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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소설 말뚝들 읽은 감상

작성자비밀의늪|작성시간26.03.06|조회수3,555 목록 댓글 8

 

걍 여기서 자유롭게 읽은 사람 아무나 댓글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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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 읽었거나 읽기 전에 스포 밟아도 상관없다면 읽으씨오
 
 
 
 
 
 
 
 
 
말뚝들 = 죽은 사람들
 
죽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떤 사람들이냐. 세월호,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 그러니까 즉, 국가적 참사의 피해자들.
 
대한민국은 앞선 참사들을 제대로 애도하지도, 희생자들을 기리지도 못하고 유야무야 어물쩡 넘어갔음. 다들 하루 아침에 몇 백이나 되는 이웃들을 잃었는데 국가는 나몰라라, 정부는 책임자 찾아서 옷벗기기만 하고 뭐 제대로 해결방안을 내놓은 것도 없음. 무엇이 원인이었고, 무엇이 문제였고, 우리는 무엇에 실패해서 그 많은 목숨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냈는가?에 대한 깊은 논의조차 없이 아무나 총알받이로 세워두고 옷벗겨서 직위 내려놓으면 그걸로 그냥 정부가 ㅈㅅ했다고 보고 끝.
 
안산시 단원구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그냥 구 자체가 깊은 절망에 빠졌었음. 거리마다 하얗고 검은 플랜카드가 나붙었고 누구도 길에서 소리내서 깔깔대며 돌아다니지 못했음. 그냥 어떤 슬픔이 거기 그 단원구라는 곳 자체에 거대하게 물방울 모양으로 맺혀있는 것처럼. 어떤 슬픔의 비가 오로지 단원구에만 쏟아지던 것처럼.
 
학원 끝나고 친구들이랑 시시덕 대면서 떡볶이 컵라면 먹으러 오던 애가 안 오고, 틈만 나면 학교도 째고 최애 공방 뛰러가던 말괄량이가 안 보이고. 엄마, 윗집에 그 착한 언니 요즘 안 보여. 하얀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던 언니 있잖아. 쉿. 엄마가 윗집 언니 얘기 하지 말라고 했지.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는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음. 뒤늦게 애도라도 하게 추모비라도 세우자고 하니까 그게 국가 잘못이었어? 욕심 많은 해운 회사 문제였잖아. 그리고 진상규명이고 뭐고 다했는데 왜 아직도 그 사고 타령이야? 그리고 추모비는 누구 돈으로 세워? 그거 다 국민들 세금인데. 이미 죽은 사람들 그거 세우면 뭐 어디 좋은 데 간대? 산 사람 돈은 산 사람 위해서 써야지, 누구 마음대로? 아직도 세월호 세월호 아주 지겹지도 않나 진짜...
 
그렇게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울어보지도 못하고 떠난 사람들은 고스란히 전국민의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학교들은 수학여행을 서둘러 취소했고, 대학들 역시 MT를 배편으로 잡지 않았다. 누군가의 소지품에 들려있던 노란 고무, 노란 리본 배지는 어떤 이들에게는 끔찍한 벚꽃을 떠올리게 했고, 어떤 이들에게는 짜증으로 다가갔다. 세월호징징이들 납셨다 또.
 
시간이 더 흐르자, 이번에는 인구 유동성이 크던 길에서... 그러니까 도시 한복판에서 대량 참사가 벌어졌다. 말도 안 되는 참사였다. 이번엔 늦가을 무렵이었고, 바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는데도 국민들은 하나같이 노란 리본을, 참혹하던 봄을, 사무치던 벚꽃을 떠올렸다. 세월호. 우리는 그토록 많은 목숨을 잃고도 무엇 하나 배우지 못했다. 서둘러 취소해버린 수학여행이 무슨 사고의 대단한 예방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번에는 거리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태원의 많은 업장들이 문을 닫았다. 누구도 그 거리에서 깔깔 대며 돌아다닐 수 없었다. 음악을 틀 수 없었고, 괴물 분장을 하며 지나다닐 수 없었다.
 
검은 먹구름이 드리웠고 이태원 위로만 구정물 같은 비가 내렸다. 검은 리본이 여기저기 나붙었다. 앞뒤로 트여있던 길에서 최악의 압사사고가 벌어졌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게 전부였다. 누군가 외친 말이 오인되어서 뒤로, 라는 말이 밀어, 라는 말로 바뀌어서 일어난 사고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애초에 사람들이 그 길에 오도가도 못하도록 있을 수밖에 없던 게 문제 아니었을까?
 
또 이웃들이 죽었다. 간만에 서울 올라가서 친구들과 놀고 오겠다던 앞집의 스물 두 살 청년이, 군대 가기 전 마지막이라던 친구 아들이, 친구들 다 대학 가는데 저 혼자 재수한답시고 1년을 방에서 끙끙대던 딸이 수시 최초합으로 붙고 겨우 얼굴이 피어서는 이태원 다녀오겠다던 말이 고스란히 유언이 되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너도 나도 아는 곳이라며 얘기에 살이 붙고, 팔이 붙고, 다리가 붙어 말도 안 되는 말들이, 가짜들이 진짜 배지를 달고 여기저기 나붙었다. 행정적인 문제로 벌어진 일이었으나 이번에도 정부는 그저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언급만 하고 지나갔다. 정말 안타깝기는 한 걸까? 고작 일주일 동안만 이런저런 방송이나 행사를 취소하고, 일주일 후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않으면 산 사람도 살 수 없다. 그건 그대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트라우마로 남는다. 전국민적인 참사 앞에서 피해자는 죽은 이들만이 아니다. 너도, 나도 피해자다. 우리도 그 배에 탔다면, 우리도 그 자리 그 길에 서 있었다면 도리없이 죽었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트라우마는 그런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자리에 가만히 있으세요."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정말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 말 만큼은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긴다.
 
갑작스레 배가 침몰하는데 근처까지 온 해경이 끝내 나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 불안. 부서져버린 신뢰. 더는 믿지 못하게 된 정부와 공권력. 악의 가득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심.
 
 
 
그러던 어느날 죽은 자들이 돌아왔다. 죽어 박힌 말뚝들이 자리에서 뽑혀져 나와 사람들 앞에 섰다. 광화문에 섰고, 광장에 섰다. 신촌에, 홍대에, 성수역 앞에 섰다. 죽어서야 돌아온 사람들이 거기 그렇게 서 있었다. 사람들은 시위하듯 너도 나도 마구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컴컴한 거리로 쏟아져나온 사람들이 제각기 후레쉬 빛을 켰다. 촛불 시위처럼 그렇게 모였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말뚝들을 보고 울었다. 의지로 멈출 수 있는 눈물이 아니었다. 너도 나도 울기 시작했다. 휴지도 티슈도 아무것도 소용없었다. 말뚝들을 보면 사람은 무조건 울어야 했다. 마음에 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가도록 울고 또 울고, 그러다 군인들이 차단벽을 구축해 말뚝들을 가리면 그제서야 눈물을 멈출 수 있었다. 이미 죽어서 아무 힘도 없는 말뚝들을 군인들은 완전 무장한 채, 시민들과 차단시켰다. 그들은 무엇을 차단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무슨 의도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사이를 가로막는가. 무엇이 두려워서.
 
 
눈물이 그치면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너 아까 울더라. 그러는 너도. 근데 넌 진짜 엄청 울던데. 그러는 너는 거의 오열하시던데. 아무도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다. 모두가 똑같이 울었고 모두가 똑같은 감정에 휩싸였다. 다 부은 눈을 하고서, 시뻘건 얼굴을 하고서,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도 누구도 운 티를 내지 않았고 누구도 눈물과 울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반드시 울어야 했다. 죽은 자들을 보면 마땅히 울어야 했다. 울어야 마땅했을 그때에 울지 못하고 떠나가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PTSD가 생겨버린 너와 나를 위해서라도.
 
 
빚도 자산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면, 송혜교가 잘 나가는 빅3 병원 VIP 병동 담당의로 심사받았을 때의 대출금과 빅3 병원을 관두고 개업의로 심사받았을 때의 대출금은 너무나 달라서 송혜교가 은행원인 유아인에게 따지는 장면이 있다. 대출이란 그런 것이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고 심사받는 것이다. 자산의 규모와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거의 확정적인 수익을 내다보고 주는 것이다. 그러니 빚도 자산이다. 갚을 능력이 되니까 그만큼의 빚도 질 수 있는 거라고.
 
주인공은 왜 은행 대출 심사원으로 나오나. 그냥 작가가 아무 생각없이 지은 설정 중 하나일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빚'. 이 빚은 단순히 숫자로 헤아릴 수 있는 금융 자산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빚'은 사람이 사람에게 진 빚을 말하는 거다. 사람이 사람에게 진 빚.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진 빚. 그것은 피로 쓰여진 안전수칙이다. 지금 살아남아 목숨을 영위하는 자들은 이전 시대를 살다가 참혹한 죽음을 맞은 이들의 목숨을 빚으로 달고 있다. 전국민적인 참사가 그렇다. 삼풍백화점 참사가, 대구 지하철 참사가, 세월호 참사가, 이태원 참사가 그렇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외벽이 화려하게 꾸며지는 백화점에서 친구와 만나 놀면서, 나는 백화점이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즐거운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타면서 나는 이 지하철에 화재가 날 거라고, 이 열차 내에서 죽을 거라는 우려를 하지 않는다. 명절에, 몇 가구 남지 않는 섬에 사시는 할머니를 뵈러 배에 타면서도 나는 이 배가 침몰할 것이라는 걱정도, 바다에 빠져 죽을 것이라는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그 어느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짓눌려 압사당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죽은 사람들 때문에. 혹은 덕분에. 이것이 내가 당신들에게 진 '빚'이다.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에게 지는, 갚을 수 없는 '빚'이었다.
 
우리는 잃고나서야 깨닫는다. 잃고나서야 뭐가 고장났는지를 들여다 본다. 멍청하게도 그걸 알면서 인류는 늘 그런 식으로 무언가를 처참하게 잃고 피눈물을 흘리며 고장난 곳을 살피고 돌아본다.
 
빚도 자산이다. 죽은 자들에게 진 빚은, 결국 살아남은 자들의 자산이 된다. 그들의 죽음으로 쓰여진 안전수칙과 사회적인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그 빚으로 인해 우리는 다시는 같은 이유로 죽지 않을 기회를 얻은 것이다.
 
 
사고는 한 개인의 의지로 막을 수 없다. 무너질 줄 모르고 들어갔고, 불이 날 줄 모르고 탑승했던 것처럼. 침몰할 줄 모르고 올라탔고, 압사당할 줄 모르고 걸었던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는 여느 출근 날에 자신의 차량 앞에서 뒤통수를 얻어맞고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어 여기저기를 떠돌게 되는 일처럼, 사고는 갑작스러워 아무 대비도 할 수 없다.
 
 
사고에서 겨우 살아 나오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서에서 오랜 시간 조사를 받는다. 피해를 증명하지 못하면 피해자 취급도 해주지 않는다. 급박했던 상황에서 내가 취했던, 설명할 수 없는 행동들은 전형적인 '피해자다움'과 거리가 있기에 쉽게 타박받는다. 내 스스로 피해받겠노라 선언한 적 없거늘, 그럴 만 해서 그런 피해를 당한 게 아니겠냐는 식의 피해자탓만 종일 당하다가 악의 가득한 익명들 속에 내쳐진다. 갖은 음모론과 무지에서 비롯된 악의와 날것의 정제되지 못한 소리소문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진짜 배지를 단 가짜 뉴스 앞에서 몇 번이고 절망한다. 가식적인 위로 사이로, "쟤가 걔야?" 같은 흘긋거림이 종일 뒤쫓는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일상을 다시 영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친 곳을 살펴야 한다. 겉으로 아픈 곳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장기 속으로 퍼지는 암세포가 있듯, 마음 속도 아픈 곳이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우리는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했고, 죽은 이들을 잘 보내 줄 수 없었다. 그러니 이제라도 울어야 한다. 애도되지 못한 죽음에 대해 애도해야 한다. 그런 후에, 그러고 난 후에 산 사람은 정말로 살아야 한다.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그냥 버티고 있을 게 아니라.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이 빚에 대한 자산이므로.
 
 
 
 
 
 
 
 
 
 
 
 
 
 
 
하늘에서 보고있지 말뚝들아
나 그날 이후로 다시는 무엇도 잃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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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갈릭으로 | 작성시간 26.03.06 책보다 이.글이 더 와닿는다
  • 답댓글 작성자전남길줄몰라용 | 작성시간 26.06.03 22 난 책은 그냥 그랬는데
  • 작성자신의 손 | 작성시간 26.03.06 대형참사를 겪고, 심지어 또다시 반복되는 동안 우리는 충분히 슬퍼할 겨를 없이 일상을 살아가야하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사건은 막을 수 있는 일과 없는 일로 나뉘지. 막을 수 있던 어떤 일이 아주 우연하게 갑자기 일어난 것 처럼 꾸미고, 원인과 소재도 불분명한채로 애도의 시간도 빼앗긴, 우리 마음에 응어리진 채로 남아있던 것들을 건드려주는 그런 계기가 되었던 책이었어
  • 작성자시작해볼게 | 작성시간 26.03.06 책을 아예 몰랐는데 이 글 읽고 봐야겠다 싶어 우리 모두 말뚝들에게 진 빚이 있다는게 마음아프다
  • 작성자lemonasta | 작성시간 26.03.25 책 다 읽고 이 후기 보면서 우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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