 들게."
"옷 따뜻하게 챙겨 입고~?"
"이거 언니가 제일 아끼던 거잖아.."
"너 주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
"배고플 땐 언니가 준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고.."
- "걱정하지마.
나 돈 많이 벌어서 꼭 돌아올게."
"시간이 지나 해방이 되고,
또 다시 전쟁을 겪고.
그렇게 살다보니 지금까지 왔습니다.
운이 잘 풀려 순탄히 잘 살아왔죠.."
"막연히 윤희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생각했어요."
(복희) '그러던 어느날 손자가 논문 때문에
모아둔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사진에서 윤희를 발견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진실과 마주하게 되니
죄책감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윤희가 그렇게 모진 수모를 겪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것도
전부 저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윤희에게 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요."
(정문) "윤희는 참 밝은 아이였어요.."
(정문) '언제나 희망을 놓치 않던 아이였죠.'
"이쁘다."
(정문)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분명히 봄은 온다고
늘 밝게 웃으며 말하던 아이였어요.'
'그들은 옷을 갈아 입히고
긴 복도를 따라 있는 방에다
한 명씩 집어 넣었죠.'
그러던 어느날
(정문) "왜? 무슨 일 있어?"
- "이상해.."
- "나 달거리를 안 해."
(정문) '모두가 그 아이를 걱정했지만
다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습니다.'
(정문) '저 역시 괜히 간호하다
맞기라도 할까봐 공포부터 앞서더군요.'
'우리는 그저 소모품에 불과했으니까요.'
'하반신만 멀쩡하면
죽기 직전까지 군인을 받게 하고,
죽으면 야산에 갖다 버리면 되는 소모품.'
'그때 먼저 나서서 그 아이를
간호하기 시작한 아이가 윤희였습니다.'
(정문) '그 뒤로도
군인에게 간호를 들킬 때마다
매 맞기가 일수였지만
윤희는 간호를 멈추지 않았어요.'
'결국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나서기 시작했지요.'
(정문) "오지마.."
(정문) '꿈에서도 일본군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살고자 하는 미련이 사라졌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습니다.'
- (윤희) "정문언니~"
- "언니~"
"언니!!!"
"내놔."
던져버리는 윤희
"너 뭐야?
왜 날 방해해?"
"네가 뭔데! 대체 네가 뭔데!?"
"진짜 살고 싶지가 않다고.."
(정문) '그 별 거 아닌 행동이
어찌나 큰 위로가 되던지..'
"짜증나. 이번엔 진짜 성공할 줄 알았는데.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녔으면.."
"미안해, 언니."
(정문) '제 한 몸 돌보지 못 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걱정하며 챙기는 것도,
죽으려던 나를 살린 것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죽지마."
"짐승만도 못 한 삶이라도, 그래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참고 기다리다 보면.. 분명 언젠가는.."
"쓸 데 없는 희망 품지마.
너나 나나 병이라도 걸리면
총 맞아 죽기 밖에 더해?"
(윤희)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정문) '군인에게 맞아
팔이 부러졌는데도 아리랑을 부르며
웃는 모습을 볼 때는
정신이 나가버린건가.. 싶기도 했죠.'
"언니."
"짠~ 봉선화 씨.
복희 언니라고 아주 친한 언니랑
봉선화 물들이면서 놀았던 기억이 나서."
- "..이거 심으려고?"
"그러고 싶은데
걸리면 또 맞겠지?"
"으이구~ 이 바보야!
고향에 돌아가면
아주 질리도록 심을 수 있는데
뭘 아쉬워해~"
"잘 갖고나 있어."
(정문) '하지만 그런 윤희의 희망에
전염되어 버렸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 꾸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